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박봉희 텅 빈 새장 옆 찌그러진 개밥그릇만 남았다 남은 것만 남은 그 마당에 비가 내린다 실직, 가출, 비웃음, 불면이 깨어진 창문에 흘러내린다 남아도는 것들로 꽉 차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고 젖는다 때 묻고 무성한 털 엉겨 붙은 유기견처럼 짖다가 저물다가 젖는다 죄다 떠나가고 저무는 저 물빛 적막 결국 이렇게 되게 되어 있었다 문득 시인은 자신의 내면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남은 것만 남은 / 그 마당에 비”가 내리고, 비를 타고 “실직, 가출, 비웃음, 불면이 / 깨어진 창문”을 타고 흘러내린다. 언제고 허물어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퇴락한 빈집에서 그는 “때 묻고 무성한 털 엉겨 붙은 유기견처럼 / 짖다가 저물다가” 다시 비에 젖는다. 빈집이 바로 ‘나’의 모든 것이다. “죄다 떠나가고 저무는 / 저 물빛 적막” 앞에서 그가 쓸 수 있는 문장은 단 하나다. “결국 이렇게 되게 되어 있었다”라는, 뿌리 깊은 절망과 체념의 문장이 그것. ‘빈집’이라는 자기 부정의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lsqu…
내 눈이 흐린 것인지 세상이 흐린 것인지 대기는 재로 가득 찬 듯 뿌옇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우리의 명을 재촉한다는 기사와 미세먼지 재난문자가 오늘을 사는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올 한 해 우리에게 시도 때도 없이 온 희뿌연 이 불청객은 따지고 보면 우리 인간이 자초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를 돌아보지 않는다. 불평만이 어지러이 난무하고 대책요구만 무성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것이 빠졌다. 그건 바로 우리의 반성이다. 그저 누군가가 대책을 만들어 하루빨리 뿌연 것을 싹 거두어 가기를 바라기만 한다. 하지만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결의에 찬 진정성 있는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반성이 빠진 대책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환경문제가 붉어질 때마다 자신의 책임 있는 역할은 배제한다. 여기에는 이런 심리가 도사리고 있다. ‘나는 편히 살 테니 네가 좀 불편하게 살아주면 좋겠다. 돈이 필요해? 내가 좀 낼게.’ 비열하기 짝이 없는 이 꼼수는 잘 사는 나라일수록 더하다. 자연을 해친 장본인이 우리가 아니라고 생각되는가? 꼼수를 부리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솔직해지자. 우린 자기기만에 빠져있다. 내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월급을 약 1.8% 정도 올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국민적 반대 여론이 들끓는다. 이렇게 오르면, 수당과 활동비를 합산해 국회의원의 총 보수는 2019년 1억5천176만원이 된다고 한다. 이는 전년보다 1.2%가량 늘어난 것이라는 것이 국회사무처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얼마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반대 여론이 들끓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받는 세비는 과연 적정 수준인가부터 시작해서, 지금 이 시점에서 반드시 자신들의 수당을 올려야 하느냐 하는 부분까지, 여러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지난 2014년 초 국회 사무처가 발표한 자료를 생각해 보자. 이 자료에 의하면, 2013년 기준으로 각종 수당을 합산한 한국 의원의 연간 세비는 1억3796만1920원으로 일본(약 2억3698만원), 미국(약 1억9488만원), 독일(약 1억4754만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국(1억1619만원)과 프랑스(1억2695만원)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처럼, 단순한 세비만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를 각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 즉 1인당 GNI와 비교했을 때
