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형법에는 ‘낙태죄’가 명시돼 있다. 임신한 여성이 낙태 할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모자보건법에는 유전적 문제나 질환, 성폭행에 의한 임신 등의 이유에 한해서만(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낙태를 허용한다. 2월14일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낙태죄 폐지와 미프진 도입을 요구하는 23만 명의 청와대 청원 요청으로 시작됐다. 요번 연구는 인공임신중절 경험 및 인식과 관련하여 온라인으로 1만 명의 여성이 응답을 하였으며, 연구결과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 2017년 인공임신중절률은 4.8%(약 5만 건)으로 보고했다. 이 보고를 보면서 시대에 변화에 맞는 성인지관점이 충분히 반영되어 조사가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낙태죄 폐지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드러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사회는 낙태에 대한 실제입장은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라 급격히 변화했다. 1953년 형법에 낙태죄를 범죄로 규정하였지만 1960~1980년대에는 인구 억제가 국가의 주요정책이었기에 ‘가족계획사
‘포커페이스’란 포커를 칠 때 상대가 내 속내를 알지 못하도록 표정에 변화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페이스를 유지하며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는 승리를 위한 고도의 기술로써 카드게임에서 상대를 교란시키기 위한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는 카드게임을 재밋거리로 봤다. 일선에 나서지는 않으면서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몫을 해내는 연예인이 카드게임에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자신의 실력을 자신하며 시작된 게임이었는데 정말 실력이었는지 운이었는지 몇 사람이 그와의 게임에서 번번이 그에게 승리를 안기고 물러나는 것이었다. 자신의 패가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의 패만 보며 승부수를 띄우는데 그는 시종일관 자신만만한 대담한 배팅과 상대가 내 쪽의 패를 보고난 후 어떤 마음으로 배팅을 하는지 표정을 읽어 꿰뚫어 아는 것처럼 보였고 결과는 장담했던 대로 실력을 승리로 입증했다. 그걸 보며 알아낸 것이 있다. 그는 평소 갖고 있는 표정 외에 변화하는 어떤 표정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 상대로 하여금 필요 없는 두려움까지도 생기게 했다. 상대는 자신의 패를 마찬가지로 모르는 대등한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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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저녁의 풍경 /정하해 저녁 술잔에 입술이 묻는다 다들 사람냄새가 난다 입을 묶은 남녀가 스마트폰을 들고, 맞은편 빌딩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골동품 같은 말을 버린 지 오래인 듯 웃는 것마저 터치로 한다 맹독이다 버려진 말의 무덤 저녁 나뭇잎이 터치를 하는 소리 바람 탓만은 아닐 것이다 무덤 짓지 않으려고 우리는 포장마차에서 소리를 방출한다 너에게 가려고 손가락을 버렸다 -정하해 시집 ‘젖은 잎들을 내다버리는 시간’ 스마트폰이 우리를 잠식하고 있다. 가족과 식사나 대화를 할 때 텔레비전을 볼 때 전철 안이나 횡단보도를 걸어갈 때, 어느 곳 하나 가리지 않고 고개 숙인 우리는 쉼 없이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그리하여 서로 얼굴 마주 보는 직접적인 대화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주고받는 짧은 문장의 대화가 훨씬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또한 내 생각이나 마음 상태를 대신 표현해주는 이모티콘 하나 날리는 일이란 얼마나 쉽고 간단한가.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편하게 길들여진 생활 속에서도 못내 아쉽고 그리운 것이 있다.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각종 소식과 흘러넘치는 댓글들 속에서도 문득 느껴지는 외로움, 서로 만나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거나, 우리는 우
도산 안창호 선생은 조국이 암담한 시절에 처하여 있었던 일제 폭압기에 겨레에 희망을 전파하려 애쓰셨던 분이다. 그는 절망적인 시대를 사시면서도 날이면 날마다 강조하였다. “훈훈한 마음에 빙그레 웃는 얼굴로 살아갑시다.” 미국에서 사시다 조국의 어려운 처지를 듣다 못하여 귀국하여 전국을 돌며 강연하고 사람들을 만나 용기를 불어넣으셨다. 선생의 강연을 듣노라면 누구나 용기가 일어나고 겨레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솟아오르곤 하였다. 선생의 강연은 기염을 토하는 사자후가 아니었다. 조용한 목소리로 차분히 말씀하시는데 듣는 이들에게 감동이 일어나곤 하였다. 선생은 한결같이 이르기를 일본의 압제에서 해방되어 자주 독립 국가를 이루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건전한 인격을 이루어야 한다 하셨다. 국민 개개인의 건전한 인격에서 자주 독립을 이루어 나갈 미래가 열린다고 강조하곤 하였다.“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과 도덕의 힘이다.” 국가가 독립을 유지하고 민족이 번영을 누릴 수 있는 힘의 바탕은 국민들의 인격과 도덕의 힘에 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한결같이 이를 주창하였다. 선생이 남긴 글 중에 한 구절을 인용한다. &ldqu
이 시대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가 있으니 생존가치, 자존가치, 공존가치라고 한다. 생존가치는 살아남아서 삶을 유지하는 것이며 생존을 위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제도적 장치도 만들어진 것이다. 빈곤의 시대를 넘어 삶의 질을 높여 자존(自尊)감을 충족하려는 것이다. 자존가치는 민주주의에 의해서 제도화되고, 법치주의로 구체화된다. 민주주의가 침해당하면 자존감을 침해 당하는 것이고 자본주의가 극대화하고 민주주의가 퇴보하면 자존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공존(共存)의 가치이다. 세계인류는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인식 아래 오늘의 국제사회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협약과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질서를 평화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공존가치를 중시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이런 사조와 다르게 살아가는 공동체가 있다. 바로 불교의 승가(僧伽)다. 부처님의 제자들이란 의미의 승가는 어떠한 이념과 가치관을 중시할까? 승가교육은 자본주의, 민주주의, 평화주의, 그러한 이념을 가르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승가는 세속의 보편적 가치를 배격하지는 않지만 추종 하지 않으며 승가는 어떤 이념과 가치관을 이루려하는 집단이 아닌, 서원(誓願)으로 그 이념을 표현한다
