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는 장미를 로즈(Rose)라 한다. 붉은색이란 뜻이다. 동양, 특히 한자권 나라에서는 장미 장(薔)자에 장미 미(薇)자를 쓴다. 명나라 의학서적 ‘본초강목’은 줄기가 약해 자주 쓰러져 담장에 기대어 자리기 때문에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적고 있다 .서양이 꽃의 색깔을 이름에 담은 것과는 달리 동양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이름을 지었다 할 수 있다. 장미가 사람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약 3000년도 넘는다. 로마에서는 전쟁에 승리한 군대가 개선할 때 군중이 발코니에서 장미꽃잎을 뿌렸다. 또 장미가 영원한 생명을 뜻한다고 여겨 장례식에서도 쓰고 묘지에도 심었다. 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궁전이나 교회당에 그림으로 장식돼 왔다. 중국이나 서남아시아의 고대 유물이나 벽화에서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사실로 유추해 볼 때 예나 지금이나 장미는 아름다움과 사랑, 그리고 기쁨의 상징이 분명하다. 장미 사랑이 유별났던 사람은 클레오파트라다. 그녀는 장미향수를 사용하고 목욕도 장미꽃을 가득 뿌린 욕탕에서 했다. 중세 들어 영국에선 장미를 문장(紋章)으로 사용하는 가문도 나왔다, 붉은 장미를 심벌로 하는 ‘랭커스터’와 흰 장미를 심벌로 하는 ‘요크’ 가문이 그들이다.
신목(神木) /손세실리아 동백나무를 마당에 들였다 외래종 색색 겹꽃이 아니라 토종 빨간 홑꽃이란 농장주 말에 흥정도 않고 데려온 게다 드센 해풍이 걱정됐지만 별 탈 없이 자릴 잡고 꽃눈도 실해 한시름 놓던 중인데 갑자기 봉우리인 채로 꿈쩍 않는다 나무의 속내를 알 바 없으니 기다릴밖에 지켜볼밖에 그러길 얼마나 흘렀을까 드디어 만개했다 헌데 황당하게도 희다 집주인의 비밀스런 사랑※을 눈치채곤 몇 날 며칠 끙끙 앓다 백지장처럼 창백해져 결국 폭로를 감행한 ※ 조선흰동백의 꽃말 시인을 2년 전 제주에서 어색하게 조우한 기억이 난다. 인동초 시나리오 작업으로 내려앉은 제주도가 회억의 시간들로 아련히 기억에 찾아든다. 봄이 옷을 입고 종종걸음으로 오는 시간, 눈 속에서 향기를 피우는 매화를 앞세우고 봄의 전령사들이 오고 있다. 빨간 꽃을 기대하며 심은 동백나무에서 흰 꽃이 피었다. 신과 나무가 시침 뚝 뗀 채 한통속이 되어 지켜보았던 걸 화자만 모르고 있었나보다. 어쩌면 우리도 살아가면서 전혀 의도하지 않고, 뜻하지 않았던 일을 만나기도 할 것이다. 애면글면, 그렇게 꽃이 피고 봄이 오고 우리들 삶도 흘러가는 중이다. 세상사가 자기 노력으로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꽃
만물이 약동하는 봄이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기신문이 주최하는 ‘수원화성돌기’ 행사가 올해 벌써 열 세번째를 맞았다. 수원화성행궁광장을 출발하여 팔달산으로 올라 성신사 서장대 장안문 연무대 봉화대를 돌아보는 행사다. 둘레 길이 곳곳에 개발되는 때에 화성돌기 코스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안성맞춤의 둘레길이다. 지난 15일 아침 일찍부터 화성행궁광장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유네스코가 1997년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직접 걷고 또 정조대왕의 숨결을 체험해 보기 위해서다. 실학자 정약용의 축성기술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의 지혜의 숨결을 느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가 수원이라는 것도 알았고, 수원화성은 우리나라 최초로 공사실명제가 도입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중국과 일본 등 동남아시아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성곽구조와 적의 침투를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지혜가 담겨 있어 성곽축성의 백미(白眉)임을 직접 보고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성곽순례가 끝나고 행사장인 화성행궁광장에서는 학생들의 장기자랑이 이어졌다. 특히 올해부터는 가수들의 공연 등을 지양했다. 학생들 스스로 힙합댄스공연과 노래자랑…
본보 14일자 18면에는 후덕한 인상의 여성이 자신의 가게 앞에서 사랑의 열매를 들고 서있는 사진이 실려 있다. 본보는 매주 한 업체 씩 ‘착한가게’를 선정하는데 이번 주는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에서 ‘한양식당’을 경영하는 장경옥씨를 소개하고 있다. 요즘 눈만 뜨면 접하는 뉴스가 있다. 사드문제로 인한 한국-중국과의 갈등, 미국 북한 선제공격설, 한반도 전쟁위기 위기설, 대통령 선거, 경제난국, 일자리문제,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문제 등으로 온통 도배돼 있어 웃을 사이가 없다. 그 와중에서 착한가게 한양식당 장경옥씨의 이야기가 실린 기사를 보며 오랜만에 봄이 제대로 온 듯 가슴이 훈훈해지고 세상까지 밝아 보인다. 예수가 산상설교를 할 때 ‘세상의 빛’, ‘세상의 소금’이라는 말을 했는데 장씨야말로 세상을 밝히고 썩지 않게 해주는 빛과 소금 같은 사람이다. 그녀는 지난 2014년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가 착한거리로 조성됐을 때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 망설임 없이 착한가게에 참여했다. 착한 가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끄는 모금캠페인이다. 중소규모의 자영기업이나 자영업소로서 월 3만 원 이상 후원금이나 매출액의 일정액을 기부하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이를테면 매장
