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일부의원이 탈당하여 신당을 만들자 새누리당은 비대위 체제로 인적청산을 통하여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그마저 친박 핵심세력의 저항으로 순조롭지는 않은 모양이다. 물론 계파정치는 정당정치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과연 친박과 비박 사이에 정책적 차이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원천적으로는 2007년 대선 전 후로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대립에서 친박그룹이 탄생하였다. 그 후 이른바 원조친박이던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이 차례로 박근혜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지고 그들과 가까운 사람들을 비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후 세 번의 총선과정에서 공천문제로 대립하여 계파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따라서 정책적 차이는 크지 않고 인간적 친소관계나 직책의 담당 등에서 오는 차이일 뿐이다. 그런데도 작년 4월 총선에서 상대계파의 공천을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모습만 보였고 그 결과 과반수 의석확보에 실패하여 지금의 여대야소 정국을 초래하였다. 급기야 그 비박의 주도와 협조로 탄핵정국이 만들어졌다. 물론 분당이 되자 신당은 차별성을 위해 안보는 새누리당의 정책을 고수하되 사회·
1989년 천안문사태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애국주의 교육은 유별나다. 범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기관에서 여느 과목에 우선해 필수적으로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신문·잡지·TV·라디오 등 언론매체, 사회단체도 거국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야말로 범국민운동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표는 국가의 통일 유지와 영토 수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엔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의도가 더 많이 숨어있다. 중화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공산당의 기본노선을 가르치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이를 위해 100권의 책, 100편의 영화, 100곡의 가요, 356곳의 애국주의 교육기지까지 만들어 세뇌(洗腦)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학습효과가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애국을 앞세운 중국의 누리꾼들이 넘쳐나 배타적·극단적 민족주의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어서다. 이들은 자국의 이익에 위배된다고 생각하면 상대 나라를 가리지 않는다. 남중국해 판결 이후 더욱 심해져 미국과의 전쟁도 불사하는가 하면 특히 사드배치 발표 이후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국 상품 불매 및 관광 중단,…
미래에서 날아온 돌 /이선균 몇억 광년을 거쳐야 저 초록 입체적으로 빛날 수 있을까. 솟구쳐 오르던 물고기 돌 속에 흑갈색으로 굳어 있다. 일순간이 영원으로 흐른다. 오돌토돌 척추뼈의 흔적 점자로 찍혀 있다. 꼬리지느러미에서 머리끝까지 회의주의자는 아니었으리. 떠오르고 싶은 심해어였거나 파도를 들이받던 어족이었는지도 모르지. 평면적인 하루가 서서히 굳어가는 밤 나는, 어느 돌 속에서 굳어진 화석 물고기였을까. 꿈틀, 꼬리 흔들린다. 눈물 없는 눈으로 아가미 한껏 움츠리고. - 이선균 시집 ‘언뜻’ / 천년의 시작 화석을 바라보면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바라보는 나와 저 물고기 사이의 연관성 혹은 아득한 무엇. 오랜 잠에 빠진 물고기가 다시 깨어나는 상상은 지금 살아있는 자신에 닿는다. 입체적인 움직임에 대비되는 정지라는 평면적인 시간, 우주의 어떤 작용에 의해 한순간 변모하는 생명체, 정지된 시간이 풀리고 움직이던 시간이 정지되는 순환의 방식이 시간의 본질인지 모른다. 그러니 화석이 된 물고기는 두고 온 오래 전 자신의 상징일 수 있다. 물고기는 언젠가 깨어날 것이다, 자신이 이 세상에 온 방식으로. 어쩌면 나 대신 정지된 삶을 대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지난 5일 시행 100일을 맞으면서 보완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도 이 법의 개정을 검토키로 했다. 