겨울만 되면 교문 위에 달리는 현수막은, 보나 마나 똑같은 ‘불조심 강조 기간’인 시절이 있었다. 그것까지 교장이 정할 이유도 없고 언필칭 창의성을 길러주는 곳이 학교니까 멀쩡한 아이들 두고 교장이 그렇게 해서도 안 되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통보하고, 지시·명령하고, 살펴보고, 관리·감독하는 곳이 상급관청이고 관내 행정기관이었다. 인용이 괜히 낯간지럽다. ‘화재 발생 빈도가 높은 겨울철을 대비해 방화환경 조성을 통한 시민의 화재 예방 및 안전문화 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협조 요청하오니 안전하고 내실 있는 방화환경 조성 확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는 공문이 일찌감치 온다. 거기에는 ‘당년 11월 1일~익년 3월 31일/ 불조심 강조의 달(혹은 ‘화재! 당신의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다!’) / ○○기관’을 3행으로 배치하라는 안까지 제시되어 있다. 문안도 걱정 없다. ‘설마하면 큰일날불 조심하면 안전한불’, ‘크고 작은 화재사고 알고 보니 순간 방심’ 같은 예시가 풍부하게 실려 있다. 얼마나 구체적이고 친절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30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는 ‘특례시’가 명시돼 있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광역시급 도시인 경기도 수원시, 용인시, 고양시와 경상남도 창원시가 해당된다. 특례시는 광역시급 위상에 걸맞은 행정·재정 자치 권한을 확보하고 일반 시와 차별화되는 법적 지위를 부여받지만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지위를 유지하는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의 유형이다. 그동안 수원·용인·고양·창원 이들 4개 대도시는 정부에 특례시 요구를 줄기차게 해왔다. ‘어른에게 아이의 옷을 입히는’ 것과 같은 현재의 획일적인 지방자치제도로는 폭증한 행정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선 이들 도시는 광역시급 행·재정이 요구되기 때문에 행·재정 능력을 갖출 수 있는 특례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그러나 당장 광역시가 되기엔 해당 도(道)의 반대 등 문제점이 있다. 이에 도에 소속되는 대신 광역시에 준하는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례시는 일반 시와 차별화된 법적 지위를 부여받는다. 행·재정 자율권이 확대되고 세수가 증가된다. 또 지방분권이 강화돼 진정한 지방자치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된다. 그런데 이들
당·정·청이 올해 5개 시도에서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하고 2021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14일 밝혔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특별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의 입법과 시행 로드맵이다. 1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가 논의된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권력기관 개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지만 난제도 많다.자치경찰제와 연계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논의될 만큼 논의됐는데도 여전히 진통 중이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수사권 조정안에 검찰이 반박하고 경찰이 재반박하는 양상이다. 게슈타포나 중국 공안에 상대를 비유하는 감정싸움도 있었다. 검찰은 최근에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하고 자치경찰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문건을 배포했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채 정권의 하수인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한 모습이 있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분권에 나서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수사권 조정을 검찰 길들이기로 몰아 정쟁화하거나, 여기에 편승하려는 시도는…
“워크맨, 코닥필름, 노키아 휴대폰, 윈도우폰, 브래태니커 사전.” 구시대의 유물처럼 찾아보기조차 힘든 이것들은 한때 세상을 호령하거나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었다. ‘브래태니커’ 사전만 해도 지식의 보고로 존재감을 뽐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두툼한 사전이 아닌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하나면 언제 어디서라도 내가 궁금해 하는 지식을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다. 세상에서 영원한 것이란 없다. 로마제국의 위용은 이끼가 낀 유적지와 웅장한 스크린 속에서나 볼 수 있다. 현대 문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그리스는 부도 직전까지 몰려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의 두통거리로 전락했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는 지금의 뿌리이고 기원이지만, 정작 그 지역의 현실은 분쟁과 파괴, 그리고 어쩌면 퇴보의 길을 걷는 듯하다. 문명의 발상지였음에도 진보와 변화의 흐름이 멈추거나 고인 물이 되는 순간, 전성기의 문명은 과거 유적지로만 남을 뿐이다. 중국만 보더라도, 봉건제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순간에 변화를 거부했고, 결국 한줌 되지도 않는 외국의 군함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새로운 시대와 문명의 전환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였던 것이다. 기업도 변화와 멈춤의 경계에서 운명이 결정되기 일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