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11일 ‘2018년 1분기 시도 서비스업생산 및 소매판매 동향’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제주와 서울, 강원 지역 서비스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제주의 경우 올해 1~3월 서비스업 생산·소매 판매가 지난해보다 5.5%, 6.8%씩 증가했다. 특히 제주 소매판매 중 면세점 판매는 전년보다 13% 늘었다. 이어 서울도 서비스업생산 4.2%, 소매판매 6.1%가 늘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그동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한국을 찾지 않았던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3월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 관광객은 40만 3천 명으로 지난해보다 11.8%가 늘었다. 이로 인해 편의점인 CU의 올해 1분기 중국 은련카드, 알리페이 결제 건수가 전년 대비 73.5%로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사드 해빙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3월엔 247%나 크게 늘었으며, 중국 정부가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이후 4월의 결제 건수는 지난해 대비 무려 516.1%나 급증했다. 사드 갈등 이후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 관광 금지조치로 지난해 3월부터 국내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가 매월 60%
4차 산업혁명기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았던 디지털 혁명 초기에 SNS로 사진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이 구글에 인수되었는데, 그 무렵 전통 필름카메라의 막강한 공급처였던 코닥은 망해가고 있었다. 당시 두 기업의 직원들 숫자는 필자 뇌리에 깊이 남아있는데, 인스타그램은 14명에 불과했고 코닥은 14만 명으로 만 배 차이였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이 전 세계인의 이미지 놀이동산이 된 이유는 ‘디지털 사다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다리는 흔히 ICBM+AV이다. 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그리고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다. 디지털 사다리는 철옹성처럼 견고하고 바벨탑처럼 거대한 기업들의 진입장벽을 짧은 기간에 무너뜨리고 있다. 소형 핵탄두와 결합한 미사일 ICBM은 상호 확증파괴의 공포를 유발하기에 역설적으로 평화를 유지하는 힘이 되고 있지만 모바일 ICBM은 무섭게 다른 국가와 대륙을 침투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 O2O 모두를 장악하고 있다. 최근 ICBM과 핵실험을 하고 있는 북한의 문제는 공포의 균형을 깨는 일이기에 이처럼 소란하지만 무언가 균형점을 찾으면 잠잠해질 것이다. 그러나 ICBM+AV의 전쟁은 마지막 최강자가 남을 때까지 계속될
우리 겨레에게 너무 깊고 아프게 새겨진 화상보다 뚜렷하게 남아 아직도 통증이 엄습하는 상처가 판문점이다. 요즘 판문점이 다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판문점이 우리 동네에도 있었다. 시골에는 어디 가나 있을 법한 지명으로 새말이라는 곳을 가려면 크게 뚫린 신작로에 이어진 약간의 경사를 만난다. 그 언덕길이 뱀재라는 곳이었다. 그 많은 이름을 두고 왜 뱀재라고 지었는지 모르지만 길고 구불구불해서 걸어 다니기에는 숨이 찬 길이 있었다. 그 경사 끝에 달린 모롱이를 지날 무렵이면 언덕 위에 판문점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달린 집이 하나 있었다. 그 당시에 흔히 보이는 기와지붕 밑으로 국방색이라고 불린 어두운 녹색 바탕에 까만 글씨로 간판은 한 눈에 보기에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국한문 혼용 교과서를 통해 막 한자를 깨우치기 시작하던 나에겐 판문점 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많은 의문과 두려움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시골에서는 드물게 네모반듯한 유리로 된 문에도 칸칸이 판문점이라는 글씨가 한 자씩 쓰여 있었고 문은 항상 닫혀 있었다. 더 이상한 일은 그 집에 사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이 드나드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반공을 국시로 알고…
