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 /오은 한 아이가 엄마의 품에 안겨 젖을 먹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젖 먹던 힘을 다해. 해고 있었다. 혜아리고 있었다. 벌써 온 미래가 아직 오지 않은 과거를 어루더듬고 있었다. - 오은 ‘유에서 유’ / 문학과 지성 ‘지금’이라는 말은 늘 ‘어제’였다. ‘어제’라는 말은 언제나 ‘내일’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는 늘 ‘과거’로 남는다는 말이 되겠다. 내일 있(有)어야 할 일이 오늘 ‘있다’(有)라는 말(有)로 남는 끝없는 순환의 고리는 마치 자전거 바퀴가 공회전 하듯 반복된다. ‘젖 먹는 힘’을 다해 살아가는 과정만이 있(有)을 뿐이다. ‘해고’가 있기 전에 고용 속에서 ‘필사적’으로 살아남는 일로 ‘미래’를 헛바퀴 돌 듯 하더라도, 바퀴를 지탱하며 빛을 내는 바퀴살로 살아내야 할 일이다./권오영 시인…
오늘은 100번째 맞는 3·1절이다. 3·1절 기념해 전국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정부가 주최하는 기념식은 3월 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한다. 이날 정오 전국에서 “대한독립만세” 함성이 울려 퍼진다. 경기도내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3·1절 행사를 준비해온 수원시는 ‘기억하는 백 년의 울림! 기약하는 백년의 미래!’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이날 낮 12시부터 ‘3·1운동 100주년 기념 시민문화제’를 개최한다. 방화수류정과 수원역에서 각각 출발하는 시민참여 만세 행진에 이어 화성행궁에서 주제공연과 100주년 기념식, 전시·체험행사 등이 열린다. 정오에 경기도내에서 가장 먼저 3·1만세 함성이 울려 퍼진 방화수류정을 시작으로 화성행궁까지 일반시민과 학생들로 구성된 2천300여명의 ‘독립군’들이 만세를 외치며 행진한다. 오후 1시엔 수원역에서도 1천500여 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수원소년군이 화성행궁 광장으로 만세 행진을 시작한다. 오후 2시에는 화성행궁광장에서 수원지역 독립운동가 9인을 기억하는 주제공연 ‘수원, 그날의 함성’ 공연된다. 화성과 안성 등지에서도 행사가 열린다. 그런데 매년 3·1절과 8·15 광복행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제재 완화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결렬됐다. 이로써 작년초부터 시작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여정이 기로에 섰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오후 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은 채 각각 숙소로 복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숙소인 JW메리어트호텔에서 가진 회견에서 회담 결렬 이유에 대해 “제재와 관련된 것이었다”며 “제재가 쟁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저희는 그러지 못했다”면서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원하는비핵화를 우리에게 줘야지만 우리도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며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영변 핵 시설 외에 추가적으로 큰 핵시설이 있음을 언급하며 “영변 플러스 알파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발견한 시설이 우라늄 농축과 같은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저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오래된 케케묵은 논제다. 개발 대 보존 또는 활용 대 관리. 문화유산을 둘러싼 가장 흔한 논쟁이다. 근래 들어 문화재청 내 문화재활용국 신설과 신설부서의 추진사업이 빛을 발하면서 보존에 치우쳐 있던 무게 축이 점차 활용이라는 측면으로 그 무게가 늘어가는 형태를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문화재 활용에 관심을 두고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등재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등재 이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이와 연계한 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시민들의 자부심 향상을 위함이다. 이에 반해 관광 자원화는 문화유산의 보편적 가치, 진정성이나 완전성을 훼손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더 큰 논쟁의 중심은 양자택일의 사회적 갈등 조장이다. 과거 문화유산은 도시의 중심부보다는 주변부에 있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에 따른 도시확장으로 주변부의 중심부화로 문화유산은 시민의 생활권 속으로 포함됐다.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생활권은 개발제한에 따라 재산권 행사의 어려움을 겪고 지역 공동화, 원도심(原都心)으로 변모됐다. 그렇다고 문화유산이 활용되어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1970년 12월7일 폴란드 바르샤바 유태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 선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헌화 중 털썩 무릎을 꿇었다. 아무도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브란트총리는 한동안 차가운 바닥에 무릎 꿇은 채 묵념했다. 그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독일의 과거를 사죄하고 역사와 화해하려는 그의 모습은 세계인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후 독일 정치지도자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사죄를 주고받는 사이에서 ‘성실’이란 표현은 매우 주관적이다. 가해자가 성실했다고 주장해도 피해자가 제대로 된 사죄라고 느끼지 못한다면 성실한 사죄라 하기 어렵다. 이런 진정성의 의미에서 유태인 학살을 자행한 독일은 사죄에 있어서 만큼 주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다 독일인들이 100년 이상 된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한 사례도 있다. .1904년 아프리카 나미비아 헤레로·나마 부족은 독일제국의 착취에 견디다 못해 독일인 농장을 습격, 100여명을 살해했다. 이에 독일 군인 1만4천명을 파견했다. 그들은 무자비한 보복을 벌였다. 저항할 능력도 없는 헤레로·나마 부족을 사막 깊숙한 곳으로 몰아넣고, 총을 쏘거나 총검을 휘둘러 죽였다.
