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하늘
/김후영
길을 잃은 새는 어제 떠났다
봄으로 위장한 바람이 쌀쌀하다
별과별이 빛을 나누고
서로의 언어로 새로운 별자리를 만드는 동안
옥빛 달무리 속으로 다정한 이름 하나 사라진다
수 세기를 거쳐 지우고 다시 쓴 굴곡진 모래위의 언어들
있는 듯 없는 듯 돌 틈에 핀 노란 꽃
지나간 것들이 한 편의 시를 만들 때
저릿한 심장 깊숙이 등 굽은 바람이 지나간다
웅크린 허리를 펼 수가 없다
가혹히 내쳐진 마음이 붉다
시인이 사막에서 만났을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는 다정한 이름이 사라지기도 하고, 삭막할 것만 같던 그 곳에 수많은 생명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삶의 애틋함을 느꼈을 것이다. 묵은해가 가고 새날이 왔다. 지나간 것들의 서운함도 다가오는 것들의 아픔도 사막같은 삶이 끌어안고 가야할 선물들임을.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