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등 가축 방역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 전국적으로 창궐한 AI의 공포를 경험한 우리는 그동안 본 란을 통해 가축질병방역시스템을 최대한 가동해 구제역 등에 대비할 것을 여러차례 경고했다. 그러나 지난 8일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온 연천의 젖소 사육농장이 혈청형 ‘A형’ 구제역으로 확인돼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 이어 경기도로 구제역이 확산된 것이다. 구제역 혈청형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유형의 구제역이 동시에 발생한 사례는 처음으로 방역 비상상황이 생긴 것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AI 발생과 확산 이후 정부가 보여준 한심한 대처능력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010년에 발생한 구제역의 악몽과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구제역 병원체의 잠복기간은 6~11일이다. 그래서 현재로선 어디까지, 얼마나 확산됐을지 발생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전국에서 얼마나 많은 소·돼지가 살처분될까 두렵다. 지금 우리 축산농업은 위기다. 부정청탁금지법 등으로 외국산 축산물을 선호하는 분위기에 편승,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최근의 정국상황도 그러하지만 범국가적으로 비상(非常)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등은 무엇보다 가축질병 방역시스
역이나 터미널은 그 도시의 얼굴이다. 그런데 인구 125만명에 육박하는 ‘광역시급’ 대도시 수원역 인근엔 성매매 집결지, 소위 집창촌이 형성돼 있다. 어떤 이들은 성매매가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말한다. 성매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비즈니스’라고도 불린다. 일설에는 BC 4500년경 메소포타미아 신전 여사제들이 순례객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했다고도 한다. 성경에도 나오는 그리스의 코린토엔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모신 신전이 있었다. 이 여신의 숭배자들은 종교적 매음행위를 했다. 당시의 코린토는 퇴폐와 향락의 상징이었다. 지금도 유럽 일부 국가들은 성매매를 권리라고 보고 성매매를 합법화 했다. 독일, 네덜란드, 호주 등이 그렇다. 성매매를 성인들 간의 ‘거래’이자 ‘정상적인 직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합법까지는 아니지만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일부 국가들은 성구매자만 처벌한다. 그러나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하는 나라도 많다.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등이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1961년에는 ‘윤락행위등 방지법’이 제정됐다. 이어 2004년 문제의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조선 초기 왕릉의 규범은 이전시대 고려의 공민왕릉 규범을 이어받아 만들어졌으나 어린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세조의 집정초기에는 정치가 불안하였고 사육신(死六臣) 사건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세조는 자신이 기존의 임금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지 즉위 후 얼마 후 죽은 왕세자 의경세자의 장례준비에서 ‘무덤 밖의 일을 후하게 할 경우 백성을 번거롭게 할 뿐 죽은 자에게 유일할 것이 없다’라 하여 병풍석뿐 아니라 난간석과 문·무인석도 없이 조성하였다. 이후 의경세자의 묘는 왕세자 묘의 기준으로 내려오게 되며 세조 역시 자신의 묘를 간소하게 하라는 유지를 내려 예종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세조광릉에 병풍석을 설치하지 않았다. 이후 임금이 되지 못하고 죽은 왕세자의 묘는 간소하게 만들어지나 여러 이유로 국왕으로 추존된 경우 문·무인석이 설치되나 난간석만은 설치하지 않아 아마도 난간석은 실제 통치를 한 임금에 한해 설치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왕세자의 묘에 난간석이 있는 특별한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경릉의 의경세자 부인인 소혜왕후(인수대비)릉인데 소혜왕후는 남편이 죽어 왕비는 되지 못했지만 아들이 임
