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총각과 멸치 처녀가 열렬하게 사랑하게 되었다. 둘은 혼인을 하려고 양가를 번갈아 방문했다. 오징어 가문에서는 “멸치가 체구는 작아도 뼈대는 있는 집안이니 그 집 규수를 한번 얻어 보자”며 환영했다. 그런데 멸치 문중에서는 “예로부터 뼈대 없는 집안 사람들은 지조가 없어요”라며 반대했다. 거절당한 오징어 집안은 그래도 자신들은 먹 글씨 쓸 먹통도 있는 선비 집안이라며 애써 멸치 집안을 무시한다. 소설가 한승원의 동화 ‘뼈대 있는 집안, 뼈대 없는 집안’에 나오는 이야기다. 흔히 세상에서 공부깨나 한 사람을 보고 사람들은 먹물 좀 먹었다는 말로 빗대곤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뼈대있는 가문에서 태어나 먹물 좀 먹은 자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데,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며 서민보다 우월적 지위에 놓여 있는 자들이다. 이들은 입만 열면 애국 애족을 말하고 국방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석연찮은 이유로 자신과 자식들의 병역은 면제받은 자들이고 대부분 미국 영주권자들이 많다. 민족의 자존과 역사의 심판을 거론하지만 친일 행위와 역사 왜곡을 정당화하는 자들, 모두 먹물 좀 드신 분들이다. 인간은 오징어보다는 멸치에 가까운 존재라고 한다. 어류, 양서류, 파충류
“한 가지 병이 겨우 나으면 한 가지 병이 또 생기니 나의 쇠로함이 심하다.” 비만으로 여러 질병에 시달렸던 세종의 한탄이다. 숙종은 “느긋하지 못한 성격으로 노심초사하며 식사도 때를 어겨 노췌하고 현기증이 있다”고 말했다. 늙음과 질병의 고통과 안타까움은 왕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역대 조선의 왕들을 살펴보면 더욱 실감난다. 태종은 류머티즘성 관절염으로 추정되는 풍질로 고통을 받았고, 오랜 전쟁에 시달린 선조는 편두통으로 고생했다. 조선 왕들에게 가장 흔하면서도 위험한 질병은 손을 안 씻는 데서 오는 종기였다고 한다. 화병, 상심 등 스트레스성 질환도 빠질 수 없다. 그런가 하면 태조·정종·태종이 뇌출혈(중풍), 세종·숙종이 당뇨병, 선조·영조는 폐렴, 문종·성종·순조는 패혈증, 연산군·현종·경종은 전염병에 시달렸다. 그리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최고의 의료와 식생활을 누렸던 조선 왕들의 평균수명이 47세라는 기록과 세상을 떠나는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이 ‘질병’이라는 진리를 남긴 채. 질병에서 자유롭지 못함은 현대인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세상이 변하며 질병의 종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더하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통계’를 보아도…
살짝 덜 익은 김치 한 접시, 고명으로 치장한 잡채, 말쑥하게 구워진 소고기 몇 점. 따끈따끈한 미역국에 마지막으로 병아리 콩 다닥다닥 엉겨 붙은 찰진 고봉밥이 차려진다. “우리 딸 생일 축하해. 맛있게 먹고 오늘도 행복하자” 평소에는 먹지도 않던 아침밥을 오늘은 이것저것 먹어보며 ‘맛있다, 맛있다’ 고봉밥을 받아 안고 수다 삼매경에 빠진 저 아이, 얼굴이 환하다. 어쩌면 내 고봉밥이 피워 올리는 사랑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 고봉밥은 숙성된 사랑이다. 육남매가 북적대던 어린 시절, 특별히 내가 대접받을 수 있었던 날은 일 년에 딱 하루, 생일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생일 축하한다며 시끌벅적 시작되던 아침, 그 특별한 생일상 위에 당당하게 앉아 있던 나만을 위한 고봉밥 한 그릇. 아침, 점심, 저녁까지 뽀얗게 찰진 고봉밥 한 그릇을 나누어 먹으며 독차지한 그 하루만큼의 따끈따끈한 사랑. 그것은 지금까지도 푹 익어 숙성된 어머니가 물려주신 고봉밥 한 그릇의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밥공기 안의 양보다 밥공기 밖의 양이 더 많기도 한 고봉밥은 때로 숱한 사람들에게 힘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딱히 먹거리가 많지 않…
