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모욕죄’를 신설하면 해결될까 아직도 ‘중국 물건은 조잡한 싸구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변을 둘러보라. 내가 쓰는 물건 중에도 중국제가 많다. 추격하는 정도가 아니라 중국이 우리를 앞선 분야도 많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논문이 매년 5천편으로 우리의 12배나 된다. 작년 GDP는 13조4천억 달러로 1조6천억 달러인 우리의 8배가 넘는다. 인구는 14억명으로 5천백만명인 우리의 27배, 면적은 959만㎡로 우리 10만㎡의 95배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이 우리를 부러워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법치주의와 정치적 다양성이다. 언젠가 중국이 지금 같은 성장세를 멈추고 분열된다면 이 두 가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은 경제와 군사력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9천만 명의 공산당원들이 여론을 주도하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적으로는 우리의 법치제도, 자유언론과 야당의 존재 등을 부러워한다. 그렇다면 외형상 국력이 역전된 지금 우리가 중국에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것이 정치적 다양성인데, 정말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5·
죽(竹) /이명기 뒤란 대숲에 비가 온다 날카로운 끝을 세워 비를 듣는 시간 마디마다 골수骨髓에 우수가 고인다 바람이 인다 바람이 부는 쪽으로 소리를 쫓아 푸른 등뼈가 휜다 기억할 것이다 전생도 내생도 풍장일 터 언젠가 한번은 텅 빈 몸으로 이 바람을 기억할 것이다 시인은 대숲을 바라보고 있다. 이 바라보는 대숲은 한없이 푸르고 청명하다. 비도 내리고 있어 대숲을 감싼 대기는 더욱 투명하다. 얼굴에 닿는 공기는 ‘날카로운 끝’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서늘하다. 비바람이 죽(竹)을 감싸고 휘돌아 갈 때마다 이파리들은 서로 몸을 비비며 서걱거리는데, 마치 한꺼번에 펼쳐진 은하의 장엄한 휘장 같기도 하며 낮과 밤이 사라져 오히려 더 투명한 극지방 같기도 하다. 이파리들이 서걱거리며 서로의 몸에 스며드는, 이 아득한 갈망의 한 복판에서 시인이 바라보는 대숲은 불가사의한 매혹의 결정체가 아닐까. /박성현 시인…
얼마 전 정부가 올해부터 2023년까지 332조원을 투입하는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번 계획은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포괄적·보편적으로 보장하여 사회보장제도의 포용성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돌봄체계로 서비스 이용체계의 패러다임을 재정립하고 영역별, 대상별로 분절 또는 중복되어있는 사회보장제도의 연계 및 조정을 강화하여 제도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원칙하에 마련됐다. 이번 계획에서 정부는 2021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을 2017년 22.3%에서 2023년 18.0%로 낮추기로 했다. 근로장려세제 지원은 현행 166만 가구에서 334만 가구로 늘리고, 기초연금 30만원 지원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밖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MRI·초음파 단계적 급여화, 지역사회통합돌봄 체계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국민의 삶의 만족도 지수를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위에서 2023년에는 20위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것은 성숙한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소득의 양극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삶의 질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
화성시가 공무원들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악성·반복 민원인들의 폭언·폭행사건 때문이다. 이에 민원인과 수시로 상담을 진행해야 하는 읍·면·동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기로 했다. 우선 민원인이 많이 방문하는 봉담읍, 향남읍, 남양읍, 동탄1·2·3동 등 6개 읍·동에 안전요원이 배치된다. 시범적으로 이들 6개 읍·동에 안전요원을 배치한 뒤 내년부터 모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의정부시는 최근 출입 보안시스템을 설치했다. 의정부시는 그동안 민원인과 단체들의 계속되는 점거농성에 시달려왔다. 행정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음은 할 것도 없다. 이에 견디다 못해 시 단위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1억2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보안 출입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서울시청을 비롯한 많은 광역자치단체들은 출입 보안문을 설치했다. 개인 신원확인을 거치고 관련 부서 담당자 확인을 받아야만 출입증을 받아 들어갈 수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청은 민원인에 의한 폭행·폭언 사건이 잇따르자 민원·복지 부서에 호신용 스프레이를 비치했다. 화성시와 의정부시, 광주광역시 북구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민원인들의 폭언 및…
