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지방행정의 전문성 확보는 매우 필요하다. 현 순환보직 체제는 일반행정가적 자질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너무 잦은 변경으로 인해 오히려 행정의 전문성을 저해할 수 있는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 인천광역시하천살리기추진단(이하 ‘하천살리기추진단’) 사무국은 환경직과 토목직 공무원이 NGO와 함께 근무하였었다. 필자가 하천살리기추진단 사무국장으로 햇수로 8년을 활동하다 보니 추진단을 거쳐간 공무원들은 수 십 명에 이른다. 담당부서장의 마인드에 따라 짧게는 하루 길게는 1년6개월 많게는 환경직, 토목직, 행정직 3명의 공무원들이 함께 근무한 적도 있었다. 순환보직(job rotation system) 제도는 직무(보직)을 순차적으로 교체함으로써 조직의 직무 전반을 이해하여 지식, 기술 및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업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확보와 일반 행정가 양성에 유리하고 부처 할거주의(割據主義)를 예방하고 조직의 침체를 방지와 민간과의 유착방지 차원에서는 필요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순환보직에 따른 잦은 이동은 전문성 확보의 미흡과 업무 인수인계의 부실, 업무에 대한 책임성 확보의 미흡 등의 문제가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달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당장 하반기부터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 실시를 주문했다. “채용하는 분야가 특별히 일정 이상 학력이나 스펙, 신체조건을 요구하는 경우 외엔 이력서에 학벌이나 학력, 출신지나 신체조건, 말하자면 차별적 요인은 일체 기재하지 않도록 하자.”고 하였다. ‘스펙 없는 이력서’를 통한 블라인드 채용 법제화는 지난 대선 공약이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는 법률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혁신도시 사업으로 지방에 이전된 공공기관들이 그 지역 인재를 30% 이상 채용하는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도 적극 반영하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출신지역을 표시하라는 말인가, 하지 말라는 말인가? 여기서 출신지역은 대학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비수도권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수도권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은 자기 고향의 공공기관 취업에 오히려 불리해진다.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자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과연 블라인드 채용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최선
미국의 상징 동물은 1782년 국조(國鳥)로 공식 지정된 흰머리수리(Bald Eagle)다. 뒷얘기도 있다. 당시 의회는 국조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흰머리수리와 칠면조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흰머리수리는 원주민이 신성시 여기는 숭배의 동물이었고 칠면조는 청교도들이 인디언에게 감사의 표시로 대접하던 화합의 상징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논쟁 끝에 흰머리 수리가 낙점을 받았다. 이유는, 칠면조는 일부다처고 흰머리수리는 암수 한 쌍이 평생을 함께 산다고 해서다. 하지만 결정에는 이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고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흰머리수리가 북아메리카 대륙에만 서식하고 있으며 긴 생명과 강인한 힘을 가진 하늘 위 최상위 포식자로서 강한 미국을 지향한다는 건국이념과 무관치 않았다는 게 그것이다. 이러한 흰머리수리를 포함한 독수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조류의 지존이다. 시인 박남수가 읊은 시를 보면 더 실감난다. “불타는 눈/오그린 부리/갈퀴진 발톱, 어느 하나도/무기 아닌 것이 없다/독수리는 시시한 싸움은/ 하지 않는다/ 급강직하(急降直下) 땅에 내렸다가/기수를 올리어 날아오르면, 이미/발톱은 전리품을 사로잡아/승전을 하늘에서 누린다” 독수리의 최대 무기는 눈과…
