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 사람은 내 말을 듣고 있기는 한 걸까요? 내가 말한 것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서로 말꼬리만 잡지, 내용이 전혀 연결되지 않아요. 분명히 대화하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부부싸움을 하고 있더라구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부부교육과 코칭을 하면서 많이 듣는 질문이다. 우리 부부는 대화가 잘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묻는다. 그럼 필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시작부터 잘못됐습니다.” 부부의 대화가 부부싸움으로 변질되는 이유는 대화의 시작을 ‘사실’이 아닌 ‘판단’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판단’의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은 그것을 공격이나 비난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반격, 방어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대화가 부부싸움으로 변질되는 이유이다. ‘사실’과 ‘판단’을 제대로 구별하지 않아 많은 부부가 아포리아(난관)에 빠진다. 여기서 사실이란 내가 보고 들은, 있는 그대로의 것이라면 판단은 사실을 자신의 방식대로 재해석한 것이고 사람마다…
6·1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자유한국당 남경필 현 지사 간의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인천시장은 박남춘 국회의원과 유정복 현 시장의 대결구도로 확정된 가운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서로의 비방전이 뜨겁다. 자칫 이번 선거에서도 정책은 실종하고 네거티브만이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6·1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인 남경필 지사와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상대방의 부담스러운 부분을 공격하며 날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고교 1년 선후배 간인 유정복 시장과 박남춘 의원도 벌써부터 서로를 비방하고 나서는 등 벌써부터 네거티브가 시작됐다. 남경필 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제가 남북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을 응원하자 이재명 후보께서 ‘유리할 때는 칭찬하고 불리하면 언제든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며 “과연 이 후보가 이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생각이 든다”고 따졌다. 이어 “많은 사람이 이 시장을 ‘사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자꾸 말을 한편에 치우쳐서 하니 다수 국민이 불안해한다”고 했다. 이에 이 전 시장 캠프 백종덕 대변인은 논평을 내 “남경필 지사는 민주당 이간질 말고 자한당 집안 단속이나 하시라”고…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남과 북 사이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처럼 서로가 마음을 열고 한 겨레로서의 신뢰를 거두지 않으면서 하나씩 장애물을 거둬나간다면 아직 속단할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바라는 영구적인 평화, 더 나가서 평화통일의 그날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한반도 비핵화와 전쟁종식의 분위기는 익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 이후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 선언, 평화협정이 이어진다면 진정 ‘한반도의 봄’은 올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CNN이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북미회담 판문점 개최를 제안했고 김 위원장 역시 이에 동의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판문점 개최의 이점은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이동하기가 가장 편한데다 이미 대규모 프레스 센터가 판문점에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또 DMZ 내 북측 지역에서 회담의 일부 행사를 열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 지역으로 건너갈 수 있다. 이미 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판문점 개최를 논의했다. 지난달 28일 한미정상 통화 당시 두 정상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북미정상회담
길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보면 대개 조용하게 타협하는 광경보다 서로 잘했다고 큰소리를 치는 장면이 더 많다. 그래서 우리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자주 들먹이게 되고, 접촉사고가 나면 그 과정이야 어떻게 됐든 큰소리부터 치고 보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교통사고뿐만 아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목소리를 크게 내면 그 상대방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경우보다 더 대우해 주거나 때에 따라 굴복을 해준다. 언젠가 눈보라가 심한 기상악화로 항공기가 운항을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 ‘여객기를 띄워라’고 항의하는 모습을 보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목숨을 담보로 한 비행에 다름 아니었다. 어느 외국인이 ‘한국은 큰 목소리만 내면 다 얻는 나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속으로 ‘참, 떼법이 강한 나라’라는 것을 느꼈다. 큰 목소리 내면 들어주는 풍토 ‘문제’ 4·19혁명이 이 땅에 민주주의를 더욱 꽃피우게 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4·19가 성공한 그 다음의 나라 형편이다. 이미 시위의 주제는 사라졌는
보금자리주택지구 /이선이 숟가락이 축나고 아파트는 생각을 줄였습니다 허리끈이 해지고 말도 평수坪數를 줄였습니다 의자를 권하는 오후께로 쥐눈이콩만 한 별이 와서 졸다 갔습니다 좁고 시린 미간眉間 너머 주름을 펼쳐 벽오동 한 그루 심었습니다 구름을 헐어 오동꽃 몇 송이 빈 가지에 앉혔습니다 쪽창에 걸린 낮고 느린 심장 박동 수 길고양이 급식소 나무현판이 희미해질 무렵 허공을 내려 흰 등을 걸었습니다 - 포지션(2017년 겨울호) 단란함이 뚝뚝 묻어나는 말, 보금자리! 주택과 결합하니 그곳에서는 온갖 행복이 몽실몽실 피어날 것만 같다. 보금자리 주택은, 무주택서민, 저소득층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공급정책의 일환이다. 서민에게는 그나마 위안이 되는 복지혜택이건만 빈부격차가 날로 벌어지는 세태에서는 비애의 한 단면일 수 있다. 하여 숟가락도 축나고 말수도 평수를 줄여야 하는 것, 시인은 그런 상황을 시 속에 구현하지만 소소한 현상을 따뜻한 시적 감성으로 치환한다. 쥐눈이콩만 한 별도 졸다 가는, 신산한 걱정거리도 잠시 밀쳐두고 벽오동 꽃송이를 눈에 들이는, 허공을 발처럼 내리고 흰 달을 등불로 걸어보는, 나름대로의 낭만을 곁들인 최고의
