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하다 싶던 경기도 대형 화재 참사가 또 터졌다. 경기 화성시의 한 리튬전지 제조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25일 오후 현재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잊을만할 때 또 발생한 후진국형 대형 화재 참사에 억장이 무너진다. 아직 원인 규명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공을 들여왔던 산업안전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만은 분명하다. 경기도 산업안전 행정의 허점까지 세밀히 찾아내어 확실하게 보완해야만 한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화재는 24일 오전 10시 31분경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산업단지에 있는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11채 중 3동 2층에서 폭발음과 함께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배터리 셀 하나의 폭발에서 시작돼 퍼졌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 공장에는 3만 5000 개에 이르는 리튬전지가 있었고, 해당 건물 1·2층에는 아리셀 직원과 일용직 등 10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사망한 23명 중 대다수가 리튬 1차전지 완제품을 검수하는 2층에서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소방관 등 인원 191명과 펌프차 등 장비 72대를 투입했지만, 배터리가 연쇄 폭발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게 싸움 구경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피해자가 아닐 때 이야기다.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쿠팡 간 싸움이 본격화되었다. 공정위와 쿠팡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를 지켜보자니 여간 껄끄럽지 않다. 그도 그럴 게 국내 유통업계 1위 사업자로 올라선 쿠팡은 이미 3천만 명 이상의 국내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지 않은가. 공정위와 쿠팡의 오랜 다툼의 역사는 다시 한번, 역대급의 과징금과 함께 불이 붙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에 잠정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유통업체에 부과한 역대 과징금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사 상품을 상단에 고정 노출하고, 임직원을 동원하여 구매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해왔다고 보았다. 쿠팡에 입점한 일반 사업자와의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 후생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제재 결정을 발표하는 44쪽에 걸친 보도자료는 공정위가 고려한 근거들, 즉 쿠팡의 내부 자료와 소비자들의 구매 후기, 입점 사업자의 문의와 쿠팡의 답변 등을 정리하여 보여준다. 일례로, 쿠팡은 그간 임직원으로 구성된 ‘체험단’을 동원하여 자사 상품에 우호적인 구매 후기를 남겨왔다.…
잠에서 깨어나면 저마다 하는 일들이 있다. 간 밤에 보았던 꿈 기억하기, 화장실에서 일 보기, 조용히 앉아 명상하기, 밤새 들어온 이메일 확인하기 등등. 필자는 ‘오늘의 역사’를 최우선 확인한다. 생일인 사람에게는 꽃을 보낸다. 생화도 아니고 실제도 아니지만 사진으로나마 예쁜 꽃다발을 보낸다. 그동안 신세졌거나 정(情)을 주고받은 분이라면 SNS상으로 작은 마음의 선물도 보낸다. 그리고 라디오를 켠다. 주로 클래식 음악(音樂)을 듣는다. 귀에 익은 선율이 나오면 잠시 손을 휘저어 보기도 한다. 당첨된 적은 없지만 ‘출발 퀴즈’에 문자를 보낸다. 되돌아오는 것은 “당첨은 덤일 뿐, 함께 하는 이 시간을 즐겨 주세요^^” 엹은 미소로 화답한다. 오늘 하루도 매 순간을 즐기자고 다짐하며 일상 속으로 뛰어든다. 아마 대학 2학년 때인 걸로 기억된다. 외지로 떠난 첫째 아들을 보기 위해 상경한 어머니를 앞세우고 세운상가 전파사에서 전축과 스피커와 LP 음반 한 질을 샀다. 서양 음악에 문외한(門外漢)인지라 순서대로 하나씩 틀어보았던 것 같다. 써라운드로 들리는 음악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잠시 황홀해 하면서 듣고 또 들었다. 쿵! 쿵! 울리는 소리가 옆집 목