기획재정부 등 5개 경제부처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식대 3만원 상한선 규정에 대해 요식업계의 불만해소를 위해 현실화해줄 것을 건의했다. 또 화환 등은 사회상규상 축·부의금과는 별개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화훼관련 종사자들의 생업을 위해서라도 별도의 상한선 부여가 필요하고, 설 추석 등 명절 선물은 미풍양속이라는 점을 고려해 경조사에 준하는 별도 상한선을 부여하는 개선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황 대행도 이같은 건의에 대해 법의 도입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란법은 사실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공직사회를 비롯한 일반 시민들에게까지도 회식문화 위축이 일반화했고, 부정청탁에 관한 국민의 의식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소비위축으로 인한 엄청난 폐해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희망을 잃었다. 1년 전 매출이 1/3로 뚝…
경기도가 소외된 농촌 노인들의 말벗이 돼 외로움을 덜어주는 멘토링 사업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생활개선회원을 ‘소통 멘토’로 양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는 농촌여성리더 조직인 생활개선회 회원 30명을 대상으로 ‘생활개선회원 멘토교육’을 실시하는데 내용이 다양하다. ‘신문과 잡지를 보며 생각을 정리해 설명하는 법, 일어난 사건을 자신의 일로 재해석 하는 법, 매니큐어 등 주변의 도구를 활용해 스킨십하며 이야기 나누는 법’ 등이다. 이들은 올해부터 시·군별 마을회관, 경로당 등을 찾아가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소통 서비스를 펼친다고 한다. 비록 이번엔 30명만이 교육을 받지만 앞으로 도내 총 28개 생활개선회 회원 1만953명과 도시의 자원봉사자들까지 합류해 멘토가 된다면 그 효과가 클 것이다.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NH농협은행에서도 실시하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한 ‘농촌어르신 말벗서비스’는 NH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 상담사들이 농촌의 홀몸노인들에게 매주 한 두 차례 전화로 안부를 묻고 말벗이 돼주는 나눔 봉사활동이다. 비록 작은 나눔이라고는 하지만 쓸쓸하게 노년을 보내고 있는 홀몸노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활력소가 되고 있다. 도시노인들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붉은 닭의 해라고 한다. 닭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들을 담고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어둠을 끝내고 새벽을 알리는 밝은 의미의 새로운 출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헌정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는 등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암울한 한해를 보내고, 새해에도 끝나지 않고 진행 중에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교수신문이 2016년의 사자성어로 ‘강물(백성)이 화가 나면 배(임금)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의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다. 이는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게이트’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 즉 촛불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팬톤이라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미국의 색채 전문 기업이 2000년부터 매년 유행 컬러를 한 가지 색상만을 선정하여 그 해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쳐왔다. 하지만 2016년에는 처음으로 2가지 색인 Rose Quartz라는 핑크톤과 Serenity라는 블루톤을 동시에 선정하였다. 그만큼 2016년이 복잡 다양할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가지 않고 적중하였다고 볼 수 있다. 2016을 한마디로…
