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뼈가 단단하여 부딪치는 물체는 모두 깨어지고, 이빨도 강하여 조개껍질을 부술 수 있으며, 낚시를 물어도 곧잘 바늘을 부러뜨린다. 살코기는 탄력이 있고 맛이 좋다. 특히 3월, 그 맛의 절정을 이룬다.” 자산어보에 기록되어 있는 ‘도미’ 설명이다. 어디 ‘입맛’ 뿐인가. 바다낚시 꾼들은 ‘손맛’도 최고로 친다. 워낙 힘이좋아 건져 올리는 느낌이 일품 이어서다. 참돔은 도미중에서 최고라는 의미에서 ‘참’자가 붙었다. 균형 잡힌 몸매는 전체적으로 고운 빛깔의 담홍색을 띠어 ‘바다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어두육미(魚頭肉尾)란 말도 참돔 머리 부분의 맛이 뛰어난 데서 유래했다는 속설도 있다. 도미는 살색이 희고 육질이 연하여 뛰어난 횟감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그 맛이 좋기 때문에 옛날부터 도미면 등 각종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특히 봄 도미는 유난히 기름지고 맛이 있다. 탕을 끓이면서 기름을 걷어내도 끝도 없이 계속 나온다. 살집이 두꺼운 봄철 도미는 살 속의 지방질 때문에 칼이 잘 안 먹을 정도다. 껍질을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어도 맛이 그만이다 최고의 요리는 승기악탕(勝妓樂湯)이다. 규합총서에서는 각종 고명을 얹고 양념해 찐 도미찜을 승
새가 물고 온 단상 /김도연 어두운 밤 심연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단상(斷想)처럼 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별빛 하나를 물고 왔다 문득 아침밥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을 건너 하얀 쌀을 씻었다 -김도연 시집 ‘엄마를 베꼈다’ 문득 생각이 뇌리를 스칠 때가 있다. 먼 우주에서 날아온 별빛처럼 반짝 빛날 때가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 심연의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단상 같은 그것은 우리가 간절하게 갈구하고 있는 어떤 바람에 대한 응답이다. 그대로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길 위에 환하게 켜지는 방향 등이다. 우리는 때로 무엇인가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만난다. 그러나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치며 골몰할 때 그러한 순간을 만난다. 그리하여 바위처럼 단단히 고정되어있던 생각의 틀이 깨지고 새 한 마리 날아든 듯 마음 가벼워지는 것인데 엄습했던 어둠이 깊을수록 아침은 더 밝고 새로운 것이다. /서정임 시인
그동안 범죄자 취급 내지는 투기판이나 사기 다단계 등 온갖 모욕적인 언사로 암호화폐를 폄하하던 언론들의 보도 행태가 달라졌다. 이제 실체를 조금씩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이면서 나름 공정성 내지는 사실에 가까운 보도를 하려는 모습이 보이고 취재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듯하다. 며칠 전 방영된 ‘SBS 스페셜’ ‘비트코인, 위대한 혹은 위험한 실험’을 시청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간 암호화폐에 대해서 얼마나 왜곡보도를 했는지를 알 것이다. 요즘의 암호화폐 시장은 초상집 분위기이나 오히려 언론 보도는 암호화폐의 우호적인 특집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으며 필자가 본지에서 두세 번 정도 언급을 하면서 돈 들어가는 거 아니니 공부 좀 하고 암호 화폐를 다루는 기사를 쓰거나 보도를 한다면 저 정도로 엉터리 보도는 하지 않으리라 말한 적이 있다. 그것이 ‘스팀잇(steemit)’이라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SNS이며 그 안에는 블록체인에 관한 한 최고의 정보가 들어있으며 또한 다양한 주제의 포스팅을 통해서 여러 유저들에게 보이고 공유하면서 좋아요 격인 업 보팅을 받아 거기에 상응한 보상으로 암호화폐인 스팀(
기온이 들쑥날쑥하다. 학생들이 희망찬 하루하루를 보내도록 해주어야 하지만 선생님들은 유난히 부담스러운 때가 3월이다. 가르칠 내용이나 맡은 일이 새로우면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는 더 그렇다.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옷조차 으스스한 한기를 막아주지 못한다. 자칫하면 병이나 나기 쉽다. 첫날부터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고 무엇보다 수업에 심혈을 기울여 일단 잘 가르친다는 말을 듣고 싶다. 