평가에 관한 유명한 카툰이 있다. 교육자로 보이는 늙은이가 쓸데없이 큰 책상 앞에 여유만만한 자세로 앉아 있다. 절대복종과 암기, 주입식 교육밖에 모르는 김나지움의 권위적 교사가 군대 중위 같았다고 한 아인슈타인이 본다면 혐오하고도 남을 인물이다. 과연! 늙은이 앞에는 새, 원숭이, 펭귄, 코끼리, 물고기(수조 속), 바다표범, 개가 한 마리씩 일렬횡대로 정렬해 있고 그 뒤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늙은이가 이렇게 말한다. “공정한 선발을 위해 너희들은 같은 시험을 봐야만 한다. 모두들 저 나무에 올라가라.” 선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공정한 경쟁이었는지, 불평한 수험생은 없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다만 그 그림 아래에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란 제목의 간단한 해설이 보인다. “모든 이가 다 천재다. 그렇지만 나무를 오르는 능력으로 물고기를 판단한다면 그 물고기는 끝까지 자신을 멍청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아인슈타인) 2022학년도에 적용될 대학입학전형제도가 대학별로 정시를 30% 이상으로 늘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선택과목을 대폭 확대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신발이거나 아니거나 /박명숙 저것은 구름이라, 한 켤레 먹구름이라 허둥지둥 달아나다 벗겨진 시간이랴 흐르는 만경창파에 사로잡힌 나막신이라 혼비백산 내던져진, 다시는 신지 못할 문수도 잴 수 없는 헌신짝 같은 섬이라 누구도 닿을 수 없는 한 켤레 먹구름이라 이 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 모두 반듯하게 배열을 하고 정형의 미학을 모범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3단의 구성을 취하면서 그려지는 이미지는 각각 구름처럼 부유하는 필부필부들의 인생과 살아온 날에 대한 회고이다. 박명숙의 시조는 운도 깔끔해서 시조 정신이 곧고 굳다. 이것을 바느질에 비유하자면 한 땀 한 땀 매끈하여 바느질 자국도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이 시조에서 구름 이미지는 신발이 되었다가 외딴 섬으로 바뀐다. 여기에 ‘허둥지둥 달아나다 벗겨진 시간’ 즉 우왕좌왕 하는 시간의식이 더해지고 ‘혼비백산 내던져진, 다시는 신지 못할’이라는 표현이 합세하여 이리저리 얽혀 살다가 죽는 군상이 연상된다. 사는 게 얼마나 힘들었으면 놀라서 넋을 잃을 정도일까. ‘헌신짝 같은 섬’으로 뻗어나가는 상상력은 전환을 이루면서 선연한 이미지에 여운이 강하다. /박…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비핵화와 미·북 대화,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등에 대해 합의를 이룬 뒤 평양선언을 발표했다. 남북 정상은 이날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뤄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선언에는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등의 추가 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약 5개월 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채택한 4·27 판문점선언에는 전체 3개 항 가운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관련 대목에 3개 문장으로 남북의 비핵화 의지와 국제사회를 향한 선언적 의미가 담겼다면 이번 9월 평양공동선언은 양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남북 간 비핵화 논의에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번 선언은 판문점선언이라는 기반 위에 5·26 제2차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 북미 간 비핵화 협상 등 지난 5개월간의 성과를 토대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며 실
김두관 국회의원(김포시갑)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참좋은 지방정부위원회’ 상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공동위원장은 광역단체장 대표로 최문순 현 강원도지사, 기초단체장은 황명선 현 논산시장이 맡았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에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25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앙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지방 재정자립이 실현될 수 있도록 강력한 재정분권, 공공기관의 지방이전과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적극 앞장서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사실 김 위원장은 이 일에 제격인 인물이다. 그의 경력만 봐도 그렇다. 1988년 경남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 이장부터 시작, 38~39대 남해군수에 당선됐다. 길진 않았지만 행정자치부 장관도 지냈으며, 2010년부터 제34대 경상남도 도지사도 역임했다. 오랫동안 지역 언론인 남해신문 대표이사 사장, 발행인, 편집인도 맡았으며 2005년엔 자치분권전국연대 상임고문으로도 활동했으니 이만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특히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11일 발표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이 지방정부들의…