1863년작 <올랭피아>는 우리가 ‘마네’라고 하면 으레 반항적이고 저돌적인 화가라고 여기게 한 원인을 제공한 작품들 중 하나이다. 여전히 많은 논평들은 이 작품이 그 당시 일으켰던 사회적 파장을 열심히 환기시키고 있다. 작품의 모델은 빅토린 뫼랑이라는 이름의 여인이었다. <풀밭위의 점심식사>(1863)에 나오는 화면 정중앙의 나체 여인도 그녀의 모습이며 <철로에서>(1872)라는 작품 속에서 검은 원피스를 입고 책을 읽으며 아이와 함께 있는 여인의 모습도 그녀이다. 당시 마네는 전문적인 직업 모델들과 일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아카데미 화풍의 관습이 몸에 배어 있어 포즈를 취할 때 마네의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지 않았고, 작품이 끝까지 완성될 때까지 포즈를 취해야 하는 이유를 잘 이해해주지 않았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그리고자 원했던 마네에게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그러나 마네는 빅토린 뫼랑이라는 좋은 모델을 만나 매우 흡족해했다. 화제의 인물 <올랭피아> 속 여인은 왠지 모르게 친근하면서도 속 깊은 매력도 지니고 있었다. 세련된 도시의 신사라면 아리따운 젊은…
구봉리 3 /박완호 신작로를 벗어난 길이 산등성이 너머로 지워지려는 판이었다 엇박자를 짚는 할아버지 지겟작대기에 부딪힌 초저녁 햇살이 소 잔등에 옮아붙고 있었다 부엌문 여는 할머니 손바람에 굴뚝 연기가 한쪽으로 기울어가고, 여물통 앞을 맴돌던 송아지가 겅중겅중 뛰기 시작하는, 그럴 무렵이었다 길이 끊긴 겨울산이었다. 바싹 말라버린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며 울어댔다. 먼지투성이 묵은눈을 밟는데 등산화 사이로 묵은 눈이 스며들었다. 지도에는 산등성이 너머 길이 적혀 있었다. 지도를 읽으면 길이 보였다. 거미줄처럼 엉킨 나무들 사이로 붉은 저녁햇살이 쏟아졌다. 젖은 흙냄새가 자욱했다. 신작로를 벗어난 길은 산등성이 너머에서 멈췄고 다시 자락을 따라 흩어졌다. 저만치 지게를 짊어진 할아버지가 느릿느릿 걸어갔다. 굽은 등에 햇살이 기울고 내처 쓸쓸한 소잔등에 옮아갔다. 마른 장작이 타며 할머니 눈시울을 뜨겁게 했는데, 저녁상을 차리라는 재촉이 소란스러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송아지가 냅다 뛰어다니는 구봉리 황혼 무렵의 아찔하고 선명하면서도 사소한 풍경의 더미. /박성현 시인
노인정치(gerontocracy)가 새로운 용어는 아니다. 옛 소련은 1980년대 말 고르바초프가 집권하기 전까지 20여년 넘게 노인정치 시대를 이어갔다. 브레즈네프와 안드로포프 시절 권력 주위엔 70대 정치국원이 가득했다. 중국은 이런 면에서 최강이다. 지금까지 전직 국가 지도자들이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로정치’의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부터 정치 전면에 나서는 노인들도 많다. 지난 2014년 88세에 튀니지 대통령에 당선된 ‘베지 카이드 에셉시’가 대표적이다. 5년 임기가 끝나는 내년 그의 나이는 93세가 되니 나이는 숫자라는 것을 실감하기에 충분하다. 그뿐만 아니다. ‘시몬 페레스’는 84세였던 2007년에 이스라엘 대통령에 취임해 2014년 91세로 퇴임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1878-1965)은 81세에 총리에서 퇴임했다. 옛 서독 초대총리를 지낸 ‘콘라드 아데나워’는 87세인 1963년까지 일했다. 중국의 ‘덩샤오핑’ (1904-1997)은 국가주석에서 물러날 때 85세였다. 미국도 일찌감치 노인정치를 경험했다. 1984년 73세의 나이로 재선에 도전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에도 그는 고
국토교통부가 한국항공정책연구소에 의뢰한 ‘백령도 소형공항 건설사업타당성 검토용역’이 지난해 11월 종료됐다. 조사 결과 육지와 백령도를 오가는 비행노선에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4.86을 기록해 사업 추진 기준인 1.0을 훨씬 웃돌았다. 즉, 사업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는 2025년 기준으로 잠재 수요를 예측했을 때 운항횟수 연간 1만2천회, 승객 수요 4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 년 전부터 인천시는 옹진군 백령면 진촌리 솔개간척지 127만㎡에 길이 1.2㎞, 폭 30m 규모의 활주로와 계류장·여객터미널·관제탑 등을 갖추고 50인승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백령도 소형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소요예산은 1천154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2020년에 착공,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에 있는 섬으로 비행금지구역이다. 그러니까 백령도에 공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안보와 직결되는 비행금지구역을 해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부나 군 당국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인천시는 백령도 관광객과 섬 주민의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백령
