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炭) /이시경 불벼락으로 원시계곡이 불탔다 새끼를 부르는 어미의 손을 놓고 새까맣게 울었다 수직의 사슬을 끊으니 새가 되었다 시공을 넘어 초원 위로 검정말들이 달린다 사자에게 물어뜯기는 아픔 속에서도 슬프지 않았다 동굴 벽 위에서 들소가 뿔을 치켜든다 나를 검다고 깔보지 마라 서걱서걱 한 꺼풀씩 몸을 주고 영생을 얻었다 다이아보다 빛났다 종교신화적 관점을 떠나, 최초의 생명혼(목숨+넋)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수십, 수백억 년이라는 천문학적 시공간이라면 우연에 의해서라도 생명혼이 탄생될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이 형성될 수 있지 않았을까. 태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생명혼의 모태는 물질일 수 있겠다는 말이다. 양자론적 측면에서라면, ‘우리’의 기원(起源)이라는 것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작은, 有의 사슬을 끊어 無에 가까워진 미시세계의 물질일 수도 있겠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탄(炭)이라는 물질이 되었다고 슬퍼할 일은 아니다. 또 다른 생명으로 부활할 수 있는 영생을 얻은 것일 터, 그것이 ‘인간’인 우리로 재탄생된다면 이보다 큰 축복은 없지 않겠는가. 그러니 우리는, 이미, 다이아보다 더 빛나는 존재가 아니겠…
최근 법무부 고양준법지원센터가 한 보호관찰대상자에 대한 집행유예를 취소했다. 그는 조현병을 앓는 40대 남자다. 보호관찰 기간 중 병원진료를 받으라는 보호관찰관에게 욕설을 하며 치료를 거부했다. 노숙자들과 어울려 음주를 반복하고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본보 10일자 19면) 조현병에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그에게 법원은 공무집행방해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아울러 재범방지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보호관찰관에게 정신과진료 때마다 동행케 하고, 심리치료 비용을 지원해 주는 등 조현병 치료명령을 내렸었다. 그럼에도 치료를 거부하자 준법지원센터는 “강력범죄 등 재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주취·정신장애 범죄자를 엄중하게 관리하고, 재범방지를 위해 집행유예취소를 신청하게 됐다”면서 그를 구인해 의정부교도소에 수감시키고 법원에 집행유예 취소를 신청한 것이다. 조현병은 뇌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정신질환으로 예전엔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하면 국내 조현병 환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2017년 기준 10만7천662명이다. 이는 5년 전보다 7% 정도 증가한 것이다. 최근 이들이 저지른 범죄로 사회적 인
어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중간선거(11월 6일) 이후가 될것”이라 밝히면서 ‘연내 종전선언’이 불투명해졌으며, 비핵화 협상도 장기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시선은 앞으로 진행될 북미 실무협상에 모아지고 있다. 양측이 ‘가급적 이른 시일 내 개최’에 의견을 모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가 사실상 이 협상 결과에 달렸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방북에서 양측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 대한 공감을 확대했다면, 실무협상에서 구체적 그림을 그려 넣은 뒤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화룡점정’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북미 양측이 2차 정상회담의 세부사항에 관한 합의에 매우 근접했으며, 북측이 풍계리 핵실험장 해체를 확인하기 위한 사찰단 방문을 초청했다는 사실은 전해졌지만,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과의 ‘빅딜’ 등 폼페이오 방북 전 관심이 쏠렸던 쟁점에 대한 논의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비교적 까다로운 문제들은 실무협상 테이블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 더 중요해졌다. 6월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북미 양측 간 실무협상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때문에 싱가포르 북미 정상합의는 원론
