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가기 전인 28일에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있는 충의사(忠義祠)인 윤봉길의사기념관을 찾아보았다. 지난해 중국의 ‘홍구(만국)공원’을 찾았을 때 이름이 ‘노신공원’으로 바뀐 것을 보고 좀 서운했지만 그래도 윤봉길 의사의 넋이 살아있다는 생각에 위로를 받고 귀국길에 올랐다. 마음속으로 늘 윤봉길기념관을 찾아봐야지 하다가 거의 1년이 다 되어 찾았다. 낙엽이 지는 가을이어서 마음이 쓸쓸한 것보다는 독도문제나 위안부 문제 등 일본과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생각나서 더욱 쓸쓸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시는 나라를 잃으면 안 된다는 생각 일본의 한국 통치는 잔학했다. 독립군의 목을 잘라서 그 목을 들고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거나 작두로 목을 자르는 장면들을 보면 정말 소름이 끼친다. 다시는 나라를 잃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과연 오늘 우리의 안보는 걱정을 않해도 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1932년 4월 29일 오전 11시 40분에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순간, 윤봉길 의사는 단상으로 접근해 물통폭탄을 투척하였다. 이 사건으로 총사령관 시라카와 요시노리와 상하이 일본거류민단장 가와바타 사다지가 죽었다. 중화
나치가 에스파냐의 게르니카에 가한 폭격을 다룬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그 끔찍한 잔영이 대중 속에 깊이 파고들어 가서, 그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그칠 줄을 모른다. 현대사의 비극이 찾아올 때마다 사람들은 이 작품을 깃발 삼아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상기시켜 주곤 한다. 역사상 이만큼 정치적인 작품은 없었다. ‘게르니카’는 정치와 예술의 한 극단적인 관계를 예로 보여주고 있다. ‘게르니카’는 군대도, 언론도 하지 못한 것을 예술이 해낼 수도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렸다. 게르니카에서는 1만5천명이 넘는 민간인이 학살되었고, 에스파냐는 나치와 협력한 프랑코 군에 의해 결국 함락되었지만 이후 ‘게르니카’는 유럽과 미국을 순회하며 프랑코 군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렸다. 우리 사회에서도 세월호를 추모하며, 5·18을 추모하며 이 작품을 꺼내 들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은 바로 이런 것이어야 한다는 굳은 생각을 지니고 있다. 예술은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내면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이처럼 영원불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졌다 /황구하 한나절 내내 미동도 없다 늦가을 오후 바람 좋은 풀밭에 앉아 어디 보자, 누가 먼저 움직이나 북천 너럭바위 두루미랑 수읽기를 하다가 겨루기를 하다가 스르르 손 풀고 일어섰다 그는 외발로 서 있었다 우리 주변에는 고수(高手)들이 참 많다. 재테크의 고수, 연애의 고수에서부터 노래의 고수, 술의 고수, 춤의 고수, 업무처리의 고수, 공부의 고수, 입담의 고수, 시 쓰기의 고수 등등. 이런 고수들과 같이 있을 때면 우리 같은 하수(下手)들은 기가 죽고 맥이 풀리기도 한다. 그런데 두루미가 흔히 외발로 오래 서 있는 것은 체온 유지를 위해서라고 한다. 두루미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절대고수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그렇게 고수들이 저마다의 고수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고수가 되기까지의 가혹한 인내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고 그 경지에 찬사를 보내야 마땅하겠지만, 부러워할 것까지는 없겠다. 우리는 증오와 사기와 협잡에서는 최악의 하수이지만, 우리도 우리들 나름대로의 고수다운 면이 있을 것이니 말이다. ‘스르르 손 풀고’ 일어나서 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의 고수일까. /김명철 시인…
양극화, 일자리, 비정규직, 제조업 위기, 청년실업, 최저임금, 사회안전망, 국민연금개혁, 저출산, 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이 문제들은 정부나 기업, 노동계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 경영계와 노동자들이 이해관계 당사자들이어서 이해를 조정하거나 조금씩 양보해야만 진전될 수 있다. 더구나 서로 연결된 문제들이어서 유기적 해법을 찾아야만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추진하는 것이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다.대표적인 사회적 대화 기구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다. 경사노위는 지난 6월 조직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갖췄으나 아직 공식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예전의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하지 못했던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대표까지 참여하게 돼 명실상부한 사회적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대가 크다. 그런데 다음 달로 전망됐던 경사노위 출범이 차질을 빚게 됐다. 양대 노동단체 중 하나인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결정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대의원 대회를 열어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의결하려 했으나 대회가 무산됐다. 결국 내년 1월 열리는 정기 대의원 대회에서 이를…
대법원이 지난 10월 30일 내린 판결은 국민들 지지를 받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본 전범 기업은 한국인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피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은 피해자 4명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민들은 이 재판 결과에 박수를 치면서도 한편으로 당연한 결과가 왜 대통령이 바뀐 이제서야 나왔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무려 13년 8개월이나 걸렸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이미 2013년에 똑같은 결론이 났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거래를 하면서 고의로 재판을 늦췄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이후 5년 넘게 시간을 허송세월했다.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앤장의 행태도 비난을 받을 만 하다. KBS는 10월 31일 낮 뉴스를 통해 청와대가 외교부와 사법부를 움직였다면서 이들 국가기관 뒤에서 논리를 제공해 준 법률가 집단이 김앤장이라고 밝혔다. 김앤장은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의 변호인으로써 2014년 대법원에 낸 상고이유서를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대외 신인도 추락과, 외교 정책의 혼란을 경고했다.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는…
