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스웨덴에서 흥미로운 통계가 나왔다. 스웨덴 청년 (20~27세)의 24%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살고 있는 ‘캥거루족’인 것으로 조사 됐다는 내용이다. 그것도 비슷한 조사가 시작된 1997년(15%) 이후 최고 수치라고 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른바 ‘복지 천국’으로 꼽히는 나라에서 ‘캥거루족의 증가’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캥거루족은 물론 스웨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도처에 있다. 그리고 각각 이름은 달라도 뜻은 같다. 미국에서는 어중간한 세대를 뜻하는 ‘트윅스터’, 캐나다는 ‘부메랑 키즈’, 이탈리아는 ‘맘모네’, 프랑스는 ‘탕기’, 독일은 ‘네스트호커’, 일본은 ‘파라사이토 신구루’로 부른다. 일본에서 부르는 이 말은 기생충 또는 식객이란 뜻의 영어 패러사이트와 싱글의 합성어로, 해석하자면 기생독신(寄生獨身) 정도가 된다. 모두가 구직난에 지쳐 자립심이 약해진 청년을 일컫는 조어들이다. 그리고 증가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것 또한 각국이 공통이다. 캥거루족이 양산되는 것은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이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20~30대 성인 절반(50.2%)
콘트라베이스 /이윤훈 광릉 숲 크낙새 나무 쪼는 소리에 그는 새삼 제 속 텅 빈곳을 들여다보았다 빛이 드는 창가에서 오래도록 그는 침묵이었다 그 누구의 것도 되지 못한 그 속에서 크낙새가 콕콕 그의 일 초 일 초를 쪼아내고 있었다 부리 부딪는 소리가 손목에서 톡 톡 뛰었다 톱밥처럼 날아가 쌓인 시간 그 더미에서 생목 냄새가 뭉실뭉실 피어올라 그를 감쌌다 그가 숨을 깊이 들이쉬자 그의 목숨을 잡아주던 줄들이 팽팽해졌다 그는 숨 줄을 고르고 어둠과 빛 속을 갈마들며 활을 문질렀다 숨어있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직이 울던 그는 그제야 제 속 텅 빈 곳이 제 둥지임을 알았다 크낙새 알 같은 온음표 한 알 따습게 생의 마지막 마디에 품고 싶었다 꼭 실의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슬퍼집니다. 마음의 빈곳들이 늘어납니다. 시간이 관여하는 공간입니다. 이 시에서는 그 빈곳이 먼지의 더께가 아닌, 가장 낮은 음역대의 소리를 내는 악기가 되었습니다. 나무와 시인의 호흡과 크낙새의 부리가 합체가 되었습니다. 그 때 빈곳이 팽팽해지는 것입니다. 공명통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제 자신도 몰랐던 울음이 고였다가 흘러나오는 곳. 그곳이 중심임을 깨닫습니다. 나이거나 너, 친구이거나 가족, 그
필자가 인생2막 경력설계 강의를 갈 때 어김없이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재취업준비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본다. 수강생들의 답변이 비슷비슷하다. 자격증,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하기, 직업교육 등 내가 생각한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수강생들의 답변을 들을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정작 중요한 것은 빼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사회현상, 기술변화 트렌드, 미래 사회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인생2막 경력설계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험상 중장년 재취업이 청년들 신입사원 취업보다도 훨씬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렵기 때문에 좀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쟁자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차별화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면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꾸준히 세상의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이러한 변화들이 지원 기업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원 기업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공부만이 최종 합격의 영광을 가져올 수 있다. 단기간 준비를 해서는