경기연구원이 최근 ‘경기북부 주요 걷는 길 활성화를 위한 제언’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경기도와 각 해당 지자체들이 새겨들어야 할 중요한 내용들이 있다. 보고서 내용은 기존 평화누리길, 의주길, 주상절리길 등 주요 걷는 길을 연결시키고 통합관리해 대표적인 관광테마와 코스로 개발하기 위한 방안이다. 우리가 경기연구원의 주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걷는 길’이 여행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잇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의 경우 매년 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다. 종교적인 이유도 있지만 이와 상관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내면의 성찰과 힐링을 하기 위해 이 길을 걷는다. 우리 주변에도 이 길을 걸어 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도 걷는 길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제주도의 올레길이다. 제주 올레길은 일본과 몽골에까지 수출됐다. 제주 올레길 표지 디자인, 운영방침과 철학을 공유하고, ‘올레’라는 명칭도 그대로 쓴다. 일본 규슈 올레길은 2012년 2월 개장했는데 지금까지 33만명의 여행자가 이 길을 걸었다고 한다. 지난해 6월엔 몽골 올레가 탄생했고 올해 10월엔 일본 미야기현에도 올레가 개장했다. 제주 올레의 성공에 국내 각 지방정부도 걷는 길을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작년에 2만9천745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경제성장률과 환율 등을 고려하면 올해는 3만1천 달러까지 올라간다는 것이 한국은행을 비롯한 대부분 예측기관의 전망이다.작년 기준으로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은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23개국뿐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발전에 뿌듯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6·25 전쟁의 폐허와 1999년 외환위기의 시련을 극복하고 이런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더욱 자랑스럽다. 그러나 국민소득이 향상됐다고 해서 모든 국민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소득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고통받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무엇보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와 상위 20%(5분위) 가구 간의 소득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3분기에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2만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감소했고, 5분위는 974만으로 8.8% 증가했다. 가구별 인원을 고려해 계산한 소득분배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배로, 3분기 기준으로는 2007년 이후 가장 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원들의 임금 격차
2018년 종합부동산세를 오는 17일까지 납부해야 한다. 납세대상자는 전국적으로 46만6천명에 달한다. 올해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는 전년과 같은 세율·공정시장가액비율·세액공제율이 적용되어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고 다만 개별공시지가 6.28%, 공동주택 공시가격 5.02%, 단독주택 공시가격 5.12% 인상분이 반영된 정도로 보면 된다. 종합부동산세는 매년 6월 1일 기준으로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이 6억 원(1세대1주택자는 9억원)이 넘을 경우, 종합합산토지(나대지, 잡종지 등)는 5억원이 넘을 경우, 별도합산토지(상가,사무실의 부속토지 등)는 80억원이 넘을 경우 부과된다. 공시가격은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국토교통부장관과 시장·군수·구청장이 발표한다. 공시가격에서 공제금액(주택은 6억원, 1세대1주택은 9억원 등)을 뺀 금액에 80%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하여 과표를 산정하고 이에 0.5~2%의 세율을 적용한 것이 종부세가 된다. 1세대1주택자에 대해서는 60세 이상 10%, 65세 이상 20%, 70세 이상에 대해 30% 고령자세액공제를 해주고 5년 이상 보유자에 20%, 10년 이상 보유자에 40%…
무척이나 차가운 날씨가 제법 겨울답다. 요즘 언론의 관심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인 듯하다. 남북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조명되는 곳이 바로 판문점이다. 그러나 판문점은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참 어려운 곳이다. 그래서 오늘은 판문점 대신 ‘판문점, 분단 속 평화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판문점 기획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판문점’이라는 유명세에 비하면 기획사진전은 무척이나 소박한 전시회다. 