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이맘때면 농협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농업과 농촌에 대해 곰곰이 되돌아보게 된다. 먼저 영농현장의 뜨거운 햇볕 아래서 구슬땀을 흘린 농업인들과 농촌지역 조합장님들이 떠올려진다. 그러면 도시농협의 역할을 좀 더 잘 수행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또한 농협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조합원님들을 모시고, 각종 사업 추진 성과를 살펴보는 자리를 통해 우리 농협이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도 생긴다. 나는 이사조합장으로서 농촌지역 조합장들과 다양하게 교류하며 소통하고 있다. 농촌지역 농협은 은행업무라고 일컫는 신용사업과 농산물 생산과 판매 등의 활동인 경제사업, 그리고 농업인조합원들의 복지와 영농기술 전수 등의 지도사업이 유기적으로 엮여 활기차게 돌아간다. 그런 복합적인 일들을 마술사처럼 지휘하는 조합장님들을 뵐 때면 참으로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농업·농촌에서 일어나는 여러 고충도 들을 수 있다. 제일 큰 문제가 농촌 인력의 고령화와 인구감소, 그에 따른 인력 부족 현상이다. 내년이면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고 하니 농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이런 얘기를 듣다 보면 한 가
지난 11월 초 3박4일로 일본, 오사카에 회의 차 다녀왔다. 이 회의는 단순한 회의라기보다는 현장을 둘러보며 전문가들의 발표를 듣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역동적 모임이었다. 이름하여, “한일 예수회 사회 사도직 모임(Korea-Japan Jesuit Social apostolate meeting).” 한국 측 8명, 일본 측 11명이 모였다. 우리가 방문한 현장은 오사카의 노숙자와 쪽방촌 사람들의 무대인 “가마가사키” 지역이었다. 이 지역은 2차 세계대전 후 판자집, 간이숙박소 등 저렴한 주거시설이 들어서며 도시 하층민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60년대 초까지 항만업, 제조업, 건설업 분야의 일용직 일거리를 구하기 위해 도시 하층 노동자들이 모여드는 노천 인력시장(요세바)이 서는 곳이었다. 90년대 초까지 일본의 3대 인력 시장의 한 곳이었다. 지금은 노동자들이 노령화되었고 노숙자도 숫자가 줄었다. 이 지역의 안 좋은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정부의 노력으로 깨끗하고 저렴한 숙박시설이 들어오게 되었고 국제공항이 가까워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하여 도시가 그 전보다는 아주 깨끗해졌다. 가마가사키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가마
기자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위험 수준이다.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4년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조사가 반증한다. 조사대상 47개국 가운데 38위다. 이들 국가의 뉴스 신뢰도 평균인 40%에 크게 못미친 31%에 지나지 않았다. 매일경제신문은 11월 24일 인터넷판에 '이혼 전 딱 한번 했는데, 도장 찍은 다음날 임신 알아...42살 아내의 기막힌 사연, 결말은-'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포털 다음에서 많이 본 뉴스 1위를 기록했다. (무슨 이유인지 현재는 사라졌다). 한국 일등 경제지를 자처하는 신문의 기사 수준이다. 이런 난세에 두 언론사 기자들이 희망을 선사했다. 부산일보 박석호 기자와 CBS 노컷뉴스 네 기자(유동근·서민선·김세준·남성경)다. 박 기자는 11월 7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사과가 ‘두루뭉술하다’며 ‘무엇에 대해 사과한 것이냐’고 물었다. 2시간이 넘게 진행된 회견을 TV 생중계로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대통령의 추상적인 사과와 자화자찬에 답답해하고 있었다. 박 기자는 침착하면서도 단호하게 국민이 묻고 싶었던 질문을 했다. 상식 수준의 질문이었지만 그는 일약 스타 기자가 됐다. 그동안 대통령 기자회
경기신문은 국무조정실이 비전문취업(E-9) 비자 발급 대상에 운수업을 포함하는 안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해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바 있다.(11월 21일자 3면, ‘외국 노동자도 찾지 않는…도내 인구감소지역 해결책 시급’) 마을버스 운전기사 인력난을 겪고 있는 서울시의 공식 건의에 정부가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운수업을 E-9 비자 발급 대상으로 하는 것에 더해 취업활동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자는 내용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 9월부터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채용하고 있다. 정부와 함께 국내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가사 관리사를 제도화하고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내 169가정에서 외국인 가사 관리사가 일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또 출퇴근제 외국인 가사 관리사가 아니라 입주형을 혼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고령화로 인한 ‘돌봄 대란’을 우려하며 ‘외국인 간병인’ 도입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버스 운전기사와 가사관리사 등의 직종은 내국인 일손이 부족하다. 