지금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교육 국방 등 모든 분야가 위기를 맞고 있거나 삐걱거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정을 거의 마비시킨 ‘박근혜-최순실게이트’는 국민의 분노를 사고 국제사회에서 나라망신을 시키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미루거나 죄가 없다고 버티고 있다. 흡사 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 같다. 탄핵 찬반 집회가 세 겨루기를 하면서 주말마다 열리고 일각에서는 ‘탄핵 기각설’까지 나올 정도로 우리 정치는 극히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우리는 헌재의 판단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국제사회는 격변하고 있다. 특히 동북아에서의 군비경쟁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탄도미사일과 미사일방어체계 개발·배치가 가속화하고 있는데도 한국은 사드 찬반 문제로 여론이 양단돼 있다. 미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도 거론되고 있다. 이는 한반도에 회복 불가능의 대비극을 초래하기 때문에 절대 있어선 안될 일이다. 선제타격까지는 아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대북 강경파들이 군사조치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또 다른 위기는 사드배치 문제로 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국방·안보 분야의 자문으로 영입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을 두고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부인 심화진 성신여자대학교 총장이 비리혐의로 법정 구속되고 5.18을 둘러싼 그의 발언 등이 잇단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 전 사령관이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지 사흘만인 지난 8일 부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교비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앞서 전 전 사령관이 심 총장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페이스북 댓글에 “우리 집사람이 비리가 있었다면 권총으로 쏴 죽였을 겁니다”라고 한 걸 두고 여성단체들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27사단장 승진 축하 파티에는 성신여대 직원과 학생이 동원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이후 지난 9일 대법원은 “파티에 성신여대 직원 등이 동원됐다는 점은 다소 과장됐을지언정 중요한 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고 판단했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지금도 발포 명령을 누가 내렸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발포를)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또다시 논란거리가 됐다. 결국 그는 다시 미국 연수과정으로 돌아가
입춘이 지나고도 바람은 여전히 매섭다. 그래도 양지쪽으로 모이는 햇발은 도탑다. 초록빛을 다 잃고 하얗게 마른 풀을 들추면 냉이 잎이 숨어있을 건만 같다. 일 하는 틈틈이 밖으로 눈이 간다. 서울지역 대보름 달 뜨는 시간을 검색해보니 오후 6시 27분이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가 조금이라도 빠르지 않을까 싶어 눈에 익은 능선을 바라보지만 아직은 저문 하늘만 가득하다. 바쁘게 살다보니 보름 쇠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다. 열 나흗날 오곡밥도 마트에서 파는 잡곡을 사다 겨우 흉내만 내고 나물도 일하는 사이사이에 서둘러가며 억지로 아홉 가지 구색을 맞추기도 절로 한숨이 나간다. 일을 마치고 늦은 저녁상을 차리면서 준비한 나물과 오곡밥을 보니 동동 거린 보람이 있다. 거의 매일처럼 빼놓지 않고 막걸리를 사 들고 온 남편에게 한 마디 한다. 기껏 나가서 좋아하는 막걸리만 사고 부럼은 안 사왔느냐고 하니 내일 사다준다며 벌써 의자에 몸을 앉힌다. 피곤한 탓이겠지 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해마다 이제부터는 그냥 편하게 살자 하다가도 이맘때면 벌써 마음이 들썩인다. 이렇게나마 거르지 않고 지나가는 것으로 작은 기쁨이 된다. 정월 대보름은 보름날 당일에 끝나는 명절이 아니
