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막다 - 하멜서신 /신덕룡 길이 떠나고 난 자리가 온통 구멍이다. 언제 떠난다는 어디로 간다는 귀띔조차 없었으니 애시당초, 길은 내 안에 속해 있지 않았던 거다. 여운조차 남기지 않은 길이 빠져나간 내 몸의 사방은 왜 이리 깊고 어두운가. 오래전에 덮어둔 채 던져놓은 어둠 속에서 침묵과 침묵이 몸을 부딪쳐 흠집내며 질러대는 아우성이 이와 같은가. 그러니 숨죽이고 느닷없이 사라진 발자국 소리, 부재의 흔적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길 끝에도 더듬더듬 찾아야 할 길이 있다고 믿으면서. - 신덕룡 시집 ‘하멜서신’ 애시당초, 우리에게 길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모두 없는 길을 만들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어둠 속에서 표류하면서 더듬더듬 지탱해온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길마저 나에게서 떠나버렸다고 생각해보자. 발을 디디는 곳마다, 내미는 곳마다 온통 구멍투성이일 것이다. 움푹움푹 빠져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것이다. 마침내는 어둠 속에서 견뎌내야 했던 침묵들이 터져 나오며 아우성을 칠 것이다. 그 아우성에 귀를 막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귀를 막고서라도 우리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트 부지로 어제 용인시 원삼면 일대가 최종 결정됐다. 그동안 정부가 관계부처와의 신속한 협의와 수도권 정비위원회 심의 등을 완료해 클러스터 조성계획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공장 설립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제조공장 건설에 필요한 약 448만㎡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산업부에 수도권 산업단지조성을 요청한 바 있다. 반도체 클러스트 부지 조성을 위해 신청한 부지는 원삼면 일대의 약 448만㎡(약 135만평) 규모다. 10년간 120조원이 투입되며 오는 2022년 완공예정이다. 그동안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놓고 이천과 충북 청주, 충남 천안, 경북 구미 등이 유치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측은 서울과 가깝고 교통여건이 탁월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용인이 최종 선택됐다. 삼성전자의 기흥사업장도 가까이에 있어 반도체 집적단지 조성에도 유리한것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해당 부지는 국내외 우수 인재들이 선호하는 수도권에 위치해 있고, 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중소기업 협력 생태계 조성이 용이하며, 반도체 기업 사업장(이천, 청주, 기흥, 화성,
수원시의회가 26일 “화성시가 추진 중인 화장시설 ‘함백산 메모리얼파크’건립에 대다수의 의원들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수원시와 화성시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상생의 방안을 도출하도록 적극 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조명자 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화장률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화장시설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 화장시설이 없는 지자체 주민들은 10배 이상 비싼 관외요금을 내고 화장예약 후순위로 밀려나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건립하고 장사 시설에 문화 요소를 융합한 신개념 추모공원으로 조성한다면 도시 간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시설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함백산 메모리얼파크 조성계획에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해 온 서수원주민들은 이 같은 수원시의회의 입장 표명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2011년부터 추진해온 함백산메모리얼파크는 화성시 매송면 숙곡리 일대에 화장로 13기와 봉안시설, 자연장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화성·부천·광명·안산·시흥·안양시가 사업비를 분담한다. 이들 지방정부는 자체 화장시설이 없어 인근 지자체의 화장장을 이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에는 안양시도
최근 정치인들의 막말은 국민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리게 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의 ‘반민특위가 아니라 반문특위’의 해명기사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대변인인 그는 “BBK에는 주어가 없다”라고 했으며, 2004년 주한일본대사관이 주최한 자위대 창립행사 참석에 대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기자의 질문에 “자위대 행사”라고 말하고 행사장에 입장한 동영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위대 행사인 줄 몰랐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이어 ‘반문특위’ 논란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국어 실력들이 왜 이렇게 없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반문특위 해명, 한국인이 가질 수 없는 국어실력”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전쟁의 후유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1948년의 어느 날이었다. 윈스턴 처칠은 옥스퍼드 대학의 졸업식에 축사를 요청받고 연단에 섰다. 비록 제국의 위용은 빛바랜 깃발처럼 찾아보기가 힘들었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의 등장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가 예정된 30분 동안 무슨 말을 할지 모두가 귀를 세우고 있었다. 연단에 선 처칠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는 이탈리아의 로마에 있는 바티칸시국으로 면적 0,44㎢에 인구는 약 900명이다. 천지창조를 비롯한 신비로운 그림과 조각상을 보기 위해 바티칸 박물관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의 입장료로 풍부하게 생활하지만, 공개하지 않아서 소득은 모른다. 공식적인 1인당 국민소득 1위는 17만 달러인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있는 리히텐슈타인으로 160㎢의 면적에 3만7천800여 명이 살고 있다. 2위는 모나코, 3위 룩셈부르크로 8위 안에 노르웨이와 호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작은 나라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3만1천349달러로 31위를 달성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 나라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총합인 국민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지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 지표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인구가 5천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다음으로 한국이다. 국내 총생산 또한 세계 11위로 우리나라가 선진 대열에 들어있음을 의미한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기에 행복도 따라와야 마땅하다. 그런데 우리 국민에게 ‘귀하는 행복하십니까?’라는 설문을 했을 때 과연…
