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한다’는 뜻의 한자 ‘婚(혼)’. 그리고 이 글자로 만들어지는 결혼, 이혼, 재혼, 미혼, 비혼, 졸혼 등등의 단어들. 인간은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인가? 어떤 선택이든 그것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변한다. 달라진 삶이 행복까지는 아니어도 불행하지 않다면 우리는 그 선택을 어떻게든 유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선택 이후의 삶에서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생기고, 달라진 삶을 불행하다고 느끼면 우리는 두 번째 선택을 고민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혼인 방식은 결혼(結婚)이다. 하지만 이혼, 재혼 등 두 번 이상의 선택을 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연애와 신혼 시기 행복의 조건은 “당신만 있으면 돼”이지만 부부로 살아가면서 행복의 조건이 “당신만 없으면 돼”로 바뀐다고 이야기한다. 농담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런데 나의 삶에서 배우자가 사라진다면 과연 불행이 사라질까? 여성가족부가 2015년 실시한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대화시간이 30분 미만인 부부가 전체의 30.9%였다. 5년 전인…
그들의 생존법 /임향자 힘이 약한 것들 떼로 모여 산다 물결처럼 흘러가는 멸치와 정어리 떼 모이면 거대한 물줄기다 따개비 굴 홍합 거북손은 바위 한 귀퉁이를 붙잡고 집성촌을 이룬다 해조류나 조개껍데기를 머리에 이고 이동하는 위장술은 필수과목 가끔 바람의 간섭으로 또 다른 종이 제 영역으로 뛰어들면 긴장한다 살아남기 위해 촘촘히 짜놓은 생존전략 미역은 미역귀에 씨를 품고 너울을 붙잡고 멀리까지 씨를 뿌린다 야행성 성게는 바위틈에 몸을 꽉 끼우고 떼로 잠을 잔다 가시를 세우는 방어술도 쥐치가 내뿜는 물줄기에 중심을 잃고 뒤집히면 철갑 갑옷도 무용지물이다 내장을 빼앗긴 성게 껍데기가 파도에 밀려와도 쫓고 쫓기며 알을 슬고 치어가 태어나고 바다는 번식한다 뒤쪽에 눈알무늬를 그려 천적을 쫓는 물고기 보호색으로 제 몸을 숨기는 법도 바다가 일러준 것이다 어미가 가르쳐 준대로 그녀도 조새를 들고 바위에 붙어산다 가난도 바다를 붙잡고 옹기종기 모여 산다 ‘힘이 약한 것들 떼로 모여 산다’는 말이 솔깃하다. 마음에 와서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힘이 없는 것들은 떼로 모이지 않으면 살 수가 없지. ‘살아남기 위해 촘촘히 짜놓은 생존전략&rsquo
강원도 홍천의 1일 오후 최고기온이 41.0℃까지 올라간데 이어 어제도 기록적인 폭염은 계속됐다. 기상관측 이래 전국 역대 최고도 갈아 치웠다.부산·인천에서는 1904년, 서울에서는 1907년부터 기상관측이 이루어졌는데 전국에서 40℃를 넘은 것은 1942년 8월 1일 대구(40.0℃)가 유일했다. 이날 서울 최고기온도 39.6℃로 서울지역 111년 기상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 이번에 한반도 폭염 역사가 새로 쓰인 것이다. 지난달 이후 전국의 폭염일 수도 15일을 넘어섰다. 7월 중순 이후 폭염이 거의 날마다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가 거대한 열(熱) 돔에 갇힌 것 같다. 올여름 온열 환자(7월 30일 기준)가 2천266명으로 이미 지난해 총 환자(1천574명)를 훨씬 넘어섰고, 사망자는 28명으로 2011년 감시시스템이 작동된 이후 최고치다. 이런 폭염이 앞으로도 일주일이상 계속될 것이라는 예보여서 더욱 걱정된다. 이럴 때 가장 힘든 사람은 노약자나 홀몸노인, 쪽방 생활자 등 소득이 낮고 생활이 어려운 폭염 취약층이다. 땡볕 아래서 야외 노동을 하는 농민이나 건설 노동자, 배달원도 마찬가지로 힘들다. 폭염 피해가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닭·돼지 등
노인이 되면 대부분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또 당뇨, 관절염, 치매 등 노인성 질환에 시달리게 돼 건강에 관심이 많다. 이런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에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속여 건강기능식품이나 의료기기를 고가에 판매하는 행위가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감언이설로 노인들의 구매를 부추겨 충동구매를 하도록 하고, 여기에 더해 효도를 빙자한 무료관광을 시켜주며 유혹한다, 음식과 술을 제공하기도 하고 노래와 오락을 함께 하며 외로운 노인들의 환심을 산다. 휴지와 식용유, 간장, 비누 등 생필품을 무료로 나눠주면서 체험방으로 유인, 허위·과장광고를 하면서 고가의 의료기기를 구입하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친밀하게 다가와서 과장된 건강효과를 홍보함으로써 노인들은 대부분 쉽게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 할부로 구매한 노인들은 빚 독촉에 시달리기도 한다. 나중에 자녀들이 이 사실을 알고 반품, 환불을 요구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이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물품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공짜로 음식물과 여흥을 제공하는 경로잔치, 무료여행 등 선심행위를 의심해야 한다. 물품을 구입하기 전에는 자녀 등 가족과 상의해야 한다. 특히 모든 질병에 특
