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새 퇴화설 /정지우 조류도감 한 페이지가 찢겨 나간 흔적처럼 발자국은 꽃잎으로 진화되었다. 도도새 뱃속은 카바리아 씨앗을 품은 종목지였다. 자전하는 지구를 따라 싹이 트고 공기가 부풀어 오른 한철엔 새를 통과한 나무들만 날아오른다. 숲을 물고 있는 울음, 퇴화된 깃털들이 빠진다. 발자국이 자라나는 것을 보면 벼랑 끝에 숨어 있다는 추락은 낭설이다. 새롭게 발견된 존재들은 이미 사라지고 있는 중이라고 날개는 제 영역에 선회를 걸어놓고 퇴화되는 상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을 것이다. 꽃송이들 바람 쪽으로 진화하듯 날개를 잊어 가는 것은 열매가 말랑해지는 배앓이. 추락 밑에는 늘 묘목이 있었지만 카바리아 나무는 기우뚱한 달의 부리를 잡아 굳어 가는 퇴화를 긁고 싶은 것이다. 사라져 가는 나무의 종류들은 그늘 밑에서 자꾸만 돋아나는 날개를 본다. 제 몸에 맞는 상공이 없어 퇴화된 새들이 있다. 1681년을 끝으로 ‘도도’는 모리셔스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 1507년 포르투갈의 탐험대가 이 섬을 발견한 뒤 200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다. ‘도도’(Dodo)는 ‘얼간이’라는 뜻이다. 날지도 못한 채
올해 7번째 태풍인 ‘쁘라삐룬’이 북상 중이다. 그 영향으로 경기도 내 곳곳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지고 세찬 비가 쏟아지고 있다. 2일 밤 제주 및 남해안에 도착하는 태풍은 내일까지 전국에 100~250㎜, 수도권과 강원 영서 북부, 남해안과 제주 산지에는 300㎜가 넘는 비를 동반할 전망이다. 태풍 쁘라삐룬의 속도는 점차 느려지고 동쪽으로 치우치면서 약해지기는 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3일 내륙에 일단 상륙하면 어떤 형태로든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비교적 세기가 약했던 태풍 차바를 제외하고는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입힌 태풍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산사태와 농경지 침수, 축대 붕괴와 같은 피해가 우려된다. 아직 도내에 태풍의 영향으로 큰 피해가 접수된 것은 없지만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주의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경기도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일선 시·군과 함께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고, 태풍의 접근 상황에 맞춰 비상근무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도민에게도 호우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오늘 오전 의정부 북부청사에
지난 28일 헌법 재판소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역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3일이 지나도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88조 1항은 합헌으로써 병역의무 회피에 대한 처벌의 정당성이 유지된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5조 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늦어도 2019년 연말까지 병역법을 개정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헌재의 이 결정은 국민들이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를 함께 지킬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전쟁 없는 세상·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군인권센터 등 ‘양심적 병역거부’ 권리를 주장해온 단체들과 이로 인해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이 크게 기뻐하고 있다. 대체 복무제 도입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남북 분단을 이유로 억눌리고 침해됐던…
