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걱정 없는 사람 없다’고 했다. 겉은 번지르르해도 속을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다 근심·걱정을 안고 산다. 그게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심·걱정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그림자처럼 사람을 따라붙는다. 근심·걱정에서 벗어난 인간이 있다면 그는 바보다. ‘바보’는 근심·걱정이 오직 한 가지뿐이다. 배만 부르면 바보에겐 근심·걱정이 없다. 그래서 바보는 늘 실실거리며 웃고 다닌다. 나는 그런 바보 같은 한 사람을 알고 있었다. 내 이웃에 군고구마 장수를 하는 늙은이였다. 찬바람 속에서 군고구마를 구워 팔았다. 손님이 오면 그냥 싱글벙글 웃으며 달라는 대로 집어 주었다. 행여 가난한 사람이 지나가면 뜨거운 고구마 하나쯤은 으레 쥐어주는 것으로 인심이 좋았다. 그래서 아이들도 늘 그 늙은이를 바보 취급을 했다. 솔직히 그는 바보 같은 인생을 살았다. 그러던 그에게 삶의 전기(轉機)가 왔다. 우연히 집 앞 구멍가게에서 산 복권이 당첨된 것이다. 난생처음으로 그의 손에 3억이란 거금이 돌아왔다. 그는 고구마 장수를 집어치웠다. 작지만 아담한 집도 하나 샀다.…
조국 후보자 청문회가 끝난 뒤 언론들은 한국당의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 임하는 한국당의 전략은 기존 청문 전략과 달랐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먼저 청문 대상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문회가 개최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청문회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단 증인 문제가 발생한다. 증인을 불러낸다 하더라도 주요 증인들이 “검찰 수사 중이어서 답변할 수 없다”라고 하면, 추가적인 질문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증인을 출석시킨다는 의미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청문회는, 청문회 5일 전에 증인에게 출석을 요구해야 한다는 법규도 지킬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증인 출석률도 지극히 낮은 상황에서 개최됐다. 공격을 해야 하는 한국당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당은 결정적 한방을 휘두르기 보다는, 현재 조국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흐름을 유지시키는 전략을 세웠을 수 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워낙 좋지 않고, 동양대학교…
추석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 연휴에는 성묘 행렬이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주말에 미리 다녀온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추석 성묘풍경은 20여 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지고 있다. 대부분 산 대신 납골시설로 성묘를 가는 것이다. 즉 매장보다는 화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나라의 장묘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매장이 당연했던 시대는 갔다. 현재는 화장(火葬)을 해 납골묘·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수목장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화장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도 화장률은 84.6%였다. 1993년도 화장률 19.1%과 비료하면 비해 약 4.4배 상승한 것이다. 한 해 전인 2016년보다도 1.9%p가 증가했다. 경북 울릉군(98.6%), 경남 통영시(96.5%), 경남 사천시(96.2%)의 화장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연령별로 60대 미만의 화장률은 96.2%였다. 70대와 80대 이상도 높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SK그룹의 총수였던 고 최종현 회장 같은 이도 자신을 화장하는 동시 좋은 화장 시설을 지어 기부하라고 유언했다. 그의 유지는 지켜졌다. SK그
거듭 말하지만,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자(者)들이 제일 나쁘다. 이들의 행태는 때려도 때려도 머리를 계속 들이대는 ‘두더쥐 게임’ 같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그런 두더쥐들이 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특사단)에 또 적발됐다. 무려 68개 업소다. 일본산 수산물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둔갑시키거나 값싼 국내산 육우를 한우로 속여 판 불법성수식품 제조 및 판매한 업체들이다. 사람의 얼굴로 할 짓이 아니다. 가능하다면 고스란히 그들의 입에 다시 넣고 싶은 심정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가리비 대부분이 원전사고로 방사능에 노출된 후쿠시마산(産)이라는데 그 짓들도 했다. 차라리 방사능을 먹으라고 하지,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 자행됐다. 특사단은 9일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추석 성수식품 원산지 둔갑 등 불법행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이병우 단장은 “사전정보 수집을 통해 원산지 거짓표시, 가짜 한우 판매 등 불법행위를 감지하고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2일까지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380개소에 대한 수사를 실시했다”고 추적경위를 밝혔다. 이어 “68곳에서 불법행위가 적발됐다”며 “이는 위반한 업소가 20%에 육박하는 수치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수원화성 대문의 주요 동선상에는 주 출입문인 남·북문이 있고 나머지 방향에는 동·서문이 있으며 각각 규모나 형식 및 위계는 같다. 규모를 보면 남·북문은 정면 5칸의 2층 누각이며 부출입문은 동·서문으로 정면 3칸의 1층 누각(樓閣)이다. 팔달문은 장안문과 같이 1794년 2월 28일 공사를 시작하여 장안문보다 10일 늦은 그해 9월 15일 완성된다. 크기는 팔달문이 조금 크지만, 시공 오차이며 형식과 규모 면에서 두 건물은 같다. 수원화성 공사 초기인 1794년에는 북문이 남문보다 위계가 높았는데 이는 고유제(告由祭)를 주관한 사람을 보면 알 수 있다. 1794년 1월 25일 남문 터를 닦는 일에 대한 고유제는 수원 유수 조심태가 하고 북문은 감독관 이유경이 주관하였다. 을묘년(1795) 2월 22일, 다음 달 화성을 방문할 혜경궁에게 멋진 성곽을 보여주기 위해 북문에 ‘장안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고 당대 명필인 조윤형(曺允亨, 1725~1799)에게 글을 주문한다. 이때부터 장안문은 정문의 지위를 갖게 되며 반대로 남문은 그 순위가 밀린다. 남문을 언제부터 팔달문이라 불렀는지…
