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 가?” 자반고등어를 구워놓고 검찰청 앞으로 뛰어간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나를 보고 의아하게 묻는 아들은 항해사다. 코로나로 인해 일 년가량 배에서 내리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2주 동안 자가격리 생활하더니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휴가 기간이라도 아들과 밥 먹으려는 계획이 어긋났다. 슬며시 짜증이 올라온다. 촛불정부가 들어섰어도 또 일인시위다. 대한민국 국민 노릇 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이제는 불의한 꼴을 더는 안 보겠구나’ 싶었다. 돌이켜보면 그 ‘불의한 꼴’의 대부분은 법을 집행하는 검찰의 소행이었다. 검찰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에는 없다. 일제강점기에서 현재까지 검찰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존재했다. 항일독립군에서 민족주의자, 학생, 야당 인사, 진보단체 등 시기에 따라 사냥감만 바꾸어 권력에 충성했다. 간첩 조작은 물론 유서 대필로 몰아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하기도 했다. 편파 수사와 여론몰이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악행도 똑똑히 보았다. 그런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는 철저했다. 김학의 동영상에 맹인행세까지 하던 코미디도 기억한다. 그들의 정
더불어민주당이 개혁 입법 추진과정에서 미뤄두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의 12월 임시국회 상임위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정기국회 처리를 미룬 일로 정의당 등으로부터 모진 비난을 받아왔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페이스북에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그 책임을 강화하는 법을 최대한 이른 시기에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늦은 만큼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부작용을 철저히 차단한 이상적인 입법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산업재해 유가족은 지난 11일부터 국회 본청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해 있다. 정의당과 중대재해법 제정 운동본부는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향해 연내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CJ E&M에서 사망한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 등 유가족도 단식에 들어갔다. 중대재해법 제정의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사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무려 23년간이나 부동의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산재 사망자는 연평균 2천400명에 달
◇흉노에게 공격당하는 한나라 중국에는 하서주랑(河西走廊)이라는 곳이 있다. 하서(河西)라는 약칭으로도 불리는데 주랑(走廊)은 복도, 또는 회랑 등을 뜻한다. 중국 감숙성(甘肅省)은 성도(省都:성의 수도) 난주(蘭州)에서 돈황(燉煌)까지 서북쪽으로 좁고 길게 이어져 있는데 이 하서주랑 때문이다. 황하 서쪽 감숙성(甘肅省) 서북부의 기련산(祁連山)이 북쪽을 가로막고 있고, 합려산(合黎山)이 남쪽을 가로 막고 있는데, 난주에서 신강(新疆) 가까운 돈황까지 1천여 1천여 km의 긴 회랑이다. 하서주랑은 황하의 서쪽 지류가 흐르는 복도라는 뜻인데, 북쪽은 산맥 아니면 내몽골 몽케 텐그리(騰格里“Monke Tengri)사막이 펼쳐져 있고, 남쪽으로는 청해성 주랑남산(走廊南山) 등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하서주랑을 통하지 않고는 서역(西域)으로 갈 수 없었다. 서기전 2세기 경 이 하서주랑을 장악하고 있던 인물이 기락 김씨의 조상이라는 김일제(金日磾)의 부친 휴도왕(休屠王)이었다. 흉노는 황제인 선우(單于) 아래 좌현왕과 우현왕이 있었는데, 휴도왕은 우현왕이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쪘다는 뜻의 ‘천고마비(天高馬肥)’를 우리는 ‘독서의 계절 가을’을 뜻하는 말로 사용하지만
“말 그대로 믿을 건 국민의 힘 밖에 없다.” 요즘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는 자조섞인 말이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톤) 등으로 저지를 해보려 하지만 174석을 가진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어쩔 수 없다. 공수처법도 그렇게 통과됐다. 공수처법 지뢰가 터진 포연속에 윤희숙 의원은 12시간47분이라는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 국민의힘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서 위풍당당했던 모습들을 생각하면 좀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억울하면 출세하라 했던가. 국민의힘은, 좀 멀리는 1990년1년22일 3당 통합으로 공룡이 된 민주자유당(218석)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했다. 2004년 3월12일에는 한나라당 간판으로,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과 함께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경호권으로 묶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가 갑과 을의 위치만 바뀌지,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현재 여야의 희비는 2017년 대선과 올 총선에서 갈렸다. 만약 국민의힘이 현상을 타파하려면 2022년 대선이나 다음 총선을 기약하는 수 밖에 없다. 시련에 대응하는 요령은 두가지다. 첫
시집을 발간한 후배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자 우체국을 들렀다. 창구 여직원이 반기면서 새해 캘린더를 선물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세월이 고개를 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세월은 모든 것 위에 있다. 작가로서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한 해의 삶이 어떠했는지? 자문하게 된다. 누군가는 ‘인간은 덧없는 이슬의 자식’이라고 했다. 나이 숫자가 불어날수록 삶이 두루마리 화장지같이 끝으로 갈수록 더욱 빨리 사라지는 것 같다. 지금은 살아 있는 자로서 누군가에게 감사드려야 할 때다. 그동안의 12월은 쉼 없이 달리는 고속열차의 뒷모습같이 속도감 속에서 정신없이 보냈다. 문학단체의 행사를 비롯하여 망년회, 향우회, 동창회, 직장 모임 등 술기운 속에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12월은 투명한 마음으로 보내야 한다. 정직한 시력으로 사람과 사회를 보면서 지금껏 어떻게 열두 달을 살아왔는지 성찰하며 참회하는 마음이어야겠다. 먼저 코로나 19라는 역병으로 생명을 잃은 영혼과 가족들을 생각할 일이다. 뒤이어 코로나라는 뿔 달린 바이러스의 침해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수고한 방역 당국과 정부에 감사할 일이다. 또한 한국의 의료 수준을 세계에 알려 거의 존경에 가깝도록 우러름…
