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의혹의 중심에 선 최순실씨가 지난 30일 전격 귀국하면서 검찰수사에 온 국민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31일 오후 검찰이 최씨를 소환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입국과정에서 정부의 대응을 보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비선실세’ 의혹의 장본인이 입국하면서 공무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모처로 유유히 사라진데다 서둘러 입국하게 된 경위도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귀국 즉시 긴급체포를 통한 신병확보로 증거인멸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검찰은 최씨가 입국한 지 36시간이 지나서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겠다고 한 것 역시 관련자들에게 시간을 벌어주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찰은 지난 9월 29일 최씨 관련 고발이 접수됐음에도 3주 이상이나 미적거리다가 지난달 20일에야 본격 조사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뒷북 수사’라는 비판을 받는다. 조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은폐를 위한 시간을 주는 것이며 핵심 관련자들이 검찰수사에 미리 대비하고, 또 증거 자료들 역시 다수 폐기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의혹의 몸통인 최씨가 귀국 전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물의를 일으켜 국민들께…
지난 28일 동두천에서 ‘제3차 경기도 동반성장 포럼’이 열렸다. 전통시장-대형마트 간 동반성장 모델을 모색해보는 자리였다. 주지하다시피 전통시장과 골물 상권은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대형마트들과 SSM이 상권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돼 인터넷 쇼핑시대를 맞으면서 그동안 전통시장에서 이루어졌던 기능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사실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며 친목을 다지던 지역공동체의 의미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일제 강점기에 장터에서 독립만세 시위가 많이 벌어진 이유다. 지역이나 정부에서도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성공적으로 회생하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이날 포럼에서도 이런 점이 지적되고 극복방안이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우형 경희대학교 기술경연대학원 교수는 동두천 지역 시장 상권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SSM 등 대형마트의 진출과 함께 외곽 대규모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한 상권의 다핵화를 들었다. 아울러 상인들의 고령화, 청년 소비층의 신업태(온라인) 쇼핑으로의 이동 등도 원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를 극복할 방안
정조는 창덕궁 후원에서 아름다운 전경을 열 곳을 뽑아 시를 썼는데 마지막 열 번째 장소는 능허정(凌虛亭)으로 ‘능허 모설(凌虛暮雪)’을 지었다. 해가 쌓이고 쌓여 저물어 가는 하늘에(歲色?嶸欲暮天)/ 펑펑 내리는 가벼운 눈이 가련하구나(騷騷輕雪也堪憐)/ 잠깐 사이에 산하를 두루 뿌리고 가니(須臾遍灑山河去)/ 옥 같은 나무와 꽃이 앞뒤에 가득하구나(瓊樹琪花擁後前) 겨울의 어느 날 초저녁에 능허정에 갔더니 함박눈이 날리더니 잠깐 사이에 온 천지를 눈으로 하얗게 덮은 모습을 시로 표현하였다. ‘궁궐지’에 의하면 ‘능허정은 숙종 17년(1691)에 세웠다’라고 기록되어 30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능허(凌虛)는 위(魏)나라 조식(曹植)의 시 ‘칠계(七啓)’에 나오는 용어로 ‘허공에 오른다’는 뜻이 있다. 능허정 이름을 가진 정자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여러 곳에 있으며 보통 높은 곳에 자리하여 경치가 좋은 편이다. 숙종이 쓴 ‘제능허정(題凌虛亭)’ 시에서는 “백악산은 안개를 머금어 검게 보이고, 낙산에 해가 비치니 눈
자고 나면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목록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딸의 고교·대학 특혜,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의 설립, 대통령 연설문의 외부 유출과 수정, 고위 공직 인사개입 등 분야도 다양하기만 하다. 급기야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들은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기까지 이르렀다. 지금까지의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최씨가 자진해서 귀국했으므로 검찰은 조속히 사건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여차하면 특검이 시작될 예정이므로 검찰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의 시도는 올바른 방향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진실을 규명하고 빨리 사건을 마무리 하는 것이 대통령을 위하는 길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경제도 어렵고 북핵문제도 진전이 없는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이 문제로 국력이 낭비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사안 별로 대응책을 찾아야 아직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 시점에서 온 국민이 침통해하거나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사건들은 대략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최씨 딸을 비롯한 가족들의 비리와 축재문제, 둘째
