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은 적군의 진격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성벽 위의 아군은 적에게 쉽게 노출되어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성벽 위에 다시 낮은 담을 쌓아 아군의 노출을 줄이고 공격하기 위한 장치를 만드는데 이것이 여장이다. 일반 성곽시설에는 내부 여장을 설치하지 않으나 장안문 누각(樓閣)인 장군지휘소 같은 중요한 특수시설에는 성곽 내부에도 별도의 여장을 설치한다. 조선 전기(1451년) 지방 읍성(邑城)의 여장은 높이가 2치(60㎝)와 3치(90㎝)가 주류를 이루고 1치(30㎝)의 낮은 여장도 보인다. 아마 이전 시기에는 높이가 더 낮고 여장이 없는 성곽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임란과 호란을 겪으면서 여장의 중요성이 대두됐지만, 중국의 견제와 경제적 이유로 성곽 자체를 축조하지 못하다가 수원화성이 건설되면서 비로소 여장은 높고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다. 수원화성에서 여장의 종류를 살펴보면 타구(타와 타 사이의 구멍)가 없는 평여장(화성성역의궤 용어)과 타구가 있는 타구여장으로 나눌 수 있다. 평여장에는 화서문의 서옹성 외여장처럼 총안이 있는 것도 있으나 마치 담장같이 총안 없는 여장도 있다. 총안이 없는 여장으로는 서옹성의 내여장과 사대문 육축(陸築)의 측면과 내여장…
광복회가 2005년 11월 29일 백범기념관에서 제2광복 새정신운동을 선포한지 14년이 됐다.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100주년의 역사적인 뜻깊은 해에 광복절 74주년을 맞았다. 이러한 때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한일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대다수 한일 양국 국민들의 우호관계를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에 대한 일본 정치인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과 비인도적인 선택에서 비롯되었음을 분명히 알아야한다. 일본은 이번 사태가 한국이 국가간에 합의한 1965년 한일회담시 끝난 징용 배상을 문제 삼아 내린 조치라며 경제 보복을 정당화하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일말의 반성과 속죄 의식은 티끌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참으로 가소롭고 뻔뻔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경제 보복의 본질을 직시하고 한 뜻과 한 마음을 모으는 계기가 돼야겠다. 국제 사회의 여론도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국가의 긴밀한 공조를 도모하고 호전되는 남북 공조를 기회로, 오랫동안 반민족 친일 기득권 세력의 기형적으로 고착된 항일 양국간 불평등한 산업 체질의 구조 개선에 정부와 기업이 적극 나…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2019’에 따르면 순수 알코올(맥주 4~5%, 포도주 11~16%, 독주 40%)로 환산했을 때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주류 소비량은 2017년 기준 8.7ℓ로, OECD 평균(8.9ℓ)을 약간 밑돈다. 주류 소비량은 2007년 9.3ℓ, 2012년 9.1ℓ 등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른바 ‘주폭’ 등 부정적 음주 문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맥주는 우리나라 주류 소비의 약 60%를 차지하는 술이다. 여름은 이러한 맥주의 계절이다. 소비가 가장 많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맥주는 무더위 갈증을 풀어 주고, 휴가지 낭만을 더해 주며, 추억의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낸다. 더불어 치맥(치킨+맥주)과 소맥(소주+맥주)등 우리만의 독특한 음주문화도 생겨났다. 맥주 성수기 여름철을 맞아 요즘 애주가들 사이에선 ‘카스테라 전쟁’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테라’라는 맥주가 인기를 끌자 오비가 ‘카스’ 가격 할인에 돌입하며 견제에 나서자 소비자들이 붙여준 용어다. 뿐만아니라 오비가 소맥의 브랜드를 선택해서 주문하게 하기위한 전략으로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이란 말을 유
