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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 부지 선정과 풀뿌리 민주주의

20여년 동안 진통을 거듭하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이 민주절차에 따라 경주시로 결정되었다. 이번 방폐장 부지 선정은 주민자치와 지역의 복지-발전을 희망하는 주민의 동의에 결정이었다는데 역사적 의미가 부여된다.
그동안 1986년 이후 9차례의 부지 선정에 실패하면서 안면도-굴업도-위도의 예에서 보여준 주민간의 갈등과 진통이 마침내 주민투표에 의해 해소되었다. 전북 군산, 경북 영덕, 포항과 경주 네 곳에서 일제히 실시한 방폐장 선정에 대한 주민투표(11월 2일)는 투표율도 평균 60%를 상회하는 참여를 했고, 경주의 경우 70% 투표율에 89·5%의 찬성을 얻었다.
얼마 전까지 부안에서 일어난 주민간의 심한 갈등과 폭력사태를 생각하면 우리 국민의 민주의식과 성숙도를 체감할 수 있어 한국의 미래와 희망이 보이기도 한다. 투표과정에서 절차에 대한 시비와 관권투표, 위헌성 논란과 일부 지역-단체에서 이의 제기와 무효주장도 있지만 경주시와 경쟁했던 3개 지역이 승복을 하고, 네 지역의 투표를 지켜본 국민들의 대체 여론으로 보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제 경주시는 주민의 뜻을 받들어 방폐장 설치와 함께 과학-관광-역사·문화가 어울어지는 선진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경주시는 앞으로 정부의 특별 지원금 3000억원과 경북도의 지원금 300억원을 받게되어 있으며, 연간 방폐물 반입수수료 85억원,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들어오고 양성자 가속기사업까지 유치하게 되면 수 조에 달하는 경제효과와 고용창출로 풍성한 지역번영이 약속되어 있다.
주민투표에 의한 국책사업 부지 결정은 민주절차에 따른 주민의 뜻에 의한 정책결정과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모범사례가 되었다. 그동안 한국의 민주정치가 제도표방과 ‘구호 민주주의’에서 실질적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보여주기도 했다. 토크빌의 ‘미국 민주주의론’에서 보는 주민의 직접 참여에 의한 결정 즉 ‘주민자치와 책임’이란 풀뿌리 민주주의의 원형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번 경주시의 사례는 그동안 각종 국책사업에서 갈등을 풀어가는 하나의 해법을 찾았다는 자신감과 함께 환경-시민단체의 명분과 선동성도 조정하고 성찰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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