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이사라 죽도록 달려도 사람은 안 보이는 그 곳이 황무지인데 아직 네가 찾지 않은 내가 황무지이듯 아직 내가 돌보지 않은 네 마음 아직 내가 손대지 않은 네 몸 아직 내가 눈 마주치지 않은 네 세상 우리가 아직 못 만났어도 그늘만이 뜨고 지는 곳이지만 그렇게 황무지는 버려진 곳이 아니어서 우리가 드디어 만났어도 끝 모를 풍화만이 가득할 그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뒤엉켜 켜켜이 함께 살아가고 있을 그 세상에서 네가 찾은 황무지가 나이기를. 시인의 시집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를 만나는 것은 얼마 전이다. 따스한 시선으로 항해하는 빛의 그름을 타고 삶의 도정에서의 인내와 사랑, 또 깊은 사유의 결정체로 목소리는 낮고 침묵의 결처럼 긴장선위에서 일상으로 잡는 허무감을 단정한 어조와 격조로 구조와 결을 엄격하게 유지한다. 시인들은 낮고 평온한 목소리로 삶의 고통을 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삶에의 경외에 다름이 아니었으며 귀한 미덕으로 자리한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서 있어보면 안다.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헤어진 사람들 속에 다시 마주하는 일들은 아주 오랜 된 문밖으로 돌아오지 않을 여정을 가슴 한쪽에 숨겨…
싱가포르, 하노이 회담에 이어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열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차 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행한 첫 시정연설에서 3차 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지도자가 사흘에 걸쳐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 표명을 주고받은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여정이 우여곡절을 거듭하는 중에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다행스럽고 환영할 일이다. 따라서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은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 가능한 목표임을 보여준다. 한국, 북한, 미국, 국제사회는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북미 입장 차이가 낙관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완전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를 해야만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하겠다는 ‘빅딜’론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북
일본은 원전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한국의 규제가 부당하다며 4년 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지난해 WTO 분쟁해결기구(DSB) 패널은 차별에 해당한다며 일본 편을 들었다. 이에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컸고 ‘방사능 수산물’을 먹게 될까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11일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가 1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분쟁해결기구 패널의 판정을 뒤집고 한국의 조치가 타당한 것으로 판정했다. 최초로 식물 위생(SPS) 관련 분쟁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따라서 원전사고가 일어났던 일본 후쿠시마에서 잡힌 수산물 수입이 앞으로도 계속 금지될 전망이다. 당연하고 마땅한 판정이다. 우리는 WTO 상소기구의 판정을 온 국민과 함께 환영한다. 우리정부는 WTO 1심에서 패하자 즉각 상소했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이 중요하다는 우리 정부의 상소에 WTO는 수산물 수입 제한 조치가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고, 부당한 무역 제한도 아니라며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처음엔 패소를 예상했다. SPS 관련 1심 결과가 뒤집힌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1심에서 패소하자 관계부처 분쟁 대응팀을 구성해 상소심리…
매년 4월 개최되는 기술·기능인의 축제인 인천시 기능경기대회가 4월 8일 시상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4월 3일부터 4월 8일까지 6일간 인천기계공고 등 6개 경기장에서 열렸으며, 금형 등 36개 직종 288명이 참가했고 참가자 소속별로는 특성화고 재학생이 226명(78%), 일반인이 62명(22%)이었다. 대회결과는 36개 직종에서 금 36, 은 35, 동 34, 우수상 19명 등 124명의 입상자를 배출했고 입상자에게는 메달과 상금(금 80만원, 은 60만원, 동 30만원, 우수 10만원)이 수여되고, 대회 1, 2, 3위 입상자 금년 10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54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인천시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또한 전국대회 상위 입상자(금, 은)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격년마다 개최되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한다. 금년 8월 러시아 카잔에서 개최되는 제45회 대회에 우리나라는 용접등 47개 직종에 참가하며, 인천시 소속으로는 의상디자인, 자동차페인팅, 통합제조등 3개 직종의 선수가 국제대회를 위해 지금 이 순간도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입상선수를 비롯해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에게 그동안의 노력에 큰 박수를
화재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평상시보다 더 많은 혼란을 겪게 돼 평소 드나들던 출입구 위치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주 출입구 쪽 화재가 발생하면 반대쪽의 비상구를 찾아 대피해야 하는데 업소를 출입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설마 하는 생각으로 비상구 위치를 확인하는 습관이 안 되어 있어 유사 시 당황하게 된다. 다중이용업소를 이용할 때는 실제로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반드시 비상구의 위치를 확인해야 하고, 다중이용업의 관계인은 불특정 다수인이 많이 출입하는 곳의 비상구 중요성을 인식하고 상시 개방을 하여 신속히 피난 및 대피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한다. 이와 관련해 소방서에서는 비상구 신고포상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소방시설 설치·유지 의무 위반 행위을 신고하는 이에게 적정한 포상을 부여함으로써 소방시설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시설 관계자에게는 경각심을 일깨워 비상구 폐쇄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신고대상은 영업 중인 다중이용업소, 대규모 점포, 숙박시설 등에 설치된 ▲주 출입구·비상구 폐쇄(잠금 포함), 차단 등의 행위 ▲복도, 계단, 출입구 폐쇄, 훼손 ▲비상구·피난통
