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온 나라를 갑론을박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가시화돼가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들은 9일 10여 명의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했다. 여당은 판사 출신, 야당은 검사 출신을 추천 후보 명단에 올렸다. 추천위원 7명이 5명씩 총 35명의 후보를 추천하기로 했지만, 정치적 부담으로 고사하는 이들이 많아 최종 후보군에 들어간 이는 10명 안팎에 머물렀다는 후문이다. 공수처는 출범해야 한다. 이제 최대의 관심사는 여야 정치권이 과연 장담한 대로 불편부당하게 만들어낼 것인가 여부다. 더불어민주당 몫 추천위원 2명은 판사 출신인 권동주·전종민 변호사를 추천했다. 국민의힘 몫 추천위원들은 김경수·강찬우·석동현·손기호 변호사 4명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검찰 출신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김진욱 헌재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패방지부위원장, 한명관 전 서울동부지검장 등 3명을 추천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추천한 후보는 즉각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공수처는 ‘윗물부터 맑게 만들’ 역사적인 기구다.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의 모순된 시대를 청산할 귀중한 사법조직이다. 두말할 필
제주도에 해장국집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다소 생소했다. 과거 제주도 출장을 가거나 방문했을 때 아침 해장은 주로 '보말국'이나 '보말칼국수', 숙소에서 조식으로 제공하는 '황태해장국' , '콩나물해장국' 아니면 근처 횟집에서 '매운탕'으로 해장을 주로 했다. 그리고 제주도 향토 음식인 '몸국'도 해장국 역할을 했다. 최근에 제주도에 소고기나 소머리, 그리고 소내장을 음식의 재료로 한 제주식 해장국집이 많이 있으며 애호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이버 검색창에 '제주 해장국' 이렇게 쳐보면 406건의 음식점이 나오고 거기에다 방문객의 평점도 매겨져 있다. 여기에 등록되지 않은 해장국집도 상당히 많이 있다. 왜 이렇게 제주도에는 '해장국집'이 많은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첫째는 아침 일찍부터 배를 타고 나가는 어부나 중산간 농부 그리고 일용 잡부로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해장국을 주된 고객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전날 숙취로 인해 아침 일찍 해장국집을 찾으면서 시내 중심가에 해장국집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독성으로 단골손님들이 많아지면서 해장국집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제주 시내 외부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길거리의 젖은 낙엽들로 새벽바람이 차가운 진도의 아침을 맞는다. 진도는 시(詩).서(書).화(畵).창(唱)이 살아있는 예술의 고장으로 알려진 보배의 섬이다. 제주도가 관광지로서 섬이라면, 진도는 자연의 질서로 정직하고 편안함을 안겨주는 섬이다.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이 섬에 한국시화박물관이 들어선다. 박물관에서는 한국시단의 빼어난 시인과 화가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수석박물관이 자리해 무생물의 수석에 감춰진 내면세계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진도군 임회면 죽림리에 자리잡게 될 박물관은 전시공간과 학생들의 자연탐구로 활용했던 학습공간 등 4천500평이다. 전시공간에는 詩人들의 친필 시와 소설가들의 작품 중 문장아포리즘과 서예가들의 서체와 갤리그라피 등 진귀한 작품들로 채워진다. 박물관의 특징은 인문학 성격을 갖는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문학축제를 가져 단순한 문화공간을 넘어 살아있는 이유를 묻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는 메시지와 사람과 사람의 공간이 될 것이다. 박물관장인 이지엽 시인의 고뇌와 철학이 묻어난 문화예술의 장르간의 소통과 교섭으로 진도군의 문화관광산업 브랜드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이지엽 시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또다시 뜨뜻미지근해지고 있다. 문제가 발생할 적마다 정치권은 ‘때려잡기’식 처벌법 강화만 부르대다가 관심이 식으면 흐지부지해버리는 패턴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아동학대를 막아내는 일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가장 중요한 사명 중의 하나다. ‘대증 처방’이 아닌 ‘원인 처방’으로 가야 한다.