고령이란 용어에 대한 정의는 보편적으로 일정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고령자 고용촉진법시행령에서는 55세 이상을 고령자, 50~54세를 준고령자(2조)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복지법에서는 65세 이상인 자를 고령자로 정의하고, 국민연금법은 노령연금 수급권을 가진 60세 이상인 자를 노인으로 정의한다. 이와 같이 법률의 취지에 따라 고령자의 연령 기준에 대한 해석이나 이해에 차이가 있다. UN에서 정한 기준에 의하면 고령인구(노인)란 65세 이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UN에서는 65세 이상의 노년 인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에 진입했다고 정의한다. 이 비율이 점점 높아져 14%가 넘어가면 고령사회(Aged Society)가 되고, 20% 이상이 되면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7년 고령인구는 711만 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했다. 2000년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지 17년 만으로,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이다. 그동안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졌던 일본의 경우는 1
‘평양냉면, 평양온반, 대동강숭어국(탕), 녹두지짐’을 평양의 4대 음식이라 부른다. 옥류관의 메뉴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이 음식 외에도 전문요리사 약 100명이 다양한 다른 요리와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만들어낸다. 철갑상어, 샥스핀 수프, 자라요리, 피자, 스파게티등 서양 유명 음식 까지. 각 연회장 마다 내는 요리도 다르다. 1층 가장 넓은 홀에서는 주로 평양냉면을 먹고, 2층에서는 고기쟁반국수, 자라탕 등 탕류를 먹고, 3층에서는 소불고기를 구워서 먹는 식이다. 그러나 옥류관 하면 역시 냉면을 빼놓을 수 없다. 너무 잘 알려져 설명도 필요치 않다. 하루에 약 1만 그릇이 팔린다니 북한내 인기 또한 가늠하기 충분하다. 개점 50주년이던 2010년 조선중앙통신 기사엔 연간 방문객이 137만 6,000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때문에 국내외에 널리 알려졌고 ‘평양냉면’하면 북한의 아이콘으로 통할 정도로 유명하다. 북한 사람들로 부터 ‘민족요리의 원종장 (原種場)’이라 칭호를 받고 있는 옥류관은 대동강변 옥류교 근처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1961년 8월 15일 해방절 16주년 기념으로 문을 열었다. 현재 본관의 수용능력은 약 1천석, 별관은 1천200여…
“전날에 너희가 빛을 받은 후에 고난의 큰 싸움을 견디어 낸 것을 생각하라. 혹은 비방과 환란으로써 사람에게 구경거리가 되고 혹은 이런 형편에 있는 자들과 사귀는 자가 되었으니, 너희가 갇힌자를 동정하고 너희 소유를 빼앗기는 것도 기쁘게 당한 것은 더 낫고 영구한 소유가 있는 줄 앎이라. 그러므로 너희 담대함을 버리지말라. 이것이 큰 상을 얻게 하느니라. 너희에게 인내가 필요함은 너희가 하나님의 뜻을 행한 후에 약속하신 것을 받기 위함이라. 나의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히10:32-38절) 본문을 통해 핍박과 유혹이 넘치는 세상에서 어떻게 승리할 것인지 살펴보자. 1. 우리가 세상을 이기기 위해서 소유해야 하는 능력은 확신과 소망이다. 우리가 재산을 억울하게 빼앗기는 고통 속에서도 기뻐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구한 산업, 즉 영원한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원한 생명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러므로 환난과 고난, 유혹에 물든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준 확실한 신뢰 안에 소망이다. 성경에 인물 중 바울을 잠간 소개한다면, 그는 이방인의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 고난과 위기의 연속이었다. 그는 죽음과 강도, 동족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