우리에겐 ‘미풍양속’형 세시 풍습이 많다. 조선시대 설날 임금에게 지어 올린 연상시(延祥詩)를 대궐의 기둥에 써붙인데서 유래했다는 입춘첩(立春帖)도 그 중 하나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새봄이 시작되니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 ‘우순풍조 시화연풍(雨順風調 時和年豊)·비가 적당히 내려주고 때맞춰 바람이 고르게 불어주니 풍년이 든다’,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평안하니 집집마다 넉넉하다’란 글귀를 대문에 붙여놓고 이웃의 행운과 안녕을 기원했다. 그리고 막연함으로 빌지 않았다.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을 함께 실천했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일 년 내내 횡액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입춘 전날 밤 각자 생각한 선행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동네 골목을 빗자루로 쓰는 작은 일에서부터 불우이웃을 돕는 일 까지 내용도 다양했다.이런 선행은 아무도 볼 수 없는 밤에 주로 이뤄졌다는 데서 진정성도 느낄수 있다. 비록 매년 찾아오는 절기이지만 해가 바뀌었다고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전역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일명 우한 폐렴)의 원인 바이러스(병원체)로, 인체 감염 7개 코로나바이러스 중 하나다. 감염되면 약 2~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37.5도) 및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 폐렴이 주 증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를 당혹케 하는 것은 아무 증상이 없는 사람으로부터도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월 1일 0시 현재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1만1천791명, 사망자는 259명이라고 발표했다. 일일 확진자와 사망자는 모두 지난 20일 공식 통계를 발표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로 앞으로 더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15명으로 늘었다. 특히 2차 감염자로 확인된 6번 환자의 가족 중 2명도 무증상 감염으로 확인돼 3차 감염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지구는 지난 15년 간 동물에게서 인간에게 전파된 코로나바이러스로 ‘사스’와 ‘메르스’를 경험했다. 사향고양이에게서 전파된 사스(SARS,
요즘은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아갈 때마다 가슴이 벅차다. 평소 너무나 좋아하는 제니 홀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개 층을 가로지르는 로비의 높은 천장에는 LED 기둥이 매달려 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현대 여성 문학가 한강, 김혜순, 에밀리 정민 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소설 속 문구들이 실린 사인물이다. 문구들은 전파를 타고 하늘을 향해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기둥은 느닷없이 움직이며 길어졌다 줄어들었다 한다. 과천관에는 호수 다리의 대리석 난간에 제니 홀저의 아름다운 문구들이 새겨놓았다 한다. 조만간 그곳에도 한번 가봐야겠다. 제니 홀저는 시각 예술가이지만 언어를 활용한다. 그는 도시의 풍경 속에, 일상의 소품 속에 자신이 직접 적은 경구들을 새겨놓는다. 그의 경구 속에는 잔잔한 감동과 예리한 찔림이 있다. 묘비에 새겨놓은 문구처럼 여러 번 곱씹게 되는 문구이며, 인생의 교훈을 주는 문구이다. (실제로 제니 홀저는 묘비 위에 글을 새기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평소 잔소리도 싫어하고 자기 계발서의 조언들도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제니 홀저의 글은 참 좋았다. 그의 경구는 도시의 풍경을 배경으로 물처럼 공기처럼 잔잔히 흐르곤