오래 전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MC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에게 ‘학생은 장래 꿈이 뭐예요?’라고 묻자, ‘제 꿈은 환경미화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왜 환경미화원이 되려느냐?’고 묻자 그 학생의 대답은 나를 놀라게 했다. “앞으로의 세상에는 차들도 많아지고, 그러면 공기오염도 많이 될 테지요. 전 하늘을 날며 오염된 공기를 제거하는 환경미화원이 될 거예요.” 그 당시 그 학생의 대답은 선견지명이 있는 기발한 발상이었다. 이오덕 동요제에 나온 작품으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시를 쓰고, 동요작곡가 우창수 선생님이 곡을 붙인 ‘여덟 살의 꿈’이란 노래가 있다. ‘초등학교, 국제중학교와 민사고를 나와서 하드대를 나온 다음, 정말 하고 싶은 꿈은 미용사가 될 것’이라는 노랫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선택해야 할 직업은 부모가 원하는 직업이 아니라, 아이들이 정말 잘하고 재미있어 하는 그런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은 삶의 목표를 쉽게 찾지 못하고 방황하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아이들까지 생기는 것을 볼 때 안타깝다. 인류대를 나오고 많은 스펙을 가져도 취업이 어려운 시대이다. 4년제 대학진학자 4명 중 3명은 후회하는데, 그 이유는 원
2015년부터 시작된 뉴욕미술계 진출을 수원-뉴욕 아트프로젝트로 칭하며 복합문화공간 행궁재에서 계속 진행했다. 올해 뉴욕행은 9월 7일부터 한달간 개최하는 2018국제보자기포럼 2부 뉴욕전에 참가하는 한국작가 작품 62점을 가지고 조연주 행궁재갤러리 대표와 함께 간다. 우리가 전시할 세크라멘트 센타는 브루클린에서 윌리엄스버그 다리를 건너 맨하탄 로어 이스트 사이드 지역에 있는 학교를 개조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연극과 같은 공연 예술을 하는 공연장과 아티스트 스튜디오도 있어 뉴욕시 후원으로 시민들을 위한 문화강좌도 진행한다. 특히 이곳은 19세기 이민자중 동유럽 유대인들이 정착한 곳이다. 많은 이야기를 지닌 세월만큼 낡은 건물들은 이제 도시재생이란 이름으로 지역의 고유한 정서를 간직한 공간들로 재탄생하여 뉴욕에서도 젊은 예술가들이 많이 거주한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근처에 뉴욕 명품 쇼핑거리인 소호와 젊은 디자이너 거리인 노리타, 단편과 독립영화 페스티발이 열리는 트로이베카가 있다. 또한 서쪽으로는 철길을 공원으로 만든 하이라인 파크가 있는 미술갤러리 거리인 첼시가 있다. 뉴뮤지엄이 있는 소호에는 공장과 창고가 많았는데 대공황 이후 도산과 폐업으로 황폐해진 소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 그 드라마를 보면서 기억에 남았던 한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이었던 나정이가 대학 동기들한테 이렇게 얘기를 하죠. “여자친구가 이렇게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거니?” “오빠, 오늘 우리집에 페인트 칠을 했는데, 페인트 냄새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파. 그래서 문을 열어놨더니 바깥의 매연이 들어와서 머리가 아파. 문을 열어야 돼? 닫아야 돼?”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그러자 남자 동기들은 열어야 되는지, 닫아야 되는지 고민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의논을 합니다. “야, 그래도 페인트 냄새가 낫지 않니? 닫아야 되는 거 아냐?” “아니지. 매연이 차라리 낫지. 문을 열어야 돼.” 이러면서 의논을 하고 있으니까, 그 모습을 보던 나정이가 혀를 차며 이렇게 얘기 하죠. “야, 그런 대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말한는거야. ‘너 오늘 머리 많이 아픈 거 아냐?’, ‘병원 가봐야 되는 거 아냐?’ 이런 대답을 말해야 정답이야.” 이렇게 얘기하
