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품출어인품(詩品出於人品). “말은 곧 말한 이의 인격 그 자체”라는 의미다. 좋은 말을 하는 이는 선하게 보이고, 나쁜 말을 하는 이는 악하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정치인이 되면 더욱 그렇다. 1789년 프랑스 혁명 때 급진 공화파를 이끈 자크 에베르라는 선동가형 정치인이 있었다. 그는 중하층 시민들을 혁명에 가담시키기 위해 글을 ‘무기’로 삼았다. 그리고 두 가지 글쓰기 원칙을 세웠다. 첫 문장을 막말과 욕설로 시작하고, 중하층 시민들도 별 어려움 없이 신문을 읽을 수 있도록 쉬운 단어와 단문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의 시도는 적중했다. 후세 문예 비평가 들은 “거친 말들은 주위를 환기시켰고, 선동적인 단문은 대중을 파고들었다”고 평가했다. 그의 단문체는 이후 정치 선동 선전 글의 대표적 형식이 됐다. ‘막말 정치’의 대가라는 별명을 얻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때 에베르를 연구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뒤 트럼프의 ‘막말 정치’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고도로 기획된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우리 정치인 중 유독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막말 사례는 다른 정치인에
‘1급기밀’이란 영화가 지난 1월에 개봉, 관람객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방산비리를 폭로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는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 외자부 군무원의 전투기 부품 납품 비리 폭로,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 2009년 해군의 방산비리를 폭로한 실화 등이 소개된다. 고질적인 군사 적폐인 방산 비리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방산비리가 특히 위험한 것은 이로 인해 국가와 국민의 안보, 그리고 내 자식과 형제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군대가 위기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6.25 전쟁 1.4 후퇴 때 부패 장교들이 국고금 23억 원, 군수물자 쌀 5만 2천 섬을 부정처분하는 바람에 약 10만 명이 넘는 우리 젊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2008년 1조 2천700억 원을 들인 잠수함 손원일함, 정지함, 안중근함은 심각한 결함이 있었으며 수십 차례 고장 난 잠수함이란 것을 알고서도 외국에서 인수한 일도 있다. 방산비리 가운데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일은 3천원도 되지 않는 USB가 95만 원짜리로 둔갑한 사건이다. 최근까지도 총탄을 막지 못하는 ‘무늬만 방탄복·방탄헬멧’이 장병 3만 5천명에게 보급된…
계절의 여왕 5월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 꽃들이 피고 지며 하루하루 나뭇잎이 무성해지는 계절이다. 계절에도 여왕이 있듯이 역사상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이 있었다. 바로 신라 선덕여왕이다. 오늘은 선덕여왕의 흔적을 따라 분황사로 여행을 떠나보자. 분황사는 신라 최초의 여왕 선덕여왕이 세운 절이다. 그런데 다른 절과는 달리 분황사의 이름이 아주 독특하다. 분황사는 ‘향기로운 황제의 절’이라는 뜻이다. 보통 일반사찰이 불교의 교리를 사찰의 이름으로 짓는 데 비해 그 뜻이 사뭇 다르다. 여기서 ‘황제’는 선덕여왕이리라. 그런데 ‘황제’라는 단어 앞에 ‘향기로운’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왜일까? 어쩌면 당태종의 모란꽃 그림에 관한 일화와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당태종은 선덕여왕에게 나비가 없는 모란꽃 그림을 선물로 보내왔다. 그런데 선덕여왕은 모란꽃 그림에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당태종이 자신을 향기 없는 여자에 빗대어 조롱한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실려 있다. 하지만 모란꽃은 향기가 있는 꽃이어서 당태종의 모란꽃 그림에 대한 선덕여왕의 판단은 오해였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분황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분황사 석탑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각)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면 미국의 대규모 대북 민간투자가 허용될 것이고 북한의 에너지망 건설과 인프라 발전을 위해 ‘엄청난’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북한에 대한 경제적 번영 협력’ 약속을 구체화한 것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핵 폐기에 따른 경제적 보상과 관련, “우리는 최대한 빨리 북한에 무역과 투자를 개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의 2차 방북 이후 동시에 내놓은 조율된 메시지로 주목할 언급들이다. 