인성지도는 마치 교장 훈화나 생활부장의 업무 처리로 이루어지는 것쯤으로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담임교사의 몫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제 자식이 못된 짓을 한 걸 두고 학교를 찾아와 “도대체 뭘 가르쳤느냐!”며 적반하장으로 대든 학부모도 있었다.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무슨 부탁이든 간절히 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 교사들에겐 수업 외의 업무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의 요인이다. 그동안 교사들이 보직을 잘 맡아 왔다면 승진에 필요해서였거나 교장의 간곡한 부탁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수업은 처음부터 잘 해야 한 해 동안 수월하게 진행될 건 당연해서 3월 초부터 연구와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싶지만 업무가 과중하면 그렇게 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별명은 수없이 많다. 험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고 어려서부터 격투기와 유도를 배워 악바리라 해 붙여진 설표(雪豹)를 비롯, 거침없는 외교를 펼쳐 지어진 터미네이터, 좀체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의뭉하게 행동한다 해서 붙여진 블랙박스, 최근에 명명된 ‘수퍼푸틴’ 등등. 그중 수퍼푸틴은 자국민이 즐겨 부르는 별명 중 하나다. 이 같은 정서를 반영하듯 화가와 조각가들은 푸틴을 영웅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내놓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모스크바에선 작품을 모아 전시회도 열었다. ‘산타클로스와 로마 황제 복장을 한 슈퍼맨, 갑옷차림으로 곰을 타고 악을 물리치는 영웅, 적을 통쾌하게 내던지는 유도 선수…’. 작품을 보려 몰려든 시민들로 대 성황을 이룬 것은 물론이다, 서방 언론엔 ‘슈퍼 악당’처럼 묘사되지만 이처럼 자국민에게 절대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강한 통치력과 이를 바탕으로 이끌어낸 경제 부흥이라고 말한다. 그는 2000년 대통령이 될 때 내세운 구호 ‘강한 러시아’를 강하게 추진, 덕분에 국력이 크게 신장되면서 국민의 살림살이가 좋아졌다. 최근 대통령 재임 8년간 GDP는 4배, 외환보유액은 10배, 수출은 3배나
사건 /김애자 월릉리 회관에 지난밤 도둑이 들어 쓸 만한 가재도구는 모두 가져갔대요 구석에 휘어진 옷걸이 몇 개만 남겨두고 한걸음에 소식 듣고 달려온 할머니들 쓸어내린 가슴에 구덩이 푹 파이는데 뒤늦게 당도한 할머니 왈 “늙은이들만 놔뒀네!” 시의 착상이 재밌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은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구약성서 시편이 기억난다. 사람의 세월은 어쩔 수 없다. 사람이 제일 무서운 것은 사랑이란 이분법적인 굴레에 있어 그렇다. 정신의 자리와 물질의 자리에서 사물의 가치로 대비되는 늙은이의 삶은 과연 어떤 것일까? 우리들의 어머님 얼굴이 떠오른다. 잃어버린 세월은 다시 붙잡을 수 없다. 화사한 바깥세상이 궁금해지는 노인정에도 봄나들이 그리움들로 생의 이면들을 찾아서 스스로 맞는 옷을 입고 단장을 하고, 위로하고 자축해 격려해 보는 날들을 더 많이 만들어 가보자. /박병두 문학평론가
현직에 있는 서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의 실상을 고발하면서 한국사회에 끊임없는 피해를 경험한 여성들의 말하기가 이어지면서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그 후 여기저기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 마치 처음 이슈화 된 것처럼 확 타버리는 일시적인 현상처럼 대하는 언론과 사람들의 태도가 너무 아쉽다. 미투 운동(영어: Me Too movement, #MeToo)은 2017년 10월 미국에서 하비 와인스틴(Harvey Weinstein)인 미국의 영화 제작자에 성추행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서 소셜 미디어에서 해시태그를 다는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과연 ‘미투’로서 처음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의 말하기가 처음 시작된 것일까?에 대한 질문을 해고 싶다.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의 말하기는 계속해왔다. 1980년 민주화 운동 시기에 여성의전화는 1983년 ‘아내구타’ 문제를 시발점으로 성폭력, 성매매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려왔었고, 여성폭력방지법(가정·성폭력, 성매매)이 제정하게 되었다. 그 뒤에는 피해를 경험한 여성들의 말하기가 있었기에 가능 했다. 여성폭력은 여성에 대한 차