변증법적 갈등 /신명옥 포도를 통째 달라는 A, 알알이 떼어 달라는 B의 주문사이 포도를 먹는 방식 한 송이 포도로 A와B를 만족시킬 방식 달다와 짜다로 반응하는 방식 겉이 희고 딱딱하고 각진 것으로 닮은 방식 소금과 설탕이 함께 녹아 절묘한 맛을 내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변증법적 방식 포도를 나누네, 반은 통째, 반은 알알이 A와B에게 반대로 줄 때 어떤 반응 보일까 기대하면서 주문과 주문 사이 해답 찾는 - 신명옥 시집 ‘해저 스크린’ 변증법적 갈등이란 ‘희소자원의 불균등한 소유로 인하여 발생하는 갈등현상’으로써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화자는 양자택일에 따른 이분법적 논리 속에서 나타나는 변증법적 추론을 시에 접목시켜 A와B의 반응을 보며 즐기고 있다. A와B는 어쩌면 나와 또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포도를 먹는 방식에서부터 미각과 시각 그리고 감각을 통한 변증의 방식을 통하여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의 맛과 일상의 삶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이다. /정겸 시인
올해는 오월이 윤달이다. 윤달은 음력을 기준으로 하여 4년에 한번 정도 돌아오는 여벌의 달로 윤달에는 뭘 해도 탈이 없다는 속설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미뤄 두었던 일을 한다.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궂은일도 탈이 나지 않는 달로 여기고 있다. 예전에는 어르신이 있는 집안에서는 수의도 만들고 산소를 손질하거나 이장하는 일을 했다. 수의를 미리 만들어 놓으면 장수한다는 말에 아버지는 손수 좋은 베를 골라 할머니 수의를 만드셨다. 내 기억으로는 한 열흘 넘게 수의를 꿰매던 것 같다. 마을에 솜씨 좋은 여인네들이 모여 재단을 하고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했다. 살아서 고생하셨으니 마지막 가는 길은 좋은 옷 손수 지어 보내드리고 싶다며 온갖 정성을 다했다. 그 수의를 볕 좋은 날을 골라 펴 널고 좀약을 넣어 벌레가 들지 않도록 잘 손질하여 장롱 위에 얹어두고 할머니의 무병장수를 기원하셨다. 아버지의 정성덕분인지 할머니는 수의를 만들고 10년도 넘게 장수하시다 돌아가셨다. 돌아가신 후에도 윤달이 든 해에는 사초를 하고 뗏장을 새로 입히는 등 산소 가꾸기에 정성을 쏟곤 하셨다. 조상을 잘 섬겨야 자식도 잘 되는 법이라며 조상 제대
최저임금위원회가 7천530원의 노동계 안을 표결로 채택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로 최근 10년 이래 최대 인상폭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행에 한 발 다가서기는 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려면 올해부터 3차례에 걸쳐 해마다 평균 15.7%씩 올려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며칠 전 통계청이 올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가 54만6천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전체 실업자의 절반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청년 일자리 시장 한파가 지속 되는 가운데 전체 실업자 수 108만2천명 가운데 대학 졸업장을 가진 고학력 실업자 비중이 50.5%에 달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라는 뉴스가 반갑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는 최저 임금의 대폭인상이 자칫 고학력 청년실업률의 증가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지난 18일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포퓰리즘성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며 “선의에서 시작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를 없애는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데서도 그렇다. 복거일 경제평론가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가난한 노동자의 임금 인상보다 한계 일자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15일 오후 광교신도시에서 경기도청 신청사 기공식이 열리기까지 무려 22년이나 걸렸다. 1995년 청사 노후에 따른 행정능률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도 종합청사 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전사업은 불발됐다. 도청사는 첫 번째 기본계획 수립 당시 현재 팔달산 서쪽 도청사(팔달구 효원1로)에 재건축키로 하고 설계까지 완료했다. 그런데 1997년 IMF 금융 위기가 닥치는 바람에 무산됐다. 그 후 경기도의회는 2001년 도청 이전을 권고했고 2005년 현 부지인 광교로 이전을 확정했다. 지구지정까지 했다. 