미중 정상회담 이후 뜻하지 않은 한반도 4월 전쟁설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군사력의 3분의 1에 해당된다고 알려진 미국의 칼빈슨 항공모함이 괌미군기지로 가던중 갑작스럽게 한반도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그 주요 원인이었다. 여기에 더해 미중 정상회담에서 기대했던 북한 핵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논의되지 않고 슬그머니 의제에서 사라져 한반도 핵위기설이 더 커져나갔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중국의 도움없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 주장이 북미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어 한반도에서 전쟁위기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보호의지와 상관없이 북한을 선제공격 하여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인지 정확한 의중을 알 수 없게 하였다. 어제자 미국의 38노스의 기사에서는 북한이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에 맞춰 6차 핵실험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와 연계하여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외국소식통을 인용한 확인되지 않은 기사도 나오고 있다. 만약 북한이 수일내로 소형핵무기가 장착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6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미국의 입장
오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얼마 전 대통령 탄핵·파면·구속이라는 사태를 겪으면서 세월호가 인양되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대통령 파면 후 곧바로 세월호가 인양됐기에 ‘대통령이 내려가니까 세월호가 올라오는구나’라는 탄식이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다. 어쨌거나 세월호 참사 이후 약 3년간 국민들은 참 답답하고 울화통 터지는 세월을 보내야 했다. 재난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체계는 허술하고 엉망이었다. 대통령이 그 7시간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국회, 지도층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세월을 허비했다. 이해할 수 없는 사고의 원인이 규명되기는커녕 피해자 가족들을 비난하고 욕보이는 자들까지 생겼다. 광화문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투쟁하는 세월호 가족들 앞에서 햄버거와 피자를 먹는 ‘폭식투쟁’을 한 비인간적인 자들도 있었다. 만약 이런 못된 행위를 조장한 배후세력이 있다면 반드시 밝혀내 국민의 지탄과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유족들에게 ‘시체 장사’ ‘단순한 해상 선박사고’라는 등 입에 담아선 안 되는 모욕적인 말을 함부로 내뱉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비통해하는 세월호 유족과 실종자 가족, 이들
봄밤이 향기롭다. 며칠을 두고 포근한 날이 이어지더니 봄꽃이 다투어 핀다. 며칠 전 이웃집 담장위로 뾰족하던 목련이 그새 함박웃음을 머금고, 개동백도 진달래도 모두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에 어떤 힘으로도 거부할 수 없는 슬픔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것도 연달아 이어지는 슬픈 소식은 반갑지 않은 미세먼지와 함께 내 마음에서 빛을 앗아간다. 성당에서 만난 언니였는데 늘 웃는 얼굴에 상대를 헤아리는 마음과 무슨 일에나 앞장서는 품성으로 성당에서는 물론 지역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22세 꽃다운 나이에 우리 동네로 와서 서점을 하면서 동생들 뒷바라지와 주위에 좋은 일도 많이 했거니와 무엇보다 믿음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요즘들어 사는 게 바빠 자주 만나지는 못했어도 든든한 언덕이었고 모든 것을 본받고 싶은 롤 모델이었다. 그런 언니가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병원 출입이 잦더니 급기야 중환자실에 있다가 다행하게 조금 차도가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게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되었다. 급기야 119 구급차로 실려 간 언니를 영정 사진으로 만나게 되었다. 꽃 속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이 평소의 모습 그대로인데 이제는…
