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도민 열 명 중 여섯 명이 우울감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음악, 독서, 영화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전문가들은 권장한다. 경기도가 지난 21일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도민들의 정신건강 실태를 살펴보면, 도민의 59%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상생활 속에서 불안, 초조, 답답함, 무기력, 분노 등의 우울감을 느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71%)과 70대 이상 노년층(74%)에서 더 높았다. 우울감을 느끼는 원인으로는 ▲외출 자제로 인한 갑갑함(22%)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20%) ▲소득·지출 감소에 따른 스트레스(19%) 등이 높게 제시됐다. 우울감 해소를 위해 도민들은 ▲산책이나 운동(34%) ▲TV, 영화, 게임 등 문화생활(30%)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우울감 해소 노력을 하고 있는 것(71%)으로 조사됐다. 지난 22일부터 시행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과 관련해 사람들과 만남이 줄어들면서 ‘정서적 소통’ 부족을 호소(55%)하는 도민도 절반이 넘었다. 여성(62%)과 70대 이상…
후보자의 이름이 인쇄된 투표용지는 1850년대 호주에서 처음 사용됐다. 하지만 투표용지는 나라마다 다르게 발전해 왔다. 문맹률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도에서는 정당을 상징하는 다양한 그림들이 투표용지에 등장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연꽃, 자전거, 손바닥, 자명종, 낫, 코코넛 등등. 1960년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맹률이 높다 보니 출마 후보의 기호를 1·2·3 같은 아라비아 숫자 대신 막대 개수로 표시 했기 때문이다. 당시 치러진 참의원 선거엔 후보가 28명이나 출마해 막대를 28개나 그려 넣었다니 후보의 기호를 찾아 정확히 찍는 것도 쉽지 않았을 듯 싶다. 후보자 간 헷갈리는 것을 막고, 정보를 더 많이 주기 위해 후보자 얼굴을 인쇄하는 나라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 유권자들이 후보자 이름이 인쇄된 투표용지에 기표하지 않고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지역구 의원)이나 정당명(비례대표)을 적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세계 유일 자서식(自書式) 투표용지다. 투표이후 개표방법은 세계가 거의 공통이다. 수(手)개표 혹은 전자개표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48년 첫 선거이후 수작업으로…
눈 내릴 때의 기도 /전근표 눈이 온다 눈이 온다 검은 떼 덮어주고 찌든 떼 씻겨 주려나 보다 소리 없이 사푼사푼 하늘하늘 춤을 추며 온 천지가 하얗게 소복소복 너와 내가 좋아 하고 멍멍이도 좋아라 꼬리치는 눈이 오고 있다 하얀 세상 만들려나 보다 세상은 온통 잡동상이 부익부 빈익빈 비리부정 아직도 노약자 실업자 천지다 눈이라도 많이 쌓여라 가난한자들의 아픔과 슬픔 매만질 수 있다면 그래도 포근한 하얀 세상이 오겠지 우리 모두 하얀 세상위해 두 손 모아 기도를 하자 기도를… ■ 전근표 1949년 전북 진안출생. 육군중령 예편, 진안문인협회 제6대 회장을 역임했고, 한국시문학대상, 진안군 애향장, 고도금마 문화의장, 진안예술상, 전북문협 공로상을 수상했다. 표현문학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우리말 가꾸기 위원회, 진안문인협회 고문으로 있다.
향년 88세이신 아버지가 췌장암으로 광주보훈병원에서 영면했다. 전대병원에서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주문한 주치의 말해도 아버님은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면서 병마의 고통은 오래갈 것만 같았다. 그러던 아버지가 돌아오질 못할 아주 먼 길을 떠나셨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호흡은 파도가 일렁이는 바람처럼 크고 무서웠다. 지켜보는 가족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하루하루 병간호의 긴장된 나날이었다. 좀 더 오래 지상에 머물면서 가족들과 생전에 가보지 못한 여행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나누고 싶었지만 병세는 깊고 깊었다. 어머니가 담석으로 일찍 돌아가신 후로, 허공을 바라보는 모습들이 엊그제 같다. 아버지는 신안군 증도초교에서 교육에 몸담으신 후로는 마산, 서울, 고향인 해남에서 대부분 정착하셔서 6남매를 성장시켰다. 어머님과 오래전 별리후로 마냥 허허로운 공간에다 초점 잃은 시선을 걸쳐놓았을 뿐이란 것을 뒤늦게 알았다. 허공을 좇는 아버지의 눈길은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깊은 슬픔에 빠져있는 듯 보였다. 작은형님 내외는 극진하게 아버지를 모셨고, 읍내에 나가서 게이트볼도 치시고 전국대회에 출전하시기도 했었다. 어르신들과 어울리시면서 그 초조한 모습은 사라졌지만, 허공을 바라보는 모습은
현관을 나서며 나는 별 생각 없이 어제 신었던 신발을 또 신는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마지막 준비과정을 위해 몸에 장착하는 신발. 그 신발로 하여 나는 바깥세상으로 발을 내딛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나를 확인하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마치 한 몸인 듯 내 몸에 붙어 다니며 지저분함으로부터 또는 차가움으로부터 때로는 통증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신발. 그 신발이 처음부터 그렇게 편안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갓 돌을 넘기고 있는 조카 ‘현’이의 작은 발에 신발을 신기자 금방 얼음처럼 몸이 굳어 꼼짝을 못한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신발을 이리저리 쥐어뜯기 시작하는 ‘현’이. 누구에게나 처음의 신발은 그렇게 어색하고 불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치, 사회의 일원으로 스며들기 위해 첫 발을 내딛던 그 날처럼 말이다. 처음의 어색함이 점점 익숙해지고 결국엔 한 몸인 듯 되어가는 ‘신발 길들이기’ 과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우리 삶과도 닮은 듯하다. 