소설은 작가가 등장인물 뒤에 숨어 있어서 수필처럼 친구와 마주 앉아 커피 잔 너머로 정 어린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분위기를 주지 않는다. 고운 수필에는 이슬 모은 시냇물이 돌돌 거리거나, 옅은 커피 향이 아늑하게 번지는 느낌이 있다. 오래 전의 외국 수필에서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참으로 신선하다. 단기 4292년에 성문각에서 발행한 600환짜리 영(英) 수필인 ‘시대와 인생’은 읽을수록 감미롭다. 부식이 진행되고 있는 60년 전의 수필집이라서 더욱 그러하다. 이 수필집에는 프렌시스 베이건, 리처드 스틸, 제롬 K. 제롬 등 30명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수필의 시작은 프랑스의 몽테뉴로서 그의 수필이 영어로 번역돼 셰익스피어와 베이컨 시대에 소개됐다. 베이컨은 영 수필의 시조로 인생의 많은 일을 쉽고 짜임새 있게 써서 생활에 도움을 주었다. 후에 에디슨과 스틸은 자신들의 신문에 유창하고 아름다운 글로 런던 주변의 이야기를 유머를 곁들여 엮어서 수필을 하나의 장르로 굳게 세웠다. 독자는 감동스럽거나 재미있는 수필을 원한다. 특히 현재는 재미있는 글을 원하는 추세다. 그런데 130여 년 전에 제롬 K. 제롬은 그런 글을 썼으니 앞을 내다보았다 하겠다.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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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武藝)영화는 각종 무술을 소재로 한 액션영화다. 무예영화는 무협영화로 주로 소개돼 왔으나 최근에는 꼭 그러하지만은 않다. 판타지, 멜로, 드라마가 섞이며 퓨전화되어 진화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산채왕’은 처음 만든 무협영화이며 그 후 ‘홍길동전’ 등의 무협영화가 만들어진다. 이들 영화가 일본 찬바라(ちゃんばら) 영화의 영향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영화는 1919년 10월 27일을 기점으로 한다. 그것은 김도산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경성전시의 경’과 연쇄극 ‘의리적구토’가 단성사에서 개봉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무예영화는 한국영화 초창기부터 만들어져 왔다. 광복 이후 광복영화나 반공 계몽영화의 제작으로 한국 무예영화는 제작되지 않았고 과거 영화와 단절된다. 1950년의 한국전쟁 휴전 이후에도 전쟁영화나 멜로영화가 강세를 보였다. 1960년대 들어서며 한국형 무예영화들이 선보이기 시작했다. 흰 도포를 휘날리며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의적 일지매’ 류의 영화를 비롯해 ‘황혼의 검객’ 등 서부영화 제목의 무예영화들이 등장했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무예영화 붐은 한홍합작영화의 전성시대를 만들었다.…
명상(冥想)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이라고 정의하는데, 심리학에서는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아무런 왜곡 없는 순수한 마음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초월이라 하며, 이를 실천하려는 것이 명상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상담학에서는 인간의 모든 생각과 의식은 고요한 내적 의식에 있다는 가정 하에서 인간의 마음을 순수한 내면의식으로 몰입하도록 만들어 참된 자아를 찾아내는 것 중 하나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기도(祈禱)와 사색(思索)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도는 인간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어떠한 절대적 존재에게 빎, 또는 그런 의식이며, 사색이란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이치(理致 : 사물의 정당하고 당연한 조리)를 따져본다는 의미다. 명상이란 다른 말로 ‘마음 챙김’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면 여기서 ‘마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마음이란 궁금한 것이 있으면 궁금한 것이 마음이며, 누가 욕을 하면 화과 나는 것이 마음이며, 생활이 어려우면 괴로운 것이 마음이며, 넉넉하면 여유로운 것이 마음이다. 그러므로 마음이란 정해진바가 없어 눈으로 볼 때는 눈에 의해서 정해지고, 귀로 들을 때는 귀에 의해서 정해지고
적폐(積幣) /이두의 힘의 기울기가 어디인지 분명 아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지지 않을 꽃이었다 가진 것 만큼만 핀다는 꽃말만이 생생하다 끝까지 가겠다던 곁가지와 잎새들은 된서리에 쉬이 지고 태풍에 또 꺾이고 눈치껏 뺄 건 빼면서 잴 것은 재더니만 시인은 ‘시조시학’으로 문단에 나왔다. 이영도 시조문학상, 한국문학발전포럼 시낭송지도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시조시인이다. 시작메모에서 하늘의 그물이 너무 크고 넓어서 걸려들지 않을 거란 그녀의 테블릿PC가 예리한 바람에 걸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배경은 돈이었다. 권력은 늘 돈이 있는 곳으로 기울고 가진 것만큼 힘이 되는 세상! 돈이 쌓이는 곳(積幣)은 오랫동안 쌓인 폐단(積弊)이 되었다. 끝까지 의리를 지켜 비밀을 유지하겠다던 재력가와 권세가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때 계산기를 두드리는 손들이 있었으리. 그리하여 촛불은 망연자실 타오르지 않았던가. 그랬다, 시인의 본령을 삼아 반복되지 않는 삶의 질서도 세우고, 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배려와 나눔의 가치가 아니겠는가? 그 실천을 위해 가난한 사람들의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