지난 4월5일 안산 고려인마을에 갔다. 고려인들이 땟골 초입의 우갈록 카페에서 한식행사를 치른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한식 상차림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일을 하지 않고 손자녀들을 돌보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갖는 한식 행사에 고려인사회를 연구하는 연구자뿐만 아니라 안산시 경찰서의 외사계 형사도 상차림에 보태라고 선물을 내놓고 참석했다. 4월4일 안산 고려인문화세터 김영숙 센터장이 보낸 사진 속의 상차림은 2008년 4월 4~5일 필자가 우즈벡 타슈켄트 주 고려인 콜호즈에서 경험한 것과 모습이 달랐다. 고려인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지방(紙榜)이 놓였고, 수박과 사과 등 과일도 위가 잘려져 있었다. 설명을 들이니 이해가 되었다. 작년 안산 고려인마을의 한식행사는 한국의 시민단체(한류열풍사랑)가 후원해 상차림을 한 것이고 때문에 한국과 고려인사회의 그것이 혼합된 것이었다. 상차림의 모습이 이상했다. 과일이 모두 2개 혹은 4개 등 짝수였다. 참석한 고려인 가운데에서도 왜 홀수가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상차림을 준비하는 우칼록 카페의 여주인은 휴대폰을 꺼내 오늘 이미
죽음은 나이와 사정을 고려치 않는다. 병든 자나 건강한 사람, 부자나 가난한 사람 구별 없이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죽음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백수를 누리고 가족의 배웅 속에 편안히 임종을 맞는 행복한 죽음이 있는 반면,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은 채 나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는 ‘고독사’도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일주일 이상 지나서 발견되는 이 같은 죽음이 사회 이슈로 등장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만큼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이 홀로 쓸쓸히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다. 급속한 고령화·핵가족화로 혼자 사는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고독사 라는 이름 앞에선 현대사회 인간 단절의 병폐를 새삼 절감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고독사 발생은 확인된 것만 해도 한 해 1천여 건에 이른다. 하루가 멀다고 독거노인의 고독사 소식이 전해질 정도다. 고독사가 염려되는 고위험군도 무려 1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가족애가 사라진 사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나타난 당연한 현상인지는 모르지만 섬뜩하기까지 하다. 전국의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523만202가구다. 이 가운
정오 /황정숙 허공에다 빗줄기를 흩뿌리듯 국수를 삶는 정오 식구들이 젓가락 짝을 맞추며 식탁 아래서 눈알만 굴리고 있다. 너무 오래 돌고 돌아서 아침과 저녁은 닳고 닳아 사각사각 뽕잎 갉는 소리만 고요한 정오 허기를 무쇠솥에 넣고 휘휘 젓고 있는 정오 할머니가 국수를 젓가락에 둘둘 말고 있다 필사적으로 씹히려고 잇몸으로 들어가는 긴 선들 휘어지고 구겨지고 엉키기만 하는 선들 비가 사각사각 제 소리를 뜯어먹고 있다 오물오물 실처럼 풀려나오는 그 시절을 이 없는 입으로 뚝뚝 끊고 후루룩거리는 정오 불어터진 면발이 퉁퉁 뱃구레만 불리고 있는 정오 식구들이 눈알을 멈추고 실꾸러미에 머리를 처박고 있다 끈적끈적한 정오가 막 지나고 있다. 국수로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시절이 잦았다. 엄마가 홍두깨로 밀가루 반죽을 밀고 썰기까지 곁을 지키고 있다가 끝에 남는 꽁다리 달래서 장작불에 구워 먹던 시절이 아련하다. 식구들은 많고 먹을 것은 적었던 시절 무쇠솥에서 국수가 삶아지고 둥그런 밥상에 둘러 앉아 먹는 국수는 별 반찬 없이 신 김치만 놓고도 굶주린 배를 채워주는 한 끼 식량으로서 충분했다. 이 시에서 언급하듯 아침과 저녁이 닳고 닳아 정오에나 먹을 수 있었던 국수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