이때 건축설계를 공모해 당선작까지 선정, 이전이 가시화 되는가 했는데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는 바람에 또다시 무산됐다. 이때 김문수 전 도지사는 2010년 11월 제1차 도청 광교 이전 계획을 보류했다. 이후 2012년까지 보류 철회, 이전 보류, 보류 철회 등을 거듭하다가 2013년 10월 경기도가 아예 도청 광교 이전 중단을 발표했다. 3차에 걸쳐 이전 계획이 보류되거나 중단됐다. 물론 광교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은 심했다. 경기도가 도청사를 광교로 이전해 명품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불발되자 주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황룡사 복원을 위해 연구를 40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황룡사 복원을 위한 국비가 2천억원이나 책정되었지만, 연구 성과가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복원을 진행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보통은 자문위원회에는 복원을 반대하는 하는 사람들은 배제하기 때문에 쉽게 복원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이번 황룡사 복원문제는 그동안 높은 검증 없이 복원을 강행하던 관행에 일침을 놓은 사례가 되었다고 본다. 지금도 황룡사 복원을 위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리라 기대를 해본다. 정조는 수원화성의 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한강 이남 최고의 양재역을 이전하여 영화역이라 하였다. 하지만 100년 후 1896년 용도폐지 되고 얼마 후 건물도 없어져 버렸다. 근래에 수원시와 영화동은 지역 활성화를 위해 영화역을 복원하고자 하였지만, 위치를 찾지 못해 복원사업을 멈춘 일이 있었다. 수원시는 영화역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 2013년 ‘수원화성 영화역 복원 기본계획’을 수원시 산하기관에 수의계약(2천만원 이하)으로 시행했다. 용역보고서를 보면 기본계획보다는 원래 위치를 찾는 데 노력하였다. 하지만 많은 노력에도 위치규명은 못한
특히 일제고사를 보는 날이면 아이들은 교사를 부러워하는 표정들이었다. 그 조바심이 오죽했을까. 대놓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선생님은 좋겠어요!” “저도 선생님이 될 거예요!” 교사의 심정을 헤아릴 길이 없었을 것이다. 여러 경로로 궁지에 몰릴 것을 예상해야 하는 그 스트레스는 아이들 전체의 것을 합한 것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지만 그걸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하기야 구태여 그걸 설명하기보다는 그 고충쯤 감내하면서라도 교사로서의 체면을 지키는 편이 나은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초라한 권위라도 없으면 무슨 수로 아이들을 설득하고 통제하며 한 해 한 해 수십 년을 버티겠는가. 일제고사를 볼 때의 교사의 권위는 그렇게 아이들 앞에서는 덩치가 크지만 평균 점수나 부진 학생 수 등은 치열하고 적나라한 경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근거가 되는 것이었다. 교장·교감은 물론, 행정기관에는 무슨 할 말이 있어도 자제하게 되고, 더러 부당하다 싶은 말을 들어도 감수하고 싶게 하는, 지울 수 없는, 눈곱만큼도 속일 수 없는 명백한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잘난 척은 하면서 애들 성적은 겨우 이…
고려의 수도 개경에는 12개의 사학(私學)이 있었다. 12도(十二徒)라 부른 이 사립 고등교육기관은 문종 때에 설치되어 고려 말까지 360여 년간 고려교육 진흥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우리나라 사립학교의 시초로서 조선시대에 크게 성행한 서원의 발전에 주요한 토대가 되기도 했다. 당시 활발한 교육현장 구실을 했던 12도 에서는 매년 음력 5∼6월경, 인근 절의 산방을 빌려 시회도 열고 조촐한 주찬을 갖기도 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한 ‘하과(夏課)’를 실시한 것이다. 기간은 약 50여일 정도로 가을철에 접어들면 마쳤다고 한다. 지금으로 치면 계절교육 형태의 방학(放學)을 실시 한 셈이다. 다시 말해 학도와 선생들에게 한 여름 그 어렵고 힘들다는 ‘공부를 놓고’ 잠시 쉬며 재충전의 기회를 갖도록 해준 것이다. 조선시대 전통적 교육기관에서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더운 여름철이나 추운 겨울, 휴식 또는 계절학습 등을 실시하여 학습의 능률을 올리고자 했던 게 그것이다. 종친 자제의 교육기관인 종학(宗學)에서 매년 6월 초부터 7월 말에 이르는 하기와, 11월에서 12월에 이르는 동기에 방학도 그중 하나다. 또한 매월 초하루·초파일·보름·23일에는 급가(給假:임금의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