지리한 장마가 물러가고 이제 본격적인 행락철이 시작됐다. 폭염 특보가 이어지면서 찜통더위에 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쓰레기가 문제다. 최근 들어 도심지의 쓰레기 무단투기는 감시카메라의 상시 작동으로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일부 관광지와 행락지에는 쓰레기가 아무 데나 버려지고 있다. 장마가 최근 그치면서 팔당호 수면에는 무려 1천600여 t의 쓰레기가 둥둥 떠 있다고 한다. 경기도수자원본부는 최근 직원 12명과 바지선 4척, 굴착기 2개를 동원, 600여 t을 수거했지만 완전히 처리하는 데는 앞으로도 10일은 걸릴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 장마에 떠내려 온 나뭇가지 등이지만 이 중에는 생활쓰레기도 상당한 양이어서 이를 처리하려면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장비 대여료, 매립비용 등으로 3억원 가까이 소요된다. 이같은 현상은 팔당호뿐만이 아니다. 전국의 강과 호수, 계곡, 바닷가 등에는 장마가 그친 뒤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한 곳이 많다. 나뭇가지와 풀, 빈병, 폐비닐, 스티로폼, 폐타이어 등이 뒤섞여 보기 흉한 모습이다. 이처럼 강이나 호수를 뒤덮는 쓰레기는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 특히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팔당호는 더욱 그렇
성범죄는 낮과 밤, 직장과 가정, 학교나 공원, 지하철 등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발생하고 있다.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국회의원이나 법관 외교관 등 고위 공직자나 교사·교수 등 교육자, 목사·승려 등 종교계 인물 그리고 피해자의 친·인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성범죄는 강간이나 강제추행 뿐만 아니라 언어적 성희롱, 음란성 메시지, 몰래카메라 등 상대방이 원하지 않았는데도 육체적·정신적 손상을 주는 성적인 폭력이다. 아직도 국민의 기억에 남아 있는 끔찍한 성범죄 사건 중 하나는 지난 2008년 12월, 8세 여자아이를 안산의 교회 화장실에서 성폭행한 일명 ‘조두순 사건’이다. 조두순은 등교 중이던 어린이에게 끔찍한 성폭행을 저질러 신체 일부를 훼손시켰다. 대장이 심하게 손상돼 잘라냈고 항문이 파열됐다. 올해 17세가 된 피해자는 아직도 신체와 정신의 끔찍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당시 법원은 온 국민을 분노케 한 범인 조두순에게 술에 취한 상태의 ‘심신미약’이었다며 징역 12년과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정보 공개 5년을 확정했다. 이에 형량이 가볍다며 국민들의 여론이 들끓고 인터넷 청원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은 ‘소원’이란 영화로 제작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내적이든 외적이든 간에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외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대나 유행에 따라 변화되지만, 예로부터 미인을 나타내는 말이었던 단순호치(丹脣皓齒- 붉은 입술과 흰 치아)라는 말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누런 치아보다는 하얗고 밝은 치아를 선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치아 변색은 크게 착색과 변색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들의 원인은 다음과 같이 다양하다. ▲치석 또는 침착물: 구강 위생이 청결히 유지되지 않으면 세균에 의해 착색이 나타날 수 있다. ▲음식물의 색소: 커피, 차, 콜라, 카레, 적포도주 등과 같은 짙은 색소를 함유하는 식음료의 섭취는 표면 착색을 유발할 수 있으며, 흡연 또한 치아에 갈색 또는 흑색 착색을 유발한다. ▲외상: 외상에 의해 치아의 신경이 손상된 치아에서 변색이 나타날 수 있다. ▲노화: 치아의 반투명한 법랑질이 점차 마모되어 얇아지고 내부의 황색 상아질이 비쳐 보이며 치아가 누렇게 보인다. ▲치아 형성기의 불소 과다 섭취 ▲유년기에 특정 항생제 복용 ▲유전적 원인 이 외에도 충치나 치과 재료, 화학 약품들에 의해서도 치아 변색이 나타날 수 있다. 착색의 경우에는 적절한 구강위생관리와 치석
문교부는 1968년 7월15일 중학입시제도를 폐지하고 무시험 추첨제를 실시한다는 새로운 중학교 입시제도를 발표했다. 과열된 중학입시제도의 문제점으로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 가중, 교육불신 사조의 대두·인간교육의 결여·사도(師道) 타락 등 교육의 비정상화 등을 이유로 내걸었다. 평준화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무시험 추첨제는 1969년도에 서울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었고, 1970년도에는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전주에서, 1971년도에는 전국으로 확대 실시되었다. 나 역시 이른바 ‘뺑뺑이 1세대’로 은행알을 배정 학생 수만큼 넣은 수동식 추첨기를 뺑뺑 돌려 수원북중학교에 배정받았다. 수원북중 수성중 수원중 삼일중 이렇게 단 4개의 학교뿐인 시절이었다. 이 과정에서 전국 37개 중학교가 ‘명문’이라는 이유로 강제로 폐교됐다. 경기 서울 경복 용산 부산 경북중학교 등과 경기도에서는 인천중학교다. 인천중학교는 폐지 45년만인 2001년 같은 이름으로 부활하기는 했지만 그 정통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중학교 평준화의 이면에
