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 조선 황제릉으로 여행을 이어가보자. 홍릉의 이빨 빠진 사자의 모습을 떠나 해치상으로 자리를 옮겨보자. 목에 방울이 있어 비로소 ‘아, 이게 해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홍릉의 해치는 날카로운 이빨 대신 사각형의 토끼 이빨을 드러내놓고 있다. 기존 왕릉에서 만나던 석마는 반가운 마음이 앞서 다가서지만 코를 벌렁거리며 반항적인 모습에 깜짝 놀란다. 문무석인 뒤에 놓여 순종적이던 석마는 이젠 반항적인 모습으로 참도의 맨 끝에 자리하고 있다. 홍살문을 지나 일직선상으로 나 있는 참도는 2단에서 3단으로 변해있다. 3단의 참도는 황제의 참도이다. 가운데 한단 높은 길이 황제와 황후의 영혼이 다니는 신도이고 좌우는 황제와 제후국의 왕이 다니는 길이다. 3단의 참도 끝에 위치한 건물은 침전이다. 보통 왕릉에는 정자각이 자리하지만 정자각 대신 일자형 건물인 침전을 세웠다. 침전은 황제의 숙소라는 뜻이다. 이 건물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궁궐의 전각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중국에서는 능이란 황제가 죽어서도 나라를 통치할 지하궁전이라 믿었다. 그래서 중국 황제능을 본떠 만든 홍릉과 유릉에는 침전이 있는 것이다. 제사를 지내는 공간인 왕릉의 정자각과는 그 용
차량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 에쿠스 승용차에 불이 나 2명이 사상한 데 이어 이번에는 달리던 아반떼 승용차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9일 오후 4시50분쯤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광교방음터널 부근에서 A(68·여)씨의 아반떼 승용차에서 불이 났다. 불은 차량 전면부를 태우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15분 만에 진화됐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A씨는 5차로 주행 중 보닛에서 연기가 발생하자 갓길에 차를 세운 뒤 피신했다고 진술했다. BMW 차량에서 잇따라 불이 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차종에서도 연이어 화재가 발생해 운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앞선 지난 9일 오전 1시41분쯤에도 경북 상주시 남상주IC 진입로 인근 25번 국도에서 에쿠스 승용차에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생활필수품인 차량의 잇따른 화재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리콜대상 BMW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를 검토하는 와중에 9일 오전 또 다시 BMW 차량 2대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했다. BMW 차량 중에서도 리콜대상이 아닌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고 다른 국산 차종까지 번져 운전자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BMW 피해자 모임’은 지난 9
여름철 무더위를 피하기 좋은 국내 휴가지로는 계곡과 물가만한 곳이 없다. 살인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올여름 엄청난 인파가 산간 계곡이나 바다, 냇가를 찾아 피서를 즐겼다. 대부분 개발이 제한되는 자연녹지지역, 즉 그린벨트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곳에서 무허가로 펜션을 운영해 온 불법 숙박업소와 평상을 설치하고 음식을 파는 무허가 음식점들이 있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의 점검 결과 숙박업소 49개소, 식품접객업소 20개소가 적발됐다. 도 특사경은 지난달 13일부터 20일까지 가평군 북면, 양주시 장흥면, 양평군 용문면, 용인 캐리비안베이 등 피서객들이 많이 몰리는 여름휴가지 숙박업소와 음식점 158개소를 점검했다. 적발된 숙박업소와 식품접객업소들은 영업신고도 하지 않고 불법 운영을 해 미신고 영업으로 형사 입건됐다. 아울러 관할 시군에 통보, 폐쇄 조치시킬 방침이다. 이 가운데 한 펜션은 그린벨트에 단독주택 건축허가를 받은 후 건물 7개동을 짓고 불법으로 펜션 영업을 해왔으며 또 다른 펜션은 통나무 숙박시설에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은데다, 화재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농어촌민박으로 신고한 주택 외에 추가적으로 가건물을 설치해 불법으로 숙박시설