가을빛이 찬란한 화성행궁 팔달산 언덕에 위치한 행궁재 2층 데크에서 바라보면 화성행궁 광장과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하 SIMA) 등 수원 구도심의 전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하늘 전체가 티끌 없이 펼쳐져 있어 작업하다가 지쳤을 때 차 한잔을 들고 요즘처럼 단풍이 절정인 SIMA를 바라보면 따뜻한 삶의 위로가 밀려온다. 이제는 담아 두기보다는 나누고 건네며 비우는 성숙한 인생살이가 되어야 한다는 자각이 함께 오는 것도 큰 기쁨이다. 일 년에 한 번 아트프로젝트로 해외 전시 겸 투어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는 것은 미술관 방문이다. 마음속으로는 국제적인 미술관이 되어야 할 SIMA와의 비교와 차이점으로 매우 복잡한 심경을 애처 감추며 냉정한 판단을 하려고 무척 노력한다. 2018수원-뉴욕 아트프로젝트를 진행한 뉴욕에서도 작가적 예민함은 변함이 없었다. 뉴욕 센트럴파크 옆에 있는 메트로폴리탄뮤지움(THE MAT)의 그 엄청난 소장 유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시대와 지역에 걸쳐져 있고 대부분이 시민이 기증하여 민간 주도로 이뤄졌다. 또한 맨하탄 북쪽 워싱턴하이츠의 포트 트라이언 공원에 위치한 클로이스터스분관은 중세 유럽의 수도원 건축 양식으로 디자인되어 서양
올해는 세종이 조선의 4대 왕으로 즉위한 지 600년이 되는 해이다. 손무의 ‘손자병법’이나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현대의 기업이나 각종 조직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는 고전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내세울 병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여기에 생각이 미치면 우리나라의 병학(兵學)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늘 안타까움을 느낀다. 전쟁은 사람의 생사는 물론 나라의 존망을 결정짓는다. 따라서 전쟁을 다루는 학문, 곧 병학은 피와 아우성을 바탕으로 정립된 학문이다. 따라서 병서는 처음부터 실학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줄지어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을 ‘장사진’이라 표현하고, 충무공을 생각하면서 ‘학익진’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진(陣)’이라는 용어는 현대에도 가끔 접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진법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세종시대의 남자들에게 ‘진법’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익혀야 했던 생존기술이었다. ‘계축진설’은 세종 15년(143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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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는 독일어의 일, 노동, 근로 등의 뜻을 가진 용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흔히 아르바이트는 우리말처럼 외래어화 하여 쓰이는데, 약칭 ‘알바’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학생, 직장인, 주부 등이 돈을 벌기 위해서 학업이나 본업 이외에 부업으로 단기 혹은 임시로 하는 일을 말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체와 목적 등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화되어 왔다. 최근에는 직장인이 별도의 추가적 수입을 얻기 위해 일한다든지 주부가 시간제 근무(part-time job) 형태로 부업을 하는 등 일시적·계절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아르바이트가 행해지고 있다. 업종도 직업의 종류만큼 다양하다. 최근에는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자유(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인 ‘프리터(freeter)’라고도 한다. 경제가 어려운 요즘은 별의별 알바가 다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고용 확대 계획 가운데도 ‘알바’가 적지않게 차지 하고 있다. 어제 발표한 고용 계획만 보더라도 그렇다. 체험형 인턴 5천300명, 행정업무보조원 2천300명을 뽑는다고 했지만 대부분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다. 50일짜리 ‘전세임대주택 물색 도우미’에 ‘빈 강의실
논 습지는 벼가 재배되는 논과 용·배수를 일컫는 것으로 최소 114개국의 논에서 벼가 경작되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쌀을 주식으로 먹고 있다. 또한 논은 환경보전, 농촌활력 유지, 농촌경관 보전과 문화계승 등의 다양한 편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농업과학기술원에 따르면 1㏊당 연간 논의 홍수조절 능력은 2천944t, 지하수 함양량은 4천143t,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21.9t, 산소 공급량은 15.9t, 나지(裸地)와 비교해 토양을 유실하지 않는 보전량은 110.8t이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원하면 홍수조절은 44조3천149억원, 지하수 함양은 1조7천694억원, 이산화탄소 흡수와 산소 공급 등 대기정화는 7조1천845억원, 토양보전은 1조5천69억원이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논의 면적은 감소하고 질(質)은 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논 습지는 1988년 135만8천㏊에서 2007년 107만㏊로 28만8천㏊가 줄었다. 지난 2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경지면적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논이 86만5천ha로 10년 만에 20만5천ha가 다시 줄었다. 이는 지난 30년 동안 해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