비행기가 이룩을 하고 나니 행여 늦을까 첫새벽부터 서둘러 공항에 나와서 수속을 밟고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지루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지루한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 비행기 창 아래로 보이는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한참을 날아가니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 비행기는 지금 지상 10킬로 상공을 날고 있고 아래 보이는 곳은 부산의 모습이며 앞으로 4시간 반 정도 비행을 하여 목적지 괌에 도착한다고 안내 방송을 한다. 아름다운 육지의 모습도 잠깐이고 태평양 상공에 들어서자 구름이 아니면 망망대해만 보이는 것이 아무리 내려다봐도 지나가는 배 한 척 보기가 힘들고 몸은 점점 비틀리고… 좁은 공간에서 이렇게 긴 시간을 가야 한다는 것이 보통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비행거리를 치면 약 사천 킬로미터 정도 된다던데 ‘그렇다면 미국 본토나 유럽을 여행하려면 도대체 비행기를 몇 시간을 타야 되는 거야’ 하는 생각에 ‘아이고 빨리 남북통일이 되어서 기차로 쉬엄쉬엄 이동을 해야지’ 하는 생각까지 든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은 몇 번 다녀보았지만 다섯 시간이 넘는 비행기 탑승은 처음이라 실은 &lsqu
경기흐름이 심상치 않다. 공장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물가는 안 오른 게 없다. 서민들의 호주머니는 비어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훈풍은 접경지역 투기를 부추긴다. 경기지표들이 심각한 상태인데도 아무도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 최저시급 인상이 물가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서민생활은 피폐해져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운전직 등 일부 직종에서는 해고를 계획하고 있는 등 고용불안이 가중된다. 경기흐름이 총체적 난국으로 진입 중인데도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 이러다가는 남북정상회담과 지방선거라는 이슈에 휩쓸려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고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쟁에만 몰두한 정치권이나 정부 그 누구도 먹고사는 문제에는 관심조차 없는 듯하다. 통계청이 지난달 말 발표한 ‘3월 산업 활동 동향’에는 지난달 전(全)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2%, 설비투자는 7.8% 줄었다. 산업생산 감소 폭은 2016년 1월(-1.2%) 이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낮다. 지난 3월 중 생산과 투자가 동시에 큰 폭으로 줄고, 공장 가동률은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 이후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그동안 여러모로 소외된 접경지역 주민들은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냉면집이 붐비고 파주 등 안보 관광지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이 한반도의 봄을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회담의 성과인 ‘비핵화’와 ‘종전’으로 인해 영구적인 평화를 모든 국민들이 희망하겠지만 가장 간절한 사람들은 실향민과 이산가족, 그리고 접경지역에 사는 주민들일 것이다. 본보 보도(4월 30일자 19면)에 따르면 파주시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이제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대성동 마을은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역이다. 연천지역 민통선 마을인 횡산리 주민들의 표정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눈에 띄게 밝아졌고 마을 분위기도 분단 이후 최고조라는 소식이다. 물론 투기 세력들로 인한 부동산 경기 과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정부의 적절한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DMZ 관광’이다. 지난달 25
그늘꽃 /서주영 바닥 밑의 바닥엔 키 작은 네가 있다 저항도 눈물도 잊은 웅크린 너의 목소리를 건져 올린다 눈도 귀도 닫아버려 음습한 이력 외줄 타는 어름사니처럼 일제히 소리 죽여 아슬아슬 어둠을 건너느라 한낮도 후미진 밤이었다 숙성된 어둠에게 할퀴고 물어뜯기며 맨살로 오롯이 버텨온 너를 묵묵한 한 떨기 시인이라 부른다 잘 있니? ‘바닥 밑의 바닥’에 사는 ‘키 작은 네가’ 궁금해서 안부를 묻는다. 그곳에서 언제나 ‘웅크린 너의 목소리’를 듣곤 했는데, 이제는 ‘눈도 귀도 닫아버려’ 더 고단하게 살아갈지도 모르겠구나. ‘외줄 타는’ 심정으로 ‘소리 죽여 아슬아슬’ 사는지라 ‘한낮도 후미진 밤’처럼 보였을 것인데, 그래서 밤이든 낮이든 ‘숙성된 어둠에게 할퀴고 물어뜯’긴 채로 ‘맨살로 오롯이 버텨’왔을 것을 짐작하고도 남겠구나. 그렇게 버티며 살아가는 네가 피워내는 ‘그늘꽃’의 향기를 맡는다. 그늘이 지기도 하고 그늘에 들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삶.…
‘서로 관계를 돈독히 한다’라고 하면 제일 먼저 ‘결연’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불교에 기원을 둔 이 단어는 문자 그대로 ‘인연을 맺는다’는 뜻인데,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자매결연’이라는 표현은 이미 굳어져 있다. 그 용례에서 보듯, 동맹이라는 경직되고 살벌하고 정치적인 용어와 달리 결연이라는 용어는 유연하고 평화롭고 정서적이다. 그래서 결연에는 형제(兄弟)가 아닌 자매(姉妹)가 쓰이는 것일까?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부터 중국 한자는 사람과 연관된 것에는 남성명사를 사용하고 사물과 연관된 것에는 여성명사를 사용하는 관습이 있는데 이것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 예를 들면 ‘자기나라’를 표현할 때 부국(父國)이라 하지 않고 모국(母國)이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것이다. 또 다른 설명으론, 영어에서는 어떤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에 sister라는 말을 많이 쓰며 자매도시라 할 때도 sister city라고 하는데 이를 그대로 옮겨져 그렇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자매결연을 맺는 행사가 60년대 초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전국 도시· 기업·대학과 농어촌간 대대적으로 펼쳐진 적이 있다. 당시 추진된 결연만 4,784개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