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주어진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은 건강하고 많은 재산을 소유하며 명예를 갖는 것일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치 있는 일에 삶을 집중하는 것일 것이다. 또한 사람은 행복한 삶의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건강을 위해, 부의 축적을 위해, 명예로운 일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이 가운데 몇 개는 자신을 위한 것이고, 몇 개는 다른 사람과 사회를 위한 배려의 행동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말을 한다. 이 말의 뜻은 지능을 가지고 진화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보다는 남을 생각하고 배려함으로써 보다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자에서 사람을 의미하는 인(人)은 2개의 개체가 모여 조합된 완벽한 의미의 글자이다.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고등 사고 능력을 활용하여 부족함을 메워주고 좋은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人)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본인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배려와 희생정신이 바로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교육과 학습을 통해 사회가 행복을 같이 누릴 수 있는 방
유화물감은 화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해왔던 재료였고, 그들의 대표작 역시 대부분 유화로 남겨져 있다. 드가 역시 빼어난 유화를 셀 수 없이 많이 남겼지만, 필자는 그의 파스텔화를 훨씬 더 좋아한다. 드가의 파스텔화에서는 화가의 감성과 재능이 유화에서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곤 한다. 1880년작 ‘무대 위에서’에서는 신비로운 공간에서 춤을 추고 있는 무희들의 모습이 보인다. 화가의 손놀림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청녹색의 스커트는 번지는 듯 날리는 듯 하여 무중력 상태의 포즈가 지닌 아름다움을 증폭시키고 있다. 감추어지지도 다듬어 지지도 않은 날것 그대로의 파스텔 실루엣은 발레나의 팔을 더욱 우아하게 보이게 한다. 혹자는 드가가 냉혹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며 드가의 작품들 역시 그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드가의 파스텔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차가운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화면 안에서 작가의 감성이 풍요롭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감성이란 매우 청량하고 자유로운 것인데, 파스텔을 매우 선호했던 드가였기에 그런 느낌이 잘 살아났을 것이다. 드가는 유화보다는 파스텔이 자신이 마음속…
식곤증 /유 희 비켜갈 수 없는 절벽이다 우회할 수 없는 막다른 길이다 자전의 중심으로 빨려 드는 무기력증 이승과 저승 사이에 휘청이는 갈대인 듯 연옥의 나루터에 출렁이는 뗏목인 듯 나를 잊고 너를 모르는 무뇌의 동상인 듯 감당할 수 없는 무게에 까무러지는 순간이다 먹물 번지듯 세상이 어둡다 돌아갈 길 잊는 몽환의 순간이다 한 방울 욕정欲情마저 산화하는 순간이다 블랙홀 입구에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내가 있다가 없다 없다가 있다 -유 희 시집 ‘틈새’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난센스 퀴즈다. 가볍게 웃어 넘기는 말이긴 하지만 사실 내려앉는 눈꺼풀의 무게란 가히 감당할 수 없이 무거운 것이다. 어느 일터에서나 식사시간은 즐겁다. 그리고 그 이후에 찾아오는 근무시간은 나른하다. 소화기관의 포만감으로 인해 밀려들어 오는 잠, 시인은 그러한 식곤증에 빠지는 우리의 그 순간을 비켜 갈 수 없는 절벽이며 우회할 수 없는 막다른 길이라 한다. 그 앞에서 갈대인 듯 뗏목인 듯 동상인 듯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을 확인하며 까무러지기도 하는 블랙홀, 그와 같은 입구에 내가 있다가 없고 없다가 있는, 누구나 피해갈 수…
장바구니 물가가 너무 오르고 있다. 긴 폭염을 거치면서 농작물이 말라붙은데다 수산 및 축산물 가격마저 큰 폭으로 오르는 추세다. 이달 들어 배추, 양배추, 시금치, 수박 등 채소와 과일 가격이 지난달보다 50% 이상 치솟았다. 고등어, 갈치 등 주요 수산물 가격도 지난해보다 30% 이상 급등했다. 폭염에 잎채소는 녹아들고, 열매채소는 열매조차 열리지 않아 공급 물량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산물은 수온이 오르면서 출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바구니 물가’ 불안이 추석까지 이어질까 염려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태풍 솔릭이 우리나라를 관통하게 되면 농수산물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물가 앙등이 한 달 남은 추석까지 이어진다면 추석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저조한 소비를 더욱 냉각시킬 것이다. 그렇다고 가격통제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먹거리 물가가 오르면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고 영세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요식업계가 타격을 받는다. 주부는 장보기 겁나고, 서민은 한 통에 3만~4만 원 하는 수박을 사 먹기가 두렵다. 인건비 부담 증가를 호소하는 요식업계에 식자재 가격 상승은 경영난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식당마다 음식값을 올리지…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상위와 하위 10% 임금 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거의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은 작년 기준으로 그 격차가 4.3배로, 통계가 나온 6개국 가운데 미국(5.07배) 다음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2016년에는 회원 22개국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작년 기준으로 일본은 2.83배. 뉴질랜드는 2.81배라고 하니 한국의 임금 격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큰 것은 분명한 듯하다. 한국의 이런 현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까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60% 안팎에 그치고 있고,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50∼70% 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상-하위 급여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대기업들이 수출 중심이어서 영업실적이 비교적 양호한 데 비해, 중소기업들은 내수부진의 만성화로 활력을 잃고 있다. 이러하니 어느 정도 임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경기 외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임금 격차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를 지나치게 깎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급여가 대기업 근로자
