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프로축구 성남FC의 신화를 알고 있을 것이다. 요즘은 전북현대가 K리그1(1부리그, 클래식)을 휘젓고 있다. 전북현대는 올해도 우승하며 통산 6번째 K리그 클래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명실상부한 최강 팀이다. 그러나 전성기의 성남FC에는 못 미친다. 성남 일화천마 시절 ‘K리그 최고의 왕조(王朝)’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자랑했다. 현재까지 K리그 최다 우승(7회), FA컵 최다 우승(3회)의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리그컵 우승(3회), 대통령배 전국축구대회 우승(1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2회), 아시안슈퍼컵 우승(1회), A3 챔피언스컵 우승(1회), 아시안챌린지컵 우승(1회) 등의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K리그 2차례 3연속 우승 위업은 성남이 당시 천하무적이었음을 증명한다. 카리스마로 무장한 박종환 감독과 함께 이상윤, 고정운, 신태용, 샤리체프, 김도훈 등 당대 그라운드를 주름잡던 선수들이 팀 내에 그득했다. 그랬던 전통의 명문 구단 성남이 추락했다. 지난 2016년 K리그 클래식에서 11승10무17패를 기록해 12개 팀 중 11위에 머물렀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도 강원FC
저출산·노령화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고 연금수령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기금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고갈될 수 있다. 재정추계위 추계로는 2042년에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져 적자로 돌아서고 그로부터 15년 뒤에는 기금이 바닥난다. 국민연금 개혁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마련한것이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이다. 그리고 보험료 인상 방안을 담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정부안’을 오는 15일 공청회를 열어 공개할 계획이었다. 개혁안의 주요골자는 지난 8월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와 제도발전위원회가 장기재정추계와 제도개선안을 바탕으로 한것이다. 당시 위원회는 20년 만에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물론 의무가입 나이를 올리고 연금수령 시기를 늦추자는 개혁안을 내놨다. 복지부는 이 권고안을 토대로 그동안 전문가 논의와 여론 수렴을 거쳐 정부 초안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대통령이 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과 관련 “국민들의 의견이 보다 폭넓고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수정·보완하라”고 지시하면서 일단 보류됐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는 큰 폭의 보험료율 인상이 지금의 국민 정서와 맞는지 폭넓게 여론을 수렴하라는 의미로 읽
지난번 기고에서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거론하며 ‘썩은 사과상자 속에 무뇌아(無腦兒)’처럼 담겨져 함께 썩어버리는 대중들의 ‘생각없음’과 전체주의의 경고로 글을 마무리했으나 아쉬움이 있었다. 본래 의도에서는 문장을 ‘희망의 예시’로 마무리하려 했으나 제약된 지면 속에서 효과적인 문단 배분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그 ‘희망의 예시’는 영화의 한 장면으로 한동안 필자의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반짝거렸다.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는 지난해 개봉 1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1천만 관객을 훌쩍 넘긴 대표흥행작이었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적어도 1천만명 인구 이상에게 전달된 스토리가 바로 1980년 광주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에 두 명의 실존인물들의 인연으로 시작된 내용이므로 그 끼친 영향과 파장이 컸을 것이다. 한 사람은 독일인 기자로 독일방송국 ARD 소속 위르겐 힌츠페터(Jurgen Hinzpeter, 1937~2016)이며, 또 한 사람은 리무진 몇 대로 운수업을 하던 김사복이라는 인물로 실제 광주에 힌
