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힘없고 배고픈 사람들은 스스로 잡초 같은 인생이라고 자조(自嘲) 섞인 말을 한다. 얼핏 잡초야 말로 무용지물로 보인다. 이름도 없고 볼품도 없고 소용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잡초요, 잡풀이다. 그런데 잡풀에도 꽃이 맺힌다. 소위 이름 없는 풀꽃이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잡초와 잡목은 하찮은 지상의 존재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무시한다. 무시할 뿐 아니라 함부로 밟고 지나간다. 그래도 살아나는 게 잡풀이요, 잡목들이다. 잡초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인한지 알고 싶다면 잠시 시골 땅에 내려가 보면 안다. 요즘 농촌에 빈 집이 많다. 집도 사람이 살 때 비로소 가옥노릇을 한다. 빈집을 석 달만 버려두면 폐가가 된다. 제일 먼저 잡풀 잡목들이 달려든다. 그들이 폐가를 뒤덮는다. 잡풀이 키를 넘어서면 인력으론 그들을 제압할 수가 없다. 뽑고 뽑아도 돌아서면 또 다시 잡풀 잡목이 자라난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멸망하면 제일 먼저 번성할 것이 잡초들이라고 한다. 그 잡초 잡목들도 가지가지다. 땅에 붙어사는 식물, 민들레 같이 겨우 잎을 피우고 꽃을 만드는 잡풀이 있는가 하면 갈대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는 잡풀도 있다. 그러고 보니 잡풀들이야 말로 우리 인간들의 삶
‘신문 보며 배우네. 나무도 숲도 읽어 내는 안목(眼目)’ 제63회 신문의 날을 알리는 슬로건이다. 아무리 인터넷 세상이라지만 활자 신문만큼 세상을 고주알 미주알로 캐내어 알릴 수는 없다. 급류를 타는 변화가 빠른 세상이라도 방향키를 잡아주는 것은 신문뿐이 아닐까. 매일 착 펴면 척 보이는 세상, 신문에서 알아차릴 수 있다. 지방분권시대다. 우리가 사는 곳이 중심이다. 중앙정부가 움켜쥐고 있던 행정권력이 지방으로 분산돼 실질적인 지방자치시대를 열어간다. 아직도 미흡하지만 지역신문이 목소리를 높여 그 역할을 해야 한다. 1300만 인구를 가진 대한민국 최대 광역도시 경기도는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을 위해 한 단계 발돋움하려고 한다. 그 당위성을 널리 알리고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야 한다. 광역자치단체에 걸맞은 지역신문이 뿌리를 내려야 하는 이유다. 지역신문은 우리 지역사회의 거울이다. 신문은 공기(空氣)이자 공기(公器)다. ‘독(毒)을 퍼붓는다. 소리 없는 입으로 낯은 두꺼울수록 유리하다.(중략) 험난한 언어들이 판을 치는 꿈에서도 구경 못한 세상(후략)’ 어느 시인의 신문이란 제목의 시구(詩句)다. SNS시대에도 전통적인 신문의 역할에…
노을 속으로 /이성목 하늘을 날아가는 새 그림자가 땅바닥에 나뒹굴며 매달려 간다 몸이 시커멓게 멍든다 고통이 공중을 가득 채운다 훨훨 날아오르는, 새털 같은 생이란 없다 소실점을 향하는 새 그림자가 닳아서 없어질 때까지 새는 하늘을 몇 번이나 움켜쥐었다가 놓았을까 발톱이 박힌 곳마다 붉게 핏물이 스며 나온다 피 흘리지 않고는 사라질 수 없는 목숨이 몸 안에서 두근거린다 새가 머리 위를 지나가는 순간인 듯 - 이성목 시집 ‘함박눈이라는 슬픔’ 훨훨 날아오르기만 하는 생이 어디 있겠는가. 노을 속 소실점을 향하여 날아가는 새의 그림자처럼 땅바닥에 나뒹구는 생이 있을 뿐이다. ‘하늘’같은 권력(權力)이나 재력(財力) 혹은 무력(武力)이라도 마침내는 모두 그 그림자마저 닳아 없어질 뿐이다. 우리는 그런 ‘하늘’을 잡아보려고 몇 번이나 핏물을 흘렸던가. 그럼에도 여전히 ‘목숨’은 두근거린다. 그런 삶이 곧 생의 의미라는 듯 ‘목숨’은 풀이 죽지 않는다. 생이 가볍거나 무겁거나, 잘 나거나 못나거나, 잘 살거나 못살거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는 두근거리는 &l
5년 전 4월 16일, 온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한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수학여행 중이던 안산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도 진실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이 규명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추모행사가 열렸다. 