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영화가 언제 들어왔는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의 주장이 엇갈린다. 1901년 9월 14일자 황성신문에는 ‘영화속 인물의 활동이 실제 사람들보다 낫다’ (寫眞活動勝於生人活動)라는 제목을 붙인 논설기사가 실려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감상을 적은 일종의 평론이다. 미국인 여행가 엘리어스 버튼 홈스(1870~1958) 일행이 같은 해 서울을 방문했을 때 고종황제를 비롯한 고위 인사들에게 영화를 보여주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때 본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출처가 명확한 자료로서는 국내 영화 상영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며, 첫 번째 평론이랄 수도 있다. 원문에는 영화를 사진(寫眞)이라고 표기했는데, 활동사진(活動寫眞)을 줄여서 부른 용어다. 요즘 표현으로 바꾼다면 대강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사람들이 활동사진(영화)을 보고 신기함에 정신이 팔려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참으로 묘하다고 찬탄하여 마지 않는다. 영화란 곧 촬영한 그림에 지나지 않는데도 그것이 배열되어 움직이는 것이 마치 사람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과 같으니 가히 살아 있는 그림(活畵)이라 할 만하다. 북청(北淸, 중국 베이징)에 전장(戰場)을 펼쳐놓고 군대가 나오는데 걷는 법(足法
‘파르살로스 회전’이란 이름으로 역사에 남은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결전은 카이사르의 완전한 승리로 끝을 맺었다. 당시의 많은 사람들은 그 전쟁은 당연히 폼페이우스의 승리로 끝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무장 보병은 카이사르의 2만 2천명에 비하여 폼페이우스는 4만 7천명, 기병은 카이사르의 1천기에 비하여 폼페이우스는 무려 7천기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폼페이우스 측의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면 축하파티를 하기 위하여 고급음식과 화려한 축하장식을 해두었지만 모두 허사가 되어버렸다. 뒤이어 폼페이우스의 죽음과 카이사르의 영웅화의 길은 더욱 확고하게 이루어져 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승리의 원인은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카이사르에게는 카이사르라는 대장이 하나였지만 폼페이우스에게는 폼페이우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장들이 너무 많았다. 그 대장들은 싸움도 시작하기 전에 저마다 승리후의 논공행상을 놓고 야단들을 치고 있어서 모든 것이 어지러웠다. 또 카이사르에게는 대대 단위로 직접 전투를 맡는 중간 지휘자와 지휘자를 믿고 따르는 병사가 많았지만 폼페이우스에게는 그렇지가 않았다. 더구나 폼페이우스의 대장들은 모두가 잘났다고…
지난 2일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설치)하고, 교육적 해결을 위한 학교장자체해결제가 도입된다. 개정법률안의 주요 골자는 무엇보다 학교에 존재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없애고, 모든 기능을 교육지원청에 설치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이관하여 모든 학생에 대한 조치의 주체를 학교장에서 교육장으로 변경된다는 점이다. 물론, 학교내에 존재하는 학교폭력 전담기구의 기능은 강화되어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은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되며,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회부할지 여부는 학교폭력 전담기구에서 심의하도록 했다. 이처럼, 개정법률안은 학생에 대한 모든 조치의 책임은 학교장이 아닌 교육지원청의 교육장이 지게 되는 구조로 모든 불복절차도 교육장을 대상으로 전개되어 학교의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교사의 업무부담은 여전히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학교내에 존재하는 학교폭력 전담기구의 기능이 강화되어 학교 자체해결의 전제 조건을 전…
질스마리아 /니체 여기에 나는 앉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무(無)를, 선악의 저편에서, 빛을 즐기고 또 그림자를 즐기며, 모든 것은 유희일 뿐 모든 것은 바다이고 정오이고 목표 없는 시간일 뿐. 그때 갑자기, 나의 여인이여, 하나가 둘이 되었다. -- -- 그리고 차라투스트라가 내 곁을 지나갔다…… - 니체 ‘즐거운 학문’/ 책세상, 415쪽 어떤 장소는 마치 나를 기다린 것처럼 맞이해주는 곳이 있죠. 나의 맥동수가 장소의 파동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곳. 나의 생각과 말이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곳. 니체는 질스마리아를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은신처라고 하네요. 알프스 어느 산골 마을의 피서지이고. 해발 1800m의 높이. 발아래 운무가 깔린 곳. 한라산의 백록담만큼 중국의 황산만큼 드높은 자연을요. 같은 곳을 두 번 찾지 않는 사상가가 “7번이나 같은 집”에 묵으며 집필을 한 곳으로 유명하죠. 주체는 ‘여기’에서 무(無)를 기다려요. 무(無). 좋고 나쁨이 없는 상태. 아무 것도 없는 상태. 불교식으로 말하면 해탈의 상태를요. 주체는 ‘빛’
인천의 한 유튜버가 자신의 반려견을 때리고 학대하는 장면을 생방송, 공분을 일으켰다. 해당 유튜버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많은 사람들이 동의 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동물 학대 처벌 강화 그리고 유해 유튜브 단속 강화 청원’은 일주일 만에 13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내 개를 내가 훈육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당당했던 해당 유튜버는 자신의 행위를 사과했다. 아울러 반려견에 대한 소유권을 동물보호단체로 넘겼다는 소식이다. 지금은 ‘반려동물의 전성시대’다. 우리국민 10명 중 3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있단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2018)는 전국 가구의 약 30%인 511만 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있으며, 반려동물 수는 약 630만 마리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150만 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체 가구의 28.1%다. 경기연구원은 앞으로 생활수준 향상과 고령화,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반려동물 보유 가구 수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실제로 지난해 새로 등록된 반려견은 14만6617마리로 이는 1년 전보다 39.8% 늘어난…