수원문화재단 관광마케팅팀장 현황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절차는 매우 중요하다. 수명주기(life cycle)가 있는 관광지도 마찬가지다. 관광지의 만족도 조사는 제공하는 서비스와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와 관광객들의 욕구를 파악하여 향후 프로그램 개선과 신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관광객의 욕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프로그램 개발 등 만족도 조사는 관광객 중심의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다. 경기도 대표 문화역사유적지인 수원화성도 매년 만족도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2017년도 관광객 만족도 조사결과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방문연령은 30∼40대 층이, 역사 문화체험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92% 정도가 만족하고 있으며 타인 추천의향 92%, 재방문 의향도 80%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관광지 특성상 숙박보다는 당일관광 비중이 83%로 상당히 높았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우수한 관광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만족도 조사의 이면내용을 좀 더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수원화성의 입장료 지불체계와 관광지 수명주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먼저
며칠간의 짧은 휴가를 얻은 둘째의 시간에 맞춰 큰딸내외와 4박 5일간 베트남에서는 세번째로 큰 항구가 있는 풍요로운 도시 다낭을 다녀왔다. 응우옌왕조의 유적으로 유명한 후에와 고풍스러운 올드타운으로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호이안의 명성에 가려져 최근까지 다낭은 여행지로는 소외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눈부신 햇빛과 한눈에 담기 버거운 긴 해변에 그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하얀 모래밭이 있어 일상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행자의 지친 가슴을 풀어 놓기에 다낭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인천공항에 못지않은 시설과 청결함을 갖춘 현대적인 공항은 매력적인 첫인상이었다. 차보다 더 많은 엄청난 양의 오토바이와 몇 개 되지 않아 눈에 띄지도 않던 신호등, 오토바이의 물결을 요리조리 피하는 택시기사의 곡예운전에 아슬아슬한 긴장으로 공포에 가까운 탄식을 내며 번화가에서 멀지않고 해변에 가까운 리조트에 도착했다. 선베드가 놓인 옥상의 수영장과 조식은 고급스러웠으며 직원의 친절한 서비스는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30분간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간 바나힐. 산위 휴양지로 지어졌다는 프랑스마을에서는 무엇보다 고지대의 구름산책이 즐거웠다. 바로 앞의 사람도 분간키 어려운 구름이 갑자기 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 차례 어떤 난장을 치려는지 창문에 걸린 블라인드 줄 끈이 연신 난타 중이다.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제 19호 태풍 솔릭의 경로를 예고하면서 위력이 상당할 이번 태풍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마다 한 번쯤은 찾아오는, 대기의 흐름이 한 곳에 쏠리면서 강력한 힘의 기둥을 세우고 갖가지 피해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무소불위의 태풍. 그런 태풍은 자연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여러 가지 꼴로 찾아오게 마련이다. 느닷없이 휘몰아치며 삶의 뿌리까지 흔들어놓는 갖가지 사건 사고 또한 인생의 태풍이 아닐까 싶다. 가족친지들 다 모여 화기애애하게 파티를 즐겼던 지난 어머니 칠순잔칫날.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돌아오는 경부선 고속도로에서 잠시잠깐의 실수로 내 자동차는 굉음을 울리며 곤두박질쳤다. 만신창이가 된 자동차 안에서 쉼 없이 울리는 비상벨 소리, 출동경찰의 끊임없는 질문, 여전히 질주하며 스치는 자동차들, 연거푸 들이닥친 견인차끼리의 경쟁, 넋을 잃고 널브러진 가족들.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고 없이 들이닥친 내 인생 중반의 태풍은 자동차를 폐차하고 몇 달간 후유증 치료를 하며 흐트러진…
4세 아이가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갇혀 7시간이나 방치됐다가 숨진 이튿날에는 보육교사가 11개월짜리 아이를 몸으로 짓눌러 질식사시켰다. 지난달의 일이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해 CCTV를 공개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했는데 이런 대책이 소용없을 정도로 되풀이되고 있다.” “완전히 해결할 대책을 세워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아니 할 말로 현장의 관점이 여전하다면 학부모들은 위험지역에 무방비로 아이들을 내놓는 꼴이 된다. 그걸 보여주듯 그새 또 식사 시간에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집단지도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은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바라보며 보살피고 가르치는 관점이 있다면 어느 한 아이도 전체와 똑같은 비중으로 소중하다는 관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교육은 겉으로는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쉽고도 졸렬하고 유치하다. 수준이 낮고 세련되지 못한 교육이다. 우리는 이 관점에 너무 익숙해서 탈피하기가 어렵게 되었고 심지어 가장 좋은 방법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아이들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곧 뒤떨어지는 아이가 보이기 마련이고 그들이 성가신 존재가 된다.…
삶은 감자 세 알 /정진규 사무실 건물 환경원 아줌마가 옥상에 감자를 심어 길렀다고 오늘 캤다고 뜨끈뜨끈한 주먹만 한 감자 세 알씩을 사무실마다 돌리며 귀한 거니 잡수어보시라고 했다 세 알을 맛있게 다 먹었다 먹는 일이 제일로 귀하다는 걸 몸으로 알았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귀하다는 말! 진종일 내가 귀했다 - 정진규(1939~2017) 시인의 시집 ‘공기는 내 사랑’ 중에서 귀한 감자를 본다. 감자 세 알을 맛있게 먹는 귀한 몸을 알게 된다. 옥상에 심었다면 수확이 많지도 않았을 감자를 이웃에게 돌리는 아줌마의 귀한 마음도 읽는다. 오늘은 무능과 무지와 부덕을 탓하며 내가 함부로 다루고 상하게 했던 귀한 내 몸과 마음을 보듬어주기로 한다. 작은 소리로 내가 귀한 내 이름도 한번 불러주기로 한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