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새 경복궁 갈 일이 많아졌다. 경복궁 끝자락에 위치한 건청궁을 드나들면서 문득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잠들어 있는 곳이 궁금해진다. 오늘은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그리고 그 가족이 함께 잠들어 있는 홍유릉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금곡릉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홍유릉은 고종과 순종, 두 황제의 능이다. 홍릉과 유릉은 왕릉이 아닌 황제릉에 해당한다. 따라서 다른 왕릉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구조가 다르다. 고종황제는 합일합방 후 1919년 6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종황제의 능을 현재 위치로 결정하게 되자, 터가 좋지 않다고 천장설이 끊이지 않았던 명성황후의 홍릉도 이곳으로 옮겨와 합장릉을 만들었다. 원래 홍릉은 명성황후의 능호이다. 한일합방이 되면서 조선을 이왕가로 격하시켜 버린 일본은 고종의 능호를 따로 만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고종이 능호를 쓴다는 것은 대한제국 황제의 신분을 인정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성황후와 합장하고 홍릉이라는 능호를 쓰게 되었다. 많은 사건을 겪어내고 끝내 나라가 망하는 것까지 봐야 했던 고종, 고종황제가 능호를 갖는 방법은 이미 정해진 황후의 능호를 함께 쓰는 방법 밖에는 다른 수가 없었던 것이
마피아는 시칠리아 말로 ‘자랑, 호언’ 또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8세기부터 시칠리아를 지배했던 사라센 말이 어원이다. 마피아의 유래는 19세기 부재 지주들의 사병조직설이 유력하다. 시칠리아 마피아들은 19~20세기 미국으로 건너가서 뉴욕 시카고 등지에서 범죄조직을 결성했다. 얼굴 흉터로 ‘스카페이스(scar-face)’라는 별명을 얻었던 알 카포네도 그중 하나다. 마피아는 1920년대 시행된 금주법을 계기로 미 전역으로 세를 확산시켰다. 1950년대에는 24개 조직이 활동했고 10년후엔 15만명의 조직원을 거느릴 정도로 세력을 키우며 위세를 떨쳤다. 최근엔 크게 위축됐다. 지속적인 소탕작전과 투명해진 사회 시스템으로 검은 돈을 챙길 기회가 줄어든 까닭이다. 하지만 상당수는 마약판매 매춘 등 전통적 갱 업종에서 손을 뗀 대신 제도권에서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탈리아 마피아는 아직도 건재하다. 시칠리아의 노사 코스트라와 나폴리의 카모라 등 4대 조직이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교회 출석과 기부 활동 등으로 지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마피아가 주도하는 범죄 산업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11%에 이른다고 한다
재료들 /최문자 어머니를 꽉 쥐면 주르르 눈물이 쏟아진다 주원료가 눈물이다 사랑을 꽉 쥐어짜면 쓰라리다 주원료가 꺼끌꺼끌한 이별이다 매일매일 적의를 품고 달려드는 삶을 쥐어짜면 비린내가 난다 주원료가 눈이 어두운 물고기다 CT로 가슴을 찍어보면 구멍 뚫린 흰 구름 벌판 주원료가 허공이다 구멍 난 가슴을 무심히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어머니’가 있고‘사랑’이 있고‘비린내 나는 삶’이 있다. 이것들이 시인의 삶을 견인하는 재료들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하나같이 ‘슬픔’이고 ‘아픔’이고 ‘비린내’가 난다. 삶의 바깥에는 분명 내일이 있고 흐림 뒤에 맑음도 있는데 시인의 삶에 들어 있는 아픈 진실 ‘CT로 가슴을 찍어보면/구멍 뚫린 흰 구름 벌판’의 예리한 시선이 타자의 마음에 들어와 칼금을 긋는다. 이 대목에서 나는 아니라고 손사래 치는 이 누가 있을까? 아픔을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슬픔을 슬프다고 말하지 않으며 안으로 삭히는 무심함에서 시인다운 고매함과 고요한 경지를 느낄 수 있다. 어떤 치장도 꾸밈도 없이 일상에서…