벽 /최연하 허공에 쌓은 모래성은 아니었는데 혼자만의 경계에 갇혀 건너지 못할 크레바스를 만든다 미래의 방식으로 웃고 울며 서로의 통증을 감싸던 시절은 뒤돌아서고 무섭고 낯선 벽하나 비스듬히 세워졌다 믿음의 부재 뒤에 숨겨진 검은 말들 흔들리며 너와 나를 조각낸다 시간의 둘레를 감고 점점 어두워져가는 서로의 눈빛 남는 것은 점점 단단해지는 매듭 뿐 뒤집어보고 뒤돌아봐도 아픔만 무성하다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벽이 ‘나’와 ‘너’를 가로막고 비스듬히 서 있다. 여기서 벽은 이전의 ‘나’와 현재의 ‘나’를 또한 분리시킨다. 그래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낯선 벽에 화자는 아픔이 무성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낯선 벽을 누가 먼저 만들었는지 그것은 중요하지가 않다. 서로의 통증을 감싸주고 ‘미래의 방식으로 웃고 울’던 너와 내가 무섭고 낯선 벽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 불안하고 두려울 뿐이다. 시간은 흐르고 점점 굳어져가는 어두운 눈빛이 견뎌내기 힘들다고 화자는 토로하는데 ‘너’라는 대상은 ‘믿음의 부…
사상 최고의 무더위에 짜증나는 뉴스가 들려왔다. 한국전력이 보유하고 있던 영국 원전건설 우선협상자의 지위가 상실됐다는 것이다. 도시바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한국전력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자 다른 잠재적 구매자와도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협상권’을 더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영국 정부 또는 다른 주주와 협의해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잠재적 합의를 위한 한전과의 협상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밝혀 여지를 남겨놓기는 했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올해 상반기까지 인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계약 체결은 거듭 지연됐다. 당시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신임 한전 사장 임명 등으로 불확실성이 생겨 한전 임원들이 영국을 찾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는 22조원 규모다. 잉글랜드 북서부 무어사이드 지역에 차세대 원자로 3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정부와 한전으로서는 반드시 수주를 해야 하는 사업이다. 더욱이 탈원전 정책을 표방한 정부로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도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이었다. 자유한국당도 이에대해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용치(龍齒)’는 ‘용의 이빨’이란 소리다. 적 탱크의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하천 등지에 촘촘하게 설치하는 장애물이다. 용치는 바닷가에도 있다.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등 서해5도 바닷가 곳곳에도 용치는 2열, 또는 3열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 용치는 우리 군이 북한군의 해안 상륙을 막기 위해 1970~1980년대 집중적으로 설치했다. 해안 용치는 약 3m 높이로 콘크리트나, 철제로 만들었다. 어민들과 환경단체가 확인한 것만 해도 서해5도 3개 섬에서 12군데 3천 개 이상 된다고 한다. 이 용치가 설치된 이후로 어선이 파손되는 등 어업활동에 지장을 받고 해수욕장도 폐쇄되는 등 섬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고 한다. 그럼에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크게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 채 몇 십 년을 견뎌왔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용치가 훼손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무용지물이 되고 흉물이 됐다. 이에 섬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용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섬 주민과 인천녹색연합은 지난달 24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도 열고 “과거에는 안보와 국방을 위해 존재했지만 현재는 쓰임이 없는 용치가 오히려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며 “분단과 대립의 상징인 용치는 철거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