정부가 재활용품의 제조·생산, 유통·소비, 분리·배출, 수거·선별, 재활용에 이르는 전 단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내용의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어제 내놓았다. 그전의 대책은 기존의 재활용품 폐기물 대책이 수거 시스템에 집중됐다면 이번 대책은 생산 단계에서부터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방안이 담겨있다. 지난달 초 일어난 ‘재활용 폐기물 대란’은 정부의 긴급조치로 급한 불은 끈 상태이지만, 원인이 된 중국의 폐자원 수입금지 조치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비슷한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제 폐기물을 외부로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 자체적으로 폐기물을 근본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을 기존의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정부 대책의 목표이다. 정부가 이번에 여러 가지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것이다. 예컨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무심코 일회용
푸른 것들로 눈이 부시다.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는 녹음과 무논에서 들리는 개구리 울음이 정겹다. 베란다로 들어오는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유년의 기억들이 까무룩 되살아난다. 아버지가 논을 갈아엎고 물을 가두면 개구리가 산란을 했다. 까맣게 슬어놓은 알들 속에서 올챙이가 나왔다.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해가는 과정이 신기했다. 아버지는 들일을 하고 나는 검정고무신에 올챙이를 담아 가지고 놀곤 했다. 모내기가 끝날 무렵이면 올챙이도 개구리로 변신했다. 그 개구리가 자랐을 때 막내 동생 몸보신 시켜 준다고 잡아서 풀에 꿰어 들고 다니던 기억에 웃음이 난다. 농번기가 되면 아버지에게서 논 냄새가 났다. 무논의 질펀한 흙냄새였다. 어둑어둑해지면 일소를 앞세워 돌아오는 아버지의 발에는 흙냄새가 배어있었다. 허벅지까지 말아 올린 삼베바지는 늘 젖어 있었고 댓돌 위에 고무신을 씻어 엎어놓으면 그 속에서도 흙냄새와 개구리 울음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개구리가 울면 찔레꽃이 피기 시작했다.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 친구들과 이리저리 뛰놀다 찔레나무가 눈에 띄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한 줄기를 꺾어 벗겨먹곤 했다. 찔레나무 밑에는 뱀이 있다고 가지말라는 어른들의 걱정도 아랑곳없이
꼬리뼈를 벽에 걸다 /이해원 꼬리뼈가 탈이 났군요 꼬리 한 번 흔든 적 없는 데 꼬리가 있다니 내 전생은 짐승이었나 꼬리뼈를 만져본다 사라진 흔적이 남아 있다 꼬리는 언제 퇴화했을까 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방 안을 기어 다녔고 망아지처럼 들판을 뛰어다녔다 달리기를 잘하고 당근을 잘 먹는 나는 어쩌면 말이 아니었을까 히잉 투레질을 하며 말 걸음을 흉내 낸다 저릿저릿 통증이 퍼진다 낮게 엎드린 계단이 발을 걸고 세상의 길이 꽉 막혔다 몸 밖으로 비명이 튀어나온 날 숨어있던 꼬리뼈가 나를 받아 주었다 보이지 않는 꼬리뼈가 내 몸의 의자였다 -시집 ‘일곱명의 엄마’ 인류의 기원을 700만년~500만년 전으로 볼 때 최초의 조상으로 회자되는 라마피테쿠스 이후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기까지 인류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늘 궁금하다. 정말 우리의 먼 조상들에겐꼬리가 있었을까? 직립원인으로 진화하면서 꼬리의 기능이 필요치 않아 퇴화했을까? 그 먼 기억을 붙들고 아직도 꼬리뼈는 대대손손 그 흔적을 대물림하는 것인가? 혹시 그 꼬리를 가졌던 업보로 짐승처럼 버거운 짐을 짊어지고 강파른 세상벌판을 달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과부하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