연일 찜통더위다. 더러는 시원한 곳을 찾아 때 이른 휴가를 떠나고 젊은이들은 바다에서 해수욕하며 더위를 즐기고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나무 그늘을 찾아 더위를 견디기도 한다. 마을입구에는 당산나무가 있곤 했다. 당산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마을에 큰 행사가 있을 때는 당산나무에 제를 올리기도 했다. 내 고향 청주에도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있었다. 전해내려 오는 말에 의하면 나무가 울면 마을에 재앙이 생겼다고 한다. 수백 년 수령의 그 나무는 몇 년에 한번 정도 울었는데 그때마다 마을 사람이 이유 없이 죽거나 뜻하지 않은 재앙이 생겼다고 한다. 지금은 개발에 밀려 나무도 없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몇 아름은 족히 될 만한 거대한 나무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길손들의 쉼터가 되곤 했다. 나무 밑 평상모여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을의 대소사를 논하기도 했으며 여름한철 피서지가 되곤 했다. 그 거대한 나무도 새가 날아들면 새의 무게만큼 흔들렸고 서로의 잎을 바스락대며 푸른빛을 더해가곤 했다. 어느 해는 잎이 듬성듬성했고 한해 그러고 나면 다음해는 무성하고 짙푸른 색으로 풍성한 그늘을 만들었다. 어른들은 나무가 해거리를 하는 것…
교복을 무상으로 주려던 경기도가 이런저런 갈등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지원대상, 지원방법, 지원시기에 있어 학부모의 의견이나 교복업체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돼 ‘경기도 학교교복 지원조례안’이 다시 보류된 것이다. 이 조례안은 중학교 신입생에게 학교장이 교복을 지원하고 교복을 구매할 때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으로 구매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교복업체를 선정하면 학생에게 현물을 지급한 뒤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교복업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등이 각각 반발하고 있다. 현물 지원은 일부 대형업체를 밀어주는 것이라며 영세업체들이 반발했고, 한국학생복산업협회 회원 1천여명이 최근 경기도의회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학사모 역시 지난 17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급방식에 대해 수혜자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것을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이 조례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사업은 경기도가 21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31개 시·군으로부터 70억원을 지원받아 모두 280억원의 예산으로 내년도 중학교 신입생 12만5천명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짜로 교복을 주는 것도 만만치는 않은 모양이다. 그렇지
요즘 수원시 광교신도시(영통구 센트럴타운로22번길 25)에 있는 산의초등학교 학생들은 신바람이 났다. 지난 17일부터 ‘하하 호호! 즐거운 산의 물놀이 학습장’을 개장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 운동장 한쪽에는 사각 풀 2개와 작은 원형 풀 1개가 설치돼 있다. 대형 튜브에 공기를 채워 만드는 조립식 에어풀장이다. 본보(20일자 18면)에 따르면 이 풀은 이 학교 윤성철 교장이 학교운영비 200만 원으로 설치한 것이다. 윤교장은 인터넷 쇼핑몰에 가로 6m에 세로 4m짜리 사각 풀 1개와 지름 3m짜리 원형 풀 1개를 주문했다. 풀이 도착하자 윤 교장이 체육부장 교사와 둘이서 밤 9시까지 설치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스카우트 경기 남부가 사각풀을 하나 무료로 빌려줬다. 윤교장은 스카우트 경기 남부 훈육위원장이기도 하다. 윤 교장은 풀 주문부터 설치, 청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직접 팔을 걷어 붙였다. 풀을 청소하느라 매일 저녁 늦게 퇴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내 지자체들은 여름을 맞은 어린이와 학부모들을 위해 공원과 광장 등에 물놀이장을 만들었다. 수원시의 경우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샘내·일월공원(장안구), 권선·마중·매화공원(권선구), 고래등어린이·매여울·
인간은 왜 딸꾹질을 할까? 물리학을 전공한 생물학자 ‘막스 델브릭’의 명언 “모든 세포는 물리적인 현상보다는 역사적인 현상을 나타낸다”라는 말은 딸꾹질의 기원을 설명한다. 급한 숨을 쉬자마자 성문이 기도를 급하게 막고, 횡경막이 반복 수축하는 현상은 공기호흡과 아가미호흡을 동시에 하는 올챙이가 자주 하는 짓이다. 사람들 중에는 오랜기간 올챙이 적 기억을 깊이 간직한 이들이 있다.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딸꾹질을 멈출 수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진화에 대한 다른 깊이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반면 우리 DNA는 수정란이 된 이후 아빠와 엄마의 세포에 쌓인 온갖 역사적 사연을 지우는 DNA세탁을 한다. “임신 6개월 전에 담배를 끊으라”는 산부인과 의사의 권고가 있는 이유는 난자와 정자가 성인의 최근 삶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의 개성은 수정란의 가능성이 얼마나 망가져서 나오는가가 결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수정란의 재(再)프로그래밍은 주로 난자 속에 들어있는 염색체 이외의 것들이 하는데, 이는 발생반복설로 설명되는 의도적 원시화 과정이 DNA의 지속성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자보다 10…
