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하게 들리다 서서히 사라지는 소리. 바로 옆 테이블에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 며칠 뒤 떠나게 될 해외여행 이야기를 하는가 했지만 점점 멀어져가는 맥락.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출입문의 잔잔한 삐걱거림. 조금 더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들리는 몇 번의 웃음소리. 전화 통화를 하거나, 간혹 투박하게 스쳐가는 발자국소리. 그 소리들 사이로 흩어지는 커피 향까지. 모처럼 편안했다. 카페에 앉아 듣는 그 잔잔한 소리의 색깔은 분명 편안한 파스텔 톤이었다. 강열한 한 가지 색깔로 자극한다기보다는 잔잔한 물 주름처럼 편안하게 번지는 다양한 느낌의 소리. 흔히 긍정적인 소음으로 알려진 백색소음은 비교적 넓은 음폭으로 백색광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7가지 무지개 빛깔로 나눠지듯, 다양한 음높이의 소리가 합해져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생활주변의 비오는 소리, 폭포수 소리, 파도치는 소리, 시냇물 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 등이 그런 소리들이라는데. 나에게는 카페에서 듣게 되는 소음이 바로 그런 백색소음이 아닐까 싶다. 한 사무실에서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채 백색소음을 평상시 주변소음에 비해 약 10데시벨(dB) 높게 들려주고 일주일을 지내 본 결과 근무 중 잡담…
올해 끝까지 국민대표인 국회의원들의 언행이 국민을 실망하게 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장애인 비하 느낌을 주는 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축사에서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 …”이라고 했다가 말을 고치는가 하면 “정치권에는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이 대표가 장애인 차별 의식을 가졌거나, 이날 발언이 장애인 비하 의도에서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은 장애인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를 관록과 경륜의 정치인으로 평가하고 존경하는 지지자들에게도 실망을 줄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달 초 찡 딩 중 베트남 경제부총리 일행과 한·베트남 교류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많이 하는데 다른 나라보다 베트남 여성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해 비판받았다. 이 대표는 선의에서 이런 말을 했겠지만, 출신 국가가 어디냐를 떠나 여성을 선호의 대상으로 보는 듯한 표현은 적절하지 못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 대표의 인권 감수성이 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이와 함께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자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석면 해체·제거 공사 중인 초등학교 건물에서 돌봄교실, 방과후 학교, 병설유치원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석면 해체·제거 공사 기간에 돌봄교실 등을 운영한 초등학교 2천222곳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462개 초등학교가 공사 중인 교실에서 아이들의 수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아찔하다. 주지하다시피 석면은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1군 발암물질이다.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 온 석면은 10년에서 40년까지 잠복기를 거쳐 악성 폐질환을 일으킨다.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지고 학교 시설에 석면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정부는 2027년까지 3조 원을 투입, 전국 1만3천여 학교에서 석면을 완전히 해체·제거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석면 오염 우려가 제기되자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다.?이를테면 석면 해체·제거작업 집행 및 설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단계별 작업절차, 집기류 반출 강제, 모니터단 운영, 감리인의 책임성 강화 등이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은 지켜지지 않았다. 마땅히 어린이들을 공사 현장에서 격리해야 하는데도 일부 학교에
평소에도 걷다보면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분들을 종종 보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은 대수롭게 않게 여긴다. 매년 무단횡단으로 목숨을 잃는 보행자가 500명 정도라고 한다. 이는 매일 평균적으로 1∼2명이 무단횡단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것과 같은 수치이지만 우리사회는 아직도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보행자 교통사고의 주된 원인은 운전자의 과실이 가장 크지만 보행자 또한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 비율 또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행자 무단횡단 교통사고가 전체 교통사망사고의 43.1%, 전체 교통사고의 약 30%를 차지할 만큼 무단횡단은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무단횡단을 하는 이유가 횡단보도까지 걷기 불편해 빨리 가겠다는 성급함이 있으며, 무단횡단이 명백히 위법임에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여 자연스럽게 무단횡단을 하게 된다는 여러 가지 심리가 있다. 현장에서 단속을 하다보면 경찰관에게 가장 많은 욕을 하고 시비를 걸고 비꼬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무단횡단을 단속할 때다. 기본적으로 “왜 이게 범죄냐? 너만 깨끗하냐? 너도 하지 않느냐” 등 시민들의 인식 자…