그것도 1층 한 켠, 굳이 박물관을 들어가지 않아도 접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 박물관을 별로 흥미 있어 하지 않더라도 오며가며 들릴 수 있는 특별사진전이다. 가운데 통로를 중심으로 한 켠에는 판문점과 관련된 사진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고 맞은편에는 그동안 남북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졌던 각종 회담과 남북공동성명들이 전시되어 있다. 판문점은 정전의 현장으로 출발해 분단의 경계, 분단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다 최근 평화의 최전선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판문점은 우리의 역사상 가장 비극이라 할 수 있는 6·25전쟁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전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멈추기 위한 공간이었으니 처음부터 평화를 위한 장소로 출발
들어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동장군이란 단어는 ‘겨울장군’을 뜻하는 일본말 ‘후유쇼군’의 한자음이다. 그 속엔 나폴레옹으로부터 유래 됐다는 내용이 있다. 1812년 5월 나폴레옹은 60만 병력을 이끌고 러시아 원정길에 오른다. 그리고 변변한 전투 한 번 치르지 않고 3개월 만에 모스크바를 점령하며 승리를 목전에 두는 듯 했다. 하지만 100일을 넘기지 못하고 그의 군대는 40만 희생자를 남긴 채 퇴각하는 치욕을 겪는다. 초속 20m가 넘는 강풍과 혹한을 피할 길 없었고 영하 30도에 육박하는 한파가 그의 무릎을 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록을 본 어느 신문기자가 혹한을 영어로 ‘잭 프로스트(Jack Frost)’라고 하는 데서 착안, 러시아의 추위를 ‘제너럴 프로스트(general frost)’ 즉 ‘겨울 장군’이라 한 것을 일본이 번역해 썼다는 이야기다. 1980년대 초까지만해도 몰아치는 우리나라 겨울 한파는 매서웠다. 1981년 1월 5일 양평 영하 32.6도, 충주 영하 28.5도를 기록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비록 세가 약해지기는 했어도 맹위는 10년전 까지 계속 됐다. 이런 우리나라 날씨는 한랭 건조하기로 유명했다. 해서 겨울추위가 엄습해 올때마
1801년 신유박해 때였다. 땟국이 줄줄 흐르는 거렁뱅이 소년이 어린 누이의 손을 잡고 동냥을 해서 모은 돈을 들고 망나니를 찾아와 다짜고짜로 손에 꼭 쥐고 있던 엽전을 내밀었다. “며칠 있으면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을 당하는데 그때 우리 엄마도 끌려가서 죽는다고 해요. 그런데 칼이 안 들어 한 번에 목이 떨어지지 않아 몇 차례나 목을 쳐야 하고 그러면 우리 엄마가 마지막까지 너무 아프니까 지금부터 열심히 칼을 갈아주세요. 단칼에 우리 엄마 목이 떨어지게 해 주세요.” 울면서 하는 말이지만 또랑또랑한 말소리가 망나니가 듣기에도 너무 기가 막히고 어린것들이 하도 가엾어서 그러마 하고 약속을 했다. 처형장에서 여자의 목을 칠 차례가 되자 며칠 전 자신을 찾아왔던 거지소년의 얼굴이 떠올라 주변을 돌아보니 그 소년이 누이의 손을 잡고 맨 앞에 서 있었다. 힘껏 여인의 목을 내리쳤다. 아무 힘도 남아 있지 않은 여인의 목은 이슬방울보다 더 가볍게 땅으로 떨어졌다. 얼마 전 보이스피싱에 주의하라는 말을 하다 전화뿐만 아니라 메일도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며 헤어진 날이었다. 정말 어이없는 보도를 접하게 되었다. “권양숙입니다.&rdquo
2019년 기해년(己亥年)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 돼지해이다. ‘기(己)’ 자는 음양오행의 土의 기운으로 표현한다. 색으로는 노란색이다. 해(亥)는 돼지를 상징하며, 재물이 넘치고 큰 복을 상징하는 황금과 돼지가 함께 어우러진 해로 많은 사람들이 기해년(己亥年)의 축복받기를 기대한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인간의 능력을 넘어 천운이 따라 어떤 일이든 막히지 않고 잘 되길 내 운명의 희망을 건다. 운(運)이란 참 묘하다. 운이 통한다는 건 변비에 걸려 세상이 노랗게 보일 때 그것이 뚫어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운이 안 통할 때는 자신의 그 시각을 점검하고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밝게 빛나는 태양을 생각해 보라. 태양은 자기 기분이 좋을 때만 빛을 내지 않는다. 언제 어느 때나 불타오르며 지구를 비춰준다. 우리는 어떤 힘든 상황과 시련에 부닥치면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을 갖기는 어렵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한 손에 행운, 한 손에는 불운을 쥐고 세상 학교를 살아가는 것이다. 재운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뽑으라면 삶의 시련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에게서 불운의 원인을 찾는다. 원인 없는 결과 없고 뿌린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