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기업 공장을 방문해보면 커다란 공장 내에 근로자들을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철강·석유화학 등 장치산업의 경우는 특히 더하다. 모든 시설은 자동화·기계화되고 근로자는 중앙통제장치에서 공정을 감시하는 역할만 수행한다. 공항의 탑승수속도 셀프로 하고, 주유소, 음식점, 목욕탕도 무인 계산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투자가 늘어도 고용이 늘지 않는 것은 기술발전으로 인해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랫폼 사업자의 자연독점의 심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추가적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회계·법·의료·교육 등 전문적인 분야까지도 일자리에 대한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게 되었다. 빠른 기술발전으로 자본이 노동을 효과적으로 대체함에 따라 생산성이 높아지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과거보다 부유하게 되지만, 자본이 아닌 노동력만을 생산수단으로 보유하고 있는 개인은 설 땅을 점점 잃게 된다. 상위 1% 부자가 차지하는 소득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미국 등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적 추세이다.…
꽃등 /방민호 한밤에 켠 꽃등은 아름다웠네 꽃등들 한데 모여 춤추면 꽃등에 그린 것들 살아있는 듯했네 노란 오징어가 헤엄쳤네 파란 코끼리가 앞발 이리 내딛고 저리 내딛고 빨간 올빼미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장난스레 웃었네 꽃등 아래 서서 꽃등을 보면 세상은 왜 그리 탐스러운지 종이로 빚은 꽃등들의 아침은 생각나지 않았네 오로지 밝게 지금 빛나는 한밤의 꽃등만 사랑할 뿐이었네 한낮의 꽃등, 밝은 대낮의 꽃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가도 가도 끝이 없이 내 앞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들, 내 안의 가난과 남루와 곤궁 같은 어둠들, 내 밖의 압제와 만행과 농단 같은 어둠들 속에서의 꽃등이야말로 빛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한밤의 어둠을 뚫어내지 못하고, 그 어둠에 매몰되어, 어둠과 똑같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본래 빛이었을 것이다. 빛으로부터 생겨 나왔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한밤을 밝힐 수 있는 꽃등이어서, 꽃등들로 서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노랗게 헤엄치면서, 파랗게 휘저으면서, 빨갛게 웃으면서. /김명철 시인…
국내 증시의 연저점 경신속에 29일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이 무너지는 등 사실상 '패닉장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1.53% 내린 1,996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2,000선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2016년 12월 7일 이후 2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개인이 5천억 원 가까이 순매도했고, 외국인도 1천600억 원의 매도우위였다. 주가 하락은 소비심리를 짓누르고 이는 다시 소득과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일이다. 오늘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증시안정을 위해 5천억 원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 중심으로 펀드를 조성해 주식을 사들인다는 것이었으나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도가 5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5천억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도 의문이다.결국, 주식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펀더멘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금융위원회는 한국의 경제펀더멘털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 후반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할 수
인천시가 ‘원도심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이 사업은 구도심 지역에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사업으로 마을단위로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한다.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구도심 지역 주민들은 에너지비용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인천시는 올해 관내 민간주택을 포함한 422개소에 태양광 1천532㎾, 지열 52.5㎾, 태양열 220㎡, 연료전지 12㎾, ESS 800㎾h를 구축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내년에도 민간주택 등 385개소에 태양광 2천306㎾, 지열 52.5㎾, 태양열 483㎡를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마을공동체가 공용발전사업을 통해 에너지마을 기업을 구성할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 사업으로 연간전력 5천97MWh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힌다. 이로 인해 전기한 것처럼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의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사용하고 남는 전기를 한전에 되돌리는 상계거래를 통해 전기요금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본보 29일자 7면) 따라서 이 사업이 올해와 내년 뿐 아니라 매년 지속되길 바란다. 아울러 범위도 더 넓혀
‘남한산성’이라는 이름은 백제 온조왕 시절부터 이어져 왔다. 울긋불긋 붉은 단풍들 사이로 이어지는 성곽길은 끝없는 시간여행을 부추긴다. 남한산성의 회색의 성곽길은 화려한 단풍과 대비되어 한층 더 기나긴 역사를 부각시키는 듯하다. 회색과 오색단풍의 절묘한 만남. 남한산성을 가장 아름답게 만날 수 있는 시기이다. 남한산성에서도 가장 높은 곳 수어장대로부터 오늘 여행을 시작해보자. 수어장대는 남문과 서문 사이에 자리해 있다. 남한산성에서 위치가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해 있어서 산성의 성내는 물론이고 성 밖 멀리까지 살피고 감시하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래서 수어장대는 장수의 지휘소 겸 감시시설이다. 남한산성에는 동서남북과 외성의 외동장대까지 모두 5개의 장대가 있었다. 그중 서쪽을 방어하는 장수의 지휘소가 바로 수어장대이다. 지금은 나머지 장대는 모두 없어지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 바로 수어장대이다. 크고 작은 자연석을 차곡차곡 쌓은 기단 위에 수어장대가 있다. 수어장대 위로 올라서는 계단도 자연석으로 눈길을 끈다. 2층의 수어장대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늠름한 자태를 뽐낸다. 이맘때가 되면 단풍으로 물든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한층 더 멋스러움을 자랑한다. 