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안에는 숨겨진 에너지원이 있다. 추울 때는 열을 주고 더울 때는 찬 기운을 불어주는 난방 기기이며 냉방 기기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콘크리트, 대리석, 화강암 등 중량 물질로 구성된 바닥재, 벽체들이다. 이 중량 물질은 단위 체적대비 열용량이 높아서 많은 에너지를 품을 수가 있어 천연 에너지 저장소로 작동한다. 한여름 낮에 대리석 건물에 들어가면 시원함을 느끼는 것은 대리석 표면과 사람의 피부가 복사 열교환을 통해 인체로부터 열을 뺏어가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이 구조체에 흡수된 에너지는 역으로 주변으로 방출된다. 실내공간을 감싸는 구조체와의 복사에 의한 인체의 열 흡수와 방출은 공기에 의한 열교환보다 쾌적감과 건강에 더 좋다. 몇몇 건축가들은 이러한 구조체와 인간의 복사 열교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실내 천정재와 벽체 마감재를 모두 제거하고 콘크리트 표면 그대로 노출되도록 하곤 한다. 천정재나 마감재가 복사 방사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거친 표면의 화강암 보다는 매끄러운 표면의 대리석이 복사 방사율 면에서 더 유리하다. 보기에도 좋고 열쾌적면에서도 좋으니 대리석은 실로 고급 자재인 것이다. 이 천연 에너지 저장소의 순기능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으나
아.. 나도 투표하고 싶다. 보궐선거 없는 지역에 살면서 지금 서울과 부산의 선거전 양상을 보노라면 참담하다 못해 화가 난다. 이유는 첫째로, 후보가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너무 낮 두껍게 한다. “상속받은 땅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사람이 몇 번이나 말을 바꾸다가 이제 와서 “그 땅의 측량현장에 내가 있었다 없었다가 중요한게 아니다”라니 이게 무슨 해괴한 말인가? 문정권의 집값상승은 대역죄라고 몰아세우던 양반이 취임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 재개발을 풀겠다니, 투기광풍을 기대하고 그 지역에 투자를 해놓지 않은 이상 도저히 내뱉기 어려운 말이 아닌가? 부산은 또 어떤가? 오죽했으면 네티즌들이 박형준후보의 재산을 “1일1땅”으로 찾아내고 있는 실태를 일러 박후보가 부산시장에 출마한 이유는 ‘자기도 모르는 숨겨진 재산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한탄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급기야 보도된 박형준후보의 관련재산을 코스로 이어서 방문하는 “탐욕의 성지 순례단”까지 등장했다. 이뿐인가? 박형준후보의 딸 홍대미대 입시청탁 건에 대한 폭로를 보면 대한민국을 뒤흔든 조국 전 장관 딸의 표창장은 참으로 소박하게 비칠 지경이다. 두 번째로 화가 나는 것은, 이런 거짓부렁에도 불구하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2’가 뜨겁다. 그런데 그 작품성에 대해서는 시청자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다. 내용 전개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소재가 너무 자극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우리네 교육이나 정치, 사회 현실의 개연성이 더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 도스토옙스키 등의 고전에서도 반사회적 소재가 단골로 쓰였으니 그리 문제될 게 없다며 맞불을 놓기도 한다. 설령 누군가 이 작품을 ‘갈 때까지 간’ 드라마로 분류하더라도 먼 훗날 그 평가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드라마든 다른 예술 작품이든 사회적으로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는 경계해야겠지만 어쨌든 드라마는 허구이고, 사회적 평가에는 일정한 ‘시간의 세례’가 필요하며, 시청 여부는 결국 시청자가 결정한다는 의견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치, 특히 선거 과정에서도 선거 막판 펼쳐지는 허위사실 공표와 비방으로 드라마처럼 얼룩질 때가 있다. 이 역시 드라마처럼 모두의 주장을 존중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선거는 드라마와는 다르다. 허구가 아닌 현실 그 자체이며, 선거 결과가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아무리 헌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아니면 말고’식의 근거 없는 비방·흑색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미국 인텔이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진출을 선언했다. 반도체 제조의 80% 이상이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권에 집중돼 있다. 그런데 인텔이 반도체 제조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인텔의 결정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미국의 글로벌 전략과 맞닿아 있어 더욱 그렇다. 지난 2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등 핵심부품의 공급망을 재정비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반도체의 주도권을 미국이 가져오겠다는 신호다. 그동안 미국은 메모리 등 반도체를 삼성전자, TSMC(대만) 등으로부터 공급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차량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포드, GM 등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동안 전략적으로 크게 보이지 않았던 반도체에 대해 미국에 새로운 인식을 갖게 했다. 반도체가 자칫 식량이나 원유처럼 확실하게 공급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자국의 이익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위기 의식 말이다. 앞으로 개인 PC, 스마트폰에 이어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완전자율주행차 등에 가속이 붙으면 반도체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반
