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김윤환 날마다 암벽을 탄다 누군가의 빈틈이 내 삶의 계단이 되어 주었던 것처럼 숭숭 뚫린 내 빈틈 누군가 타고 올라 메마른 꽃봉오리에 이슬이 되어준다면 내 빈틈 사이사이 향기로 채워진다면 - 김윤환 시집 ‘이름의 풍장’ / 2015·애지 시는 형상화와 함께 따뜻한 감성이 어우러질 때 그 매력이 더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빈틈이 있는 것을 경계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빈틈은 오히려 이용하거나 즐기는 것을 보면서 우리들에게 숨겨져 있는 ‘틈’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빈틈에 대한 배려는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똑같이 필요하다. 자신의 빈틈을 못견뎌하는 만큼 숨 막힌 인생은 없다. 모자란 만큼 겸손하고 겸손한 만큼 다시 사랑으로 채워지는 것이 모자람의 미학이다. 타인의 빈틈을 자기 인생의 계단쯤으로 여기는 경쟁사회는 인간중심의 세계가 아니다. 이 세상 누군가는 그의 빈틈을 채워주는 향기가 되어야 한다. 사랑이 되어야 한다. 빈틈없이 꼭 막힌 인생이 되기보다 더러 숭숭 뚫린 빈틈으로 자신과 타인이 교감하는 통로를 내어주어야 한다. 시인은 우리에게 완벽보다는 배려로서 ‘틈&rsquo…
정부는 29일 예비타당성 조사면제 대상 사업을 최종 선정해 발표했다. 경기도에서는 포천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전철 7호선 포천 연장사업(양주 옥정∼포천)’은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인천시는 영종도∼신도 간 평화도로 건설사업이 29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영종∼신도 도로는 인천시가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서해 남북평화도로 80.44㎞ 중 영종도에서 출발하는 첫 번째 구간이다. 서해 남북평화도로는 1단계 영종도∼강화·교동도 18.04㎞, 2단계 강화∼개성공단 45.7㎞, 3단계 강화∼해주 16.7㎞ 등 80.44㎞ 길이로, 총사업비는 2조4천322억원이다. 하지만 수원시가 신청한 ‘신분당선 연장사업(수원 광교∼호매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천에서도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와 남양주 마석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도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건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지역의 반발이 불가피 할것으로 보인다. 예타는 대형 신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착수하기 전에 해당 사업의 경제성과 사업성, 지역균형발전 등을 평가해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로 1999년 도입됐다. 지금
28일 도내 안성의 한 젖소농가에서 1건이 신고됐고 구제역 0형으로 확진됐다. 따라서 경기도는설 명절을 대비해 AI·구제역 등에 대한 철저한 방역대책 강화하고 있다. 설 명절엔 고향을 찾아가는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연휴를 외국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 AI,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국내 유입이 우려된다. 구제역은 2016년 2월 전국 3개 시·군에서 9건이 발병했다. 이듬해인 2017년엔 경기도 김포에서만 1건이 발생했다. AI·구제역에 대한 기억은 끔찍하다. 지난 2010년 11월28일부터 시작된 구제역 때문에 145일 동안 전국의 소와 돼지, 염소 등 347만9천962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로 인해 2조7천383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도내에서도 소와 돼지 등 174만2천여 마리가 땅에 묻혔다. 지난 2016년~2017년 겨울엔 전국 383개 농장에서 AI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닭·오리·메추리 등 가금류 3천787만 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도내에서는 14개 시·군 123개 농가에서 AI가 발생해 도 전체 가금류의 3분의 1 정도인 1천588만5천 마리가 매몰됐다. 2017년~2018년에도 22곳에서 AI가 발생, 653
창덕궁의 후원하면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부용지와 부용정이다. 네모난 모양의 부용지에는 남쪽에 부용정, 북쪽으로는 주합루, 동쪽에는 영화당, 서쪽으로는 사정기비각이 자리하고 있다. 부용지의 한 가운데는 동그란 섬 하나가 떠 있다. ‘부용(芙蓉)’이란 ‘연꽃’을 말한다. 이 연못에는 본래 연꽃이 무성했다고 전해진다. 비록 겨울이라 연꽃 한송이 만날 수 없는 부용지이지만 연꽃이 가득한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멋진 부용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부용지 남쪽에 부용정이 자리하고 있는데 십자모양이다. 자그마한 정자이지만 한껏 멋스러움을 자랑한다. 정자 안의 불발기창도 그 멋스러움에 한 몫을 더한다. 정자에서 부용지와 가운데 섬, 그리고 건너편 주합루를 바라보는 경관이 아름답다. 정조임금께서 원래 있던 택수재를 고쳐지으면서 이름을 부용정을 바꿨다. 동쪽의 영화당은 처음 지어진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광해군 때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지금 있는 건물은 당시의 것이 아니라 숙종 때 재건한 건물이다. 영화당은 앞 마당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이 앞마당이 바로 춘당대다. 이 춘당대에서는 왕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과거시험이 치러지기도 했다. 춘향전 속의 이몽룡