북한 비핵화 보상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비전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해제를 전제로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선 미국으로부터 가장 원하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궁극적 목표가 체제안전에서 더 나아가 ‘경제 부국’ 달성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재해제→경제협력→금융자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경제 총력 집중 노선’의 변화를 천명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시기(2016∼2020년) 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한국은 물론 서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시작된 날이지만 학교현장에서는 교사들에게 이날처럼 부담스런 날이 없다. 학생들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카네이션조차도 부정청탁이 될 수 있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후 두 번째 맞는 ‘스승의 날’이지만 아직도 꽃과 선물에 대한 논란도 많다. 담임교사·교과 담당교사에게는 꽃조차 선물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상급학교로 진학한 이후나 졸업한 경우에는 직무 관련성이 없으므로 꽃과 선물(100만원 이하)을 허용한다. 또 현재 담임교사·교과담당 교사가 아니고 선물하는 시점에 지도·평가·감독 관계가 없는 교사에게는 5만원(농수산물 10만원) 이하의 선물을 할 수 있다. 손으로 쓴 편지와 카드 선물도 마찬가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답을 한 적은 없지만 편지와 카드도 비싼 것을 고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 입장이다. 얼마짜리는 되고, 얼마짜리는 안 된다고 일일이 규정하기보다는 ‘학생대표 등의 공개적 카네이션 선물만 가능하다’는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 헷갈릴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니 상당수 초등학교는 이미 지난주 가정통신문에서 ‘김영란법에 따라 담임교사에게는 일체의 꽃이나
언론사에 있어 6월은 정말 바쁠 것 같다. 6·13 지방선거 하나만 있어도 바쁠 텐데, 지방선거 하루 전날에 미북정상회담도 잡혀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번 지방선거가 언론을 그렇게 바쁘게 만들지는 의문이다. 원래 이슈가 겹치면 큰 이슈가 작은 이슈를 덮게 마련인데, 미북정상회담이라는 ‘초유’의 이슈가 버티고 있으니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미북정상회담이 성공적일 가능성이 높으니, 이번 지방선거는 하나마나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다시 말해서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만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여당에게는 호재일 텐데, 만나서 비핵화에 대한 ‘합의’까지 하게 되면, 그야말로 이 뉴스는 13일까지도 전 언론을 도배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여당은 그냥 땅 짚고 헤엄치는 자세로 선거를 치르기만 하면 된다는 논리다. 유권자들이 하루 전날 있었던 미북정상회담의 결과를 보고 투표장에 갈 것이기 때문에, 여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는 당연히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야당들도 바로 이런 부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문제