탐욕과 망상과 사치와 분노를 다스리는 것이 지혜의 원천이다. 만일 네가 진심으로 정욕을 극복하고자 하는데도 불구하고 때때로 정욕에 지배당할 때가 있더라도 너에게는 정욕을 이겨낼 힘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마부가 단번에 말을 세우지 못하더라도 고삐를 내던지지 않고 계속 잡아당기면 말은 언젠가는 서게 되어 있다. 정욕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자는 싸움터에서 백만 군대에 이기는 자보다 위대한 승리자이다. 모든 타인을 이기는 것보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훨씬 낫다. 타인과의 싸움은 언젠가는 질 때가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이기는 자는 영원한 승리자로 남을 것이다. (법구경) 남을 자기 자신처럼 존경하고, 자기 자신을 이기며, 내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 베푸는 것이야 말로 인애의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높은 가르침은 없다. (공자) 젊은이여! 유흥이나 사치 등의 온갖 욕망의 만족을 멀리하라. 설사 온갖 욕망을 완전히 물리치겠다는 생각이 아니더라도, 뒤로 미루면 미룰수록 커지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한 관능의 향락을 절제하고 미룸으로써, 네 즐거움은 더욱 더 풍성해진다. 즐거움이 수중에 있다는 의식은 그
코로나 19의 최대 격전지는 이탈리아다. 작년 초 밀려온 코로나로 밀라노에서는 순식간에 3만 명이 사망했다. 국토는 봉쇄되고 경제활동은 전면 중단됐다. 실업자가 속출했고, 먹을 것을 찾아 길거리를 헤매는 시민들이 즐비했다. 카리타스(Caritas) 수녀회가 운영하는 밀라노의 한 배급소에 식료품을 받으러 나온 65세의 여인 마리아(Maria)는 “참 괴롭네요”라며 수줍어했다. 마리아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는 라 스칼라(La Scala) 오페라 극장 휴대품 보관소에서 일했다. 그런데 오페라 극장이 문을 닫자 생계는 막막해졌다. 미망인 연금으로 월세를 내고 의약품비로 매월 60유로를 지출해야 한다. 로마 한복판에서 생필품 보급차(Ronda della Solidarieta: 연대 순회차)를 기다리는 50대 여인 아나(Anna) 역시 “생활이 어려울 때 가끔씩 오지요. 창피하네요”라고 말한다. 아나는 가사 도우미였지만 코로나로 직장을 잃었다. 집세를 내려면 식비를 아껴야 한다. 노동조합 콜디레티(Coldiretti)에 따르면, 이 여인들처럼 식료품을 보급 받는 사람은 약 370만 명. 전보다 100만 명 더 증가했다.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
학림다방 앞이었다. 다방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양희은의 노래가 걸어 내려왔다. 양희은의 노랫소리는 턴테이블에 감긴 LP판 눈금을 따라 천천히 풀어졌다. 다방 앞 횡단보도 역시 불어난 퇴근길 인파로 감겼다가 풀리기를 반복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이 신문지를 깔고 앉아 술판을 벌였다. 새내기들은 선배들의 기타 반주에 맞춰 김광석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술잔이 부딪칠 때, 대학로의 젊음도 덩달아 참방거렸다. 권이 형은 붐비는 인파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있었다. 그리곤 불쑥 아무 이름이나 불렀다. 그것도 큰 소리로. “희숙아!” 아무도 돌아보는 이가 없으면 다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또 다른 이름을 불렀다. 역시 큰 소리로. “미경아!” 그렇게 아무나 부르는 여성의 이름에 누군가 뒤돌아보면, 비로소 권이 형이 움직였다. “이게 얼마만이냐. 오빠는 잘 있지?” 권이 형은 뒤돌아본 젊은 여성, 혹은 여성의 일행들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권이 형은 처음 본 여성들을 이끌고 가까운 순대국밥 집으로 왔다. 외상장부를 적고 먹는 몇 안 되는 단골집이었다. 단골이라고 해 봐야 극단 소속의 배우들이 전부였지만, 인심 좋은 할매는 추가
2년전 참여하고 있는 한 학회에서 어떤 명상관련 인사를 초빙하여 마련한 강의코너가 있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대표는 낭랑한 목소리로 사례를 바탕으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 이제 마음챙김명상이 주류문화임을 말하였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실리콘벨리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이 마음챙김 명상을 앞다투어 직원들의 근무능력과 사기진작을 위해서 사내프로그램으로 도입하였고 민간 분야를 넘어 미국 공립학교와 군대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하었다. 명상을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유발하라리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명상이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를 구원할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 서술이 연상되었다. 어느샌가 그 문화가 우리의 일상으로 성큼 다가왔다. 명상을 언급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아지고 유튜브 영상들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쉴새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한편으로는 불안과 우울이 늘어가는 현대의 우리에게 거리를 두고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준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달리는 것을 잠시 멈추고 숨결을 느끼게 한다. 명상을 주류문화로 끌어올린데는 40년전 존 카밧진이 만든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 매뉴얼(Mindfull Ba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