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다. 예상했던 대로 교육, 국방, 산업통상자원, 고용노동, 여성가족부 장관을 교체했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논란을 낳거나, 정책 수요자인 민심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부처, 장관의 존재감이 약했던 부처들이 대상이었다. 사회 부처의 신임 장관은 여당 국회의원을 기용해 개혁 기조를 유지하고, 경제 부처의 경우 경제관료들을 포진시켜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용이 짜였다.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편 과정에서 혼선을 빚고 논란을 자초하면서 정책 신뢰도를 실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고, 진보·보수 교육단체 양쪽에서 장관 퇴진을 요구받아온 터라 새 출발이 요구돼왔다. 재선 국회의원인 유은혜 장관 내정자를 발탁한 것은 교육 정책의 개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교체 여부가 고심이었던 국방부 장관을 바꾼 것은 어수선한 ‘군심(軍心)’을 하루빨리 정돈하고 안보에도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하는 차원에서 잘한 결정이다. 해군 출신 송영무 장관의 바통을 공군 출신 정경두 합참의장으로 넘긴 것은 육군 중심으로 짜인 군 기득권을 깨는 개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새 장관은 육·해·공군사이에 벽을 쌓는 ‘
노인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고령범죄자(65세 이상)는 2013년 7만7천260명에서 5년 뒤인 2017년 11만2천360명으로 45%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살인·강간·방화 등 강력범죄자는 2013년 1천62명이었는데 꾸준히 증가해 2017년 1천808명으로 70.2% 급증했고, 상해·폭행 등 폭력범죄자는 2013년 1만4천216명에서 2017년 2만350명으로 43.1% 늘어났다. 노인범죄자들의 범행 동기는 무엇일까? 지난해의 경우 부주의가 13.5%, 우발적인 경우가 13.1%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기타 25%(2만8천194명), 미상 38.3%(4만3천44명)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노인 절도범죄의 상승률이다. 노인의 절도범죄는 2011년 3천746건에서 2016년 8천747건이었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체 절도범죄자 중 노인의 비중이 8.22%나 된다. 노인 범죄가 증가하는 첫 번째 이유는 오랫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지켜 온 노인빈곤 때문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높은 노인빈곤율이 재산범죄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나타난 여러 유형의 노인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다. 넓은 열차 칸에 덩그러니 혼자라면 어떠할까. 덜컹거리는 철로의 마찰음이 예전보다 크게 들리고, 지나가는 들과 건물과 나무들이 외로움으로 다가서서 부르르 몸서리치지 않을지. 아니, 반대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곳에서 오페라 가수처럼 무게를 잡고 노래 부를 수도 있을 것이고, 어느 정치 후보자처럼 허세부리며 큰 소리로 연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가된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기에. A.G 가드너는 런던에서 미들랜드로 가는 마지막 열차인 완행열차를 탔다. 출발할 때는 손님들이 찼었지만, 교외 정거장에서 열차가 멈출 때는 하나씩 둘씩 내렸으며, 런던의 외곽을 등 뒤로 돌렸을 때쯤 해서는 혼자였다. 그래서 일종의 자유의 향연으로 창문을 계속 열거나, 반항의 자극 없이 그것을 계속 닫거나 할 수 있고, 찻간 어느 구석도 차지할 수 있는 즐거운 마음을 누릴 수 있었다. -우리 중 누가 먼저 열차를 탔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담뱃불을 붙여 다시 주저앉아 독서를 시작하였다. 내가 동료 여행자를 발견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는 다가와서 내 코 위에 앉았다. 그는 우리가 모기라고 부르는 날개가 달리고, 거만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곤충 중의
