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한해를 맞는 이 땅의 국민 대부분은 희망과 기대보다는 그저 쓸쓸하고 우울하고 절망적이다.
새해라고 해서 힘들고 남루한 살림살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같은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는 독선과 분열의 정치가 국민을 지치게 만들었고, 경제는 최악의 수렁에 빠져 서민의 삶을 끝없이 옥죄었다. 지금 서민들은 정치권 얘기라면 짜증을 내면서 고개를 돌리고 ‘경제’라는 말만 나와도 지겨워한다.
아무리 둘러봐도 희망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내년은 전후반 모두 정치의 계절일 것이다. 전반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고, 후반에 들면 권력구조 전환을 위한 개헌논란으로 영일이 없을 것이다. 또 국민 먹고사는 문제가 얼마나 휘둘릴지 암담할 따름이다.
최근 흥미로운 일이 서울대에서 있었다. 대학은 사회의 거울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뽑는 선거에서 결선투표가 연장투표에도 불구하고 50%의 투표율을 넘기지 못해 무산됐다. 4명의후보가 나온 1차 투표에서 1위를 한 학생은 뜻밖에도 학생운동과는 담을 쌓은 인디밴드 리더 출신이었다. 그는 “나는 비권(비운동권)이고 반권”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한다.
선거기간 중 운동권 후보들은 대부분 운동권 출신임을 숨겨 은폐 시비까지 일었다고 한다.서울대 뿐만 아니라 최근 대학사회에서는 운동권 기피 심리가 확산돼 있다.
대학 운동권의 학생회장은 정치권으로 직행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손쉬운 출세의 지름길이다. 이같은 사실을 일찍이 간파한 약삭빠른 출세지향의 학생들은 운동권에 투신해 학생 간부가 되는 것을 대학생활에서의 지상목표로 삼는다.
운동권 출신에다 학생회장 출신이면 굳이 머리 싸매고 공부할 필요도 없고 구차하게 이력서 써들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릴 필요도 없다. 정치권에서 ‘독립운동 한 지사’ 쯤으로 대우하면서 불러주기 때문이다.
운동권 출신이 가장 많이 운집한 국회가 현 17대 국회다. 대학에서는 어느덧 손가락질 받는 대상이 돼버린 운동권적 시각과 노선에 흠뻑 빠져 있는 권력 핵심들은 자신들이 이미 낡고 퇴행적인 기피의 대상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