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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15일)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 강원기상청에 따르면 해발 1708m의 설악산 대청·중청봉 일대에 이날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진눈깨비로 바뀌면서 첫눈이 관측됐는데 쌓이지 않아 적설량은 기록돼지 않았다는 것. 첫눈 관측은 지난해 10월18일보다 3일 빠른 것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이르긴 하다. 단풍도 지지 않았는데 첫눈 소식을 접하니 올해도 얼마남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착찹하고 서늘하다. 그러나 작은 위안도 있다. 깊은 산중이 아니라 도시에도 곧 첫눈이 내리고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삶 속에 묻혀 있는 추억을 꺼내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을 회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첫눈이 내리면 삶에 지친 마음도 푸근해진다. 아쉬웠던 순간,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보다는 행복하고 희망있던 시간이 더 생각난다. 그리고 첫눈을 보고 있노라면 팍팍하고 삭막해진 마음엔 한줄기 따스한 바람이 분다.

시인 정호승은 그런 맘을 이렇게 적었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고 했다.

이번 설악산에 내린 눈이 우리 맘에 담고 있는 첫눈이라는 의미를 부여 하기는 부족하다. 하지만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쓸어주는 첫눈의 느낌은 여전하다. 이제 곧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올것이다. “은빛 장옷을 길게 끌어/ 윈 마을을 희게 덮으며/나의 신부가/이 아침에 왔읍니다.”라고 읊은 노천명시인의 시처럼 소복한 첫눈과 함께.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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