수어장대…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는 혈중 알코올 농도별 사고율이란 게 있다. 0.05% 이하에서는 정상인과 별 차이가 없으나, 0.05~0.09%면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는 상태로 사고율은 1.2~2배로 높아진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0.1% 상태가 되면 사고 위험은 5배나 된다. 사고력과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0.15%면 10배, 그리고 0.18%에 이르면 정상인보다 20배나 높은 사고율을 보인다고 한다. 음주운전 차량이 ‘달리는 폭탄’에 비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몇 년 전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면 마신 폭탄주 한 잔 가격이 600만원꼴이라는 자료가 발표된 적이 있다.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5잔을 마신 후 전치 4주의 인명사고를 낼 경우 벌금 1천만원, 변호사 선임비용 500만원, 운전면허 재취득비용 100만원 등 비용을 따져보니 3천만원 이상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망사고를 낼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금전적으론 물론이고 ‘도로 위 살인자’로 낙인 찍혀 본인은 평생 죄책감에, 피해 가정은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해서다. 그래서 나라마다 음주운전 처벌은 매우 강력하다. 미국은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살인죄를 적용한다. 싱가포르는 첫
마크 로스코 /나희덕 적갈색 위에 옅은 빨간색이 스며들 때 적갈색 위에 검은색이 번져갈 때 면은 또 하나의 면을 향해 나아간다 안간힘으로 색이 색을 찢고 나오고 색면들 사이로 불에 타버린 입술은 무어라 달싹거리고 마음을 소등한 자에게만 보이는 희미한 빛은 끝내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다 적갈색에게로 가는 검은색, 그가 죽음을 향해 스스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벽이 간신히 못을 삼키듯 검은색 위에 더 짙은 검은색이 내려앉을 때 검은색이 비로소 한 줄기 빛이 될 때 ‘색채 속으로 사라진 로스코’ 이 말은 마크 로스코와 친교가 두터웠던 뉴욕 화파 화가, 로버트 마더웰의 표현이다. 시 ‘마크 로스크’는 그의 해석에 동의하는 것일까. “적갈색 위에 옅은 빨간색이 스며들 때/ 적갈색 위에 검은색이 번져갈 때” 이 이동은 ‘스며듬’과 ‘번져감’으로 작동된다. 이것은 삶에의 의지일까. 죽음에의 의지일까. 당신의 기억은 ‘스며듬’으로 ‘번져감’으로 고정을 부정한다. 당신의 모진기억들, 혁명을 조장하는 자들을 잔인한 방
어느 마을에 늙은 홀아비와 아들과 며느리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아침저녁 끼니도 해결하기 어려운 형편인데 늙으신 아버지의 환갑이 다가왔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방법이 없자 궁리 끝에 며느리는 길게 자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기로 결심했다. 그 시절에 여인이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고 부모님께 받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은 부모와의 연을 끊는 행위로 간주되는 때였다. 그렇지만 홀로 되신 시아버지의 회갑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 돈으로 쌀을 사고 반찬을 마련해 정성껏 환갑상을 마련했다. 특별히 사람을 초대해서 성대한 회갑연을 해 드리지 못하는 죄스러움에 초라하게 차린 환갑상을 받아야 하는 홀아버지를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서 아들은 방바닥을 두드리며 장단을 치고 며느리는 잘라낸 머리를 감추기 위해 보자기를 쓰고 춤을 추었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늙은 아버지는 잔칫상을 앞에 놓고 눈물을 흘렸다. 마침 미행을 나간 성종은 이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고 백면서생인 아들에게 다음번 과거에 꼭 응시하도록 간곡히 당부했다. 그 이듬해 별시를 치른다는 방이 붙었고 과장에 걸린 시제는 다름 아닌 喪家 僧舞 老人
며칠 전 회의가 있어서 대구로 출장을 갔었다. 회의시간에 쫓겨서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대구역 광장으로 나오는 출구 옆에서 누군가 계속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는데 “선생님”하고 뛰어와 팔을 잡는다. 가까이서 보는데도 바로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저 몰라요?” 묻는데도 어색한 미소로 답하고 얼굴을 찬찬히 보니 그때야 기억이 났다. 반가움과 미안함에 이런저런 짧은 안부를 묻고 저녁에 다시 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회의를 하는 내내 직업적 촉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아는척해주는 것이 감사했지만 잘 살고 있겠지? 지금 무엇을 하는지? 계속해서 궁금함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지금은 성인이 되었지만 처음 만났을 때 18세였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기는 했지만, 수원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조사실에서 마주한 그녀는 가출을 한 지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말끔한 모습은 아니었다. 단발머리에 조사를 받으면서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철부지 십대였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서 사건지원, 의료·상담을 진행하다가 1년이 지나서 연락이 두절되었었다. 현장에서 만나 지속적인 관계를 아직
지난 10일 시작된 올해 국정감사가 오늘 종합감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전히 국감장이 정쟁의 장으로 변질해 국민에게 실망감을 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와 정부의 일방적인 편 들기에 급급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정치공세를 벌이는 구태가 재연됐다. 국가 안보나 민생과 직결된 경제 사안이 안중에 없는 듯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남북군사합의서 비준을 놓고 여야는 국감장에서 소모적 논쟁만 되풀이했다. 평양선언은 남북교류협력 강화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간 합의가 담겨 있다. ‘4·27 판문점 선언’보다 낮은 단계의 합의다. 평양선언·군사합의 비준에 대해 한국당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국회의 동의 없이 비준한 ‘위헌적 행위’라며 공세적 수위를 높이는 데 열을 올렸다. 민주당은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지 않아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법제처 해석을 방패막이로 삼는 태도로 일관했다. 여야에 진지하고 생산적인 대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주목도가 컸던 채용 비리·고용세습 의혹은 날이 가면서 정치 공방의 도구로 변질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잘한 일도 있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