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은 1783년 흉년이 들자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食爲民天)”라는 말을 했다. 세종대왕 역시 1419년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밥은 하늘로 삼는다”라고 했다. 백성의 입장을 잘 헤아린 두 임금에게는 그래서 성군(聖君)의 칭호가 붙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특히 먹을 것으로 장난치는 자들은 사람취급을 받지 못한다. 인체에 유해한 음식을 파는 자들이나 음식으로 사기 치는 자들에겐 법적 처벌이 가해지고 사회적으로 인간 말종 취급을 받는다. 국민들이 음식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의약품이다. 질병에서 해방 되고자 구입한 의약품이 오히려 몸을 해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때 중국산 한약재에서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과 농약이 검출돼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이후 한약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모든 한약재에 ‘우수 한약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hGMP)’을 도입해 엄격하게 심사하고 평가하고 있다. 의약품의 원료 구입에서부터 제조, 포장에 이르기까지 품질관리 전반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생산자 정보, 원산지명, 검사기관명, 검사일자 등이…
광화문에서 청계천을 따라 걷다보면 오른쪽에 위치한 큰 시장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형성된 의류전문 도매상가인 평화시장이다. 평화시장은 서울의 도심지를 흐르는 청계천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북한에서 내려온 상인들이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시장이 청계천 인근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한국전쟁 직후 초창기에 청계천 주변에 형성된 판자촌에서 사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평화시장은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피난민들이 청계천 변 판자촌에서 재봉틀 한두 대로 옷을 만들어 판매하던 데서 출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청계천 변에서 노점상 형태로 의류를 제조·판매한 상인들의 약 60%가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이었다. 그 후 1962년에 오늘날 건물과 유사한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으나 인근에는 여전히 판자촌이 남아 있어 여기로부터 유입된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가내수공업 형태의 의류제조업이 영세 업체들을 지탱시켰다. 당시 영세한 의류상가와 제조업체가 밀집하여 있던 평화시장에서는 좁은 공간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들은 햇빛도 없는 좁은 곳에서 어두운 형광등 불빛에만 의존해 하루 14시간의 고
2년전 동국대 일산병원 교수팀이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 빅데이터 15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제주 주민의 허리둘레가 81.8㎝로 전국에서 가장 굵었다. 가장 날씬한 광주(79.9㎝)보다 1.9㎝ 굵었고 비만도를 나타내는 체질량지수(BMI)도 24.3으로 제일 높았다. 가히 ‘뚱보도(島)’라 할 만하다”는 내용이다. 청정한 공기와 싱싱한 해산물이 지천이고 올레길이 있는 제주여서 건강한 삶을 누릴 것 같은데 이런 천혜의 환경에 사는 사람들이 뚱뚱하다고 했으니 당연히 세인들의 화제가 됐다. “제주도는 맞벌이 비중이 61.5%로 전국 최고다. 부모의 보살핌 없이 자녀들끼리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칼로리가 높은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때우게 된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연구팀이 내놓은 분석이다. 비만은 보통 후천적 요인이 70%를 차지한다. 주로 스트레스에 따른 폭식·과식 등의 잘못된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 때문에 나타난다. 고혈압, 당뇨병, 심폐기능 장애 등 여러 질환도 일으킨다. 그래서 생명을 단축시키는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그런데도 현대인의 뱃살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운동과 식이요법 프로그램이 수없이 많지만 성공을 거두기가 말처럼