김 교사는 교감의 주변을 살펴보며 다가갔다. 무슨 지시를 기다리는지 부동자세로 깜빡깜빡 센서만 작동하는 로봇(가령 R-A)도 보이고 사람 흉내를 내고 싶은지 의자에 앉아 다리를 흔드는 R-B도 보였다. ‘저것들은 새 학기를 앞둔 긴장감도 느끼지 않겠지? 이럴 땐 나도 로봇이라면…’ “김 선생님, 웬 일이에요?” “저, 올해는 도서실 관리를 제가 좀 맡았으면 해서요.” 교감은 곧장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우리 옛날 얘기는 그만하는 게 좋겠어요. 도서정리나 관리는 로봇들도 서로 맡겠다고 야단인걸요. 개인별 독서이력 작성은 기본이고 심지어 독서상담을 맡겠다는 로봇도 나타났어요! 지난겨울에 이미 전교생 독서이력을 다 조사하고 앞으로는 어떤 책을 읽으면 좋겠는지 개인별 권장도서 목록까지 다 작성해 왔다니까요?” “그럼 전 뭘 해야 하지요?” “김 선생님! 그걸 왜 저에게 물으시죠? 이 학교에 계시려면…” 새 학기가 코앞이고, 올 들어 4차 산업혁명 관련 뉴스가 줄을 잇기 때문인지 머지않은 날의 교무실 모
초봄의 콩나물밥과 달래간장, 잘 만난 남녀같이 음식 궁합이 좋다고들 말한다. 이처럼 우리 음식에는 ‘겉들이면 더욱 좋고, 떨어뜨려 놓으면 어색한’ 찰떡궁합 음식들이 많이 있다. 치킨과 맥주, 탕수육과 짜장면, 삼겹살과 소주 등 원초적 조합으로 불리는 것 이외에 ‘환상의 궁합’으로 불리는 ‘음식 짝궁’들은 수없이 많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을 비롯해서 된장과 부추, 감자와 치즈, 고등어와 무, 굴과 레몬, 냉면과 식초, 닭고기와 인삼, 딸기와 우유, 미역과 두부, 복과 미나리, 인삼과 꿀,초콜릿과 아몬드 등등. 궁합이 좋은 음식은 맛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토마토는 위장의 소화를 돕고 산성 식품을 중화시키는 효능이 있어 고기나 생선, 기름진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다는 식이다. 파전도 그렇다. 파전의 주재료인 파의 성질은 따뜻하다. 거기에 굴이나 오징어, 녹두, 밀가루 등을 섞어서 파전의 성질을 중화시켜 궁합이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육회등 쇠고기 요리에 배를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배에 단백질 분해 효소가 함유되어 있어 고기와 만나면 아미노산을 만들어내 육질이 연해지고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의 조화라는 것이…
한식 /이정록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렇게는 못하지.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그건 어림없지. 땅을 치던 사람, 이제 조용하다. 가슴이 둥글게 부어올랐다 - 시와 사람 2016 여름호 요즘 시국이 말이 아니다. 국민 대부분이 멘붕상태다. 국격은 땅에 떨어지고 신념과 도덕이 실종된 국가의 국민은 과연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로서 50년 전으로 후퇴한 것인가.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물음과 함께 고작 70~80년을 살자고 그 많은 악행과 부도덕을 저질렀는가 생각하며 이 시를 읽으니 새삼 저들의 어리석음에 통탄할 뿐이다. 한 기 봉분으로나 남을, 한 줌 재로나 남을 인생인데, 금강경의 <凡所有相 皆是虛妄>이란 4구게가 가슴을 친다. 시인은 성묘를 하며 결기가 하늘을 찌르던 한 노인의 무덤 앞에 서서 그 허망함을 절절히 깨닫지만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이제 조용하다./ 가슴이 둥글게 부어올랐다’라고 툭, 던짐으로써 오히려 큰 울림의 시적 성취를 이룬다. 아, 저 봉분들! 둥글게 부어오른 가슴이구나. /이정원 시인
헌법의 수호자 논쟁’.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인 1931년경 칼 슈미트(C. Schmitt)와 한스 켈젠(H. Kelsen) 사이에 벌어진 논쟁이다. 한 명은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중립적 권력인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한 명은 대통령, 의회, 사법부, 헌법재판소 모두 헌법의 수호자이고 특히 헌법재판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했다. 과거 대한민국에서 통용되던 대통령이 헌법의 유일한 수호자인양 떠들며 대통령의 결단을 따라야 한다는 논지의 주장은 힘을 잃은 지 오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2달 넘게 탄핵정국을 걷고 지금 현 시점에서는 더욱 공허하게 들린다. 필자가 대학교 학부 시절 헌법교수님이 강조한 말씀이 기억난다. “헌법의 최종적인 수호자는 국민이다. 굳이 국기기관 중 헌법의 수호자가 누구인가를 꼽는다면 헌법재판소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은가!” 헌법재판소. 1987년, 이른바 ‘87항쟁’을 겪은 대한민국 국민은 제9차 현행 대한민국헌법은 헌법재판소 제도를 도입했다. 기본권보장과 헌법수호에 보다 효과적인 권력분립의 장치로써 선택했다. 198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