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은 놓아둔 채로 처벌법만 강화하는 일은 하지하책(下之下策)에 지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6일 국회 아동학대 관련 온라인 민생 간담회에서 “학대로 숨진 아이만 지난 5년 동안 160명”이라며 “제도가 있지만, 구멍이 너무 많아 빨리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것처럼 어떤 이름으로도 아이에 대한 고통은 옳지 않다”면서 “예방·치유·재발 방지 완비를 위해 법안을 빨리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가 발생할 적마다 정치권은 법률안, 개정안을 쏟아낸다. 지난 9월 14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인천화재 피해 형제’ 참사 한 달 만에 국회에서는 ‘라면형제법(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인천 형제 화재사건 방지법(아동학대처
정치인의 기사는 부음란만 아니면 된다는 말이 있다. 좋은 일은 물론 불편한 사건이라도 기사가 나야 정치인답다는 말로 풀이된다. 혹시 부정적인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 걸러지고 본인의 이미지만 남게 될 것이라는 기대인지도 모르겠다. 언론을 통해 누군가의 기사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뇌리에 간직하게 될지도 모른다. 1889년 3월31일 파리시에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맞이해 열린 만국박람회의 기념 조형물 에펠탑이 세워졌다. 많은 시민들이 탑 건립을 반대했다. 1만5000개의 금속조각, 250만개의 나사못으로 연결한 무게 7000톤 높이 320.75m의 철골 구조물이 고풍스러운 파리의 분위기를 완전히 망쳐 놓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년이 지난 1909년 다시 철거논의가 거세졌지만, 탑 꼭대기에 설치된 전파송출장치 덕분에 살아남았다. 이후 시민들이 날마다 보는 에펠탑에 정이 들었다. 그래서 단지 자주 보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증가하는 현상을 '단순노출의 효과' 또는 '에펠탑 효과'라고 한다. 정치인의 기사도 그러하니 광고는 더욱 중요하겠다. 요즘에는 아예 대놓고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한다고 알린다. PPL(product placement advertise
김경수 경남 지사가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 선고를 받았다. 2심 재판부는 업무방해 혐의는 인정했지만, 공직 선거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여기서 재판부의 법리적 판단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김경수 지사가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음으로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권 판세의 변화에 대해서다. 물론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있지만,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김경수 지사의 대권 도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경수 지사는 정통 친노이자 정통 친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2심 판결에서 무죄가 나왔더라면, 민주당 대선 판도는 요동칠 수 있었다. 친문의 입장에서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정통 친문 중에서 차기 대권 후보가 나오길 바랐을 것이다. 이런 후보가 있으면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김경수 지사는 상당히 주목할 만한 인사였다. 그런데 2심까지 유죄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친문들은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민주당의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즉 이낙연 대표나 이재명 지사는 정통 친문이 아니기 때문이
나는 1964년 전남 장흥에서 별 볼일 없는 둘째 아들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당시에는 누구나 그러하듯이 가난한 집안의 장남은 육사와 법대를 인생의 목표로 길러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공부를 잘한 것이 더욱 나를 보수적이고 출세지향주의적인 밥맛없는 인간으로 키워놓았다. 1979년 10월 박정희가 죽던 날 나는 "민족의 태양이 졌다!" 고 일기에 썼다. 1980년 5월 광주 시민군이 목포에 왔을 때 나는 고등학교 동기들을 막아서며 "이러면 안 된다. 이건 간첩의 선동에 휘둘리는 것이다." 고 말렸다. 고백컨대 그런 인간이었다. 리영희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우상과 이성>은 내 인생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나는 억울하고 분했다. 지금까지 내 인생은 온통 우상 덩어리였다. 그제야 김지하의 오적이 보였고 전태일이 보였다. 내가 난장이였던 것이 보였다. 그제야 베트남이 중국이 미국이 북한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날짜가 기억이 없지만 84년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오셨다. 지금은 없어진 운동장에서 제자들과 체육대회를 했다. 나는 먼발치에서 선생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다. 선생님 수업을 듣고 싶어서 3, 4학년 전공수업인 신문평론