황홀한 거짓말 /유안진 “사랑합니다” 너무도 때묻은 이 한마디 밖에는 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 이 거짓말에다 담을 수밖에 없다니요 한겨울밤 부엉이 울음으로 여름밤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사랑합니다” 샘물은 퍼낼수록 새 물이 되듯이 처음보다 더 앞선 서툴고 낯선 말 “사랑합니다” 목젖에 갈린 이 참말을 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 -유안진 시집 ‘거짓말로 참말하기’ 중에서 거짓으로 참말을 한 적이 있는가? 사람이 살아가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안했다는 말에는 어느 누구도 신뢰하지 않으며 그것이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이라 하였다. 시의 허행부터 매력을 느끼게 하는 이미지는 어쩌면 후렴구에 가까운 “사랑합니다”라는 시어라 할 수 있다. 때 묻지 않는 하나의 시어는 읽는 독자로 하여금 신선한 맛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가난하더라도 가슴은 넉넉한 수즙은 사랑,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고백하고픈 그 말, 그러나 목젖을 타넘지 못하고 맴맴 돌며 가슴앓이를 하는 슬픈사랑, 이런 사랑은 생각만 해도 아름답고 황홀하기만하다
‘더 이상 개청이 늦춰져서는 안 될텐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이끌어냈는데….’ 요즘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한창 층수가 높아지는 수원고법·수원고검 청사 현장을 볼 때마다 이같은 생각하게 된다. 지난 2016년 11월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지 18개월이 지난 이달 들어 공정율 40%를 넘기고 지상 20층 높이를 향해 순조롭게 올라가는 모습이다. 검찰 관계자는 청사 공사가 계획보다 진행이 빠른 편이라며 오는 6월 안으로 청사 구조물 공사가 마무리될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걱정은 여전하다. 이같은 노파심이 드는 것은 이번 뿐이 아니었다.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설계 과정에서 광교신도시에 들어설 검찰청사는 지상 16층 높이의 지검 전용 신청사로 설계됐다가 고검까지 수용하는 복합청사로 확정되면서 지상 20층 규모로 재설계되기도 했다. 급기야 예산 확보가 힘들어지자 청사 개발 방식도 위탁개발로 바뀌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먼저 모든 청사 개발과정을 위탁 수행하고 개청 후 25년간 개발비용을 회수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착공에 들어간 수원고검·지검청사에는 ‘법무부 산하 위탁개발이
새벽 /길대선 소리없이 내리는 안개 언어가 흩어지던 날 가슴에 맴도는 꿈 길 위에 나뒹굴고 한줄기 햇살 떠돌던 안개 분말로 훝어지네 안개 아침 얼굴을 내밀면 내 마음 흔들어 의미도 사라지네 붉은 햇살 날마다 길 위에 꿈을 키우며 오고 가던 길 돌아보게 하네 시인을 거리에서 마주하다 보면 아득한 먼 이국 소년처럼 다가온다. 삶에서 슬픔이 있었을까, 시에는 깊은 우수가 젖어 있다. 그 언제가 필자는〈흔들려도 당신은 꽃〉이란 에세이를 펴냈다. 시인처럼 꼭 자신을 닮은 시심이 달려와 표제를 담았던 것이다. 우리는 늘 넘어지고, 깨어지고, 부서지는 아픔 속에서 피어난다. 아무 가진 것이 없으면서도 넉넉한 듯 건강한 일들도 그렇고 서러운 가난이란 이름도 씁쓰레 함과 같은 여운들로 시인은 어떤 길에서 오늘도 서성이고 있을까, 시선은 과녁을 향하는데 자신이 세상 안에 서있는 어색함을 시인은 깊은 성찰로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이 거룩한 봄의 절정에서 봄빛은 세월 뒤로 슬프지 않게 아주 섭섭하지 않게 깊은 봄날의 애상으로 마음을 가볍게 돌려보자. /박병두 문학평론가
해발 2천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 학무산, 연두봉 등 해발 1천m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변엔 남대천과 장흥천이 휘돌아 나가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豊溪里). 좋은 풍경이 어우러진 것처럼 지명 또한 참 좋은 곳이란 걸 알 수 있다. 풍요로운 땅에 맑은 계곡이 흐르는 마을이라는 뜻이니 말이다. 풍계리가 속해있는 길주군(吉州郡) 또한 ‘살기 좋은 고을’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 더욱 그렇다. 역사적으론 1107년 고려 영토에 편입된 직후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옛날부터 땅 기운은 좋았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과거 송이버섯 산지로도 유명했던 풍계리. 하지만 북한이 만탑산에 주요 핵 시설을 배치하고 지하에 갱도를 뚫어 핵실험을 하면서 전 세계에 공포와 죽음의 지역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곳에서 실시한 핵실험만 모두 6차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차(2009년 5월 25일), 3차(2013년 2월 12일), 4차(2016년 1월 6일), 5차(2016년 9월 9일), 6차(2017년 9월 3일) 실험을 감행하면서 그토록 아름다웠던 이 일대가 만신창이가 됐다. 특히 지하핵실험으로 인해 인공지진도 자주 발생 백두산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