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경우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자살은 생명에 대한 또 다른 범죄” 이는 최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SNS에 쓴 글 중의 일부이다. 이 부분만 놓고 봤을 때 틀린 소리는 아니다. 실제로 일부 종교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도 ‘살인’으로 규정하면서 죄악시하고 있다.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이 글이 최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자살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 다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아울러 그러한 자살을 미화하는 잘못된 풍토도 이젠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옳다. 자살을 미화하는 풍토가 있다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래서 홍 전 대표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의당은 “누구도 노 원내대표 죽음을 미화하지 않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마음 아파했을 뿐”이라면서 “홍 전 대표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촌철살인 어록의 정치인 고 노회찬 원내대표
불과 몇 달새 왔다갔다하는 입시정책으로 애꿎은 수험생만 혼란스럽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탈락자에 대해 평준화지역 고교 지원을 금지키로 했다가 최근 또다시 이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26일 2019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일부 변경하고 자사고, 외고, 국제고 지원자는 1지망은 자사고 등으로 하고, 2지망은 거주지역과 관계없이 평준화 지역 일반고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따라 그동안 불안에 떨던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에 지원하려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시름은 일단 덜게 됐다. 도교육청은 지난 달 헌법재판소가 자사고와 일반고 이중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81조 5항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이들 학교를 지원하려던 수험생들에게는 몇달동안 전전긍긍하면서 공부가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다시 또 바뀐 전형방식과 일정에 따라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어 혼란만 가중시켰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수험생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부 시도 교육감의 독단적인 결정은 잘못된 일이었다. 물론 일반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우선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사
우리나라 대통령의 여름휴가엔 이른바 네 가지 공식이 따라붙는다. 시기는 7말8초, 기간은 3~7일, 장소는 군 휴양지 그리고 읽을 도서목록이다. 이 중 장소와 도서는 세인의 가장 큰 관심사다. 역대 대통령이 가장 많이 이용한 휴가지는 ‘남쪽의 청와대’로 불리는 충북 청원의 청남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5공 시절 조성된 이곳에서 휴가 때마다 경호실 직원들과 축구시합을 벌였다. 제일 많이 애용한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 그때 마다 매일 2㎞씩 조깅을 하며 망중한을 즐겼다. 김대중 대통령도 이곳을 자주 찾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인 2003년 4월 18일 청남대는 20여 년 만에 국민에게 개방됐다. 다음은 경남 거제 앞바다 저도의 청해대다 이곳 ‘바다의 청와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머물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곳을 찾았다. 저도에 대통령 별장이 생긴데는 다음과 같은 애피소드가 있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은 여름휴가차 저도를 찾았다. 그는 휴가를 떠나기 전 경호실에 “저도에 있는 목조 건물을 손질해 잠을 잘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목조 건물은 사라지고 번듯한…
인생은 원래부터 고민의 연속이다. 즉 번뇌의 연속이라고 하면 과한 표현인가? 조지훈 시인은 승무라는 시에서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고 인간사의 번뇌를 역설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시로 승화시켰다. 모든 사람은 가슴속에 번뇌를 머릿속에는 스트레스를 가지고 살아간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굳어진 생각과 관점, 틀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이로 인해 괴로워하고 슬퍼하며 한번 뿐인 인생에서 많은 즐거움을 갖지 못한다. 이러한 번뇌는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하려는 욕심, 해서는 안 되는 것을 하려는 욕심, 없어도 되는데 더욱 많이 가지려고 하는 욕심, 이러한 마음속의 군더더기, 마음의 이끼 같은 것이 삶의 균형을 잃게 하는 요인들이다. 인생에서 균형 잡힌 삶을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삶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노력해야 할 일이다. 이것을 위한 가장 첫 번째 일이 바로 나를 찾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내가 싫어하는 일을 구분하고 잘할 수 있는 일로 부터 시작하자. 또한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는 일부터 시작될 수 있다. 내가 신나게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억지로 해야…