건강염려증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실제보다 심각한 병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여 불안해하고 공포를 갖는 일종의 강박장애다. 사소한 신체적 증상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의사의 말도 믿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심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고 두려움이 심각해지면 우울증도 겪는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병원에서 ‘건강염려증’을 진단받은 사람은 3817명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60대가 21%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가 19%, 40대가 18%로 나타났다. 20대(11%)와 30대(9%)에서도 건강에 대한 염려가 높은 것을 확인됐다. 이런 사람들은 병원을 방문해 검사결과 신체적인 이상이 없어도 이를 믿지 못하고 여러 진료과와 병원을 전전 하는 이른바 ‘닥터 쇼핑’ 현상을 보인다. 증상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공통점은 병원을 돌며 각종 검사를 반복하는가 하면 자신의 신체적 증상을 잘못 이해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불안임을 인정하지 않고, 의사의 진단을 믿지 않는다. 또 몸이 아픈데도 합당한 진단과 치료를 못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중병으로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병에 집착하여 큰…
벌레의 길 /이은주 텃밭에서 키웠다는 열무잎을 다듬다가 야금야금 씹어나간 벌레길을 보았다 한 바퀴 뱅글 돌다가 삐뚤삐뚤 짚어간 온몸을 지팡이삼아 그물맥 헤집으며 골목에서 신작로로 곡예하듯 오르내린 여름 끝, 생의 이력을 한 줄로 요약했다 매순간이 첫 술이고 출발의 연속이니 먹어야 길이 되는 후진 없는 하얀 외길, 그 무슨 ‘무공해’ 사인처럼 필기체로 환하다 - 이은주 시집 ‘섭섭한 오후’ 무농약 야채 재배가 쉽지 않다. 벌레들의 공격에 단박에 쑥대밭이 되는 걸 여러 번 경험했다. 텃밭에서 조금씩 키우는 정도라야 그나마 먹을거리로 수확이 가능하다. 벌레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찬란하고 풍성한 식탁일까. 시인은 열무잎을 삶의 터전 삼아 열심히 헤쳐간 벌레의 길에 주목한다. 우리의 눈으로는 벌레구멍이지만 벌레에겐 치열한 생의 몸부림의 궤적인 것이다. 요약된 생의 이력인 것이다. 삼시 세끼를 챙겨 먹는 인간들이 밥벌이를 위해 묵묵히 일터를 오가듯 벌레들은 그저 부지런히 주어진 생을 살아간 것 뿐이다. 이렇듯 관점의 이동이 화자의 사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되어 시적 완성도를 가져 온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
3월은 법인세 신고 및 납부의 달로 12월 결산법인들은 3월말(올해의 경우 3월 31일이 공휴일인 관계로 4월 1일)까지 법인세를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국세청이 집계한 바로는 올해 3월에 신고해야 할 12월 결산법인은 79만 6천개로, 지난해보다 4만 5천개의 법인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처럼 대다수 법인들의 법인세 신고를 하기 위해 해당 법인 외에도 세무업무를 위임받은 대리인들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해가 지날수록 국세청에서는 납세자들의 신고편의를 위한 지원서비스 및 성실신고를 위한 도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법인들의 결산업무로 바쁜 한달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국내에 본점이나 주사무소 또는 사업의 실질적인 관리장소를 둔 법인(내국법인)은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에 대해 법인세 납세위무가 있으며, 외국에 본점 또는 주사무소를 둔 법인(외국법인)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소득 중 법에서 정한소득(국내원천소득)에 한하여 법인세 납세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소득에 법인세 과세되는 것일까? 매 사업연도마다법인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 ‘각 사업연도 소득에 대한 법인세’가 과세되며, 법령에서 정하는주택(부수토지 포함) 비사업용 토지를 양
국격(國格)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척도는 선거문화다. 선거야말로 한 사회집단의 의식과 정치문화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거 풍경은 어떠한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살풍경을 떠올리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요즘 국회에서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놓고 여야 간에 샅바싸움이 한창이다. 5차방정식인지는 몰라도 현행 300석을 어떻게 나눠가질 것인가를 갖고 갑론을박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얻는 득표를 연동형으로 배분하는 방식인데, 정작 만드는 의원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심지어는 “국민은 다 알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건 아니다. 뭐가 구려서 인가, 무슨 사정이 똬리를 틀고 있기에 그럴까. 국민은 알 필요가 있고 알아야 마땅하다. 국민이 정치인을 뽑는 선거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선거제 개정안이 의원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는 지적이다. 어느 의원은 당 의총에서 “나 정도 머리를 가진 사람은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을 정도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는 분명 문제는 있다. 득표율에 관계없이 지역구에서 1등만 하면 무조건 당선된다. 선거 때마다 이익을 얻는 정당은 다르지만, 표의 가치가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통령도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특권층의 불법적 행위와 외압에 의한 부실수사, 권력의 비호, 은폐 의혹 사건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높다. 공수처 설치의 시급성이 다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7일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 ‘여·야는 속히 공수처를 신설하라’는 글에는 청원마감일인 2월 6일까지 무려 30만2856명이 참여했다.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반드시 이번 정부 내에 검찰과 법원의 확실한 개혁이 필요하다” “이 문제도 번번이 자유한국당에 가로막혀 있다. 국회는 국민들의 요청에 응답하라”는 내용이다. 이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월 22일 청원답변을 통해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 성격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 “야당 탄압 수사가 염려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는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행정부 고위공직자 및 판·검사만 수사 대상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면서 국회의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조수석은 2008년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