멀리 가는 향기 /신현정 호박꽃 안에는 아주 조그마한 할매가 호호 살고 있어서 거길 찾아오는 벌이며 나비에게 신방을 차려주기도 하고 꽃가루로 경단을 만들어서는 가느다란 다리에 붙여주어 날려 보낸다. -시집 ‘화창한 날’ / 2010년 이 시를 읽고 나면 따듯한 동시 한 편을 읽고 난 기분이 든다. 순하고 맑은 초롱한 눈빛을 가진 아이의 마음으로 사물을 읽고 대하는, 지금은 고인이 된 신현정 시인의 순수한 동심을 들여 다 보는 것 같아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가을 무렵 시골동네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할머니의 넓은 마음을 닮은 얼굴이 커다란 호박꽃이 푸근하게 피어있다. 덥석 손이라도 잡아줄 것 같은 마음씨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품을 열은 호박꽃, 그 방에는 아주 조그만 호호 할매가 살고 있어 벌이며 나비에게 신방도 차려주고 노란 꽃가루로 경단을 만들어 다리에 붙여주어 날려 보낸다. 벌이며 나비는 멀리멀리 날아가 할머니의 다정한 향기를 전파 할 것이다. 우리를 행복 짓게 만드는 향기, 시골길에 오르다 호호 할매가 살고 있는 호박꽃을 만나면 나도 내 마음에 착한 향기를 심어 멀리멀리 날아가야지. /정운희 시인
정치인과 검찰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성이 그동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공직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이 검토된 지는 벌써 10년이 넘었다. 때마다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실패했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안에 공수처 설치를 완료하기로 했다고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밝혔다. 아울러 검찰이 가진 기소권과 수사권 중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방안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른바 검찰의 셀프 개혁이라고도 불리는 공수처는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작용했다. 국민의 80%가 공수처 신설을 찬성한다는 여론이 그것이다. 사실 그동안 전·현직 검찰 간부들이 비리가 터져나오면서 공수처 신설은 힘을 얻었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의 조직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청렴과 도덕성은 고사하고 범법행위로 수백억 원 대의 돈을 챙기는 검사들이 나타났다. 제2의 홍만표, 진경준을 막기 위해서라도 검찰 개혁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 국민의 여론이었다. 더욱이 검찰은 수사권·기소권·수사지휘권에 영장청구권까지 상당한 권력을 독점해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게다가 제식구 감싸기식 수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자정(自淨)을 통해 국민의 모범이 되어야 할 뿐…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책 가운데 하나는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것이다. 물론 그 책임은 북측에도 있다. 어쨌거나 지금 남북관계는 꽉 막혀있다. 지난 선거에서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초석을 놓으라는 것이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지난 17일 북측에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공식 제의했다. 국방부는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오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우리 측의 제의를 북측이 받아들여 회담이 개최되면 현재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 양측에서 실시하고 있는 확성기방송 중단 문제와 우리 측 민간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북 전단 살포 중지 등이 논의될 수 있다. 남북군사회담과 함께 남북적십자회담도 8월 1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갖자고 제의했다. 남북 십자회담에서는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열릴 수 있다. 물론 이는 북측이 우리의 제안에 응했을 경우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