며칠 전 KBS 명견만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에 대해 고발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길들이기로 망한 사장님들이 방송에 직접 나와서 울분의 눈물도 흘렸다. 중산층이 무너지는 현장을 본 것이다. 스스로 중산층이라 여겼던 사람들은 자영업을 시작하면 오히려 빈민층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최근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죽음으로 필자의 가슴 속엔 4년여 전 바다에서 건져내지 못한 세월호 희생자들이 다시 들어온 심정이다. 그러다가 삼성측이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복제약값을 올리게 해달라는 요구에 관한 1면 기사를 읽었다. 너무나 슬펐다. ‘양화대교’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2005년 주한인도대사관 앞에서 백혈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시위를 했다. 인도가 물질특허를 받아들인다는 소식에 시위대가 모였다. 인도가 물질특허를 인정하면 비싼 의약품들의 복제약을 싸게 만들지 못하게 된다. 당시 우리나라 백혈병 환자들은 ‘글리벡’이라는 백혈병 약의 복제약 ‘비낫’을 10%의 가격에 수입해서 쓸 수 있었다. ‘노바티스&rsqu
대지가 가마솥이다. 도로는 이글거리고 식물도 생기를 잃고 축 쳐져있다. 마을의 큰 나무아래 평상에서 삼삼오오 모여 수박을 자르고 장기도 두면서 한낮의 더위를 견디던 풍경은 오간데 없고 지금은 마을에 더위 쉼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열섬현상 때문에 온도가 치솟기도 하지만 체감온도와 온도 상승요인이 건축물 즉 주택의 구조와 건축자재도 영향도 적다고 할 수 없다. 지금이야 대부분이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 생활하지만 몇 십 년 전만해도 주택의 대부분은 한옥이었다. 우리 집은 일자형인 안채에 마당 끝에 사랑채가 있고 안채를 조금 비껴 외양간과 헛간이 있었다. 아버지는 손수 집을 지으셨다. 뒤뜰에서 황토를 퍼 나르고 황토에 볏짚을 썰어놓고 잘 비벼서 갠 후 벽돌 틀로 벽돌을 찍어 마당에 쭉 넣어 놓은 후 벽돌이 잘 마르도록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면서 단단히 말려 벽을 쌓아 올렸다. 목재는 논두렁 언저리에 있는 미루나무를 베어 껍질을 벗긴 후 충분히 말린 다음 대들보와 서까래를 세우고 흙집을 지으셨다. 아버지의 땀과 노력, 매미의 노래와 볏짚이 발효되는 냄새와 흙을 퍼 나르던 우리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집이다. 황토벽돌을 쌓고 고운 흙으로 마무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매일의 나날이 자연의 경건함으로/ 지속되기를 소망하노라.” -윌리엄 워즈워드 「내 가슴은 뛰노라」 며칠 전 한 초등학교에서 ‘효율적인 책읽기’라는 주제로 학부모들을 위한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정보통신기술혁명이라 부르는 차세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책읽기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시의성을 고려해 특강 제목을 ‘4차 산업혁명시대의 창의적 책읽기’로 정해놓고 보니 자연스럽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이 떠오르면서 요한 호이징하의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가 연이어 떠올랐다. 그렇다. 인간을 아무리 다양하게 정의해도 역시 ‘놀이하는 인간’이 진짜 인간이지, 혼잣말을 하며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인간은 지적·정서적 존재이다. 흔히 서양은 지성을 중시하고 동양은 감성을 중시한다고 하나, 실은 동서양의 현자들은 모두 지적·정서적 균형을 이상적 자아의 완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 이상적 자아를 창의적 인간이라 부르고 싶다. 니…
우리 사회에 ‘미투(Me Too)’ 운동이 활발히 전개됐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미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특히 경찰 수사과정에서는 장애인의 인지 수준과 시간의 경과를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검경 및 사법체계가 약자와 국민에게는 무용지물이고 오직 강자들에게만 활용되는 제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북여성통합상담소에 따르면 교통장애인협회 포항시지회에서 청소와 세탁 등의 일을 하던 여성 장애인 6명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 이들 6명은 경북동부해바라기센터와 경북지방경찰청 성폭력수사대에 