1980년대 초반까지도 여름의 끝자락에 접어들면 전남 서남해안 지역에서는 흉흉한 괴담이 돌았다. 이시기 치사율이 높은 풍토병이 여지없이 창궐했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수 없는 병으로 해마다 20~30명이 희생됐다. 주로 어패류를 생식한 사람이 오한, 발열, 전신 쇠약감의 증상을 보이고 36시간 정도 지나면 괴사 등 피부이상이 나타나며 사망에 이르는 원인불명의 병이었다. 특히 간에 이상이 있거나 음주습관이 있는 사람은 거의 100%의 치사율을 보이는 치명적 괴질이었다. 주민들과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이 풍토병은 3년 뒤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밝혀졌다. 원인을 규명한 사람은 프랑스에서 5년간 ‘안티 박테리아’를 연구하고 귀국한 당시 41세의 젊은 의학도 정선식 전남대 의대 교수였다. 그 후 감염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며 비브리오를 파헤치기 시작했고 1995년 마침내 이 병의 원인균을 밝혀냈다. 2003년 2월엔 ‘불니피쿠스균’의 천적인 ‘박테리오파지’를 분리한데 이어 인공배양으로 대량 증식하는데 성공했다. 그 이후 개발한 백신으로 치사율 100%였던 비브리오 패혈증은 50%이하로 낮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희생자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비브리오 균이…
송이풀 -이별- /문효치 그때 어둠은 왔지 으아리꽃이 왔다가 가고 어둠은 내 살 속으로 뚫고 들어왔어 어둠이 오는 소리는 천둥소리 같았어 어둠이 오는 소리에 잎사귀들이 모두 떨어지고 몸은 마구 아팠어 지구를 흔들면서 왔어 그때 어둠은 왔지 어둠의 덩어리들은 와서 내 몸에 뿌리를 박은 채 피를 빨고 있었어 때로는 총이고 칼이었어 나를 뚫고 베었어 풀꽃을 통해 세상살이를 느끼고 만날 수 있는 재미까지 쏠쏠한 문효치 시인의 풀꽃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는 시집 ‘모데미풀’에서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별’의 부제를 달고 있는 ‘송이풀’이었다. 어디서나 흔하디흔하게 볼 수 있는 풀꽃 하나에서 이렇듯 장엄한 아픔을 체취한 시인의 혜안이 놀라울 뿐이다. 이별은 아픔 중에서도 가장 큰 아픔이다. 얼마나 아팠으면 지구가 흔들리고, 매일 마주하는 어둠은 천둥소리를 내고, 그 소리에 세상의 모든 잎사귀들은 떨어지고, 또 어둠은 덩어리가 되어 “내 몸에 뿌리를 박”고 온 몸의 피를 빨고 있다. 고 쓰디쓴 독백을 한다. 피는 생명이다. 멀어져가는,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은 피를 다 쏟아내고 생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있었다. 가족 상봉이 이루어진 금강산호텔은 눈물바다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금섬(92) 할머니는 상봉장에 도착해 아들 리상철(71)씨의 자리에 오자마자 아들을 끌어안고 눈물을 쏟았다. 이렇게 수십 년을 잊지 못하고 기다려 만난 사람들도 있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고 아픔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다. ‘1년만, 아니 여덟 달만 빨랐더라면…’ 87세 김진수 할아버지는 끝내 여동생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슬픈 소식을 들어야했다. 상봉 신청자 절반 이상이 이미 사망했고 생존자 85% 이상이 70대 이상의 고령이다. 이제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남북 협력을 통해 정례화가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산가족 상봉 때면 나도 마음이 울컥할 때가 많다. 돌아가신 우리 시아버님도 고향을 북에 두고 홀로 월남하신 실향민이다. 가끔 며느리인 나에게 고향과 부모님에 관해 말씀을 하셨다. 몇 해를 그렇게 지나시다 어느 날엔가 새벽에 티브이 소리가 커서 들여다보니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뉴스를 접하시고 망연하게 앉아 계셨다. 아무 말씀도 못하시는 얼굴을 적시는 눈물이 브라운관에서 나오는 빛에 빛나고 있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아버
대학교육은 장차 자기실현을 할 수 있는 인간을 길러내는 데 그 최종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대학교육 4년 또는 6년의 과정을 거쳐 사회에 나서는 한 인간이 그 사회와 민족 내지는 국가, 인류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자기실현을 할 수 있는 유능한 인간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대학교육의 목적이요, 그 목표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대학교육은 이 목적 내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써 두개의 채널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전공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교양교육이다. 이 두 채널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인가? 그것은 스위스 사상가이자 교육자인 페스탈로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직업인이 되기 전에 인간이 되도록 교육하라.’는 것이 대학교육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양이란 무엇인가? 교양 있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인격에 품위가 있어야 하고, 언어가 고상하고 행동에 예절이 있어야 한다. 대학은 지성적 교양인의 집단이며 문화인의 요람을 말하는데 좀 특정한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여 취업을 도모하게 하는 직업학교와는 달리, 대학생활의 전 과정을 통해 이상적 가치관과 인생의 목표를 눈앞에 바라보면서 함께 토론하고 함께 추구하는 가운데 스스로 고매한 인격을 형성해…