거리를 오가는 사람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은 마스크를 썼다. 평소 사람들로 넘쳤던 곳일수록 최근에는 뜸하다. 방송은 시시각각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속보를 내보낸다. 신문들도 연일 호들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증후군’이다. 외국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응은 문재인 정부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부의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일부’ 언론이다. 위기상황이라면 폄훼는 하지는 말아야 하는데 망각한 것 같다. 우리나라가 노무현 정부때 발생한 사스(SARS)퇴치에 전세계 모범국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모양이다. 뒤이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때 발생했던 신종플루(H1N1)와 메르스(MERS) 대응이 미숙했으니 그랬을수도 있겠다. 심지어 메르스는 세계 2위 발병국이었다. 부끄럽게도 당시 ‘일부’ 언론들은 ‘양들의 침묵’이었다. 언론보도의 전제는 사실 확인이다. 그렇지 않은 보도는 전파와 지면의 낭비에 불과하다. 최근 ‘일부’ 언론의 칼 끝에는 ‘정부의 방역대응 미비’라는 야당 주장만이 매달려 번뜩인다. 그런데 정부의 검역인원 증가 요구가 야당의 반대로 대부분 묵살됐으니 야당은 누워서 침을 뱉았다. 확인해보자. 국회는 ▲2017년 재정부담 등 이유로 71명
WHO가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가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에 해당한다고 선언했다. 세계 각국 정부들도 중국발 항공편 제한, 여행과 교역 제한 등 비상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중국인의 국내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동의한 국민이 6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이 중국에 머물고 있는 모든 자국민에게 중국을 떠나라는 강제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각국은 중국 우한의 자국민들을 데려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두 차례에 걸쳐 전세기를 우한에 보내 교민 700여명을 귀국시켰다. 이들은 지금 아산과 진천에 격리·보호되고 있다. 처음엔 우한 교민 수용을 반대해온 진천·아산 주민들도 대승적 차원에서 교민 수용을 허용했으며 집회용 천막까지 검역소로 사용하라고 내놓았다. 참으로 위대한 국민들이다. 아무튼 신종 코로나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전국의 관공서와 단체들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정월대보름 행사 등 각종 행사를 전면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다. 입학·졸업식과 공연, 전시회도 취소됐다. 일부 학교에서는 개학을 연기했으며 예비군 훈련마저도…
며칠 전 오롯하게 혼자서 영화관을 찾았다. 내가 평생을 두고 사랑하는 파바로티와 고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천재 예술가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파바로티와 빛의 마술가라 불릴 고흐의 능력과 감성은 아주 탁월하다. 하지만 그보다 그들은 필자가 삶을 이리저리 엮는 내내 노래로, 그림으로 나를 위로해 준 사람, 씩씩하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사랑하면 그 값을 기꺼이 치른다고 했던가. 파바로티가 내한했던 공연과 수많은 CD들을 나는 즐거이 즐겼다. 네덜란드 고흐미술관에서 만난 고흐의 아몬드 꽃은 얼마나 강렬하고 화사했던가! 마치 내가 그 꽃길을 걷는듯했다. 그렇게 사랑에 빠진지 수년..이번에는 영화로 이들의 남기고 간 생애를 만날 수 있었다. 영화는 인간을 이해하는 하나의 창이자 치유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첫 번째 영화에선 파바로티가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부르는 그 모습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흘렀고 두 번째 영화에선 가난과 외로움에 살던 고흐에게 운명같이 여겼던 고갱이 떠날 때 그의 슬픔이 전이되어 또 한 번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깜깜한 극장에서 나는 숨죽여 남 몰래 눈물을 훔쳤다. “난 그저 사람들과 빵 한 조각,
사람들은 평화를 원하지만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비롯하여 세계의 명저 중에는 전쟁사가 여럿 들어있다. 전쟁사의 명저에는 ‘사실에 토대를 두고 진리를 탐구하는’ 실사구시의 정신이 살아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쟁사는 어떤 책일까? 조선 무인들의 필독서가 바로 <동국병감(東國兵鑑)>이다. <중종실록>에 “(<동국병감>은) 우리나라의 형세와 병가(兵家)의 승패가 기록되지 않은 것이 없어 무사들이 마땅히 배워야 하는 책”이라 했다. 이런 <동국병감>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어김없이 호출되었다. 삼포왜란(1510년)이 일어난 직후, 임진왜란 전후에도 이 책이 널리 읽혀졌다. 경술국치(1910) 이후 우리나라 고전을 보존하고 보급하기 위해 설립한 조선광문회에서도 이 책을 가장 먼저 출판했다. 세종은 왜 전쟁사에 관심을 가졌을까? <동국병감>은 우리나라의 전쟁사를 국가 차원에서 편찬한 역사책이다. 동국은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말이고, 병감은 ‘전쟁의 거울’이란 뜻이다. 세종은 집현전 학사들에게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전쟁…