관련자를 고소한데 이어 최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강원지역의 한 특수학교 교사가 장애학생을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등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A씨는 2014년부터 자신이 근무하는 특수학교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여학생 3명을 교실과 체육관 등지에서 여러 차례 성폭행했거나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은 책임자 엄벌, 학교 측의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하는 한편, 교내 CCTV 설치 등 재발방지 대…
그루밍 /김명서 세뇌와 복종은 닮은 꼴인가 잡종 케리 칭얼대는 목줄을 달래다가 지친 듯 나른한 햇살을 베고 졸고 있다 낯선 발자국소리에도 반사적으로 앞발을 들고 꼬리를 살랑거린다 개밥그릇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구토를 한다 토사물에 다량의 허기가 섞여있다 구토는 외롭다는 신호일 것이다 - 시집 ‘야만의 사육제’ 세뇌와 복종으로 통칭되는 저 개들의 일상을 천착해봅니다. 가축이란 미명하에 일정한 거리로 한정되는 저들의 행동반경은 얼마나 답답한 속박인가요. 이 시는 그 답답한 일상을 주변 사물에 투영하여 일체화하고 있습니다. 칭얼대는 것은 목줄이 아니지요. 나른한 것도 햇살이 아니며 우그러진 개밥그릇은 꼭 개밥그릇이겠습니까. 엎질러진 음식물은 개의 토사물로 치환됩니다. 이 모든 것이 그루밍이라는 제목으로 환유되어 개를 치장하는 장식물로 읽힙니다. 참으로 슬픈 장치들이지요. 혹은 길들여진 채 살아야하는 개의 숙명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묶여있는 개를 보면서 하구한 날 무슨 생각을 하며, 무엇을 하며 날을 죽일까 문득문득 궁금해지던, 그런 날 언저리에서 만난 시입니다. 마지막 한 행이 명치를 때립니다, ‘구토는 외롭다는 신호일 것이…
많은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여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세 가지 관점으로 여행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첫째는 주로 경치를 보러 다니는 여행자들이다. 그들은 각각의 나라마다 특별하게 아름다운 자연경치를 보러 다닌다. 그리고 그 경치 앞에서 많은 감탄사를 쏟아낸다. 둘째는 경치도 구경하지만 여행과정에서 각각 나라들의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문화, 교육, 스포츠, 생활풍속,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삶의 현장 등을 전반적으로 보는 것이다. 노벨상을 32%나 차지하는 이스라엘 셋째는 여행객들 중에 둘째의 사람들처럼 관광을 하지만 한 가지를 특별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 한가지란 각각 나라마다 배울 것이 있고 버릴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이스라엘에서 배우고 싶은 것이 가장 많았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국내 인구는 약 500만 명이다. 국토면적은 불과 2만770㎢ 정도에 불과하다. 경상북도 정도의 넓이를 가진 작은 나라이다. 반면에 주변을 둘러싼 아랍국은 22개 나라로 인구는 약 5억이다. 500여 만 명이 5억과 전쟁을 해도 항상 이스라엘이 이긴다. 안보 일등 국가이다. 노벨상도 이스라엘이 약 32%를 차지한다.
1868년 작 <관람석 앞의 경주마>이다. 늦은 오후의 하얀 하늘빛이 눈부시다. 그 아래에 있노라면 그 무엇도 들키지 않고 가릴 수는 없을 것만 같다. 꽉 찬 해는 기울기 마련이고 날도 저물테지만, 견고함을 견지하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워낙 예리하기에 어둠은 쉬이 승낙되지 않을 것만 같다. 화면은 작가에 의해 잘려진 어떤 시점과도 같고 그 안에서 대상들은 하얀 대낮에 벌거벗겨진 존재와도 같다. 언젠가 드가는 작품을 그리는 일이란 강간행위와도 같다 했다 했던가. 그의 작품 속에서 대상들은 육체와 감정을 온전히 지닌 존재라기보다는, 그저 완벽한 구성에 동원된, 거세된 재료들에 불과하다. 그러한 연유로 드가는 차갑고 냉혹한 예술가라는 평을 듣곤 한다. 하지만 나 자신만큼은 드가가 냉혹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그 정확한 시선 속에서 일종의 위로 같은 감정을 느끼곤 했기에, 오랫동안 드가를 흠모해왔던 연유다. 경마장의 초원도 경마장 주변의 건물도 햇빛을 받아 노란 빛을 띠고 있다. 경마장에는 말을 탄 기수들이 몇몇 모여 있다. 경마장의 풍경은 에드가 드가가 즐겨 그리던 주제였다. 그는 말이 생명력을 담뿍 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