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은 ‘저축의 날’이었다. 일부 언론은 금년 행사 규모가 과거보다 축소되었다는 점을 들어 저축의 중요성이 줄어든 현실 의식의 반영이라는 설명을 달아 보도하기도 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의 저축 관념에 익숙한 대다수 국민들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하나만 떼 내보면 많아서 좋을 수 있는 어떠한 경제현상도 다른 경제현상과 조화스런 관계를 맺지 못하면 오히려 부족함만 못한 경우가 많다. 물가안정과 짝을 이루지 못한 채 진행되는 너무 빠른 경제성장이 그렇고, 생산성 향상을 동반하지 않은 방만한 고용확대 또한 그렇다. 저축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과도하게 늘어나는 저축은 바로 소비의 지나친 억제를 의미하는데, 이 때 투자마저 부진한 상황에 있다고 가정하면 총수요의 부족으로 그 경제는 활기를 읽게 마련이다. 그러나 투자열기가 넘쳐 저축된 재원을 모두 여기에 사용할 수 있다면 경제는 확대 재생산의 궤도에 들어서게 되며 그 나라 국민들의 소득과 생활수준은 계속 높아진다.
경제개발 초기인 1960년대 초 우리 경제는 넘치는 투자의욕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투자재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외국자본을 빌리려 온갖 애도 써보는 한편 국내저축의 동원을 위해서도 박차를 가했다.
‘저축의 날’이 제정된 것이 이 무렵이었으며 그 때부터 근검절약과 저축이 우리 사회에 경제생활의 미덕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 후 오래 동안 계속 늘어난 저축도 산업생산을 확충하는 투자 재원으로 쉽게 흡수되어 우리경제는 이른바 고도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지난 1990년대 말 외환위기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기업은 재무안정성에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과거만큼 투자위험을 감수할 의지를 보이지 않게 되었다. 거기에다 개발 초기에는 그럭저럭 통하던 모방기술의 한계와 기업경쟁력의 원천인 고급인력의 부족 등에 기인해 자본수익률이 낮아진 사정까지 겹쳐 기업은 자금의 내부유보에 힘을 기울이고 투자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가계 저축률의 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과잉저축을 안게 되는 전례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이제까지 투자활성화에서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마련했던 우리 경제로서는 적잖이 당혹스런 숙제를 받은 셈이다. 금리를 낮추고 기업에 성화를 대어도 투자는 아직도 저조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저축의 날’에도 저축의 중요성이 개인의 경제규범적 차원에서 강조되는 데 머물고 오히려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총수요 저락을 막기 위해 소비의 합리적 확대가 제안되는 것은 투자부진으로 투자·저축 사이에 균형이 깨져있는 작금의 우리경제 현실 때문이다. 사실 투자가 저축재원을 흡수하기만 한다면 저축은 개인차원에서나 국민경제차원에서 많을 수록 좋다. 그래야만 미래의 안정과 성장이 보장된다. 내년에는 투자가 활기를 되찾아 ‘저축의 날’에 다시 저축을 높이 평가하게 되기를 빌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