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를 끝낸 들판은 거대한 알들로 꽉 차 있다. 하얗거나 검은 옷을 입고서 들판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둥치들, 한때 그것들을 신의 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수많은 알이 들판을 점거하고 있는 저 속엔 지난 한 해의 사연들이 빼곡하게 발효되고 있다. 지독한 폭염과 가뭄 그리고 유난히 극성이던 병충해를 견디고 나락이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에 가을 태풍이 몰아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확을 앞둔 벼가 쓰러져 깔리면서 나락의 품질도 떨어지고 수확도 많이 줄어든다. 관리가 잘 된 논은 잡풀 하나 없이 황금빛 나락만 출렁이고 그렇지 못한 논은 벼이삭보다 훤칠하게 자란 피가 통통하게 여물어가기도 했다. 그 사이로 메뚜기가 뛰어다니고 잠자리가 짝짓기를 하기도 했고 목이 긴 백로가 먹을 것을 찾아 논바닥을 헤집기도 했던 지난 계절의 일들이 저 알 속에 빼곡하게 저장되어 있다. 볍씨를 발아시켜 쌀이 되는 과정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버지는 볍씨를 발아시키는 일을 가장 중요시했다. 가을에 나락을 털면 가장 좋은 것으로 볍씨를 따로 보관했고 4월 중순경 볍씨를 발아시켰다. 볍씨 소독을 먼저하고 깨끗한 물을 길어와 발아시키는데 정성을 들이곤 했다. 지금은…
“암입니다” 의사의 심각한 표정에서 이미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순간 몸에서 힘이 빠진다. 그리고 가족 얼굴이 떠오른다. 여러분이 이런 상황이라면, ‘암’이라는 무서운 질병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하겠는가? 만약 당신이 독신이라면 생존율은 급격히 낮아진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마르티네스 연구진은 2000~2009년 10년 동안 남성 암 환자 39만 3천470명, 여성 암 환자 38만 9천697명을 대상으로 2012년까지 추적 조사를 했다. 그 결과 기혼 남성 암 환자보다 독신 남성 암 환자 사망률은 24% 높았고, 기혼 여성 암 환자와 비교하면 독신 여성 암 환자 사망률은 17% 높았다. 2007년 일본 쓰쿠바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혼 남성보다 독신 남성은 관상동맥질환 3.5배, 호흡기질환 3.3배, 뇌졸중 2.3배 높게 나타나는 등 질병 위험도가 2배 정도 높았다. 기혼 여성과 비교하면 독신 여성은 관상동맥질환 1.2배, 호흡기질환 2배 등 질병 위험도가 1.7배 높게 나타났다. 1921~2001년, 80년 동안 1천500명을 추적 관찰한 스탠퍼드대 심리학 교수 루이스 터먼 박사는 터먼 연구를 통해 행복하
마음의 지도 /이문재 몸에서 나간 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언제 나갔는데 벌써 내 주소 잊었는가 잃었는가 그 길 따라 함께 떠난 더운 사랑들 그러니까 내 몸은 그대 안에 들지 못했더랬구나 내 마음 그러니까 그대 몸 껴안지 못했더랬구나 그대에게 가는 길에 철철 석유 뿌려놓고 내가 붙여댔던 불길들 그 불의 길들 그러니까 다 다른 곳으로 달려갔더랬구나 연기만 그러니까 매캐했던 것이구나 사랑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뜨거운 열애든, 지적인 우애든, 무조건적인 박애든, 사랑이란 이름의 모든 행각은 아름답고 위대하며 또 신이하다. 그런데 이 위대하고 신이한 사랑마저도 현대에 와서는 과학의 현미경으로 그 정체가 분석 되고, 원소 단위로 해체하기에 이르렀다.눈에 콩깍지가 씌고 불꽃같이 뜨겁게 타오르는 열애의 감정은 도파민이라는 녀석이 저지르는 불장난이어서 그 유통기한이 3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하고, 옥시토신이라는 점잖은 친구는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이를 친구처럼 온유하게 이끌어준다고 한다. 근년에는 다이돌핀이라는 새로운 녀석이 발견이 되었는데, 이 녀석은 우리에게 희열과 환희 그리고 감동을 선사한다고 한다. 사랑의 정체가 밝혀졌으니, 머지않아 이들을 품목별로 양산을 하고,…
…
지방자치단체장 관사중 가장 비싼 곳은 어디일까? 아마 서울특별시가 아닌가 싶다. 전세금만 28억원에 달하니 말이다. 서울시 북촌 가회동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관사는 박원순시장의 현 거주지로 되어있다. 금액 때문에 호화 관저라는 논란이 있어서 인지 박 시장은 가끔 서재와 회의실를 공개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사실 지방자치단체장의 호화 관사는 서울시장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또한 관사가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자체장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첨예한 문제여서 건립과 활용을 놓고 항상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 10월 경기도가 89억여원을 들여 광교신도시에 도지사 공관을 신축하려다 과다한 예산투입이라는 지적이 일자 중단한 예가 대표적이다. 이렇다보니 지자체 스스로 관사 무용론을 들고 나오기도 한다. 현재 광역 지자체 17곳 중 관사를 운영하는 곳은 단 7곳 뿐이다. 그나마 이 7개 관사도 '존폐 논쟁'이 한창이다. 관사유지론자들은 외부인사 초대를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운다. 한두명도 아니고 아파트에서 초청행사를 치르기에는 장소가 좁아 불편하다는 주장이다. 또 초대할 때마다 식당이나 호텔 등을 빌린다면 오히려 비용이 더 든다는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기쁨으로 채워가는 삶이 가장 지혜로운 삶이라는 것을 의식적으로는 깨닫고있지만, 이를 일상에서 실천 하기는 매우 어렵다. 세상의 사람들 누구나 간절하게 ‘행복’을 추구하지만, 돈이나 재물을 행복의 전제조건이라 여겨 이를 얻기 위해 일에 매진하고 고군분투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소소한 일상에서 확실한 행복을 얻으려는 이도 있다. 운동을 하고 악기를 다루고 그림을 그리는 등 자신이 선호하는 일에 전념하고 이를 통해서 자기만의 세계에서 행복을 경험하는 이들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이들은 일과 사랑을 동시에 얻고자 절치부심 하기도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늘 변덕스럽기 마련이어서, 이 행복한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싫은 감정이나 지루함 등으로 변하기도한다. 심지어 한 순간 행복하다가 또 다른 순간에는 불행감까지 느끼기도하며, 그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혹은 배움이나 가치관의 변화가 오기도 하고 언제 어디서나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변함없는 행복감을 느끼는일은 그리 쉽지가 않다. 그 때문에 삶의 상황과 관계없이 존재 자체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 노력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카르페…