정유년 첫 산행이다. 대관령 버스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두 시간 남짓 산을 올랐다. 새해들어 처음 산행인 때문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게 주고받은 덕담이 좋다. 서로에게 건강과 행복과 만사형통을 빌어주는 마음이 아름답다. 적당히 스미는 한기와 무릎을 훌쩍 넘게 쌓인 눈을 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마음마다 한 해에 대한 기원과 희망으로 가득 찼다. 눈부시게 빛나는 상고대와 뽀드득거리는 눈이 일행들의 땀방울에 웃음이 되고 힘이 된다. 누군가 던진 실없는 한 마디에 산은 한바탕 웃음꽃이 피고 앞서간 일행이 보내는 신호에 산은 메아리로 답한다. 쌓인 눈을 버티며 산은 벌써 봄을 준비하고 있다. 잎 떨군 가지에 작은 망울이 돋기도 하고 딱히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산이 가벼워진 느낌이랄까 아무튼 산이 조금씩 두꺼운 옷을 벗어내고 있음은 틀림없다. 정상은 웅장하고 평온했다. 능선과 능선을 마주하고 어깨와 어깨를 내주며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나무들, 가지가 포개지지 않도록 거리를 지키는 지혜는 어떻게 배웠을까 잠시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산이 늘 순한 것만은 아니다. 화가 나면 산 꾼들의 발목을 걸기도 하고 가끔은 바위를 굴려 큰 시위를…
미국에서 절찬리 매진된 어느 제조로봇은 한 노동자의 최저임금 연봉과 가격이 비슷하다. 그 로봇을 사면 1년 이내에 손익분기점을 지나 다음해부터는 3배의 노동력을 제공받게 된다. 이 로봇은 재고가 없어서 한국에 팔리지 않았을 뿐, 제조가 많이 되면 분명 한국으로 대량 수입될 것이다. 지금보다 더 고기능에 더 싼 서비스 로봇도 조만간 수입될 것이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의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보고서는 오는 2025년쯤 지금 일자리의 71%가 사라질 위기를 점차 키우고 있다고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기를 대비한 국내 최초의 연구는 인정사정없는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전문관리직은 50% 정도의 위협이 있지만 단순노무직은 90%의 위험을 나타냈다. 그로 인해 한창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더욱 역동적인 디퍼러닝(Deeper Learning)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AI(인공지능)+로봇’ 자동화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나라는 일자리 감소가 완만히 연착륙하겠지만 신성장 선도 역량이 부족한 나라는 갑작스런 일자리 감소 경착륙으로 사회적 혼란이
1981년 1월 5일 양평 영하 32.6도, 충주 영하 28.5도, 30여년 전 만 해도 몰아치는 우리나라 겨울 한파는 매서웠다. 비록 세가 약해지기는 했어도 맹위는 10년전 까지 계속 됐다. 이런 우리나라 날씨는 한랭 건조하기로 유명했다. 해서 이름도 ‘동장군(冬將軍)’으로 불렀다. 최근 동장군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달 전국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1.6도 오른 3.1도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세번째로 높았다. 올해 뿐 만이 아니다.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 이상고온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5, 6년은 족히 된다. 따라서 삼한사온은 옛말이 됐고 어쩌다 추위가 엄습해 오면 ‘반짝추위’로 표현할 정도다. 들어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동장군이란 단어는 ‘겨울장군’을 뜻하는 일본말 ‘후유쇼군’의 한자음이다. 그 속엔 나폴레옹으로 부터 유래 됐다는 내용이 있다. 1812년 5월 나폴레옹은 60만 병력을 이끌고 러시아 원정길에 오른다. 그리고 변변한 전투한번 치르지 않고 3개월 만에 모스크바를 점령하며 승리를 목전에 두는 듯 했다. 하지만 100일을 넘기지 못하고 그의 군대는 40만 희생자를 남긴 채 퇴각하는 치욕을 겪는다. 초속 20m가 넘
잃어버린 하늘 /김후영 길을 잃은 새는 어제 떠났다 봄으로 위장한 바람이 쌀쌀하다 별과별이 빛을 나누고 서로의 언어로 새로운 별자리를 만드는 동안 옥빛 달무리 속으로 다정한 이름 하나 사라진다 수 세기를 거쳐 지우고 다시 쓴 굴곡진 모래위의 언어들 있는 듯 없는 듯 돌 틈에 핀 노란 꽃 지나간 것들이 한 편의 시를 만들 때 저릿한 심장 깊숙이 등 굽은 바람이 지나간다 웅크린 허리를 펼 수가 없다 가혹히 내쳐진 마음이 붉다 시인이 사막에서 만났을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는 다정한 이름이 사라지기도 하고, 삭막할 것만 같던 그 곳에 수많은 생명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삶의 애틋함을 느꼈을 것이다. 묵은해가 가고 새날이 왔다. 지나간 것들의 서운함도 다가오는 것들의 아픔도 사막같은 삶이 끌어안고 가야할 선물들임을.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