경기도지사와 기초자치단체장에 출마하려는 단체장 및 광역의원들이 사퇴가 잇따랐다. 본보 보도에 의하면 경기·인천 기초지자체장 가운데 3명이 지난 15일 광역단체장(경기도지사, 인천시장)시장·도지사에 도전하려고 사직했다. 양기대 광명시장(재선), 이재명 성남시장(재선)은 경기지사 선거에 뛰어들면서 시장직을 내놨다. 인천시에서는 여성인 홍미영 부평구청장(재선)이 인천시장 선거 출마를 이유로 구청장직을 내려놨다. 이밖에도 광역의원 의원들도 기초단체장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이미 출마의사를 밝힌 광역의원은 30여 명에 이른다. 공직선거법 53조 규정상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광역시장·도지사)에 도전하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사퇴시한은 15일이어서 이재명 양기대 시장이 이미 사퇴서를 내고 부단체장이 시장권한을 대행하게 됐다. 광역의회 의원이 기초자치단체(시·군·구) 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경우 사퇴시한은 선거일 30일 전까지여서 5월14일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일부 광역의원들은 이미 시장·구청장 예비후보 등록을 한 뒤 일찌감치 의원직을 던지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이 때문에 6·13 지방선거 90일을 앞둔 시점에서…
지난 9일 개막된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이 10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18일 폐막됐다. 이 대회에 앞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보다는 국민들의 관심이 덜했지만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준 대회였다. 이번 평창패럴림픽은 역대 최다인 49개국 선수 570명이 참가했다. 신체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하기 힘든 각 종목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선수들의 투혼은 그 자체가 드라마였고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서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 대회는 개막식부터 감동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려한 개막 공연은 관중들의 환호와 탄성을 이끌어냈으며, 남북의 노르딕스키 선수 최보규와 마유철이 함께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것은 ‘평화 패럴림픽’에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이와 함께 휠체어컬링 대표팀 주장인 서순석의 휠체어를 평창올림픽 여자컬링 대표팀 주장 김은정이 밀면서 성화대에 불을 붙이는 장면은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였다. 경기 중에도 감동은 이어졌다. 대회 9일째인 17일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좌식 중거리 7.5㎞ 경기에서 신의현 선수가 22분28초40을 기록해 금메달을 딴 뒤 눈물을 흘리며 포효했다. 같은 경기에 출전한 외국 선수가 다가와 “그
코끝이 알싸하도록 노란 향기가 맴돈다. 프리지아를 안고 돌아오는 길, 마음 먼저 봄을 부르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얼굴 가득 미소가 넘친다. 겨울 건넌 심심한 사무실 구석구석 심어질 봄 생각에 입 먼저 방긋거리지 않을 수 없다. 해마다 그렇게 나의 봄은 2월 막바지 그 언저리에서 시작되었다. 학교 졸업식이 거의 마무리가 될라치면 봄을 기웃거리던 천정부지 꽃값도 싸지게 마련이다. 때맞춰 기다렸다 노란 프리지아 한 아름 안고 맞는 그 봄이야말로 나의 소소하고도 확실한 행복임에 분명하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는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소소하고도 확실한 행복을 말하는 신조어. 어쩌면 그 소확행을 잘 다스리는 일이야말로 초를 다투듯 달라지는, 끝없는 사건사고로 점철되는 현실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저마다의 소소하고도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나만의 큰 행복을 위해 이웃한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뺏고, 밟는 행위가 아닌 소박하고도 잔잔한 물결 같은, 그 자잘한 자기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그런 세상이야말로 봄꽃 지천으로 피어있는 4월의 동산 같은 내가 꿈꾸는 세상이 아닐까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