작금의 우리사회는 기본적 가치관에 있어서 많은 혼란이 있고 그것이 여러 형태의 사회적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치적 이념에서부터 경제 체제 인식을 비롯하여 오랫동안 우리의 숙원이었던 남북간의 관계회복 및 통일에 대한 방식과 생각의 차이로 인해 기본적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기본적 가치관에서 국민들의 대다수가 안정적인 가치체계가 존재할 때 그 사회는 건전하고 안정적인 사회가 될 수 있고 다양한 소수 의견도 관용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에 의해 확고한 기본 가치체계가 없을 때 사회의 혼란과 불안이 주어진다고 여겨진다. 무엇보다도 연초부터 논란이 되어온 최저임금 문제는 구조적인 것이다. 사교육 문제가 입시제도를 고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듯, 양극화와 저임금노동자 빈곤 문제 또한 최저임금을 인상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쉽기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전에 전반적인 시장 및 산업 구조를 파악하고, 단계적이든 더 나은 대안을 찾았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부작용에 대한 부분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오히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만이 도덕적이고 의로운 행위이며 그것이 서민의 삶을 크게 개선시킬 유일한
너무나 친숙한 나머지 공기나 물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 김치다. 그래서 김치 장점을 정확히 꼽아보라 하면 막연한 경우가 많다. 일상적으로 무심히 먹다보니 보양식처럼 유난스럽게 떠받들고 홍보되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김치의 오해와 진실이 유독 많은 것도 이 같은 연유다. 이미 10년 전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Health)’지가 선정한 세계 건강식품 ‘베스트 5’에 선정됐지만 아직도 건강에 유익하지 않다는 오해 속에 많은 사람들이 멀리하거나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김치 오해의 대표적인 것이 나트륨과 상관관계인 고염(高鹽) 음식으로 낙인 찍혀 있는 것과 함유 유산균의 진실여부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이미 항암효과를 비롯 항산화 및 항노화 기능, 항동맥경화 및 항고혈압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지 오래됐지만 오해에 묻혀 그 빛이 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인의 대표음식 김치찌개도 죽은 유산균 찌개라는 생각은 기우(杞憂)다. 끓는 과정에서 유산균이 약간 사라지기는 하지만 원재료의 영양과 유산균 대사물질은 그대로라는 게 이유다. 이런 김치가 한때 일본의 기무치(キムチ)와 중국의 파오차이(泡菜)가 내밀은 도전장에 잠시 위기를 맡기도
그리움에 지치거든 /오세영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들끓는 격정은 자고 지금은 평형을 지키는 불의 물, 청자다기에 고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구나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 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마른 입술을 적시는 한 모금의 물, 기다림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참으로 단아하고 따뜻한 시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작은 배를 타고 쉼 없이 멀고 먼 항해를 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바닷길, 언제 어디서 폭풍우를 만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눈을 뜨면 망망대해 수평선만 보인다. 그저 두려울 뿐이다. 이럴 때 멀리서 섬이 보이면 삶의 생동감을 느끼게 된다. 그곳에서 잠시 닻을 내리고 정박한 다음 이 시를 읽고 싶다. ‘그리움에 지치거든’ 혹은 ‘기다림에 지치거든’ 세상에 지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등꽃 푸른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면서. 이 시를 읽게 되면 아마도 주술처럼 새로운 힘이 솟구칠 것만 같다. /정겸 시인…
어느 시절 도적놈 셋이 고관대작의 무덤을 도굴하여 많은 황금을 훔쳤다. 일확천금을 손에 쥐었으니 축배를 들기로 하여 한 놈이 술을 사러 갔다. 그놈은 혼자 독식 하려는 욕심에 오는길에 술에 독을 넣었다. 그가 도착하자 두 놈이 다짜고짜 벌떡 일어서더니 술을 사온 도적 한 놈을 죽도록 패서 죽였다. 그 짧은 시간에 도적 둘이 50대 50 공평히 나눠 갖기로 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두 놈은 기뻐하며 독이 든 술을 나눠 마시고 공평하게 죽었다. 도적 세 놈이 다죽었으니, 그리하여 황금은 길 가던 사람의 차지가 되었다고 한다. 애초부터 황금을 도굴한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고 황금을 본 뒤로는 세놈 다 눈이 뒤집혔음이리라 권세 또한 마찬가지라고 한다. 권력을 잡고 나면 안하무인(眼下無人)보이는 것이 없게 마련이라고 한다. 권력에 눈이 뒤집혀 사람이 보이지 않음이다. 연암 박지원의 황금대기(黃金臺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기록한 글이 황금대기(黃金臺記)인데, ‘대’는 경포대, 을밀대, 영일대, 포항 가까이의 창녕 수성대, 울산 반구대 등이 그 ‘대(臺)’이다. 세 도적놈들이 더불어 3분의 1씩 공평히 나눠 가졌다고 박수 칠 일도 아니지만, 내 것만이 옳고, 남이 한 것은…