선거가 끝났다. 선거를 통해 일약 유명 인사가 된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무대 뒤로 쓸쓸히 퇴장하는 유명 인사들도 있다. 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게임이다. 그래서 입후보자들은 이기기 위해서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한다. 선거 때마다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매체를 통해 상대 후보를 공격한다. 이 공격은 선거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 요직에 진출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각종 청문회에서도 야당의원들이 후보에 대해서 벌이는 공격은 살벌하기 짝이 없다. 여기서 현 정부뿐만 아니라 과거 여러 정부에서 있었던 대선을 비롯한 각종 선거와 청문회를 통해 살아남은 이들과 반대로 탈락한 이들의 사례에서 뽑은 공통 분모를 정리해서 앞으로 정치가를 꿈꾸거나 아니면 정부 요직에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줄 수 있는 팁을 모아보았다. 첫째, 재산 증식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돈에 대한 은행 이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주식은 태생적으로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를 따라 올만한 것은 아직 없다. 그 과정에서 손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위장전입이다. 높은 자리로 올라가면서 각종 정보를 남보다 먼저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 손만…
FIFA 랭킹 57위인 대한민국이 1위 독일을 2대0으로 물리쳤다. 우리나라는 28일(한국시각)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김영권(광저우)과 손흥민(토트넘)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당초부터 전차군단 독일과의 경기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특유의 투지와 투혼을 불사른 대표팀은 볼 점유율에서 70%대 30%의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고도 근성을 발휘해 세계 1위 독일을 그라운드에 주저 앉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로써 우승 후보로까지 점쳐졌던 독일은 조 4위로 꼴찌를 면치 못했고, 우리나라는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3위로 조별 예선 전패라는 사상 초유의 치욕에서 벗어났다. 기량과 조직력에서 열세를 보였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으로 맞섰다. 우리 대표팀은 공을 점유하고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적었고, 패스미스도 많았지만 그라운드에서 뛴 총 거리는 118㎞로 115㎞의 독일보다 3㎞가 많았다. 태극전사들은 축구의 기본인 ‘용감한 투지’가 무기였다. 체력이 소진된 이후에도 한 발 더 뛰며 악착같은 투혼을 발휘해 세계 최강의 전차군단을 무력화시켰다.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주었더라면 16강이 가능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기 국정원과 경찰 등 국가 기관이 정치인과 자치단체장, 민간인, 언론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불법적으로 사찰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지난해 9월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불법 사찰을 폭로한 바 있다. 당시 국가기관이 공영방송과 선거에 개입하거나 야권 인사를 사찰하고 민간인 해킹을 일삼은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도 제시했다. 이 문건에는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사례’ 자료가 첨부돼 있다. 내용은 8개 광역시도지사와 23개 기초지자체 단체장들의 신상 정보를 자세히 조사한 것이다. 이에 같은 해 11월 말 염태영 수원시장과 김성제 의왕시장,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등 경인지역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11명이 불법 사찰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고발장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회의석상에서 담당부서에 야권 지자체장들의 국정 비협조 및 저해 실태를 수집하도록 요청했으며, 담당부서는 각 지역에서 보고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사찰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배포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