목민심서의 저자 정약용의 호는 다산(茶山)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다. 조선 최고 사상가, 개혁가인 그가 강진에서 18년간 유배를 당하면서 지은 다산초당이 워낙 유명하고 익숙해서일 게다. 하지만 정약용의 호는 이것 말고도 여럿 있다. 호가, ‘부모님이 지어주시는 이름’과 달리 자신의 철학을 반영해 스스로 지을 수 있어서였다. 젊은 시절 사용했으며 한강의 옛 이름이라는 ‘열수’에서부터 ‘삼미(三眉)’ ‘사암(俟庵)’까지 무려 10개나 된다. 그중에는 ‘여유당(與猶堂)’이란 호도 있다. 경기도 양수리에 있는 그의 생가에 걸려있는 당호지만 목민관을 이야기 할 때마다 그 의미가 인용돼 꽤나 알려져 있다. 한글명으로만 보면 ‘정계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와 여유롭게 여생을 살아가겠다’는 뜻인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여유당에서의 ‘여유’는 도덕경에서 따온 것으로 “겨울에 살얼음이 언 개울을 건너는 것처럼 신중하게 하고(與) 사방에서 나를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듯 경계한다(猶)”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의 자질과 업무역량은 국민들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공직자의 사명과 책임이 제대로 발휘될 때 민본과 위민의 정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
애기나리꽃 /박효숙 예순 넘어서야 애기나리꽃 이름 알게 되었네 백합 닮은 그 꽃을 애기 손톱만한 그 꽃을 해마다 오월이면 피었을 그 꽃을 내가 애기였을 때도 피었을 그 꽃을 하찮은 풀이라고 뒤뜰의 잡초라고 관심 두지 않았네 바람 한 톨에도 고개 숙이고 이슬 한 방울로도 여유로운 미소 애기로만 살다가 가는 꽃 예순 넘어서야 겨우 알았네 -박효숙 시집 <은유의 콩깍지>에서 바쁘게 살다보면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들이 많다. 바로 앞이나 옆에 있음에도 보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아름다웠던 유년의 기억들이나 청춘의 뜨거웠던 열정들도 반추하며 돌아볼 여유가 없을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깊어지는 것은 생명의 소중함과 신비로움이다.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와 사랑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도 이제는 가능하지 않다. 어린 시절에는 미래 어른의 세계가 꿈이었으나 나이가 들면 다시 어린 시절이 꿈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다 /장종권 시인…
따뜻하게 얼굴을 쓰다듬는 햇빛 속에서도 어린 유홍초는 떨고 있다. 올망졸망 모여서서 빨간 열매를 매달고 선 산수유나무를 올려다보는 강아지풀도 서로 곁눈질을 하며 지나간 날들을 이야기하는 담쟁이도 가을의 깊이를 알려준다. 자그마한 시골 성당 마당 가장자리 드문드문 놓인 벤치나 평상 위로 은행잎이 빼곡히 올라앉아 있고 밤나무나 느티나무 잎이 마당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성전 안은 신자들로 가득했다. 감기에 걸린 아이는 계속해서 기침을 하고 있었다. 엄마는 휴지로 아이의 입과 얼굴을 닦아 주고 있었고 드디어 아이는 기침과 함께 허연 코가 입술을 지나고 있었다. 엄마는 황급히 휴지를 찾았으나 이미 다 써버린 뒤여서 몹시 난처한 지경이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성당의 긴 의자 중간에 앉은 사람이 밖으로 나가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더욱이 기침하는 아이와 젖먹이 아기까지 두 아이를 데리고 온 여인에게는 몸을 빠져 나갈 길이 없었다. 나무계단을 내려오는 들꽃무늬가 가득한 원피스 차림의 여인의 얼굴은 평화로 가득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서 풍기는 정갈한 아름다움이 보는 사람에게도 묘한 안도감을 주는 인상이었다. 모두가 무심히 계
스티브 잡스는 PC와 스마트폰을 개발하면서 직원들에게 정보의 독점을 막고 모든 사람들에게 권력을 나눠주겠다고 여러번 말했다. 인터넷은 그렇게해서 ‘위키리크스’를 등장하게 했고 법과 의학, 특허지식도 대중들이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순식간에 반정부 시위를 조직할 수 있게 하였고 투표의 흐름에도 실시간 영향을 준다. 여기까지는 우리 모두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필자는 20여 년 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자기조직하는 우주’라는 책을 대학교 도서관에서 보았다. 해외유학, 고시를 준비하던 학생들 틈에서 예술적 자양분을 얻을 목적으로 본 책이었다. 현재 ‘블록체인혁명’이란 책을 번역하고 있는 금융권의 후배 박지훈과 몇달 전 블록체인이 던지는 미래학 화두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그러던 중 필자는 직관적으로 확신했다. 이제 ‘비도덕적 인간과 도덕적 사회’라는 제목으로 이 세상이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앞으로 우리는 ‘자기조직하는 만물’을 보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기는 모든 계산이 즉각 이루어지는…
2009년 1월 20일, 부시 미대통령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7천억 달러의 구제금융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자 미 언론들은 당시 대통령의 지도력이 ‘레임덕’(lame-duck, 임기 말 권력 누수현상)을 넘어 ‘브로큰덕’(broken-duck)에 이르렀다며 부시의 무능을 꼬집었다. 임기 말의 대통령을 ‘절름발이 오리(lame-duck)’에 비유하는데 부시의 경우 이 단계를 넘어 ‘다리가 부러진 오리’가 됐다는 것이다. 레임덕은 원래 18세기 영국 증권시장에서 미수금을 갚지 못하는 투자자를 일컫던 말이다. 정치권에선 미국의 남북전쟁(1861~1865) 때부터 사용됐다.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마치 뒤뚱거리며 걷는 오리처럼 정책집행에 일관성이 없고, 정치력 저하를초래하는 상황을 비꼰 것이다. 레임 덕이 미국의 정치 관용어가 된 것은 11월에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현직 대통령이 패배하는 경우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는 다음해 1월까지의 약 3개월 동안 국정정체 상태가 빚어지는 현행 선거제도도 한몫하고 있다. ‘브로큰덕’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 권력통제 불능상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발효된 사랑 /황경순 잡초로만 알았던 초록 쇠비름들이 꾸룩꾸룩 효소가 되어 30분의 1쯤만 남아 새 세상을 열고 있다. 꼭 필요한 것은 지극히 소량일 뿐 사랑도 이와 같아 녹초가 된 쇠비름처럼 내 몸은 자꾸자꾸 줄어들어도 꾸룩꾸룩 단 한 모금 진액이 되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쓸모없는 잡초라 여기던 풀들이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관심을 받고 있다. 더불어 풀, 벌레등 작은 생명들을 시 속으로 끌어들여 사상이나 철학을 노래하는 시인들도 많아졌다. 이렇게 작은 풀 하나가 사람의 몸을 이롭게 하는 음식이 되기도 하고 마음을 풍요룝게 하는 철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은 마음을 건네주는 사람이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