1980년대 지방자치가 부활되었음에도 우리나라의 실질적 주민자치는 1999년 읍·면·동 기능전환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던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의 운영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읍·면·동사무소에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문화, 건강, 여가, 성인교육 등의 강좌와 모임 등을 운영하는 것이 전반적인 외형적 모습이었다. 이러한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은 비록 민간의 문화센터나 건강 및 교육영역과 중복되는 점도 있으나 지역의 ‘커뮤니티 센터’로서의 장소적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생활의 질 향상을 가져온 긍정적 측면도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운영과 함께 주민자치위원회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기능과 역할도 질적 양적으로 확대되었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하여 지역의 주민불편사항의 해소나 주민들의 상호부조 및 마을 만들기 사업 등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그리고 우수사례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어 주민자치가 점점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주민자치사업은 2010년 이후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과 더불어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두는 발전적 제도로 정비되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풀뿌리자치의 활
국회 국정감사가 오늘부터 29일까지 실시된다. 취임 5개월 만에 실시된 작년 국감과는 달리 올해 국감은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경제, 사회 정책 등 현 정부에서 추진된 국정 전반을 따지는 사실상 첫 국감이 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정부의 각종 실정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며 송곳 감사를 벼르고 있다. 특히 고용 부진과 성장률 지표 악화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탓으로 몰아세우며 정부 경제정책 실패에 공격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고용 악화 등의 원인은 보수 정권의 정책실패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고통 분담의 필요성을 부각하면서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여야가 부딪히며 난타전을 벌일 격전장은 경제정책 외에도 수두룩하다. 심재철 의원의 비공개 예산정보 열람 및 유출 논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 부동산 정책,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놓고 여야의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대부분 야당이 공세의 칼을 쥐고 여당이 방어에 나설 테지만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남북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발판으로 오히려 여당이 판문점
지난 7일 오전 10시 56분께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옥외탱크 14기 중 하나인 휘발유 탱크에서 화재가 발생, 17시간 만인 8일 오전 3시 58분께 완전 진화됐다.이 불로 탱크에 있던 휘발유 440만ℓ 중 260만ℓ가 연소됐다. 이 화재 사고로 많은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그런데 이 사고의 원인은 한 외국인 노동자가 날린 풍등(風燈)이었단다. 실화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범인은 인근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던 스리랑카인으로써 인근 문방구에서 산 풍등을 날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풍등이 저유소 주변 풀밭으로 떨어지면서 불이 붙었고 이후 내부로 불길이 옮겨지면서 폭발했다는 것이다. “믿기 힘들지만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한 언론 매체가 보도한 어느 경찰 관계자의 말처럼 좀처럼 믿기 힘들었다. 누리꾼들의 의견도 비판적인 것이 대다수였다. “풍등 때문에 잔디에 불이 붙어 유류탱크에 불이 난다면 잔디를 심지 말았어야지. 풍등을 탓할게 못 된다” “저 정도로 관리가 부실하면 그동안 불이 안 난 걸 감사해야하는 수준… 제발 일 좀 제대로 하자” “풍등 하나로 대한민국 박살 낼 수 있다는 걸 일깨워준 스리랑카인에게 정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