기무사는 나에게도 좋지 않은 추억이 있다. 당시에는 보안사였다. 연대급 부대에 근무했기 때문에 자주는 아니더라도 부대 안에서 그들을 가끔 볼 수 있었다. 하루는 문서수발 차 본부대로 가다가 이해못할 광경을 목격했다. 소령 계급장을 달고 있는 인사주임이 연대 보안반 선임하사(중사)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것이었다. 계급장도 없는 그 선임하사를 나도 단박에 보안대에 근무하는 것을 알았다. 이를 보고 상병 계급장인 나로서는 한편으로 그러려니 하면서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몇 달 후에 병장으로 진급했다. 행정반으로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중대장 있어? 지금 안 계십니다. 어디 갔어? 본부대에 가셨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야 임마! 중대장이 어디 갔는지도 몰라?” 아무리 군대지만 누군지 무례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기분이 나빠 좀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은 것 같았다. 마침 그때 인사계가 들어오셔 바꿔드리고 한참을 통화한 뒤 나를 바꾸라더란다. 보안부대 사무실로 뛰어내려오라고 했다. 사복차림에 머리를 기른 그는 난데없이 나의 따귀를 서너 대 때렸다. 신분을 밝히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중대장을 찾던 그가 감히 보안대를 못 알아보냐는 그런 태도였다.…
시시포스 나비 /이윤훈 바위 위 나비가 몸을 부린다 생의 마지막 착지까지 자신을 올렸다 내려놓는 일 그 아찔한 노역 그동안 나비를 오역했다 이 세상 나비처럼 가벼이 건너고 싶다는 말, 거두기로 한다 -시집 ‘생의 볼륨을 높여요’ 언젠가 호랑나비가 작은 쥐똥나무꽃에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을 본 적 있다. 가지가 휘청거리는 것도 아랑곳없이 꿀을 탐하는 모습을 보고 나 역시 아찔한 노역이라 생각했었다. 하루살이나 날파리처럼 아주 하찮은 목숨일지라도 살고자 하는 본능 앞에서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다를 바 없는 사투의 행위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것이다. 나비의 이미지는 가벼움의 대명사지만 바위 위에 몸을 부리는 나비의 모습에서 그 이면을 꿰뚫고 그동안의 오역을 깨닫는 시인은 이러한 생명의 속성을 통해 시시포스의 형벌을 떠올렸으리라. 비단 나비뿐이겠는가. 가벼이 생을 건널 것 같은 나비가 저러할진대 평균 3만 여일을 하루하루 살아내야 하는 인간에 있어서랴! 표층적 인식은 보다 근원적인 질문에 한 발 다가서게 하는 매개체로서 작동한다. 시시포스의 바위를 등에 지고 오늘도 숱한 우여곡절과 질곡의 절벽을 기어올라야 하는 우리들의 비애가 겹쳐 읽…
‘워마드(Womad)’라는 사이트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워마드는 여성(Woman)과 유목민(nomad)이란 뜻의 단어가 합성된 것이라고 한다. 이 사이트는 페미니즘을 옹호하고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사이트다. 페미니스트도, 여성우월주의자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치우쳐서는 안된다. 극단은 상대편을 인정하지 않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 극우와 극좌가 그래서 대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그런데 워마드가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대표적인 것이 성체 훼손 사건과 성당 방화 위협이다. 가톨릭 미사 의식에는 빵과 포도주가 사용되는데 빵은 예수의 몸을, 포도주는 예수의 피를 상징한다. 따라서 성체의식은 미사의 가장 신성한 핵심행위이다. 천주교인들에게 있어서 성체를 훼손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불경이다. 그런데 최근 워마드 홈페이지에 성체를 훼손한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예수 XXX 불태웠다’라는 제목의 글과 성체에 성적 모독 낙서를 한 후 불태운 사진을 올렸다. 이에 한국천주교주교회는 “천주교 신자들에게 성체는 지극한 공경의 대상”이라면서 “믿음의 유무를 떠나 종교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야생동물들의 농작물 습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확기는 물론이거니와 파종기와 생육기를 막론하고 밭작물들을 파헤친다. 고라니와 멧돼지에서부터 청설모, 조류 둥에 이르기까지 농가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은 종류도 다양하다. 남양주시의 경우 유해조수 기동포획단을 운영하고 지난해 멧돼지 503마리, 고라니 300마리를 포획한 바 있지만 개체 수는 계속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다음달부터 일부 지자체가 실시하는 것과 같이 야생동물 포획 시 멧돼지는 5만원, 고라니는 3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최근 가장 피해를 입는 농작물은 옥수수와 고구마다. 수확철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밤사이 고라니와 멧돼지들의 습격에 쑥대밭으로 변해버리기 일쑤다. 지난해 경기도내에서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액은 13억7천여 만원이다. 그나마 지속적인 포획으로 피해액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피해를 신고하지 않은 농가를 감안한다면 실제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가뭄·우박·고온·호우 등을 이겨내고 애지중지 재배한 농작물의 피해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마음은 허망하기 짝이 없다. 특히 산촌지역은 농사를 지어 얻는 게 없을 만큼 피해가 심각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밤을 새워 농작물을