“허나 모든 것이 변하였다. 한때는 호머가 말안장에 올라타고 내달렸건만 지금은 저 고귀한 말 타는 이 하나 없고 그곳엔 백조가 어둠이 깔리는 물 위를 떠돌 뿐.” W.B. 예이츠 「쿨 파크와 밸리리, 1931」 최근 주변에서 일어나는 섬뜩할 정도로 잔인한 사건들을 보면서 인간정신이 점점 황폐해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는 고도의 과학기술혁명 시대에 인간의 정신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통해 실재와 가상이 통합된 가상물리 시스템 구축이라는 거대한 산업화의 물결 앞에 인간은 점점 왜소해지고 무력해지는 것은 아닐까? 인간 정신과 문명화는 어떤 관계를 갖는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몇 년 전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시인 W.B. 예이츠(Yeats)의 발자취를 따라 아일랜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예이츠의 후원자이자 아일랜드 연극부흥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귀족 그레고리 부인의 장원 쿨 파크를 찾았을 때 이미 해는 이울고 백조 몇 마리만이 어둠이 내린 호수 위를 떠돌고 있었다. 예이츠는 쿨 파크에 머무르며 시를 쓰기도 했고, 무엇보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 질
하버드대 학생들을 상대로 두 가지의 상상 세계에서 하나를 고르라는 실험을 하였다. 하나는 연평균 소득이 2만5천달러인데 자기들은 5만 달러를 버는 세상이고 다른 하나는 연평균 소득이 20만 달러인데 자기들은 10만 달러를 버는 세상이었다. 어떤 세상을 고를까. 대다수가 전자를 선택했다.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의 저자 스키델스키 부자는 심리 실험을 해보면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절대적 소득이 아니라 상대적 소득이라고 말한다. 반복되는 흑역사를 보면서 드는 의문은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으면서 누릴 것을 다 누린 사람들이 무엇이 부족하여 돈을 받을까 하는 것이다. 갑부가 되려고 대통령직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기업들로부터 수천억 원 뇌물을 받은 혐의로 감옥에 갔다. 노태우 비자금 사건 수사 당시 기아그룹 김선홍 회장은 “준비해간 30억 원이 든 가방을 줬더니 돈 봉투만 꺼내고 가방은 돌려주더라”며 대통령의 돈 욕심에 혀를 내둘렀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아들들이 뇌물을 받아 감옥에 갔다. 불행한 역사를 보고도 왜 돈을 받은 것일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더구나 수백억 원대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청백리를 기
해마다 가을이 오면 지방정부는 내년도 살림살이를 위해 예산편성을 하고, 지방의회를 열어 지방정부의 장이 제안하는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을 하게 된다. 이렇게 연도 말에 의결된 새해 예산을 본예산이라 한다. 그리고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어 본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는 추가적인 수입의 증감과 행·재정 환경의 변화로 수입과 지출에 수정이 필요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에 따라 이전연도 말에 확정된 본예산을 수정하게 되는 데 이를 추가경정예산이라 한다. 그러니까 추가경정예산은 이미 성립된 예산을 변경하기 위하여 동일 회계연도 내에서 예산을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것이다. 지방정부는 매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2~3회 정도 하게 된다. 지방재정의 현황을 보여주는 인터넷 ‘지방재정 365’에 보면 지방예산의 본예산과 최종예산의 규모를 알 수 있는데, 2017년의 경우 본예산이 259,432,432백만원, 최종예산은 304,472,394백만원으로 본예산 대비 최종예산이 17.35%가 증액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및 2016년의 경우도 본예산 대비 최종예산이 각각 15.58%, 16.29% 증액되었다. 이러한 지방재정 통계를 보면 지방정부는 매년 추가경정예산
바람의 성찬 /정수자 톱날 혀를 장착한 서북풍이 오고 있다 설산 고봉이 숨을 내쉴 때마다 눈 시린 포옹 속에서 살이 삭는 사막사막 혀가 닿을 때마다 몸을 다 내줬는지 창문만 빼꼼 남은 무덤 같은 모래 역참 현장*도 뼈를 바칠 듯 숙여숙여 지났으리 빗방울만 스쳐도 풀은 별로 돋는데 마음의 행방은 또 둘 데 없는 고비라 기나긴 바람 성찬 앞에 생을 힘껏 조아린다 사막이며 고비이고 고비이며 사막이군요, 저 실크로드는. 동서교역로서의 명명이 무색하게 삭풍이 날뛰고 살이 삭는 그 삭막한 모래바람 속에서 시인은 마음의 행방을 묻습니다. 현장법사가 구도를 위해 목숨 걸고 걸었던 그 길이지요. 뼈라도 바치겠다는 각오 아니고서야 1500여 년 전에 어찌 그 결행이 있었겠습니까. 교통수단이며 제반여건이 훨씬 수월해진 오늘날에도 그에 버금가는 결기가 있어야 실크로드로의 여행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몇 고비를 겪어내야 이룰 수 있는 노정의 사막여행은 그래서 나에겐 늘 시렁에 얹어 둔 꿈입니다. 그 꿈을 단호하게 이룬 시인의 실크로드 시편의 행간에는 바람의 성찬으로 영혼을 벼리려는 구도의 행각이 돌올합니다. 그리하여 탁월한 언어의 조련사인 시인의 붓 끝에서 피어나는 시의 맛이 찬란