경기도 오산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위원장이 최근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남북 정상이 월드컵 공동개최에 대한 합의를 이뤄달라고 제안했다. 다가오는 남북정상회담 주요 아젠다로 남북 월드컵 공동개최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남북 월드컵 공동개최에 대해 국회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힘을 모으자”고 주문했다. 아울러 2020년 도쿄 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 경평 축구 등 체육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개성 만월대 공동복원, 철원 궁예 궁터 발굴과 복원 등 남북 문화재 교류·협력사업도 재추진하기를 바란다면서 “우리 위원회가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고 평화를 꽃피우는 데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안 위원장의 구상이 곧 우리 국민들의 소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월드컵 남북 공동개최는 반드시 성사됐으면 좋겠다. 월드컵 남북 공동개최 첫 제안은 지난해 6월 12일 문 대통령과 국제축구연맹(FIFA) 인판티노 회장이 청와대에서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이 “남북한을 포함해 동북아 이웃 나라들과 함께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다면 평화 조성에 도움이
소비심리가 한 여름에도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8년 8월 경기지역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 이달 경기도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3으로 한 달 전보다 3.2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16개월만에 최저치다. CCSI는 소비자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을 밑돌면 경기를 비관하는 소비자가 낙관하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즉, 내수경기의 바로미터인 소비심리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이 경기불안을 느끼며 지갑을 닫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도 매우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경기판단CSI(81→73)과 향후경기전망CSI(91→83)는 한 달 전보다 각각 8%포인트 하락했고, 모두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취업기회전망CSI(84)마저 전월 대비 6%포인트 하락해 지난해 4월(83)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다가 고용참사 등 실업률이 지속되고 있고, 생활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제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각종 경제 악재들도 한꺼번에 들이닥치고 있어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채나라로 가던 도중 양식이 떨어져 채소만 먹으며 일주일을 버텼다. 걷기에도 지친 일행은 어느 마을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그사이 공자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제자들 중 ‘안회’가 밖에 나가 쌀을 구해와 밥을 지었다. 잠에서 깬 공자가 코끝을 스치는 밥 냄새에 밖을 내다보다 ‘안회’가 밥을 한 움큼 집어먹는 모습을 발견했다. 어떻게 가르칠까 생각하다가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안회야! 내가 방금 꿈속에서 선친을 보았는데 밥이 다 되거든 먼저 조상에게 제사 지내라고 하더구나” 제사 음식은 깨끗하고 아무도 손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가 먼저 밥을 먹은 것을 뉘우치게 하려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안회’의 대답은 오히려 공자를 부끄럽게 했다. “스승님, 이 밥으로는 제사를 지낼 수 없습니다. 제가 뚜껑을 여는 순간 천정에서 흙덩이가 떨어졌습니다. 스승님께 드리자니 더럽고 버리자니 아까워서 제가 그 부분을 먹었습니다.” 공자는 잠시지만 의심한 것을 후회하며 다른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나는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