희생자가 가장 많이 나온 안산에서는 이날 오후 3시부터 화랑유원지에서 사단법인 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재단이 공동 주관하는 대규모 ‘기억식’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시는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되새긴다”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철저히 이뤄질 것”이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생명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선언하는 공간인 ‘4·16 생명안전공원’도 빠르게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추모의 마음은 여야가 따로 없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가슴 속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계시는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 시작 전 세월호 희생들을 위해…
극악한 ‘묻지마 범죄’가 또 발생했다.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마구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숨진 사람은 12세 여자 어린이 등 5명이며, 남성은 70대 노인 한명 뿐으로, 범인은 약한 사람만 골라 살해했다. 범행은 매우 잔혹했다. 범인은 미리 준비한 흉기 2개를 사용해 여기저기서 대피하는 주민들을 마구 살해했다. 죽지는 않았지만, 병원에 실려 간 사람 중에 최소 5명은 흉기에 다쳤다. 적어도 10명이 범인의 흉기를 피하지 못한 셈이다. 더욱 놀랍고 안타까운 점은 범인이 이미 1년 전부터 수차례 난동을 부리고 주민을 위협·폭행했는데도 경찰이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범인의 바로 위층에 살던 최모(18) 양은 평소에도 범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위협을 받아 가족들이 집 앞에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했지만 이번에 결국 흉기에 찔려 숨졌다. 범인은 이외에도 이웃집에 오물을 투척하고 욕을 하거나 폭행하는 일들이 있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도저히 대화가 안 된다며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당시 경찰이 적극 대처를 했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가슴통증으로 쓰러진 환자의 가슴에 볼펜을 꽂아 응급처치를 하는 장면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기흉’이란 질환을 모티브한 것으로, 기흉이란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강 내에 여러 원인으로 인해 공기가 차게 되어 호흡곤란이나 흉부 통증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기흉은 어떤 병인가요? 우리 폐는 수많은 매우 작은 풍선들이 모이고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큰 풍선을 만들고 있는 장기라고 할 수 있다. 기흉은 이런 작은 풍선들 중 일부가 터져서 폐안에 있는 공기가 새고, 이로 인해 폐는 짜부라지고, 새어 나온 공기는 가슴 안에 고이는 질환이다. 기흉이 발생하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숨도 차게 되어 대부분 심각해지기 전에 병원에 오지만, 드물게 새어나온 공기의 압력이 갑자기 커져 주변의 심장이나 혈관을 누르게 되는, ‘긴장성 기흉’이라는 응급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기흉의 주 원인은 무엇인가요? 기흉은 크게 일차성 기흉과 이차성 기흉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각각 원인이 다르다. 먼저 일차성 기흉은 주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에게서 잘 생기는데, 이런 환자들은 보통 키가 크고 깡마른
파리 센 강의 시테 섬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성당이 서있다. ‘노트르담’이다. ‘우리의’ 라는 뜻 ‘Notre’와 ‘귀부인’ 이라는 ‘Dame’이란 두 단어가 합쳐진 이름으로 ‘성모 마리아’를 의미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시테섬은 파리의 시작이자 중심이다. ‘파리’란 이름도 시테의 켈트족(族) 원주민 ‘파리지(Parisii)’에서 따왔다. 프랑스 왕국이 가톨릭을 국교로 채택한 뒤 로마의 식민지배 때 세워진 시테의 주피터 신전은 무너졌고 1163년 그 자리에 노트르담 대성당이 세워 졌다. 파리의 주교였던 모리스 드 쉴리에 의해서다. 1320년경에 공사는 끝났으나 건설 도중과 완성 후에도 대성당은 많은 역사적인 사건의 무대가 되었다.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잔다르크의 명예회복 재판(1455년)이 열렸고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때는 비참한 수난을 겪었다. 3개의 성당 출입문 위 일렬로 늘어선 28개의 성경 속 유대 왕 입상(立像)과 종(鐘)이 모조리 끌어내려져 산산조각이 났을 정도다. 그 후 나폴레옹 1세가 미사를 부활시키고 자신의 대관식을 이곳에서 거행하면서 지위를 되찾았다. 노트르담이 세인의 관심을 다시 받은 것은 1831년 출간된 빅토르 위고의 소설…
