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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대한민국 형법에는 ‘낙태죄’가 명시돼 있다. 임신한 여성이 낙태 할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모자보건법에는 유전적 문제나 질환, 성폭행에 의한 임신 등의 이유에 한해서만(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낙태를 허용한다.

2월14일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낙태죄 폐지와 미프진 도입을 요구하는 23만 명의 청와대 청원 요청으로 시작됐다. 요번 연구는 인공임신중절 경험 및 인식과 관련하여 온라인으로 1만 명의 여성이 응답을 하였으며, 연구결과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 2017년 인공임신중절률은 4.8%(약 5만 건)으로 보고했다.

이 보고를 보면서 시대에 변화에 맞는 성인지관점이 충분히 반영되어 조사가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낙태죄 폐지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드러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사회는 낙태에 대한 실제입장은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라 급격히 변화했다. 1953년 형법에 낙태죄를 범죄로 규정하였지만 1960~1980년대에는 인구 억제가 국가의 주요정책이었기에 ‘가족계획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낙태는 산아제한의 효율적인 수단으로 활용됐다. 70년 대 초에 낙태는 한 해 30만 건이 행해졌고, 이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80년대는 매년 약 100만 건의 낙태가 이뤄졌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해 2000년대 들어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정부는 그동안 사문화 되었던 낙태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불법인공임신중절 방지종합계획’을 발표했고,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낙태수술을 한 의사를 고발하는 등 낙태근절운동을 벌였었다.

이 후 낙태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뤄지면서 수술비용이 폭등했다. 2016년, 다시 낙태가 사회의 쟁점이 되면서 국가가 인구조절을 위해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권리를 통제하는 현실, 여성의 몸을 볼모로 삼는 현실에 여성들은 분노하였다. 2019년 여전히 낙태죄는 폐지되지 않고 사회의 쟁점이 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부분은 인공임신중절을 범죄화하고 있는 형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75.4%로 매우 높다는 점에 주목을 해야 한다. 그동안 국가는 출산과 양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여성’의 문제로 규정하고 남성에게는 무책임의 권리를 쥐어주고 여성에게는 책임의 굴레를 씌웠다.

국가는 낙태를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선택권’의 대결로 몰고, ‘생명권’을 공익에 ‘선택권’을 이기적 사익에 등치시켰다고 본다. ‘선택권’은 출산을 할 수도, 임신을 중지 할 수도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선택도 할 수 없고 오로지 출산만 할 수 있을 때 ‘선택의 권리’는 없는 것이다.

또한 한국사회가 양육을 할 수 있는 조건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생명권’이라는 이름으로 생명은 삶의 전 과정이므로 태어난 것만이 아니라 태어난 이후의 삶도,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의 삶도 생명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임신중지를 결정하는 여성의 판단은 단지 사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나 사회적 상황, 사회적 조건과 연관되어 있다. 그런 사회적 맥락은 삭제한 채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지 묻고 싶다.

딸만 낳으신 나의 어머님도 또 딸을 낳을까봐, 역시 나도, 원치 않는 임신이 확인 됐을 때 낙태를 결심하든 출산을 결심하든 수많은 사연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그로인해 고통을 온몸으로 삶을 걸고 결정을 한다. 어떤 여성도 낙태가 쉬운 일로 여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낙태를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사회적 원인을 우리는 제대로 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사자인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여성의 삶도 태아의 생명도 보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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