전세사기‧깡통전세로 인생길이 가로막힌 피해자들의 절규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행정·사법당국의 대응은 하세월 게걸음이다. 경기지역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이 경찰의 신속한 사건 수사를 위한 ‘전세사기 전담수사팀’ 설치를 주장하고 나섰다. 전세사기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인 비극으로 파장을 넓히는 중이다. 사건 수사가 발 빠르게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게 급선무다. ‘전세사기 전담수사팀’ 설치 요구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당국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수원과 평택 등 전국에서 70억 원 규모의 전세 사기를 벌인 임대인이 재판에서 유리한 입장을 만들기 위해 ‘보여주기식’ 행태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전세사기를 벌인 임대인은 파산신청을 한 뒤 강원도 원주의 한 택시회사에서 기사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수원시 27세대 임차인들에게서 약 50억 원, 평택시 21세대 임차인들에게서 약 20억 원에 더해 원주시 등에서 전세 보증금을 편취한 인물로 알려졌다. 며칠 전 경기도 광주시에서는 35억 규모 전세사기 의심 사건이 또 불거졌다. 다세대 주택 등 건물을 여러 채 보유한 임대인 김모 씨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임차인 9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할머니와 살았다. 할머니와 살았던 어린 시절은 그의 가슴에 나이테처럼 새겨졌다. 나이테로 꼭꼭 새겨진 할머니는 그가 대학 다닐 때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가 이 세상에서 보낸 마지막 육 개월을 그는 곁에서 지켜보았다. 돌아가실 무렵, 할머니는 기력이 없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할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죽고 싶지 않다고 읊조렸다. 그때, 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을까. “제가 꼭 옆에 있을게요” 말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안아드리기만 했을까. 아직도 그는 그게 늘 안타깝다.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깜깜한 밤하늘을 촛불이라도 태워 밝혀드릴 수 있을 텐데. 후회는 늘 늦고 더딘 것이라서, 할머니의 영원한 떠남을 그는 쉬 받아들이지 못했다. 상실의 아픔은 할머니 장례를 치른 뒤에 밀어닥쳤다. 스무 살 청춘이 감내하기엔 깊은 상처였다. 휴학하고 군대에 갔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훈련에 지친 이등병의 가슴에는 삶과 죽음이라는 골 깊은 나이테가 새롭게 각인되었다. 그러다 문득 떠 오른 게 어린 시절이었다. 그때 그 시절, 할머니는 그가 잠에서 깨기도 전에 일하러 나갔다. 할머니 일터는 건설 현장 ‘함
브라이트 호라이즌스(Bright Horizons Family Solution Inc.)가 매년 발표하는 현대 가족 지수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 2는 새로운 직업을 구할 때마다 남성(아버지)보다 여성(어머니)이 탈락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오히려 경력을 발전시킬 기회가 워킹맘 대신에 자격을 덜 갖춘 직원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또한 사회학자 미셸 버디그(Michelle Budig)의 연구에 의하면 일하는 어머니는 자녀 한 명당 급여가 4퍼센트 삭감되는 반면 일하는 아버지는 오히려 평균적으로 6퍼센트나 인상된다. 성별 간의 임금 격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으며, 이는 승진 비율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경우 직업 시스템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직장 생활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한 현상은 일부 유럽지역만 빼놓고는 미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국가 연금 제도가 경력 단절을 보상해 주기에 여성이 받는 불이익이 보상으로 바뀌지만, 이런 경우는 동유럽과 스칸디나비아에만 해당하는 사례다. 이들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유럽지역에서는 여전히 여성에게 불이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독
내가 초등학교 시절 TV에서 아주 재미있는 미드(미국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이름하여 “소머즈” 원제는 Bionic woman. “600만불의 사나이”의 여성판으로 초능력을 사용하는 특수 요원, 소머즈의 활약을 그린 내용이다. 내 기억으로 그 드라마의 마지막 회 정도 될 때 아주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나온다. 어떤 능력 있는 박사가 핵폭탄의 위험성에 대하여 인류에게 경고를 한다. 그냥 말로 하는 경고가 아니라, “앞으로 지구 어디서든, 어느 나라든 핵실험을 한 번이라도 하면 자동으로 자신이 설치한 어마어마한 핵폭탄 미사일이 발사되어 전 인류가 멸망할 것이다”라는 무시무시한 경고이다. 모든 나라가 혹은 위정자들이 경고를 귀 담아 들었다면 이 에피소드는 그냥 재미없게 끝나겠지만, 항상 이야기가 재미있으려면 누군가는 그 경고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한다. 그리하여, 박사가 설치한 핵미사일 발사 시스템은 자동으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 소머즈의 미션은 바로 이 카운트 다운된 핵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중단시켜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항상 그렇듯이 시간은 촉박하고 미션은 어렵다. 이 핵미사일 발사 시스템은 박사의 연구동 캠퍼스 중앙에 설치되어있고 중앙 컴퓨터에 의해 작동