우리 자신의 삶 자체는 복잡한 그물처럼 얽혀 있으니, 이를 인다라망 因陀羅網이라고 한다. 부처가 세상 곳곳에 머물고 있음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는데, 산스크리트로 인드라얄라(indrjala)라 하며 인드라의 그물이라는 뜻은 일종의 무기로 그물코마다 보배 구슬이 박혀 있고 거기에서 나오는 빛들은 무수히 겹치며 신비한 세계를 만들어 내며 끊임없이 서로 연결되어 온 세상으로 퍼지는 법의 세계를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화엄철학에서는 ‘인다라망경계문(因陀羅網境界門)’라고 하여 부처가 온 세상 구석구석에 머물고 있음을 상징하는 말이다. 세상사, 인간사는 인맥·혈연·지연·학연 등으로 그물처럼 얽혀있다. 말하자면 세상에서의 삶이란 그물의 한 가닥처럼 금전적 이익이며 이해득실로 이해관계로 삶 자체가 복잡하게 얽혀 이어진다고 하겠다. 그렇게 복잡다난 하게 짜여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의 그물이라면 또 그 그물에는 인생의 좋고 나쁜 감정들이 배어 있으며 이것이 우리의 사고를 흐리게도 하고 감정을 돌출하게도한다.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사는 관계의 바탕 위에 들어 있으며 일상적 삶의 세말사(細末事)들이 이렇게 세분화 되어 있음이다. 총체적으로 공허한 인생사에서 이는 인간 현실이며 어쩔
장자는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 출신의 철학자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여러 사상가들과 그 학파들을 일컫는 제자백가 중에서도 도가로 분류된다. 장자는 그 철학의 심오함과 매력 때문에 폭넓은 사랑을 많이 받는 철학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장자를 너무 좋아했던 독일 철학자 마르틴 부버가 직접 ‘장자’의 영역본을 독일어로 번역한 일이나, 부버의 번역을 통해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가 장자를 즐겨 읽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장자’의 ‘제물론’에서 중국 송(宋)나라 사람 저공(狙公)의 이야기가 나온다. 저공은 원숭이를 매우 사랑하여 여러 마리의 원숭이를 길렀다. 저공은 집안 식구들의 먹을 것을 줄여 가면서까지 원숭이의 먹이를 공급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얼마 후 먹이가 부족했다. 먹이를 줄이려고 했으나 원숭이들의 반발을 우려하여 먼저 속임수를 써 말했다. “너희에게 도토리를 주되 아침에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만족하겠느냐?” 원숭이들이 모두 일어나서 화를 냈다. 그러자 저공은 바로 말을 바꾸었다. “너희에게 도토리를 주되 아침에 네…
지나가는 체온 /최금녀 푸아그라가 먹고 싶은 날은 거위 가슴털 이불을 가슴 위에까지 끌어당긴다 난방을 하지 않는 나라 사람들은 추우면 왜 거위 간을 꽁꽁 얼려 먹었을까 거위들에게 가슴이 추워서 이불이 되었냐고 물었으나 가슴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간이 물통만 하게 부어올라 신발 거꾸로 신고 작별도 못한 가슴털들이 금방 다시 살아날 듯 내 가슴위에서 구름처럼 부풀어 오르는 밤 터무늬 없이 잠이 온다 가만히 눈을 감고 가슴털에게 가는 중이다. 나는 연일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를 오르내린다. 이런 계절에 거리는 온통 거위와 오리 세상이다. 그것들이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세상은 온통 그것들의 울음소리로 뒤덮일 것이다. 집도 예외 일순 없다. 지구인 반은 그것들의 털을 몸에 두르고 그것들을 덮고 잠든다. 그리고 추울수록 맛이 깊고 부드러운 거위의 살찐 간, 푸아그라가 먹고 싶어진다. 사람들의 심리는 같은 곳을 향해 있다는 것, 또한 시를 통해 알 수가 있다. 생후 7주부터 간을 살찌우기위해 철창에 갇혀 강제 먹이 주입을 당하는 거위들의 고통을 TV를 통해 본 적이 있다. 잔인한 동물학대를 부추긴 그룹에서도 우리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간이 물통만 하게 부어올라 작별인
청와대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오는 4월 1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임시정부 수립의 역사적 의미를 국민과 함께하고자 4월 1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여론 수렴을 거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시정부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한 국민여론도 긍정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CBS의 의뢰로 지난 22일 전국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시공휴일 지정 찬성은 62.2%로 나타났다. 반대는 27.8%, ‘모른다’, 무응답은 10%였다. 눈에 띄는 것은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 반대 여론이 많다는 것이다. 찬성은 29.9%였고 반대는 53.8%였다. 국민들의 반응이 이처럼 호의적이기 때문에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1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이른바 ‘건국절’ 논란이 있었다. 1919년이 아니라 일제로부터 해방 된 뒤인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규정하고, 건국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을 건국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국민들의 뜻은 무시됐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1명 아래로 내려왔다. 통계청은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작년에 0.98명이었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인 1.68명(2016년 기준)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0명 아래로 주저앉은 나라는 한국 외에는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이 정도로 추락했다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출산율 저하는 무엇보다 인구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인구감소는 생산인력을 줄이고 소비력을 떨어트려 잠재 경제성장률을 낮춘다. 이렇게 되면 경제·사회의 역동성과 활력은 찾기 어렵다. 통계청에서는 총인구 감소 시기가 당초 예상했던 2028년이 아닌 2024년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12년간 120조원을 투입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짜서 큰돈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는 3차 기본계획(2016~2020년)이 진행 중이다. 3차에 들어가는 예산만 108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