‘간판을 새로 달고 몸집을 키웠는데도….’ 요즈음 소방청과 소방공무원 처우를 보면서 드는 느낌은 기존과 크게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몇 해 전 화재 진압을 마친 한 소방관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 변변한 휴식 공간이 없어 앉은 채로 잠이 든 소방관 등 일선 재난·화재 현장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땀 흘리는 소방관들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그렇게 모아진 걱정 어린 관심은 3년 전 중앙소방본부가 국가기관인 소방청으로 승격하는 등 결과로 이끌어냈고 올해 4월이 돼서야 소방공무원 신분도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그렇게 소방공무원 처우가 금방이라도 개선되고 소방 근무 환경을 좋아질 것처럼 보였지만, 열악한 근무 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전국에서 근무하는 6만1000여 명의 소방공무원 처우는 물론 소방행정을 총괄하는 소방청 본청에는 고작 2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소방차와 소방헬기, 소방정 등 전국 소방관서에서 보유한 크고 작은 소방장비만 1만 대가 훨씬 넘는다. 정부 부처 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소방청 내에 1개 부서가 이를 담당하는데 11명이 전부다. 국민 생명 보호와 직결되는 화재예방…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미국 제46대 대통령 선거가 민주당의 조 바이든(Joe Biden)의 승리로 귀결됐다. 공화당 트럼프 현 대통령이 즉각 승복하지는 않았지만, 결과는 뒤집히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미국의 권력 변동은 곧 세계 정치지도의 격변을 뜻한다. 한미동맹이 국가경영의 핵심요소인 우리로서도 운명적인 변화를 잘 받아들여야 한다. 다른 그 어느 때보다도 ‘실용주의 정신’으로 재무장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문제점이 적지 않은 외교역량의 업그레이드가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8일(한국시간) 오전 현재 펜실베이니아 선거구에서 역전하며 선거인단 279명 확보한 바이든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당선인으로서의 감회와 포부를 밝혔다. 바이든은 연설 앞부분에서 “우리가 전 세계에서 다시 존경받는 국가가 되도록 만들겠다”면서 “다시 한번 미국은 더 정의로운 나라가 됐다”고 언급해 트럼프의 가차 없는 ‘미국 우선주의’에 시달려온 세계에 청신호를 보냈다. 바이든은 “진보와 보수, 남녀노소, 도시와 농촌, 성 소수자, 원주민, 라틴계, 아시아계, 흑인 등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그런 정치적 연합을 구축했다”고 강조해 미국이 세계의 리더국가로서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지구촌의 집중 조명을 받아온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여진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후보들에게는 잔인할 수 있지만 드라마라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초대형 흥행작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출연자 1억6천여만명에 천문학적 자금 투입은 기본이고, 우편투표, 초경합주(펜실베니아 등), 체면 구긴 여론조사, 배럿 대법관, 총 든 유권자, 코로나, GDP(국민총생산) 등 주연급 조연도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출연 배우가 워낙 많아 관객들도 보는 각도에 따라 맛이 달랐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선거 흥행에 공신을 꼽으라면 단연 트럼프 대통령이 1순위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미국 대선이 이토록 나라 안팎에서 관객을 모은데는 지난 4년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거침없고, 때로는 기행적인 듯한 리더십, 목표가 정해지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뚝심 등등이 주효했다. 그가 대선 과정에서 문제 삼았던 우편투표의 위력은 기우가 아닌 정확한 혜안(?)이었음도 입증했다. 특히 승패를 떠나 그는 지난 4년전부터 이번 대선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어떤 것인지를 세계에 넓고 깊게 각인시켰다.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말과 행동으로 78억 인류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