“어린 왕자 누가 지었지?” “모르겠는데요” “그럼 어느 나라 작품이지?” “영국인가? 미국인가? 잘 모르겠는데요” “읽어는 봤니?” “네” “언제?” “초등학교 때요” “내용 기억나?” “아니요. 제목만 알아요” 학생은 뒤통수를 긁으며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보나마나 어렸을 읽은 것도 집에서 엄마가 마련해준 책으로 읽었을 것이다. 그나마 우리나라 학생들이 어렸을 때 읽은 외국 작품들 대부분이 다이제스트 본이라고 해서 읽기 좋게 내용중심으로 원작을 대폭 줄여서 양을 줄여놓은 것이다. 특히 러시아와 영미 계열의 유명 작품들은 거의 다이제스트 본이다. 이것은 문학 수업중 있었던 나와 고등학생과의 대화다. 그 학생은 끝내 아무 대답도 못 했다. 반면 국내 작가와 작품에 대한 것은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고 있었다. 작품 내용은 물론 작가의 작품 세계와 그 특징까지 줄줄이 꿰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현대문학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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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올려다 본 하늘에 달이 가득하다. 슈퍼 문이다. 음력으로 따지만 개띠해의 마지막 보름달이다. 혹여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지 않을까 카메라렌즈를 당겨보기도 한다.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그 소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래보는 것은 삶에 대한 기대감이리라. 달이 나를 따라온다. 큰길을 나서면 큰길로 따라오고 골목으로 접어들면 골목을 밝히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하는 달이 있어 퇴근길이 가볍다. 달을 향해 이런저런 마음을 열어본다. 오늘하루 속상했던 일이며 사는 일이 버겁다고 투정도 부려본다. 설날이 다가오니 돈 쓸 일은 많은데 출근해봐야 허탕 치는 날이 수두룩하고 그렇다고 매장을 접을 수도 없는데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달을 닦달해본다. 아니 좀 수월하게 해 달라고 애원한다. 아니다. 부탁만 한 것은 아니다. 가족들 건강하니 고맙고 각자 자기자리에서 충실히 살아가고 있으니 그만하면 됐다고 감사도 했다. 달은 조금 민망한지 구름 속으로 숨었다 나오길 거듭하며 내 등을 토닥여주는 듯 했다. 우리는 삶이라는 정글 속을 뚫고 나가면서 순간순간 닥쳐오는 고행과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마음 기댈 곳을 찾는다. 대상이 가족일 수도 있고 종교일 수도 있고 자연이거나 본인 자
영국의 브렉시트(Brexit)가 다가오고 있다. 약속된 날짜는 3월 29일인데 아직 아무 조건도 합의되지 않았다. 많은 영국 사람들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한마디로 원인과 결과를 잘못 결부시킨 탓이다. 경제적 어려움과 일자리 부족을 난민유입에 결부시키고, 이는 EU가 정한 난민할당 때문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영국의 국제적 위상을 생각하면 브렉시트 후에도 난민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또 난민문제가 해결된다고 경제가 근본적으로 좋아지지도 않는다. 브렉시트는 애당초 해결책이 아니었다. 억지논리로 나중에 후회하는 이런 일은 수없이 반복된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한 때 북한과 같은 얘기를 하면 ‘빨갱이’로 몰려 처벌받는 사례가 많았다. 단적인 예가 1950년대 말 진보당 사건이다. 대법원에서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행정처분(공보실장의 명령)으로 진보당은 해산되었고, 조봉암 대표는 사형되었다. 강령이 북한의 주장과 같다는 이유였는데, 평화통일과 남녀평등 주장 등이 그렇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다. 2002 월드컵에서 ‘빨갱이가 되라(Be the Reds)’, 작년에는 ‘우리는…
B컷 /정다운 요새는 페북 게시물에 빠져 있다 실제 사건 커뮤니티는 29만 명이 좋아한다 길거리에서 난자당한 남자의 벌어진 상처 며칠 간 물에 불은 여자의 얼굴 겹겹의 멍으로 뒤덮인 아기 그런 사진들이 돌아다닌다 배에서 쏟아져 나온 내장 기관들보다 더 초점이 잘 맞은 그 브랜드 그 매장 나 저기서 옷 샀었는데, 소름. 차에서 발견됐다는 샤넬백은 누가 사 줬대 왜 죽였대 뭘로 그랬대. 나도 사진을 공유한다 소문을 낸다 동시에 헐, 대박, 하면서 놀란 뒤에 왜 이런 세상이 되어 버린 건지 대화하고 싶다 무섭지만 재밌는 공포 영화 보듯이 다 같이 극장에 앉아 있는 셈 그러나 비난은 나 말고 범인에게 -정다운 시인의 시집 ‘파헤치기 쉬운 삶’ 중에서 시의 앞부분의 일부는 이렇다. “학대 방지 서명을 하고/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옆 차선으로 비켜준다/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선량한 시민” 그렇다. 우리는 선량한 시민이라고 우기면서 살아간다. 타인의 고통과 참혹함이 찍힌 사진 속에 어쩌다 같이 찍힌 브랜드 매장이나 샤넬백에 더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선량하다 한다. 그런 사진들을 보고 ‘헐, 대박’ 하…
오늘은 단순하게 살아감에 필수 조건인 단순하게 먹기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우리는 잘 먹고 사는 데에 길들여져 있다. 푸짐한 식탁을 차려놓고 가득히 먹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더욱이나 뷔페식당으로 가면 과식하고 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먹으면서 그런 식사가 건강을 해치는 줄은 미처 생각지 못한다. 인류는 오랜 역사에서 단순하게 먹고 소박하게 입고 걸으면서 살아가는 데에 익숙하여 있다. 말하자면 우리들의 DNA 속에 단순하게 먹고 소박한 옷차림으로 많이 움직이며 살아가는 삶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비결임이 입력되어 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들의 건강을 지켜 주는 방법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살아가는 삶은 다르다. 과식하고 호화롭게 입고 운동은 적게 한다. 더욱이나 자동차가 나온 이후로 사람들은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생활화되면서 걷는 생활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래서 서서히 몸을 망가지게 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당뇨병, 비만, 고혈압 등등은 이런 삶의 방식에서 오는 대가이다. 나는 단순하게 먹기를 체질화하고 있다. 나의 식사 습관으로 3가지가 있다. 일컬어 삼금(三禁) 삼식(三食)이라 부른다. 삼금은 3가지 금하는 식사법이고 삼식은 3가지 권장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