가톨릭교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의 이름 앞에 성모(聖母)를 칭하며 존숭(尊崇)한다. 그 이유는 단지 ‘구세주의 어머니’였기 때문만이 아니라 지극히 순결하고 거룩한 모성(母性)의 결정(結晶)으로 승화될 수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이러한 가톨릭 정신의 지향성은 미켈란젤로의 작품 피에타상(pieta像)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조각에서는 죽은 아들 예수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슬픔과 고통의 묘사에 중점을 둔 특성상 성모 마리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피에타에 묘사된 성모 마리아의 얼굴은 예수의 죽음 당시 45~50세로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앳된 처녀의 모습이다. 이에 대한 제자의 질문에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정결한 생각을 가진 여자들의 모습은 결코 나이가 들지 않아 보인다” 성모 마리아를 은총으로 충만한 중재자로서 숭배되는 것을 두고 일부 성서학자들의 이론(異論)이 없지 않으나, 비단 가톨릭 신자가 아닌 필자의 견해로도 ‘고결하고 거룩한 신성’으로 모성의 승화는 우리 모두가 긍정하고 수용할만한 가치로 받아들여진다. 모든 사람의 신체 각…
교육부가 일부 사립대학에 정시 확대를 요청하면서 시작한 대입 전형안 윤곽이 나왔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의 대입 개편 공론화위원회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현재 중 3년생 대상)으로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1안은 대학이 모든 학과(실기 제외)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전형으로 45% 이상 뽑게 하는 내용이다. 또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되 수시 때 합격을 위해 최소한 받아야 하는 수능 등급 최저기준은 대학이 알아서 정하도록 했다. 2안은 각 대학이 수능·학생부 전형의 비율을 자율로 정하되, 특정 전형에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도록 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수능은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수능 최저 기준은 현행보다 강화하지 않는 선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했다. 3안 역시 대학이 자율적으로 전형 간 비율을 정하되, 특정 유형의 전형 방식으로만 모든 학생을 선발하지 못하도록 했다. 수능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2안과 차이가 있다. 4안은 1안과 마찬가지로 수능 전형을 늘리는 동시에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비율의 균형도 확보하는 방안이다. 수능은 상대평가로 치르고, 수능 최저 기준은 대학 자율에 맡긴다. 위 네 가지 시
2015년 6월 중국 광시(廣西) 자치구 위린(玉林)시에서는 개고기축제가 국제적인 논란 속에 열린 적이 있다. ‘식습관’과 ‘동물학대’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서도 일주일 축제를 위해 무려 1만 마리의 개가 도살됐고 수 십만명이 참여했다. 개고기사랑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우리도 만만치 않다. 일부 동남아 기타국가들도 역시 그렇다. 모두가 뿌리가 깊은 동양의 개고기 역사에서 비롯된 식문화다. 중국 고대 경전 ‘예기(禮記)’를 보면 2600년 전인 주나라 때부터 여름철 보양식으로 애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또 사기(史記) 진본기에는 “기원전 675년 처음으로 복일(伏日)을 정해 개를 잡아서 사람을 해치는 열독을 제거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가 하면 한나라를 세운 유방은 ‘개 도살업자’인 번쾌가 잡아준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 한나라 창업의 일등공신이 된 번쾌는 개백정에서 제후로 출세한 것이다. 하지만 최고 식객은 중국 청나라 원세개(袁世凱)다. 독일의 빌헬름 2세가 보낸 사냥개를 선물 받고 “맛있게 잘 먹었소이다”라고 답장을 보냈다니 말이다. 다산 정약용도 소문난 개고기 애호가였다. 그는 흑산도에 유배 중인 형(정약전)에게 편지를 보내 “나라면 섬 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