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공은 식수나 농·공업용수, 온천수나 생활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지하수를 개발했다가 방치시켜놓은 관정이다. 방치된 이유는 물이 잘 나오지 않거나, 수질이 악화된 경우, 또는 상수도가 도입돼 지하수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후 처리다. 사용하지 않는 관정은 다시 메워야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많은 폐공들이 무단 방치돼 있다. 폐공이 많이 생긴 것은 개발자의 몰상식한 환경마인드와, 원상 복구할 경우 만만치 않은 복구비가 소요된다는 것도 원인이다. 무분별하게 개발한 뒤 버려진 폐공은 심각한 수질오염과 지반 침하 현상을 일으킨다. 폐공을 통해 카드뮴과 비소, 납, 수은, 6가크롬 등 인체에 치명적인 공해물질이 지하수로 유입된다. 그런데 지하수는 그 지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돌아다닌다. 그러니까 농촌지역 농경지의 폐공을 통해 유입된 치명적인 발암물질이 땅속 수맥을 따라 돌아다니다 도시인근 약수터를 통해 인체로 흡수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의 문제인 것이다. 폐공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신고하지 않고 개발했다가 방치했거나 오래전 폐공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도에 따르면 방치
사도세자 원찰인 용주사에는 일반사찰과 달리 특이한 부분이 많은데 특히 출입문 부분에서 발견된다. 일주문 대신 홍살문이 있고 금강문 대신 삼문(三門)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삼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용주사의 홍살문을 지나면 웅장한 한옥이 나타난다. 거대한 삼문과 양쪽에 기다란 행랑이 길게 뻗어있는 것이 관아나 왕릉의 재실 같고 안동의 커다란 양반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보통 사찰 출입문은 문짝이 없어 자유롭게 출입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용주사는 문짝이 달린 거대한 솟을삼문 있어 출입이 편하지 않다. 이렇게 크게 만든 이유는 능행차시 임금이 용주사에 머물 수 있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일성록(정조 14년 8월20일)에 의하면 채제공이 ‘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모두 훌륭하지만, 누대(樓臺, 천보루) 앞이 터져 광활하니 삼문과 행랑을 두어 가마와 말 및 수행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조윤식의 의견이 있었다’라고 아뢴다. 삼문과 행랑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라 공사가 끝날 무렵 공사 책임자인 조윤식의 의견을 받아 추가로 설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용주사 창건시기 준공 전에는 천보루가 대문이었다. 하지만…
1987년 대선부터 여론조사가 도입된 이래 선거마다 여론조사 홍수다.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양적 팽창만큼 질적 개선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조사기관마다 엎치락뒤치락 하고, 후보 간 지지율이 10% 포인트나 차이가 나서 그렇다. 그러니 못 믿을 여론조사란 소리를 듣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싶다. 예측이 이러다 보니 여론조사 결과 또한 걸핏하면 틀린다. 누가 어떤 질문을 하는지, 설문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조사 기법 때문에 기관마다 과학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오차를 줄이기는 고사하고 정 반대의 결과도 자주 나온다. 요즘엔 컴퓨터에서 무작위로 전화번호를 생성한 뒤 전화를 걸어 전화번호부 미등록 가구까지 조사하는 ‘RDD 방식’이 개발됐지만 역시 오답은 다반사다. 전문가들은 표심을 정확히 반영하는 표본 설정이 어려운 데다 설상가상으로 본심을 감추는 유권자들, 즉 ‘숨은 표’가 점점 늘고 있어서라고 한다. 또 자신의 의견이 주류에 속한다고 여기면 주저 없이 밝히지만 소수라고 판단되면 침묵하는 이른바 ‘침묵의 나선 이론’도 오류를 범하게 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이들은 마지막에 한 방향으로 몰려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침묵
해국 /김경성 부리가 둥글어서 한 호흡만으로도 바람을 다 들이킨다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는 그는 수평선의 소실점에 가닿을 수 있는 것은 향기뿐이라고 부리 속에 향 주머니를 넣어 두었다 후 우우 내쉴 때마다 곡예사처럼 바람의 줄을 잡고 절벽을 오르는 향긋한 숨 둥근 부리를 열어 보이는 일이 하늘 높이 나는 것보다 더 농밀하다 날지 못하는 바닷새, 상강 무렵 바다를 향해 연보라빛 부리를 활짝 열었다 향기가 하늘까지 해조음으로 번졌다 바다가 새보다 먼저 젖었다 눈부신 어둠 속에서 침착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이 깊다. 침묵 속으로 깊은 어둠속으로 들어가 사물의 실체를 찾는 일에 시의 맛이 들어난다. 김경성 시인의 사물의 눈은 어떤 것일까? 사물을 바라보는 눈〔眼〕중에 영안(靈眼)이 있다고 한다. 일반인의 눈으로 잡아낼 수 없는 것까지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시인의 눈일까. 해국을 한 마리 새일 거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해국 꽃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새가 작은 날개를 퍼덕거리는 것으로 본 시인. 퍼덕거릴 때마다 새의 날개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바다를 향해 퍼져 나갔으리라. 먼 바다에 눈을 둔 시인의 마음과 함께, 자기애 뿌리를 돌보는…
최근 인천에서 8세 여아를 살해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17세 소녀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이 소녀가 조현병이라는 정신질환으로 치료 받아온 사실을 재빠르게 보도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안도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고 불편할 때, 그것을 자신과 분리시킴으로써 안전함을 느끼게 된다. 나자신과 다른 사람, 정상이 아닌 사람이라고 분리시키고 나면, 그를 향한 비난에 자유로워질 수 있고, 그들을 어떻게 사회로부터 배제할 것인가가 주요한 이슈가 된다. 이들 소수의 위험한 사람들만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처벌하면 해결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 사건이 최근 정신보건법 개정과 맞물리면서 언론에서는 모든 정신질환자를 예비 범죄자인 것처럼 호도하며,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는 기사들이 함께 쏟아졌다. 정신보건법은 제정된 지 20년 만에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로 전면 개정되어, 올해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 법률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정신질환자의 입퇴원에 대한 조항이다.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 강제입원과 장기수용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정신과…