따라서 외국인의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고민을 이해한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서울유입으로 인해 지방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경기도에서 부동산개발업 사업자등록만 해놓고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거나 변경된 등록사항을 신고하지 않는 등 부동산개발업법을 위반한 50개 업체가 적발됐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꾼들이 일으키는 문제는 그 여파가 이만저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대형 비리 사건을 저지르거나 가담할 가능성이 있는 업체를 찾아내어 예방하는 노력은 매우 소중하다. 부동산 개발 비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제도의 허점을 정밀하게 보완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경기도는 지난 8~10월 도내 674개 부동산개발업 등록사업자 중 167개 사업자를 선별 조사했다. 부동산개발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조사에 불응한 업체만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기간 중 14개 업체에 부동산개발업을 자진 폐업하도록 안내했고,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거나 전문인력이 부족한 16개 업체는 등록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변경된 등록사항을 신고하지 않은 33개 업체에 대해선 총 1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부동산개발업 등록제도는 분양·임대 등 방법으로 부동산을 거래하는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7년 도입된 제도다. 이에 따라 일정 규모(건축물 연면적 3000㎡ 또는 연간 500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다. 헌법은 이렇듯 국민이 주권자임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행정권력이 국민을 지배하는 것 같다. 백번 양보해도 최소한 주권자인 국민이 행정권력을 지배하는 것 같지는 않다. 주권자가 대한민국을 지배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주권자인 국민을 지배하는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주권자가 국가권력에 지배당하는 모순은 ‘자발적 복종’으로만 설명이 가능하다. 국가권력은 주권자인 국민 개별적 의지로 형성된 일반의지의 표출이어야 한다. 국민의 국가권력에 대한 복종은 자신이 만들어낸 일반의지에 대한 복종이기에 주권의 침해가 아닌 보장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적지 않게 뒤흔들고 있는 명태균씨는 “내가 만든 정권 내가 무너뜨릴 수도 있는거죠. 그게 뭐 대수입니까?”라고 했다. 이는 주어가 ‘국민’일 때만 성립하는 명제다. 주어의 자리를 국민이 아닌 ‘명태균’이 차지하고 있으니 국정농단이 되는 것이다. 국가권력이 주권자의 일반의지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더는 민주주의 정부가 아니다. 주권자의 복종은 자발적 복종이다
디아스포라는 추방과 이산을 가리킨다. 그리스어 diaspeirein에서 유래되었고, ‘~를 넘어, ~를 지나다’라는 뜻과 ‘흩뿌리다’의 합성어이다. 성경에 나오는 ‘출애굽기’에서 유대인들은 아브라함의 후손으로 바빌로니아(이라크)에서 가나안(이스라엘)으로 갔다. 이스라엘에 기근이 생기자 이집트로 피했고, 그곳에서 형제 요셉이 그들을 맞았다. 아브라함과 요셉이 죽은 뒤 유대인들은 노예 상태가 되었고, 이들을 구출하라는 하나님의 명을 받은 모세는 무리를 이끌고 가나안으로 갔다. 모세의 후손들이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북쪽과 남쪽으로 쪼개졌고, 신의 분노로 성전은 파괴되고 유대인들은 세계로 흩어졌다. 디아스포라는 이산과 이주를 설명하려는 연구자들이 만든 용어 즉 연구 분석틀이다. 디아스포라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추방과 이산을 설명하는 언어가 되었고, 의미는 확장되었다. 5세기 강한 국가 사이에 끼인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전쟁과 침략으로 자발적으로 고향을 떠났고, 16세기 노예무역으로 1100만 명에 달하는 아프리카인들이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로 갔다. 18세기 영국식민지 상태였던 아일랜드는 대기근으로 백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경제
수원화성 축성이 끝난 지 228년 만인 2024년 11월 23일, 그들의 이름이 불려졌다.(경기신문 25일자 7면, ‘수원화성 축성 장인 정신 기리며…위패 봉안 문화제 성료’) ‘이자근노미’ ‘노차돌’ ‘김개노미’ ‘전광세’ ‘쇠고치’…수원화성 축성 당시 목수, 석수, 미장이, 와벽장이, 대장장이, 개와장이, 화공, 톱장이로 일했던 민초 장인(匠人)들의 이름이다. 많은 수의 장인들은 이름이 없이 ‘큰놈(大老味)’ ‘50에 낳은 애(五十童)’, ‘기다란 녀석(麒麟金)’ 등으로 장인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름이 없었기에 화성 축성현장에서 등재된 이름이 많았을 것이라고 화성연구자들은 추정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는 화성 성역 모든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화성성역의궤’엔 이 역사적인 공역에 참여한 장인 1821명과 함께 화성성역소의 관리직 376명 등 2197명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 하지만 1796년 화성축성이 완료된 지 228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관광명소가 되어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지만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에 (사)화성연구회가 나섰다. 화성연구회는…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