얼마 전 문인들과 운동할 기회가 있었다. 종목이 제기 차기, 윷놀이, 투호, 굴렁쇠 굴리기와 같이 대부분 전통 민속놀이로 되어 있어 참가자들의 흥미를 더했다. 매일 텔레비전에서 영상으로만 보다가 직접 참여하여 즐기다 보니 생각 이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명절만 되면 으레 등장하는 단어가 ‘전통’이란 단어다.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명절 모습을 보여 주는데 그 공식이 수십 년 동안 천편일률적이다. 장소는 고궁이고, 등장인물은 한복 입은 남녀이며, 장면은 당연히 민속놀이이다. 명절놀이 공식은 이들 항목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민속놀이조차도 틀에 박혀 있다. 널뛰기와 연 날리기 아니면 제기차기가 거의 전부이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투호가 추가됐다. 투호는 설명조차 필요 없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놀이다. 항아리 안에 화살을 던지는 것이다. 항아리와 화살. 좀 부정적으로만 봐서 그런지 정말 이 두 가지는 연결이 안 된다. 물론 남녀노소가 어울려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이긴 하지만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정말 심심하기 짝이 없는 놀이다. 한 가지 참 이상한 것은 제기차기를 제외하고는 놀이 주동인물이 전부 거의 여자라는 점이다…
산(傘)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한 물건으로, 손으로 쥐고 다닐 수 있는 것’이란 뜻의 한자이다. 즉, 양산(陽傘)은 햇볕을 막기 위한 것으로, 우산(雨傘)은 비를 막는 도구로서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해왔다. 그중 우산의 기원은 중국이다. 우산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이 중국 주(周)나라 시절 도편수였던 노반(魯班)이기 때문이다. 노반이 하루는 정자에서 비를 피하다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다. 움직이는 정자를 만들면 따로 정자가 필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는 대나무를 잘게 쪼개 만든 바퀴살에 천을 덧대 우산을 만들었다. 지금부터 4천년전 일이다. 중국 우산이 유럽에 전파된 것은 페르시아를 거쳐서다. 현대적 우산을 소개한 사람은 18세기 영국의 해너웨이다. 그는 페르시아에서 가져온 차양이 큰 우산을 매일 쓰고 다녔다. 사람들은 그를 비아냥거렸고 미친 사람처럼 취급했다. 하지만 해너웨이가 죽고 나서 비만 오면 모두 우산을 쓰고 다녔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햇볕 가리개 용도인 양산은 18세기 유럽 상류층 부인들을 중심으로 유행 하면서 전 세계로 퍼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엔 개화기 때 양장과 함께 들어왔다. 양산을 처음 사용한…
강화도 교동면 대룡시장은 6·25 때 연백군에서 교동도로 잠시 피난 온 주민들이 한강 하구가 분단선이 되어 고향에 돌아갈 수 없게 되자 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향에 있는 ‘연백시장’을 본따서 만든 골목시장이다. 대룡시장은 50여 년간 교동도 경제 발전의 중심지였으나 지금은 실향민 대부분이 사망을 하여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재래시장 규모도 줄어들었다. 이곳 교동도는 교통대교의 개통 전에는 마을주민들이 배를 타고 석모도를 거쳐 강화도로 가야만했던 외진 섬이었다. 고려시대에는 벽란도로 가는 중국 사신들이 머물던 국제교역의 중간 기착지였으며, 조선 인조 때는 삼도수군통어영을 설치하여 경기, 충청, 황해도까지 전함을 배치하는 해상 전략의 요충지였다. 그러나 2014년 7월 교동대교의 개통과 함께 1970년경의 분위기가 풍겨서 영화 세트장과 같은 대룡시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찾아오면서 이 시장이 알려지면서 강화도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시장 골목마다 ‘제비거리’, ‘둥지거리’, ‘와글와글거리’, ‘조롱박거리&rs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