누구나 영화나 TV에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수사서류 인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에 관한 논의가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과연 저 수사서류가 무엇이 문제인지 대다수의 국민은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수사대상자인 피의자를 신문해 그 진술을 기재한 조서를 말하며 형사소송법상 일정한 요건 아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일정한 요건’에 대한 검사의 피신조서는 경찰의 그것과 달리 특별한 지위를 갖는다. 경찰의 피신조서는 법정에서 피의자가 부인하면 증거로서 사용할 수 없지만,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의해 검사의 피신조서는 피의자가 부인하더라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즉 판사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더라도 검사 조서에 기록된 자백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구조로 인해 검찰수사단계에서는 객관적 혐의에 대한 증거확보 보다는 비교적 쉬운 피의자의 자백진술을 받는데 치중할 수밖에 없어 회유나 압박 등 무리한 자백강요로 인한 인권침해 우려가 매우 높을 뿐더러 자백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하는 것은 공판중심주의를 침해하여 피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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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낙태죄가 헌법에 불합치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1953년 낙태죄가 도입된 지 66년 만이고, 2012년 재판관 의견 4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이다. 헌재는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에 따라 정부와 입법부는 내년 말까지 헌재 선고의 취지를 존중해 정교한 법 개정 작업에 나서야 한다. 해당 형법 조문을 삭제하거나 개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자보건법 개정안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정해진 기간 내에 법을 고친다고 해서 그동안 낙태죄를 둘러싸고 빚어진 논란이 모두 사그라들 것 같지는 않다. 낙태죄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절박한 목소리가 현실적이고 이유 있었던 것처럼 낙태죄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사람들도 충분히 진실되고, 나름의 타당한 이유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헌재결정에 따른 후속입법이 낙태 만연이나 생명경시 등의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하려면 그동안 낙태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종교계 등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요즘 SNS를 통해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 ‘문재인대통령 치매설’ 등이다. 문제는 이런 가짜 뉴스들이 확대되고 재생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이를 진실로 여기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엔 문재인 대통령이 강원 산불이 있었던 4일 저녁 신문의 날을 맞아 언론사 사장과 술을 마시느라 고성·속초 산불을 약 5시간 동안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등 터무니없는 가짜뉴스가 나돌고 있다. ‘진성호 방송’과 ‘신의 한수’라는 유튜브 채널의 주장이다. 정치권이 가짜뉴스 생산에 크게 기여했다. 손학규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 “벽창호”라는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응 3단계 격상 후 회의가 매우 늦어 초기 진화에 문제점이 있었다”면서 ‘지병설’, ‘숙취 의혹’을 언급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도 이날 문 대통령이 “왜 0시 20분에 회의에 참석했나. 술 취해 계셨나?”라고 질문 했다. 그러나 문대통령은 산불발생 시간(오후 7시 17분쯤)에 앞선 시간(오후 6시 40분쯤) 신문의 날 행사장에서 나왔으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다. 넓은 열차 칸에 덩그러니 혼자라면 어떠할까. 덜컹거리는 철로의 마찰음이 예전보다 크게 들리고, 지나가는 들과 건물과 나무들이 외로움으로 다가서서 부르르 몸서리치지 않을지. 아니, 반대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곳에서 오페라 가수처럼 무게를 잡고 노래 부를 수도 있을 것이고, 어느 정치 후보자처럼 허세부리며 큰 소리로 연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가된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기에. A. G 가드너는 런던에서 미들랜드로 가는 마지막 열차인 완행열차를 탔다. 출발할 때는 손님들이 찼었지만, 교외 정거장에서 열차가 멈출 때는 하나씩 둘씩 내렸으며, 런던의 외곽을 등 뒤로 돌렸을 때쯤 해서는 혼자였다. 그래서 일종의 자유의 향연으로 창문을 계속 열거나, 반항의 자극 없이 그것을 계속 닫거나 할 수 있고, 찻간 어느 구석도 차지할 수 있는 즐거운 마음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다가 모기를 발견하고 그와 쫓고 쫓기는 모습을 마치 사람 대 사람과의 행위처럼 묘사했다. -우리 중 누가 먼저 열차를 탔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담뱃불을 붙여 다시 주저앉아 독서를 시작했다. 내가 동료 여행자를 발견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는 다가와서 내 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