이십년 전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거주했던 적이 있다. 그 때 틈이 나면 가 보던 곳이 워싱톤 DC의 국립 바실리카 성당인데 미국 가톨릭 대학교가 기부한 땅에 지어졌으며 북미에서 가장 큰 성당이기도하다. 평소 가톨릭 전례에 유독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한국이민자 1세대 불교 신자인 초로의 교포와 3시간 이상 소요 되는 성탄 전야 미사에 참여했던 적도 있다. 이 성당의 특색은 세계 각국의 성모상이 자리하고 있으며 특별히 한복 입은 성모상과 안내문이 한국어로 되어 있는 기도실이 있다는 것이다. 노틀담 성당을 갔었던 추억도 수 십년이 지났지만 아직 생생하기만하다. 프랑스의 상징 같은 노틀담 성당의 화재를 보며 인류의 문화유산이 불탄 아쉬움이 크다. 네델란드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보름을 넘게 머물 때 동네의 그 작은 성당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성당 내부도 고풍스럽고 군더더기 없이 멋진 건축은 작고 아담하였지만 영성을 자극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여러번 개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겠지만, 채광과 조명이 초현대적이였으며 소리의 울림도 좋아서 마을의 크고 작은 음악회가 자주 열린다고 했다. 낯선 도시에서 낯선 언어에 둘러싸여 낯선 예배당에 신자가 아니었지만 혼자 앉아 있으면,
영어는 오늘날과 같은 국제화 시대에 세계 공통어로서 단지 시험을 통과하기위한 요구조건을 넘어 이미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국제적 사고이고 문화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외국어를 공부하겠다고 결정한다. 그들은 어떤 공적인 시험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거나, 해외 휴가에서 더 큰 즐거움, 그리고 편리함을 위해서 그렇게 할 수도 있다. 사업가들은 외국어로 된 서신이나 서류들을 다루어야 하고, 연구 인력들은 전문 학술 잡지에 가장 최근 기술발견 이야기들이 발행되자마자 정확하게 기사를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사람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다른 나라의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그리고 해외에서 떠돌아다니는 시사문제들에 대한 상세한 지식을 가져야 할 수도 있어 외국신문들과 전문잡지들을 읽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주가 되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상대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본인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접근 방식을 암시하고, 지적인 확장으로 이어 지기도 한다. 귀로 들었을 때 그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말할 수 있고, 쓸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는…
섬 /오세영 외롭지 않은 것은 섬이라 할 수 없다 망망한 바다위에 저 홀로 깨어 있어 거친 물 성난 바람에도 제자리를 늘 지킨다. 멀리 있지 않은 것은 섬이라 할 수 없다 수평선 아득하게 뭍으로만, 귀를 열고 백년을 하루와 같이 해조음 듣는다. 외롭지 않은 자는 시를 쓸 수 없으리 멀리 있지 않은 자는 시를 쓸 수 없으리 시인도 섬과 같아라, 백지에 뜬 갈매기 폭염 속 섬 열기도 뜨겁다. 안성 시인의 聾山齊(농산제)에서 학회자료들을 챙겨주신 일들이 생각난다. 하나라도 책을 주려고 빼곡한 서재에서 시인의 정신과 사상이 섬세하게 담긴 마음들을 그려보니 울컥 그리움이 더 일어난다. 삶에서 절망의 극한에 치닫게 되면 주검이란 것을 자연적으로 끌어드리기 마련인데 문학의 오솔길에서 슬픔과 회한들이 밀려든다. 외롭지 않으면 시를 쓸 수 없다고 시인은 말한다. 가장 외로울 때, 시는 더 맑아지고, 자신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기억의 재생을 돌려볼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독특한 음감의 시어들을 접하면서 외로움과 막막한 가슴들을 누르기가 버거워 시련의 함정에 들어가지 않으려, 시안에 함몰되어 지혜롭게 이겨 나아간다. 수평선 끝으로 바다는 조용하고, 파도는 잠을 잔다. 시인은…
안전사고·과로로 올해 상반기에만 집배원 9명이 세상을 떠났다. 2014년부터 지난 6월까지 최근 5년 동안 안전사고·과로로 숨진 집배원은 무려 101명이나 된다. 그럼에도 노동조건은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 이에 우정노조는 파업을 예고하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 후 우정사업본부(우본)수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노사 간 입장차는 좁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파업 하루 전인 7월 8일 가까스로 타결에 이르렀다. 합의 내용은 소포위탁배달원 750명 2019년 7월 중으로 배정, 집배원 238명 증원 등이었다. 또 10kg 초과 고중량 소포에 대한 영업목표와 실적평가 폐지, 고중량 소포의 요금 인상 방안 7월 중 마련 등도 포함됐다. 그러나 집배원들은 우본과 우정노조 간 노사협상이 타결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우본의 집배원 노동감소 의지가 전혀 없고 오히려 노동 강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낸다. 노사협의 당시 명절기간 중 한시적 계약택배를 폐지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최근 우본은 다시 전량 수탁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는 것이다. 노조는 "명절 동안에 또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죽어가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5일 오전 서
