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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무인화 시스템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음식점에 설치된 메뉴 자동주문기계 앞에서 팔십은 넘었을 어르신 두 분이 쩔쩔맨다. 돌솥비빔밥을 주문하고 싶은데 기계가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뒤에 줄을 서 있던 나는 어르신께 다가가 주문을 도와드려도 될지 여쭤보자 고맙다며 부탁을 하신다. 기계 한 귀퉁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호출해달라는 문구가 쓰여 있긴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어르신들은 이제 밥도 맘대로 먹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며 속상해 하신다.

그렇다. 세상이 기계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야 척척 알아서 잘 하지만 아날로그로 살아온 세대는 적응하기가 어렵다. 병원이나 은행도 휴대폰에 앱을 깔아 사전에 번호표를 뽑는다. 방식이나 요령을 알면 기다리거나 주저하는 일 없이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좀체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은행업무 중 입출금 정도는 폰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지만 그 밖의 업무들은 어렵다. 어려울뿐더러 잘못 눌렀다간 낭패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조심하게 되고 맘대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그에 따른 지식이나 기계작동은 늘 어려움이 따른다. 용어들 또한 생소하거나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곳이 많아 익숙지 못하다보니 늘 헤매게 되고 자신감 또한 떨어진다.

대중교통이용권은 물론 반찬도 자판기에서 24시간 구매할 수 있고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카페도 있다고 하니 세상이 달라지면서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의 폭도 넓어지고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많이 늘어난 셈이다.

다행이 젊은이가 한 집에 있어 이런저런 일을 도와주고 대행해주니 큰 불편을 없지만 그렇지 못하고 어르신들만 거주하는 집은 불편할 것이다. 얼마 전 아파트 청약을 하는데도 컴퓨터로 집에서 청약신청을 하고 결과 또한 컴퓨터로 확인한다. 이런 말을 하는 나는 아날로그 세대다.

대부분의 복잡한 업무는 은행창구를 이용하고 직접 움직이고 줄서서 기다린다. 시대에 뒤떨어져 사는 자의 부끄러움이고 항변일수도 있겠지만 만만치 않음은 사실이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일들이 현실이 되고 또 거기에 맞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하는데 머리는 까마득하기만 하다.

무인화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일자리를 잃어가는 사람도 많다. 위에서 언급한 대형마트만 해도 음식주문을 받던 두 사람 대신 기계가 주문을 받고 시장 본 것을 결제하는 시스템도 일부는 기계를 통해 손님이 직접하며 가능한 한 그렇게 하도록 유도한다.

물론 마트 차원에서 보면 운영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노동자를 생각하면 딱히 좋기만 한 것은 아닌 듯하다. 4차원의 세계가 열린다고 하고 지금이 그 과도기라고도 한다. 4차원이 무엇인지 4차원 세계가 열리면 어찌 적응하며 살아야하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것 같기는 한데 부담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기계와 사람이 공존하며 사는 세상에서 기계가 우위를 차지한다면 슬픈 일이 될 것이다. 몇 해 전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게임을 기억할 것이다. 비록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기계이지만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듯 사람 중심의 세상이길 바라는 것은 구시대적 낡은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