발코니의 시간 /박은영 필리핀의 한 마을에선 암벽에 철심을 박아 관을 올려놓는 장례법이 있다 고인은 두 다리를 뻗고 허공의 난간에 몸을 맡긴다 이까짓 두려움쯤이야 살아있을 당시 이미 겪어낸 일이므로 무서워 떠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암벽을 오르던 바람이 관 뚜껑을 발로 차거나 철심을 휘어도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그저 웃는다 평온한 경직, 아버지는 정년퇴직 후 발코니에서 화초를 키웠다 생은 난간에 기대어 서는 일 허공과 공허 사이 무수한 추락 앞에 내성이 생기는 일이라고 당신은 통유리 너머에서 그저 웃는다 암벽 같은 등으로 봄이 아슬아슬 이울고 있을 때 붉은 시클라멘이 피었다 막다른 향기가 서녘의 난간을 오래 붙잡고 서있었다 발아래 아득한 소실점 더 이상 천적으로부터 훼손당하는 일은 없겠다 하얀 유골 한 구가 바람의 멍든 발을 매만져준다 해 저무는 발코니, 세상이 한눈에 보인다 ‘암벽에 철심을 박아 관을 올려놓는’ 장례법의 울림이 크다. 시로 잘 살려낸 덕분일 것이다. ‘두 다리를 뻗고 허공의 난간에 몸을 맡’기는 고인은 ‘살아있을 당시 이미 겪어낸 일이므로’ 두려움도 무서움도 없다. &lsqu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마크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과 김일성 인민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 중공 인민지원군 사령관 등 3명이 서명해 체결한 남북 정전협정문은 남북의 군사분계선을 말뚝으로 표시했다. 임진강에서 동해안까지 1천292개의 말뚝을 박고 이것을 이은 선을 휴전선으로 삼았다. 이 말뚝선을 기준으로 설정한 남북 2㎞씩의 충돌 방지용 완충지대가 곧 DMZ(비무장지대)다.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2㎞ 떨어진 경계선이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2㎞ 떨어진 경계선이 남방한계선이다. 비무장지대를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남북 폭 4㎞, 동서 248㎞의 군사 완충지대로 면적은 907㎢에 이른다. 사실 이러한 협정을 도출해 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951년 7월 개성에서 시작된 협상이 2년을 끌었고 전쟁을 끝내는 게 아니라 일시 중단하는 협상이어서 임시 국경선 설정, 정전 이행 감시 등 합의할 사항이 많았고 내용과 절차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중부 고지 전투에선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비무장지대는 협정발효이후 10년간 유지되다가 북한이 요새와 진지, 철책을 구축하고 전투병력을 투입하면서 중무장지대로 변해버렸다. 결국 철책이 쳐지고
오늘은 소설가 김진명의 이야기를 꺼내며 시작해보고자 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젊은 시절,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되어보자 마음을 먹고 잔인한 독서를 시작했다고 한다. 칸트가 누구고, 니체가 누구든 간에 그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인데 그들의 저작을 못 읽어낼 이유가 뭐가 있느냐며 말이다. 그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며 한참을 부러워했었다. 하지만 그 방대한 양의 뛰어난 지혜를 대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필자만 느끼는 감정이 아닐 것이다. 대체 세상에 아직 쏟아지지 않은 말들이 뭐가 남아있기에 이처럼 글쓰기에 매달려 살고 있는 것일까. 거장들이 주는 감동이 큰 만큼 좌절도 커진다. 이탈리아 여행 중 르네상스의 거장들을 만났을 때 르누아르가 가졌던 느낌도 비슷했을까. 르네상스 회화는 미술사에서 스펙터클의 정점을 이미 찍어버렸고 조화에 관한한 후세의 그 어떤 화가도 이들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수년간 혁신적인 인상주의의 실험가로 활동해왔던 그는 거장들의 작품을 바라보며 그동안 쌓아왔던 자신의 작업들이 초라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르누아르가 이탈리아로 향한 것은 1881년이었고, 그 해는 르누아르가 처음으로 인상주의전 출품을 거부한 해이기도 하다.…
끔벅이는 횡단보도 /양소은 앞으로 나가거나 되돌아갈 수 없는 횡단보도 한가운데 노인이 덤불처럼 걸려있다 사선 안으로 조여드는 속도 악어와 사자 사이 탈출구가 없는 밀림의 경계에 갇힌 뜨거운 포효의 바람이 인다 멈추지 못하는 바퀴 깨진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튀고 추월로 쌓아 올린 빌딩 숲 붉은 눈으로 끔벅이는 신호등 밑 과속의 잔해가 수북하다 막 그려진 노인의 그림자가 스르르르 일어서며 정글에서 걸어 나온다 - 양소은 시집 ‘노랑부리물떼새가 지구 밖으로 난다’ 우리는 나이가 먹어갈수록 느려진다. 행동도 말도 인지능력도 떨어진다. 마음은 젊은이 못지않지만, 몸은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는다. 이 세상 살아오는 동안 이곳저곳이 마모되고 고장나고 녹슬어버린 까닭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속도는 어떠한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빨라지고 모든 것은 하루가 다르게 새롭게 태어난다. 내가 미처 습득하기도 전에 변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리하여 우리가 살아가기 편해진 만큼 무척이나 복잡하기도 하다. 그러한 속도 속에 갇혀 오도 가도 못 하는 처지가 되어버리는 것이 노인들이다. 이 시 속, 노인 또한 그러한 정글에 갇혀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말았다. 점점…
한반도에서 전쟁도 평화도 아닌 기형적인 정전체제가 유지된 지 오늘로서 벌써 65년이 됐다. 법적으로 6·25전쟁이 끝나지 않은 비정상적 체제는 하루속히 종식돼야 한다. 이는 진정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출발이기도 하다. 다행히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싱가포르에서 6월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약속했다. 낙관하긴 이르지만 정전체제의 조기 종식에 남북은 물론 주변국 모두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전쟁이 남긴 상흔이 여전히 깊기에 앞으로의 길이 짧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적 대전환점에 서 있다. 비핵화와 안전보장이 핵심인 북미 간 협상의 출발점 또는 초기 단계에서 전쟁을 끝내자는 정치적 선언을 해보자는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신뢰구축 방안도
우리나라 남성들의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대화 중의 하나가 군대 얘기다. 고참에게 얻어터지던 얘기, 군대 축구얘기, 얼음 깨고 물에 들어가 얼차려 받던 일…. 현역으로 병역을 마친 남자 세 명이 모여 군대 체험담을 말하기 시작하면 1박2일도 모자랄 것이다. 대부분은 고생했거나, 괴롭힘을 당했던 얘기들이다.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군대는 유쾌하지 않은 추억이다. 분명히 제대했는데 또 입대하는 꿈을 50넘어서까지 꾼다는 사람도 있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것이 군대 얘기와 낚시 얘기기도 하다. 아버지, 오빠, 남편이나 남자친구 등 주변사람으로부터 오죽 많이 들었으면 이런 반응이 나올까.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병역기피자는 반역자 취급을 받는다. 지난 2일자 본보 ‘양심적 병역거부 특혜로 비춰지면 안 될 것’ 제하의 사설에서도 언급했다. 20대 황금보다 귀한 청춘기를 군대에서 보내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힘없고 돈 없는 사람, 요즘말로 ‘흙수저’들만 군대에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병역 기피자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그동안 여호아의 증인이란 종교인들에 대한 시선도 그랬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겠다는 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