17세기 중국 명청교체기에 어떻게 100만명에 불과한 만주족(여진족)이 백배가 넘는 1억명의 중원을 정복하고 지배했는지 미스테리다. 물론 다양한 분석이 제시된 바 있는데, 가장 설득력이 있는 설명으로 지도자의 식견과 포용력, 그리고 실용주의를 들 수 있겠다. 여진이 여러 부족으로 갈라져 있던 16세기 말 건주여진의 추장이던 누르하치(청태조)가 여진 부족들을 차례로 정복해 통일하고 후금을 세웠다(1616년). 그 후 홍타이지(청태종)에 의해 청나라가 세워지고(1636), 강건성세(康乾盛世)라 불리는 강희제와 건륭제까지의 138년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맏아들이 아니었다. 홍타이지는 8남, 순치제는 9남, 강희제는 3남, 옹정제는 4남, 건륭제는 4남이었다. 순치제의 숙부로 실질적으로 명을 멸망시킨 도르곤은 누루하치의 14남이었다. 홍타이지가 청나라 황제에 오를 때는 친형인 다이산까지 나서서 홍타이지에게 황위에 오를 것을 권하였다. 장남이 황위를 계승하는 명에 비하여 실력이 있는 자에게 황제자리를 맡김으로써 국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었다. 홍타이지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명의 장점을 배워 나라를 정비했다. 명나라에 의해 고비사막 이북으로…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정일근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이뤄지지 못할 사랑처럼 아프게 사라진다 생의 엔진을 모두 끄고 흔들리는 파도 따라 함께 흔들리며 뜨거운 햇살 뜨거운 바다 위에서 떠나간 고래를 다시 기다리는 일은 그 긴 골목길 마지막 외등 한 발자국 물러난 캄캄한 어둠 속에 서서 너를 기다렸던 일 그때 나는 얼마나 너를 열망했던가 온몸이 귀가 되어 너의 구둣발 소리 기다렸듯 팽팽한 수평선 걸어 내게로 돌아올 그 소리 다시 기다리는 일인지 모른다 오늘도 고래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에서부터 푸른 어둠이 내리고 떠나온 점등인의 별로 돌아가며 이제 떠나간 것은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지금 고래가 배의 꼬리를 따라올지라도 네가 울며 내 이름 부르며 따라올지라도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사람의 서러운 사랑 바다로 가 한 마리 고래가 되었기에 고래는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 아니라 놓아주어야 하는 바다의 사랑이기에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들으며 정일근 시인의 시를 읽는다. 시인은…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첨탑과 지붕이 붕괴했고, 내부의 유물도 상당 부분 소실됐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첨탑 보수공사를 위해 설치한 비계의 상부 쪽에서 불길이 시작돼 내부 목재 장식 등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 문화유산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하루 평균 3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관광명소이다. 성당 내부에는 ‘장미의 창’이라는 이름의 스테인드글라스, 대형 파이프오르간, ‘에마뉘엘’이라는 이름의 종 등 유물이 있고, 성 십자가, 거룩한 못 등 가톨릭 성물이 상당수 보관돼있다. 목재만 해도 가장 오래된 것은 1160년경 벌목됐다. 860년 가까이 버텨온 목재 구조물들이 한순간 화재로 허망하게 사라진 것이다. 이번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지난 2008년 2월 10일 밤에 발생한 국보 1호 숭례문 화재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국민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영욕의 역사를 지켜본 대한민국의 상징 숭례문이 순식간에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봤다. 이보다 앞서 2005년에는 강원도 양양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식목일인 4월 5일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