살아남은 자는 슬프다. 누구나 죽는다지만 짧은 생은 새벽 안개같아 더욱 오랜 그리움으로 남는다. 이승과의 45년 인연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 고(故) 석원호 소방관을 보내는 영결식은 그래서 더욱 ‘짙은 슬픔’이다.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유족들은 치를 떨었을 것이다.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한 당혹감에 동료들은 숨죽여 흐느껴야 했다. 이제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는 그리움만 남겠다. 삶은 죽음이고 죽음은 그리움이 된다. 그래도 살아남은 이들의 생은 계속될 것이다. 슬픔을 도려낸 자리에 ‘석원호’라는 이름 석자를 심고 오래도록 추억하며 사는 삶이 남았겠다. 8일 안성시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열린 영결식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서로의 방법으로 그를 새겼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직에 몸담으며 봉사하는 삶을 살아온 부친을 본받아 소방관이 된 고인에게서 투철한 직업의식과 고결한 희생정신을 봤다”며 “지하에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화마 속으로 뛰어들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참된 소방관이었고 그래서 더 많
2010년 매년 2만5천명이 참가한다는 프랑스 유럽피안 패치워크 박람회 전시를 참가할 때 서양 작품은 퀼트 작품이 대다수였다. 퀼트란 천과천 사이에 솜을 넣어 원단을 만들어 이불등 다양한 제품으로 일상생활에서 사용한다. 현대는 아트 퀼트란 이름으로 예술적 표현을 하는 서양의 대표적 섬유예술 분야다. 그때 한국의 섬유문화를 보자기란 이름으로 처음 국제 섬유무대에 선보였다. 많은 관심을 받으며 성황리에 전시를 마치고 왔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우리에게도 솜으로 넣어 만든 누비라는 섬유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후 전시와 강연을 함께 하는 국제보자기포럼이 만들어 지면서 언제가 국제무대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다양한 작품을 연구했다. 오랫동안 마음먹은 통영누비를 찾아 통영으로 가는 길은 가슴이 설레였다. 통영누비는 이순신장군이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합친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어 임진왜란때 한산대첩을 승리로 이끌며, 왜군들을 물리칠때 수군들에게 입힌 방어용 군복이다. 무명천을 위아래로 두고 그사이에 목화솜을 넣어 0.3㎝ 간격의 잔누비로 한줄씩 한땀한땀 박음질을 하면 가위로 잘라도 올이 풀리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옷감이 된다. 그후 제6대 삼
아르케는 원질(原質), 즉 근원이 되는 물질이란 뜻이다. 우주 만물의 근원이 되는 물질이 무엇이냐는 거다. 고대 희랍의 자연철학자들이 추구했던 학문의 목표였다. 자연철학이 신화적 해석에서 탈피해 이성의 사유(思惟)로써 세상의 근원과 이치를 이해하려고 한 첫 시도였다. 최초의 자연철학자인 탈레스는 아르케를 물이라 했고, 헤라클레이토스는 불, 피타고라스는 수(數)라고 했다. 엠페도클레스는 물·불·흙·공기를 꼽았고, 아낙사고라스는 그보다 많은 원소(종자)들을 꼽았다. 그리고 데모크리토스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라는 의미의 물질로서 원자(原子)론을 제기했다. 플라톤은 ‘티마이오스’에서 이 네 물질을 입체기하학의 도형으로 묘사했다. 가장 덜 움직이면서 가장 안정적인 흙(정6면체)을 입방체로 먼저 배정하고 나머지 도형들 중에서 가장 덜 움직이는 물(정20면체)과 가장 잘 움직이는 불(정4면체), 그 중간인 공기(정8면체)로 배정하는 식이었다. 이 네 물질 분자들은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상호작용을 하며 우주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주는 정12면체다. ‘티마이오스’는 우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