이번 대선의 공식선거운동이 7일째로 접어들면서 역시나 막말과 지역감정 조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어느 선거에서나 마찬가지로 당선에만 염두에 둔 이전투구 양상이 판을 치고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상대방 헐뜯기를 위한 막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위중한 한반도 안보상황에서 색깔론마저 튀어나오는 등 구태 선거운동이 재연되고 있음은 실망스런 일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어서 국민들의 실망감을 더해주고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나,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의 행동치고는 수준 이하다. 아무리 뒤처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같은 폐습은 유권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검증되지 않은 마구잡이식 가짜뉴스에도 국민들은 이미 식상한 지 오래다. 새정치를 주장하는 후보들이나 캠프 관계자들이 이번 만큼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직도 3류정치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식으로 누가 대통령이 된들 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선거가 끝나면 해남 토굴로 가서 또 정치 쇼 하지 마시라. 좌파…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초 식중독 사고를 예방한다는 취지로 ‘저녁 급식을 제공하면 위생관리 취약 학교로 분류하겠다’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사실상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으로 인해 저녁 급식을 하는 공립고등학교가 대폭 줄었다. 지난해 경기 지역 고등학교 중 406개교(86%)에서 실시하던 저녁 급식은 현재 174개교(36%)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식중독 예방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야간자율학습 전면 폐지를 추진한바 있다. 하지만 경기도의회의 반발에 부딪쳐 시행이 어렵게 되자 ‘저녁 급식 중단’이라는 방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민생경제론 저서를 낸바 있다. 우리 모두는 학교나 직장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하거나 취미를 즐기는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한다. 누구라도 밤늦게까지 직장이나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은 정규 학과 시간이 끝나도 밤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강제적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물론 이게 옳은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육부의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고교생들은 강제적 자율학
빌 게이츠는 로봇세(稅)를 재취업교육에 써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의 주장은 한국에 잘 먹히지 않는다. 원인은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인 미국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편이지만 한국의 사정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같은 거대 플랫폼이 없어서 우선 4차 산업혁명 플랫폼 전략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우리는 재교육을 해도 취직할 곳이 많지 않다. 한국은 창업국가를 넘어서 벤처국가가 되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래서 지난번 칼럼에서 4차 산업혁명은 막을 수 없으니 4차 산업혁명기 대안의 적확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안철수 양강 후보는 정부 주도가 좋은지 아님 민간주도를 지원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지금 한국에서 섣부른 민간주도는 ‘알묘조장(?苗助長)’이라는 고사처럼 뜨거운 태양 아래 우리 기업의 싹을 고사시킬 수 있다. 매년 한국의 전체 예산보다 더 큰 돈을 쓰는 외국 기업들은 엄청난 자금을 인공지능과 ICBM(Internet Cloud & Bigdata Mobile·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에 쓰고 있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민간이 4차 산
빨간색 긴 옷과 마법사 모자를 쓰고 한 사내가 피리를 불고 있고, 수많은 아이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사내를 따라가고 있다. 발그레한 뺨에 고불고불한 머리, 하늘하늘 주름진 색색의 드레스와 프릴이 달린 모들이 눈에 띤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들은 즐거워 춤을 추기도 하고 박수를 치며 미소를 짓고 있다. 1988년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케이트 그린어웨이의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한 장면이다. 책에 실렸던 시는 일찍이 1955년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에 의해 쓰였다. 어린 시절 이 작품을 감명 깊게 읽은 그는 시인이 죽기 전 이 책을 출간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독일의 작은 도시 하멜른에서 실제 일어난 일을 토대로 쓰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책의 내용을 이러하다. 어느 날 하멜른에 출몰한 쥐떼 때문에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게 되는데 기이한 복장을 하고 창백한 인상을 띤 한 남자가 나타나 쥐떼를 몰아내주는 대가로 천 길더를 받기로 한다. 쥐떼들은 그의 아름다운 피리소리를 듣고 그를 따라가더니 결국 베저강에 빠져 모조리 죽는다. 그러나 천 길더를 치
TV토론은 미디어선거의 백미로 꼽힌다. 시청자의 표심을 살 수 있는 최대의 기회여서다. 따라서 후보는 판세를 굳히거나 뒤집을 수 있는 분수령으로 여기고 전력을 다해 대비한다. 이 같은 TV토론은 미국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선거사상 최초로 1960년 대선후보 간 첫 TV토론이 열린 것도 그렇지만, 토론 이후 후보 간 승패가 뒤바뀌는 반전의 역사가 가장 많아서다. 그중 1980년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 후보의 TV토론은 현대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레이건은 여론조사에서 카터보다 한참 뒤져 있었다. 그러나 TV토론이 시작되자 반전극이 펼쳐졌다. 영화배우 출신답게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뿜어냈고 정책과 비전도 함께 제시, 그 결과 당선으로까지 이어졌다. TV토론 덕을 본 대표적 정치인으로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4차례의 토론 결과 난공불락이라 여겼던 닉슨 후보를 쓰러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정운영 철학이나 정치력보다는 멋진 외모나 단호한 태도 등 이미지 메이킹에서 완승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프랑스는 미국보다 16년 늦은 1976년 TV토론을 도입했다. 반면 독일은 이보다 훨씬 더 늦은 2002년 8월 여야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