1918년 초여름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 병영에서 독감 환자가 나타났다. 그러나 특별한 증상이 없어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독감은 곧 마수를 드러냈다. 8월 유럽 전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유행 하더니 첫 사망자가 나오는 등 위세를 떨치기 시작 했다. 생명을 앗아가는 사례도 늘었다. 시간이 갈수록 확산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랐다. 한달만에 미국으로 전파돼 5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듬해엔 영국에서 15만명이 숨지는 등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2천500만명 이상 사망했다. 그러면서 지구촌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우리나라도 피해 가지 못했다. 750만명이 감염돼 14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옥과도 같았던 ‘스페인 독감’ 펜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내용이다. 14세기 페스트가 유럽 전역을 휩쓸었을 때보다도 훨씬 많은 사망자가 발생해 지금까지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불린다 당시 정확한 독감 병원균을 파악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물론 치료제 개발이 늦어진 것도 원인이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세균’ 전파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거즈로 만든 ‘위생 마스크’ 덕분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지금의 마스크 원조로 부르고 있다.
젖소를 키우는 목장주인이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걸 본 옆집 농부가 다가와서 물었다. “자네 왜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앉았는가?” 술 마시던 사내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조금 전에 내가 저기서 젖소 우유를 짜고 있었지 않았겠나. 우유 한 통을 다 채워갈 무렵에 저 젖소란 놈이 왼발로 우유 통을 걷어차 버렸어. 화가 나서 젖소 왼발을 로프로 말뚝에 묶어 버렸지.” “그런데? “ “일이 고약하게 꼬였어. 다시 젖을 짜기 시작해서 우유 한 통을 다 채워 일어나는데 이번에는 저놈이 오른발로 우유 통을 차버리는 게 아닌가.” “그럼 또 우유가 다 쏟아졌겠군.” “어찌나 화가 나던지 로프로 저놈의 오른발까지 말뚝에 묶어 버렸지. 그리고 다시 젖을 짜서 일어나는데 이번엔 저놈이 꼬리로 우유 통을 넘어뜨려 버리지 뭔가. 분통이 터져 로프를 찾는데 로프가 없어. 하는 수 없이 내 혁대를 풀어 저놈의 꼬리까지 말뚝에 묶어 버렸지.” 농부가 물었다. “그리고 다시 우유를 짰군?” “아냐. 다시 젖을 짜려는데 벨트 풀린 바지가 팬티와 함께 주르르 흘러내렸어.”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허연 가슴을 드러낸 내 마누라가 들어오지 뭐야.” 서양 속담에 ‘불행은 쌍 날개
영화 ‘부산행(2016)’에는 좀비들이 출현하자 군대가 동원되고, 사람들이 좀비를 피해 정신없이 도망가는 장면들이 나온다. 멀쩡하던 친구가 갑자기 좀비가 되어 달려드니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자기만 살려고 남을 비난하고 희생시키는 장면들도 나온다. 그런데 요즘 TV뉴스에서 실제 비슷한 장면이 연상된다. CNN과 BBC 등 외국 TV도 마찬가지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야기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정부의 초기대응 미흡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다.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자는 사람들이 많고, 중국인에 대한 혐오사례도 많다. 중국 내에서는 우한 출신자의 방문을 막거나, 심지어 우한 출신자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준다는 지자체도 있다고 한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우한 거주 교민들을 국내로 수송하여 아산과 진천에 수용하기로 하자 주민들이 반대시위를 벌이기도 하였다. 2차, 3차 감염자가 발생하자 모두들 불안에 떨며 외출과 대인접촉을 꺼린다. 중국 내에서만 확진자가 1만 명을 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세계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좀비영화의 현실판 우리 정부도 우왕좌왕하였다. 중국과의 협상에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