경기도가 염천(炎天)을 뚫고 DMZ 155마일을 걷는다. 도가 주최하고 경기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DMZ 155마일 평화의 길을 함께 걷다’를 주제로 20일까지 계속된다. 접경지역을 공유하고 있는 강원도와 국방부가 후원한다. 5일 오전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출정식에는 신명섭 도 평화협력국장과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 박관열·유영호·민경선 도의원, 걷기대원 등 100명이 참가해 평화통일의 의지를 다졌다. ‘올들어 가장 더운 날’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고 참가자들은 분위기를 전했다. 출정식에 이어 걷기대원들은 차량을 이용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로 이동, 15박 16일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인제와 양구, 화천, 철원, 연천 등 강원도와 경기도 접경지역을 거쳐 다시 파주 임진각까지 자그마치 250㎞, 625리 길이다. 국방부 협조로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민통선 구간도 걸으니 몸과 마음 모두 분단에서 통일까지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접경지역 지자체 최초로 마련한 행사라는 점에서 뜻은 더 깊다. 걷기대원은 전국에서 공개모집한 20세이상 65세미만의 남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가 그의 ‘잠언집’ 첫머리에 쓴 말이다. 회갑잔치가 사라지고 칠순잔치도 사라진 초 고령화(高齡化) 백세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마음의 여하에 따라 인생을 짧게도 그리고 길게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하면 일생이,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이에,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 가버리게 된다. 로마제국의 트라야누스 황제때 궁인이었던 시밀리스라는 불편도 불행한 일도 없이 편히 살다가 관직에서 물러나 시골에서 여생을 보내고 임종할 때 묘비에 ‘나는 땅위에서 76년을 머물렀고 7년을 살았다’라고 쓰게 하고는 죽었다. 76년간은 주체자로서의 자기가 아닌 타인의 삶을 살았고 겨우 7년 동안만 진실한 자기의 삶을 능동적이며 적극적 행위자로 살았다는 의미라 여겨진다. 사실 산다는 것은 그냥 사는 것이 아니요 사람답게 사는 것인데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이란 그 모두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한 알의 곡식이나 한 송이의 포도를 위해서는 그것들이 가꿔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곧 과정이 있어야 결과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과정을
요즈음 경제와 안보가 매우 복잡하고 불안한 상황이다. 최근처럼 국민이 불안하게 생각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과거 선조들의 말씀인 고전에는 “나라의 근본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의 뜻이 하늘의 뜻”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경영 철학을 기본으로 국민이 즐겁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 하였다. 이러한 사상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는 말인 주권재민(主權在民)이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 경영 철학은 기본적이고 단순한 것이다. 권한을 갖기 위해 먼저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국가로 부터 안보, 안전, 교육, 보건, 일거리 등을 보장받기 위해 국민의 의무를 다한다. 그래서 국민은 세금을 납부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국가의 정책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공유하고 설득하는 활동을 한 후 공표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은 공평하고 상식의 범주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고민을 하고 다시 한 번 검토하여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특히 시행하기 전에는 더욱 많은 위험 요소를 포함하여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국민대표는
‘엎드릴 복(伏)’자는 너무 더워 사람(人)이 개(犬)처럼 엎드려 있다는 의미를 담은 회의문자다. 가을이 여름 집에 놀러 왔다가 그 열기에 질려 납죽 땅에 엎드려 기를 못 편다는 뜻이다. 여름 한더위를 잘 보여주는 글자다. 예부터 이 시기가 되면 사람들은 복절식(伏節食)을 먹고, 계곡이나 그늘로 피서를 갔다. 그리고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으로 더위를 달랬다. 또 궁궐에선 임금이 종친과 대신, 그리고 각 관아에 ‘얼음 교환권’ 빙표(氷票)를 선물로 주어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했다. 하지만 피서(避署)보다 더위를 극복하는 지혜도 많이 발휘했다. 죽부인과 삼베옷 등으로 여름을 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번 여름도 어느새 초복과 중복이 지났다. 그리고 지역적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고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등 본격적인 무더위가 예고되고 있다. 아무리 냉방시설이 발달했다 해도 여름을 탈없이 견뎌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간단치 않다. 무더위가 일상적 삶을 지탱해주는 평상심마저 앗아가 버리는 탓이다. 그나마 낮에는 그럭저럭 지낼 수 있지만 후텁지근한 밤은 정말 견디기 어렵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자주 깨는 탓에 온몸이 나른하고 피곤하다.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여름의 파리는 개와 미국사람들 뿐’이라는 우스개 속담이 있다. 주민등록증이 파리로 되어있는 사람들이 모두 휴가를 떠나 시내가 텅텅 비어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바캉스다. 바캉스의 어원(語源)은 라틴어의 바누스(vanus)에서 나왔다. 텅텅빈. 공허(空虛)한 뜻이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와 여름방학 시즌이다. 장마전선이 벗어나며 낮 기온이 33도 안팎으로 오르는 여름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폭염특보에 이어 열대야도 지속된다. 요즘 요란한 바캉스보다 차분한 ‘북캉스’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고즈넉한 바닷가서 행복을 찾는 ‘섬캉스’도 있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아 상상력을 키우는 ‘예(藝)캉스’도 있다. ‘북캉스’는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즐길 수 있다. 책읽기는 자신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다. 세상과 소통할 자신만의 고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책읽기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책에 둘러싸여 집안에 머물기를 더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여행이다. 책이 비행기이고 기차이며 길이다. 책이 행선지이며 여정이고 집이다. 요즘같이 짜증나는 무더위를 날리기 위해서도 책읽기를 멈추지 말고 자신의 삶을 확장해 나가면 좋을 듯하다. 자신이 ‘하고 싶거나 되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