경기도가 산하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전수조사와 감사에 착수했다. 도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은 이날부터 내년 1월 말까지 도청과 직속기관 186개부서와 22개 산하 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한다. 그리고 2014년 1월 1일 이후 도와 산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자(예정자 포함)를 포함해 같은 기간 동안 인재채용팀의 채용 절차나 공공기관 통합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용자 전원이 이에 해당된다. 구체적 조사 유형은 인사 청탁, 시험점수나 면접 결과 조작 , 승진·채용 관련 부당지시와 향응·금품수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서 특혜 부여 등이라고 한다. 도는 감사관실 7개반 32명으로 자체 감사반을 편성, 내년 1월 31일까지 85일간 감사를 실시하게 된다. 이번 채용비리 감사는 앞서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과 연계해 실시하지만 감사 대상과 범위가 더 넓다는 게 특징이다. 다른 어떤 부문보다도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친인척을 대상으로 한 고용 세습 등의 의혹이 불거진 것은 기회균등이란 사회 정의의 근간을 파괴하는 일이다. 사실이라면 엄정한 법의 단죄를 받아 마땅하다. 특히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의 정
아파트와 상가 경비원들에 대한 입주자들의 갑질과 폭행이 잇따라 발생하고 구타와 폭언이 도를 넘어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경비원은 입주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임무인데 오히려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JTBC가 5일 방송한 화성시 한 아파트 단지의 ‘입주민 갑질’ 사건이 단적인 예다. 70대 경비원은 야간 근무 도중 등록되지 않은 외부차량이 주차장으로 들어오려 해 이를 제지했다. 차량에 타고 있던 이 아파트 입주민은 입주민이라며 열라고 요구했다. 이어 “경비면 경비답게 짖어야지 개XX야, 아무 때나 짖느냐? 주인한테도 짖느냐, 개가?”라는 폭언과 함께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 경비원은 “개가 주인 보고 짖느냐” 라는 말이 아팠다고 한다. “우리를 개로 알았기 때문에, 인간으로 안 보기 때문에 저렇게 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지난 10월29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문제로 40대 입주민이 70대 경비원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살려 달라”는 호소에도 입주민의 폭행은 그치지 않았고 병원으로 옮겨진 지 이틀 만에 ‘뇌사’ 판정을 받았다. 지난 9월엔 수원시 한 상가 건물에서 근무하던 70대 경비원이 10대들에게 “나가달라”고…
고전(古典)을 읽는 즐거움의 하나는 아주 오래전 이야기들이 현재 진행되는 공간속에서도 전혀 낯설지 않고 새롭게 조명돼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기 때문이다. 인격적 수양보다 지식의 전달이 우선되고, 첨단 정보는 많으나 바른 선택을 위한 가치관은 미약해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지식의 풍요 속에서 지혜의 빈곤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때 동·서양의 고전은 단순히 문제의 답을 주기보다는 원초적인 물음을 통해 결론에 이를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해 주는 동반적 교훈을 통해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아울러 고전으로부터 얻는 지혜와 철학적인 의미를 통해 삶에 새 좌표를 설정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하니 정신적 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종종 대동(大同)이니 대동사회(大同社會)니 하는 표현을 사용한다. 대동이라는 말은 장자(壯者)에도 나오지만 그 사상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예기(禮記)의 예운편(禮運篇)이다. 큰 도(道)가 행해지면 전체 사회가 공정해져서 현명한 사람과 능력 있는 사람이 지도자로 뽑히게 되며 신의가 존중되고 친목이 두터워진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은 자기 부모, 자식뿐 아니라 남의 부모, 자식도 똑같이 생각한다. 노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