우리가 어느 도시나 지역에 들어서면 그 도시나 지역으로 인식하는 빌딩, 중심광장, 가로, 시장 등이 있다. 빌딩은 규모와 모습으로, 광장 등은 주변의 빌딩 등 건축물과의 조화 그리고 시민들의 활동으로, 시장은 상품을 사고파는 활동과 상품, 맛집 등 소문과 평판으로 도시나 지역을 인식한다. 사람들이 어느 도시나 지역을 인식하는 경우 그 내면적인 내용에 앞서 그 장소를 표현하는 외형적 모습, 즉 외관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 주변에 거리나 상점에 흔히 있는 간판은 외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특징적인 간판은 그 장소의 이미지로 기억에 남는다. 간판은 공공건물, 기업, 회사 빌딩, 상점 등에서 외부의 사람들의 눈에 잘 띄도록 이름, 서비스 내용, 상품, 업종 등을 보여주는 표지이다. 일반적으로 이 간판은 건물의 전면이나 주변에 붙여지기도, 걸려있기도, 그리고 세워져 있기도 한다. 간판은 회사, 상점, 영업소를 현장에서 광고하는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도시나 지역의 가로나 상점가, 시장은 간판들의 홍수를 이루고 있어 사람들은 이 간판들로 그 도시나 지역을 고유의 장소로서 인식하게 된다. 대기업과 같은 큰 회사나 공공기관은 간판을 매우 중요시 여겨 많은 돈을
무어별(無語別) /임제 十五越溪女(십오월계녀) 열다섯의 아리따운 아가씨가 羞人無語別(수인무어별) 남부끄러워 말없이 이별했네 歸來掩重門(귀래엄중문) 돌아와 겹문을 닫아걸고 泣向梨花月(읍향리화월) 배꽃 같은 달을 보며 눈물짓네 나는 삶이 신산스럽거나 적적해질 때 시조나 한시를 읽곤 한다. 임제의 ‘무어별(無語別)’은 봄밤이 지닌 비애감에 쐐기를 박는 형국이다. 달이 가장 밝은 윤이월 보름날 삼경(23시부터 새벽 1시까지)에 하얗고 다문다문 핀 배꽃에 쏟아져 내리는 달빛은 사람의 심사를 흩트려 놓고도 남는다. 이 시조는 봄에 암송하면 좋고 그 시각이 밤이면 더욱 좋다. 김월하의 시조창을 틀어놓거나 황병기의 대금 연주 그도 아니면 강은일의 해금 연주를 곁들이면 그것 또한 좋다. 꽃 피려는 매화나무와 매화나무 아래에 번지는 꽃 그림자와 달빛이 더 해지면 금상첨화다.‘무어별(無語別)’을 읽다 보면 나는 신윤복을 불러오지 않을 수 없고, 그의 ‘월하정인’ 속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에 취해 나는 쓰개치마를 입은 여자가 되기도 한다. 아마도 신윤복은 화폭 바깥에 이화와 매화를 몇 그루 심어두었을지도 모를 일이…
경기도가 내년부터 경기도에서만 향수(享受)할 수 있는 ‘문화의 날’을 지정한다고 한다. 현재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문화가 있는 날’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운영과 관람료 감면 등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례 제정도 추진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무료관람, 또는 요금감면을 확대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추가하겠다고 한다. 기존 ‘문화가 있는 날’처럼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에 참여하는 공연·전시장과 박물관을 기존 232개소에서 2022년까지 560개소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공립문예회관의 요금을 감면하고, 박물관·미술관은 무료로 관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립야영장(46개소)와 템플스테이(10개소)까지 참여시키겠다는 것으로 도민들은 보다 폭넓고 새로운 문화체험의 기회를 얻게 된다. 이를 위해 도는 참여 민간 기관에게 기획공연 개발과 제작을 지원해준다. 특히 참여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지원사업 신청할 때 가점 부여 등의 혜택도 주기로 했다.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 즉 삶의 질도 매우 중요시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가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문화혜택을 제공하는 ‘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영리병원이 문을 열게 됐다.제주도는 5일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했다. 제주도는 이 병원이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진료하도록 했다. 내국인은 이 병원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진료과도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4개 과로 한정했다. 제주도의 이 결정은 지난 10월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와는 다른 방향이다. 물론 제주지역에 한정되는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치 못해 의료계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리병원이 제주도에서 진료를 시작하면 인천 송도를 비롯한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에도 영리병원이 세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전국 곳곳에서 영리병원이 활성화되면 국내 의료양극화, 의료비 증가, 의료 공공성 훼손 등의 여러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저수지 제방에 뚫린 작은 구멍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시민단체 등은 걱정하고 있다.정부와 제주도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사실 조사위는 6개월간의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을 거쳐 ‘개원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정하고 이를 제주도에 전달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개원을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