막힌 남북관계의 재개는 물론 남북교류협력의 활성화 그리고 남북경제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북한 핵문제 해결의 프로세스가 정상괘도에 들어서야 가능함을 우린 모두 잘 알고 있다. 명의는 병의 원인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가지고 처방을 내 놓는다. 30년을 끌어온 북한핵문제도 그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바르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의 정치인과 대북정책 전문가들, 그리고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들은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원인을 북한정권이 세습독재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 보유에 집착하고 이를 위해 전략적 도발을 한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사실 북한이 헌법을 수정하면서 까지 핵무기 보유국가임을 강조하는 등 그들의 주장을 표면적으로 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협상을 직접 경험했던 우리 정부 관료들과 전문가들은 그 책임을 미국측의 무지와 독선, 우리 정치권 및 많은 대북전문가들의 현실안주적 미국 의존성과 편견, 그리고 용기의 부재에서 찾는다. 한마디로 북한 핵문제 해결의 걸림돌은 북한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신들을 불량국가, 폭정의 전초기지, 악의 축 등 비정상 집단으로 간주하고
코로나19는 시민들의 일상을 크게 변화시켰다. 시민들의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는 패러다임으로 삶의 틀이 급변하고 말았다. 비접촉(언택트)이 새로운 일상(뉴노멀)이 되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으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음식 배달서비스가 외식을 대체하게 된다. 음식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압도적 다수가 주문배달 대행서비스, 약칭 ‘배달앱’을 이용한다. 수도권공정경제협의체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수도권 외식배달 음식점 점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배달앱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96%가 배달앱을 이용해 주문을 하고 있다. 배달에 응하는 음식점들도 평균 1.4개의 배달앱에 가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렇게 주문과 배달의 길목을 외국자본인 독일회사가 ‘사실상 독점’한 배달앱이 음식점과 시민들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잘 연결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상기 조사에서 배달 음식점 10곳 중 8곳은 배달앱 업체의 광고비와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아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음식 가격을 인상하거나 고객들에게 배달료를 부담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민간 배달앱 이용 시 발생하는 가맹점 수수료도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검사선서”(대통령령 제21344호)의 핵심내용이다. 소리 내서 읽다 보면 없는 존경심도 싹튼다. 국민을 섬기기 위해 자신의 명예까지 걸겠다는 대목에서는 뭉클해지기까지 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소방관 같다고나 할까.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선언문에 적힌 다짐을 흔들림 없이 실천해내는 검찰의 모습이다. 놀랍고 존경스럽다. 1.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찰 임은정 검사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2012년 반공법 재심과 민청학련 재심사건에서 검찰 수뇌부의 지침을 무시하고 무죄를 구형했다. “권력의 채찍을 맞아가며 시대의 어둠을 헤치고 걸어간 사람들”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자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찰’이 등장했다. 검찰은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검사에게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검사로서 체면과 위신을 손상했다는 게…
온 세상을 분노케 했던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이 12일 새벽 출소한다. “피해 아동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려 놨는데 12년 형기는 너무 짧았다”는 여론이 들끓는다. 지금은 정리됐지만, 조두순의 형기 결정에 영향을 끼친 ‘주취 감경’에 대한 불만도 다시 곱씹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른바 ‘조두순 감시법’으로 불리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아동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은 필요하지만, 15년 전 폐지된 반인권적 ‘보호감호법’ 부활을 외치는 등의 과잉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두순은 지난 2008년 12월 경기 안산 단원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를 납치해 화장실에서 잔인하게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당시 이미 강간과 살인 등으로 전과 17범인 상태였다. 검찰은 범죄의 잔혹성과 조두순의 전과를 고려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주취 감경을 적용해 2009년 징역 12년을 확정했다. 조두순은 출소일부터 7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하며 5년간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신상정보가 공개될 예정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조두순 방지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