‘할 일 미루기’라는 말은 하나의 온전한, 이미 존재하는 동사처럼 느껴질 정도로 익숙한 표현이다. 나는 할 일을 곧 잘 미룬다. 매번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크고 작은 할 일들을, 치밀할 정도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으로 미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즐겁지 않다. 오히려 괴로운 일이다. ‘아, 이거 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나 중얼거림을 반복하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할 일을 미루고 있는 내가 있다. 그러다 문득 ‘할 일 미루기’라는 말에 집착하게 됐다. 나는 왜 해야 할 일을 미룰 때 괴로움을 느끼는 걸까?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할 일 미루기는 나쁜 일이니까. 착한 어른이(?)가 되려면 할 일을 미루면 안 되니까. 근데 정말 할 일을 미루는 건 나쁜 일일까? 내가 생각할 때 미루기를 ‘당하는’ 할 일은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첫째로, 소소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침대에서 일어나기, 설거지, 손톱 깎기, 세탁이 완료된 빨래 널기 등. 이런 일을 미루게 되면 비교적 금방 피해를 보게 된다. 이를테면 지각을 한다던가, 건조된 빨래에서 꿉꿉한 냄새가 난다던가 등. 소소하지만 확실한 책임을 지게 되는 일이다.…
지난 18일 열린 수원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배지환 의원(국민의힘, 매탄1)이 발의한 ‘수원시 마을만들기 조례 폐지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25일 예정된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 조례는 폐지된다. 하지만 ‘수원시 공정무역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는 부결됐으며 ‘수원시 시민배심 법정 운영 조례’ ‘수원시 참여와 소통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조례’는 보류됐다. 지난 2010년 12월 제정된 수원시 마을만들기 조례는 전국적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현재 전국 기초지방 정부 228곳 가운데 195곳에서 마을만들기 관련 조례가 제정돼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마을만들기 조례는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마을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지역사회의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요소로 시민이 행복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 중의 한사람이 '마을만들기 조례' 폐지안을 대표발의한 배지환 수원시의회 의원이다. 그는 주민자치회와 마을만들기 활동·지원이 변별력이 없어 주민자치회로 일원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정 효율성을 위해 중복된 조례의 정리가 필요
경기도 지역에서 백일해·성홍열·홍역 발생이 최근 3년 중 ‘최고’를 기록하는 등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전염병 감염이 2020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10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백일해의 올해 발생 환자는 지난해의 100배를 넘겼다. 파주시에서는 올해 첫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됐다. 때 이른 폭염 속에 방심한 틈을 전염병은 여지없이 파고들고 있다. 닥쳐온 전염병 위협에 철저한 방역과 조기 치료 등 발 빠르고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올해 유난히 확산이 빠른 백일해는 전국적으로 2천416명이 발생했고 경기도에서는 지난 18일 현재 576명의 환자가 집계됐다. 이는 전국 광역지자체 중 경남(811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특히 지난 10년간 발생했던 백일해 환자 총수(401명)보다 더 큰 규모여서 충격이다. 지난 10년 중 백일해 환자가 가장 많았던 때는 2018년의 125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도내에서 발생한 백일해 환자는 5명뿐이었던데 비하면 올 들어 집계된 도내 백일해 환자는 115배에 달한다. 경기지역 27개 시·군에서 발생한 백일해 환자는 광주가 1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남양주 83명, 고양 73명, 파주 69명, 안산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