지구의 진화가 계속되고 과학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모든 생명체(기계를 포함하여)는 25억 번 이상 작동되는 수명을 가진 펌프를 아직까지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엔 펌프, 즉 심장의 수명이 다하게 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순환기계통의 모든 동물의 심장이 평생 동안 작동되는 심박수는 약 20억 번~ 25억 번 정도로 비슷한데, 동물마다 수명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1분당 심박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심박수가 매우 빠른 쥐의 수명은 약 3년~7년, 심박수가 사람과 비슷한 코끼리는 60년, 심박수가 1분에 약 10회 뛰는 느린 동물의 대표선수인 거북이는 100년을 넘게 산다.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의 수명을 계산하는 공식이 있는데. 25억 번을 자신의 심박수로 나누면 심장의 수명이 분(分)으로 계산 된다. 이것을 년수로 환산하기 위해서는 525,600(60분×24시간×365일)으로 나누면 된다. 즉 안정시 심박수가 65회인 사람의 수명은 25억÷65(심장박동수)÷525,600=73.2년이 된다. 보통 사람의 평균 심박수는 65회~70회이다. 평소 훈련과 운동으로 심폐기능이 단련된 스포츠 선수들의
오래간만에 만난 오 선생은 미소 띤 얼굴로 한숨을 가볍게 내쉬며 입을 열었다. 쓸쓸함과 자괴감이 가득 담긴 긴 한숨이었다. “나 명퇴 신청했어.” 정년을 몇 년 앞둔 오 선생은 학생과에서만 잔뼈가 굵은 베테랑 학생주임이었다. 엄격한 성품에 학생들에게는 무서운 선생님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상한 마음 씀씀이에 아버지라고 부르는 용감한 녀석들도 있었다. 매년 스승의 날에는 졸업생이 제일 많이 찾는 선생님이기도 하고 또 주례를 가장 많이 봐준 인기 주례 선생님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명퇴를 신청한 것이었다. 오 교사는 올 초부터 출퇴근 방법을 바꾸었단다. 십 년도 넘게 도보로 다니던 것을 자가용 운전으로 바꾼 것이다. 집에서 십여 리 떨어진 학교까지 운동삼아 걸어다닌 것이다. 이유를 들어보니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이야기였다. 나도 같은 경험을 몇 번 했기 때문이었다. 즉, 목불인견 현장을 차마 눈 뜨고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공원을 잘 꾸며 놓는 곳이 많아졌다. 그런데 공원마다 구석진 곳이 있게 마련이고 또 아늑하게 쉬라고 벤치도 조경수로 둘러싸 경치도 좋은 곳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곳에 성인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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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제(及第)의 사전적 의미는 역사적으로 ‘과거시험에 합격됨’인데 오늘날에 적용하면 시험에 합격하거나 통과 의례를 거쳐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되는 것으로, 자신의 목표가 성취되어 성공이나 출세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낙제생이며, 학교의 낙제생이 오히려 사회의 우등생이라는 말을 한다. 이는 공부하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갖는 한갓 자연의 변이라고 하겠지만 그 나름대로의 진리가 담겨 있는 것 같다. 희랍의 어느 철인이 천문학에 열중하여 하늘의 별만 보고 걷다가 개울에 빠졌을 때에 지나가가던 노파가 ‘이 사람아! 자기 발밑도 못 보는 주제에 수억만리 떨어진 별의 세계를 어떻게 알겠다고...’라고 놀렸다는 얘기가 있다. 우등생이란 어쩌면 이렇게 먼 앞날만을 바라보고 별을 쫓는 격으로 인생을 살아가다가 바로 눈앞에 있는 개울을 못 보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간은 누구나 한번밖에 없는 죽음을 아끼고자 하는 욕망이 있으며, 그 죽음을 얼마나 값지게 맞이할 것인가를 바라보며 공부도하고 돈도 벌려고 한다.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 우등생이 때로는 사회에서는 여름밤의 부나방과 같은 낙제생이 될 수도 있지만, 눈앞에 닥친 시험을 두고도 괘념
낚시 도구와 방법의 진화에 따라 낚시 인구도 급증했다. 20여년 전 320여만명에서 767만명으로 늘었다. 민물과 바다낚시 포함이다. 이중 바다낚시 인구는 약 343만 명. 전 국민 취미활동 가운데 으뜸이다. 낚싯배도 2015년 4천289척에서 지난해 4천500척으로 늘었다. 최대 보유는 이용객이 가장 많은 충남 태안군이다. 짭짤한 수입 때문에 어민들마저 본업 대신 낚시꾼을 태우는 부업에 더 나서고 있다. 많은 수익을 위해 전문업체까지 생겨 어선을 무리하게 개조하거나 불법 영업도 성행하고 있다. 때문에 가끔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바다낚시로 낚는 조획량은 상당한 규모다. 감성돔, 주꾸미 어획의 경우 낚시인의 조획량이 어업인의 어획량보다 2.3배나 많다. 이들이 낚는 물고기만도 16.7만t이며 여기에 민물낚시 2.9만t을 합하면 총 19.6만t에 달한다. 뿐만아니다. 바다낚시로 발생하는 연간 쓰레기만 약 5톤t이다. 이렇게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쓰레기 종량제 봉투의 비용만 약 8억6천만원~9억1천200만원이 소요될 정도다. 때문에 어자원 부족뿐만 아니라 쓰레기 등 오염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정부는 지난 1996년
영향 /신기섭 눈물을 흘릴 때 내 얼굴은 할머니의 얼굴 같다 입술을 내밀 때 내 얼굴은 외증조할머니의 얼굴 같다 먼 옛날 할아버지가 집어던진 목침에 맞아 이마가 깨진 할머니의 얼굴이 어느 날 내 애인의 얼굴에 가을, 붉은 단풍이 든다 - 신기섭, ‘분홍색 흐느낌’ / 문학동네·2006 가족은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근본이다. 사회적 관계망을 배울 수 있는 최초다. 개인의 삶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눈을 감고 불러도 저절로 훈훈해지는 이름이 어머니 혹은 아버지여야 한다. 그 다음이 할머니 할아버지라면 얼마나 좋을까. ‘눈물을 흘릴 때 내 얼굴은 할머니의 얼굴 같다’가 아니라, ‘어머니의 얼굴’을 닮았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데 신기섭 시인은 자신의 유전적 배경을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외증조할머니’에게서 찾고 있다. 그의 결핍은 최초의 사랑(엄마, 아빠) 부재에서 기인한다. 이는 한 개인의 지나친 불행감을 예견하게 한다. 불행은 불행을 연장할까. ‘이마가 깨진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