관광과 관련된 현업에 종사하다 보니 이런저런 회의에 자주 참석한다. 최근 회의에서 관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계기가 있었다. 특히 관광객의 정의에 대한 부분이다. 회의 중에 “수원영통에 사는 2명과 당진에서 온 친구 4명이 수원화성을 방문했다면 이 중 관광객은 몇 명일까?”, “수원은 경기남부 거점도시로서 인근 화성, 오산, 용인에서 직장 등 생활권으로 유동하는 인구들이 많다. 주말에 수원화성을 방문하였다면 이들을 관광객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들이 오갔다. 그 당시 웃고 넘어가긴 했지만 나름대로 정의가 꼭 필요한 부분이다. 명확한 정의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시장세분화(market segmentation)와 표적시장(target market)을 정확하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관광하는 사람이라고 전제한다면, 관광행위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김사헌은 그의 저서, 관광경제학에서 관광행위는 여덟 가지 속성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들 속성으로 구성된 이동행위를 관광 현상이라고 보았다. 먼저 공간적 이동(mobile) 행위다. 관광은 공간을 이동하는 행위로서 이동이라는 점에서는 여행,…
오후시간 학교 앞을 지나다 보면 교복 입은 소녀들의 초록잎처럼 싱그러운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이 밋밋한 도시를 깨우고 그 날렵한 걸음걸이가 시선을 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몸에 딱 붙는 타이트함에다 짧기가 그지 없는 치마길이에 말갛고 투명한 피부가 보여져야 할 얼굴은 하얀 분칠과 빨간 립그로스가 소녀의 얼굴에 얹혀있다. 외출준비를 할라치면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꾸미기를 하게 된다. 먼저 청결의 목적으로 샤워를 하고, 미용을 목적하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다. 더 나은 피부를 목적으로 로션을 바르고 스킨으로 정돈한 후 크림을 펴 바른다. 자외선을 차단시킬 목적의 지수가 높은 썬크림을 바른 후 파운데이션으로 피부톤을 좀 더 화사하게 톤 업 시켜본다. 이 다양한 목적들이 달성되었는가를 확인할 길은 없지만 나름 가진 화장술의 최고를 발휘했기에 이만하면 하고 눈썹을 그려본다. 늘 내눈썹이 맘에 들지 않다. 잘 그려지는 날보다 그렇지 않은 적이 더 많은 듯하다. 좀 더 색다름을 목적하는 날엔 아이섀도우도 등장하지만 바쁘게 뛰어 나가야하는 핑계로 생략한다. 화장의 포인트는 입술에 있다. 다른 화장품은 한가지로 닳도록 쓰지만 립스틱은 열 개정도를 그 날의 기분에 따
미추홀(彌鄒忽)은 ‘물의 고을’이라는 뜻이다. 인천 최초의 지명을 의미 한다. 고려시대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에 실린 백제 건국 설화에 미추홀이란 지명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매우 역사가 깊다. 설화 내용은 대략 이렇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소서노 사이에 태어난 비류와 온조 형제는 이복형제 유리에게 후계자 자리를 빼앗기자 추종세력을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왔는데 비류는 미추홀에 도읍을 정했다. 미추홀은 물이 짜고 땅이 습해 살 만한 곳이 못돼 비류는 후회 끝에 죽고, 백성들은 위례성에 자리 잡은 온조에 합류했는데 그후 나라 이름을 백제라고 했다는 것이다. 비류가 도읍을 정한 미추홀은 초기 백제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읍지터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미추홀의 중심 유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곳은 문학산이다. 물론 정상에 있는 문학산성을 백제의 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여럿 있다. 일반적으로 백제의 성은 평지에 흙으로 조영하는 평지성이나, 문학산성은 산 정상에 봉우리를 둘러싸는 형태인 포곡식으로 쌓은 석성(石城)이어서다. 또 인천 지역에 비류가 정착하였다는 고고학적 근거도 빈약하다. 하지만 역사적 증거로서 가치가 있는 것은 많다. 특
플레어스커트 /김밝은 하늘의 중추를 돌리던 봄의 손사위가 지쳐갈 때쯤 기침소리만 받아내던 플레어스커트에 수국꽃빛깔로 물든 바다가 휘모리장단으로 흔들렸다 치맛자락 어디쯤에서 우화한 나비가 푸른 절벽 위에서 날아가 버린 날 북두칠성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외옹치外瓮峙의 바닷물 흘러들었던 것일까 펄럭이다가 휘날리다가, 애면글면한 상처들을 붙잡고 파도치는 치마 위에 얼굴을 묻으면 죽음 앞에서처럼 순해져야 하거나 온 몸을 바동거려야 할 때라고 내려놓아야 할 무엇 아프냐고, 낯익은 인기척 같은 저릿한 눈물이, 눈물을 짊어지고 북두칠성을 향해 부풀어 오르는 저녁 머뭇머뭇하던 꽃잎들이 팽팽해진 울음으로 출렁였다 바다의 눈동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플레어스커트라는 제목부터 눈에 들어온다.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 지식백과를 찾아보니 ‘아래로 내려갈수록 나팔꽃처럼 퍼진 주름이 있는 치마’라고 나온다. 그래서 ‘하늘의 중추를 돌리던 봄의 손사위가 지쳐갈 때쯤’이나 ‘수국꽃빛깔로 물든 바다가 휘모리장단으로 흔들렸다’는 표현이 플레어스커트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동시에 찾아본 또 하나의 시어는 외옹치였는데 속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