동대문 지하상가를 지나가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구두를 산 적이 있다. 벚꽃 만발하던 그 날, 나는 잔뜩 멋을 낸 치마를 입고 그 구두를 신었다. 그 날 그 여의도에는 폭죽처럼 꽃잎이 흩날렸고 늦도록 휘청거리는 바람과 더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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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를 잘 써서 믿을 수 없다는 뜻의 ‘교활(狡猾)’은 상상 속의 두 마리 동물 이름이다. 중국의 기서(奇書) ‘산해경(山海經)’에 등장한다. 내용은 이렇다. ‘교(狡)’는 모습은 개와 같고 몸에는 표범 무늬가 있으며, 소처럼 뿔이 나 있는 짐승으로 개 짖는 소리를 낸다. ‘활(猾)’은 생김새는 사람 같은데 온몸에 돼지털이 숭숭 나 있으며 뼈가 없는 동물이다. 그런데 이들은 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만나면 몸을 똘똘 뭉쳐 조그만 공처럼 변신하여 제 발로 호랑이 입속으로 뛰어들어 내장을 마구 파먹는다. 호랑이가 그 아픔을 참지 못해 뒹굴다가 죽으면 그제야 유유히 걸어 나와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교활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먹이로 덫을 놓는 간교함이 말 그대로 얼마나 교활한가? 영국의 작가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악마의 덫’ 이라는 덩굴식물이 나온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덩굴손과 촉각이 예민한 덩굴 덩어리로 이뤄진 이 식물은 자신의 몸에 닿은 모든 것을 감아서 질식사 시켜버린다.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면 더 빠르고, 더 단단하게 감아버린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도 마찬가지다. 달콤한 말을 건네는가…
모친 /박일만 아파서 곧 죽겠다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갔다 두 차례 낙상사고로 누워 계신지 몇 해 겨우 몸 추스르고 사신다 몸은 날이 갈수록 작은 점이 되고 늘어가는 약봉지가 유일한 낙이시다 낡을 대로 낡은 관절들, 숨이 턱에 차도록 도착해 보니 겨우 발목에 통증이시다 걸어서 내 집에 오실 수 있는 지척이지만, 안다, 핑계 김에 다 늙은 자식이라도 보고 싶은 것이다 발목을 문질러드리자 벌떡 일어나 밥상 차리러 가신다 ■ 박일만 1959년 전북 장수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법학과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詩)을 수료했다. 2005년 『현대시』로 등단해 문화예술창작지원금 수혜(2011, 2015). 송수권 시문학상(2019)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현재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전북작가회의 등을 출판했다.
꿈은 살아있는 사람의 의무이자 권리입니다. 꿈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여전히 너나없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힘들고 어렵습니다. 세계 인구의 70%이상이 감염돼 집단면역이 생기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있습니다. 한국이 공격적인 검진으로 방역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지만 안심하긴 이릅니다. 삶의 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도민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의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꿈을 이루는 건 언제나 땀입니다.” 경기도가 도민과 소통을 위해 내건 첫 희망글판 문구입니다. 봄을 나눈다는 춘분(春分)도 저만큼 지나갔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여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게 멈춰 서 버린 듯합니다. 사회적 파장과 경제적 후유증이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큽니다. 179개 나라 하늘길이 막혀 대한민국이 가장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19일 현재 누적확진자수가 9천137명에 사망자도 131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중 경기도 확진자수는 모두 387명에 사망자는 4명입니다. 참으로 어렵고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가 생명의 위험과 경기 침체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온…
걷기가 몸에 좋다는 걸 모르는 바보는 없다. 그러나 도회지에서, 특히 서울에서 걷기운동은 사실 좀 어렵다. 우선 공기가 안 좋아 매연 속을 쉽게 걸을 마음이 안 생긴다.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우리 몸은 편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몸은 표면에 닿는 면적이 넓을수록 편안함을 느낀다. 서 있는 것보다 엉덩이를 걸치는 것이 편하고, 그보다 좀 더 편한 자세는 반쯤 몸을 누이고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다. 그보다 더 편한 자세는 말할 것도 없이 자리에 삐딱하게 눕는 것이다. 결국, 가장 평안을 느끼는 자세는 눈감고 숨 안 쉬는 죽음의 세계다. 죽지 않으려면, 병들지 않으려면 사람은 움직여 줘야 한다. 원시사회는 물론 농경사회에서도 사람들은 부단히 육체노동을 했다.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사람의 손발 대신 그 자리를 기계가 맡게 되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편한 것을 좇게 되었다. 그러나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는 우유를 받아먹은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훨씬 더 건강하다. 그만큼 발로 뛰기 때문이다. 발로 걸으면 우선 온몸에 활기를 불러일으킨다. 발끝에서 두뇌까지 온 세포를 다 활성화시킨다. 디스크 환자도 걸으면 낫는다. 골다공증도 걷기운동을 규칙적으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