조선 말기 시대는 혼란스러웠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영국인 비숍(Bishop) 여사가 저술한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을 번역한 책은 생생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가슴이 뭉클하다. 비숍은 1894년부터 우리나라를 네 차례 방문하여 11개월에 걸쳐 현지답사와 최상층의 왕실로부터 최하층의 빈민들까지 만나보고 1897년 11월에 이 책을 썼다. 그녀가 본 조선 말의 기록으로 하여 당시 상황을 들여다본다. 조선은 가난한 국가가 아니다. 자원은 고갈되지 않은 채로 미개발되어 있다. 성공적인 농업을 위한 능력도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 기후는 최상이며, 강우량도 풍부하고 토질도 생산적이다. 구릉과 계곡에는 철, 구리, 납, 금이 있다. 2800㎞의 해안선을 따라 있는 어장은 밝혀지지 않은 부의 원천일지도 모른다. 가난에 견딜 줄 아는 강인하고 공손한 민족이 살고 있고, 거지같은 극빈 계층도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조선 국민의 잠재된 에너지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 중산층에게 그들의 에너지를 쏟을 숙련된 직업이 없다. 충분한 이유로 인해 하층 계급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굶어죽지 않는 것이 더 절실하다. 모든 것이 낮고 가난하고 비천한 수준에 있다. 조선은 특권계급의 착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서 온수매트, 전기장판 등 전열, 난방 기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 이로 인한 화재 피해 또한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5~2017년) 계절용 기기로 인해 7천771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는 주방기기 화재(9천973건)에 이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계절용 기기 중에서도 특히 난방기기로 인한 화재 비율이 높았으며 종류별로는 화목보일러, 동파방지용 열선, 전기장판류 순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난방기기 화재는 대부분 주택에서 발생하며 주로 잠자리에 든 밤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인명피해로 연결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난방기기 구입 후에는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전기용품의 경우 콘센트 부근에 먼지가 많이 쌓여있으면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청소를 해서 제거해야 하고 멀티탭에 걸리는 과부하는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문어발식 멀티탭’ 사용도 지양해야 한다. 최근에는 침대 매트리스 위에 전기장판을 사용하는 가정이 많아졌는데, 매트 위에 깔아둔 전기장판이 과열되거나 전선피복 상태 불량으로 누전, 온도 조절기 고장 등 제 기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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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빚이 500조원을 넘었다. 다중채무자 6명 가운데 1명은 소득기반이 약한 청년·노년층이어서 연체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여기에 이미 역전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내년에는 우리 대출금리가 더 오를 것이 확실하다. 다중채무자 등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연체위기가 발생하고 자칫 금융시스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금융감독원이 최근 최운열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나이스평가정보 다중채무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의 빚은 9월 말 현재 500조2천900억 원이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말 전체 가계부채(1천514조 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중채무자의 빚이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은 것도 문제지만, 일반 대출자의 빚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2013년 말과 올해 9월 사이에 일반 채무자의 빚은 46.5% 늘어난 반면 다중채무자의 빚은 55.8% 증가했다. 이 기간 다중채무자의 수는 481만명에서 422만명으로 약간 줄었다. 다중채무자들이 빚을 줄이지 못하고 더 많은 대출을 받는다
‘윤창호법’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이달 18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지난 9월 부산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어 숨진 휴가 장병 윤창호 씨 이름을 땄다. 이 법이 시행전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부상자 발생 시 운전자에게 500만 원 이상 3천만 이하의 벌금을 부과했었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 이후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로 강화됐다. 또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으로 0.05% 이상이었으나 0.03% 이상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법률이 강화됐는데도 시행 첫날부터 음주운전 사고는 줄을 이었다. 시행 첫날인 18일 전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람은 323명이나 됐다고 한다. 첫날부터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시행 첫날 적발 건수가 약 30% 감소했다고는 하나 윤창호 법도 안전 불감증에 오랜 세월 깊이 중독된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육상 뿐 만 아니다. 해상에서도 음주운행은 이루어지고 있다. 해경에 의하면 2013년 이후 최근 6년간 전국 해상에서 음주 운항을 하다가 해경
주말 동안 내내 가족들과 같이 있다가 월요일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 그를 바라본다. 30년 넘는 세월을 한결같이 새벽에 일어나 일정한 일과를 진행하는 모습에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묻어 있다. 혈기 왕성한 20대 청년 시절에 만나 공부에 열중하던 30대와 집안과 사회에 최선을 다한 세월을 지나 이제 흰머리가 생기는 60세를 넘겨 퇴직을 앞두고 있다. 아직도 공부 중인 자식들 뒷바라지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지만 이 또한 과거가 되는 세월이 있겠지 하며 이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그도 나를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할까. 소녀시절, 6남매를 키우는 엄마를 바라보며 나는 엄마로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교직을 갖고 공부와 그림에 목메며 지나온 세월 동안 나름대로 딸과 아들을 키우며 최선을 다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하지만 세월의 풍랑 속에서 신이 모든 곳에 계실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뜻을 이해하고 실천 해야만 하는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엄마의 엄마는 이제 85세의 노모가 되어 아직도 손주들과 자식들을 품고 있다. 아마도 그 역할은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될 것 같다. 딸에게 말했다. 엄마도 위대하지만 더 위대한 분은 할머니라고. 그 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